베르나르의 <개미> - 감수성과 상상력
개미가 두려움이나 즐거움이나 분노를 느끼게 되면, 호르몬이 몸 내부에서 순환할 뿐만 아니라 몸 바깥으로 나가 다른 개미들의 몸 안으로 들어간다. 몸 밖으로 나가는 호르몬이 이른바 페로-호르몬 또는 페르몬인데, 이것이 있는 덕분에, 개미들은 한 마리가 소리치려 하거나 울려고 하면 수백만의 개미가 동시에 같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남들이 경험한 것을 똑같이 느낀다는 것, 자기 자신이 느낀 것을 남이 똑같이 느끼게 한다는 것은 놀라운 감각임에 틀림없다. - <개미>1, 189쪽
이런 개미의 능력이 인간에게도 있을까. 소리를 지르거나 고함을 치는 것이 비슷한 기능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페르몬이 물질(성분)로 구성된 실재적인 존재라면, 소리는 공기를 매개로 한 파장에 지나지 않는다.... 개미의 몸에서 나온 페르몬이 다른 개미의 몸속에 들어가 차곡차곡 쌓이는 무형의 유산이라면, 소리는 어딘가에서 와서 어딘가로 가버리는 일시적이고 파편적인 정보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간에겐 감수성과 상상력이 있다. 상대의 감정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감수성이라고 부른다. 기쁨, 분노, 공포, 슬픔 등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마음의 너비. 상상력은 좀 더 이성적이다. 지난 경험을 통해 상대방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고 어떤 생각을 할지를 계산해내는 능력. 그리고 그 '통밥'에 따라 적절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이 개미의 페르몬에 견줄 수 있는 인간의 이성이 아닐까? 그런데 가끔은 이 인간 고유의 자질을 포기하고 오로지 고성과 폭언으로만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발성을 배우기 전의 인간은 암묵의 눈빛만으로 교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때론 개미의 페르몬보다 진한 무언가를 통해 감정을 주고받지 않았을까. 모르긴 몰라도 수천년 아니 수백만년 전의 인류는 분명 지금의 인류보다 감수성과 상상력이 훨씬 더 풍부하였을 것이다. | |
|
등록안내
등록안내
초창기때 개미는 참 재밌게 봤습니다^^ 타나토노트도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