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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제 가입인사에 이어 늦은 백패킹 후기입니다. 진작 올리고 싶었는데 회사에서 쓸 수도 없고 집에 가면 5살 아들 때문에 또 못 쓰고...
병원에 입원한 틈을 타서 씁니다. (다음 후기는 언제나 올릴 수 있으려나요 ㅠ_ㅠ)
소나기성 폭우가 쏟아졌던 5월 13일, 인천 옹진군 장봉도 백패킹 후기입니다.
삼목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40-50분 정도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40-50분이라고 하면 꽤 먼가 싶기도 한데, 배가 워낙 천천히 운항해서 그렇고 영종도에서 시도 거쳐 장봉도까지 매우 가까운 거리입니다. 배 흔들림도 거의 없어서 멀미날 일도 없구요 ^^
아래와 같은 여객선을 타고 이동합니다. 차량 탑재도 되어, 옹암해수욕장까지 오토캠핑으로도 많이 가시는 거 같아요.
주말이라 산행객들이 많이 탑승하십니다. 삼목 선착장 주차장도 주말에는 많이 붐벼서 자차 이용하실 경우엔 빨리 움직이셔야 될거 같아요.
늘 그렇듯 새우깡을 쫓는 갈매기 무리들이 추격합니다.
저는 솔로 백패킹이라, 갈매기들이 쫓던 말던 김밥 한 줄 먹고 느긋하게 갔습니다.
장봉도 도착하면 마을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데, 현찰밖에 안받습니다.
사전에 조사를 하고 갔는 데 깜박하고 잔돈을 준비 안해서, 내리자마자 매점에서 커피 하나 사서 잔돈 쪼개서 간신히 탑승했네요.
버스를 타고 장봉4리에서 하차해서 아래 지도의 빨간색 라인으로 트레킹을 했습니다.
능선길 따라 가막머리 전망대까지 갔다가 해안길로 오는 코스인데요... 반대로 도셔도 됩니다.
해안길을 빨간색으로 돌았는 데, 바닷물이 좀 빠져 있으면 끝 부분은 파란색 라인으로 표시한 구간으로 오셔도 됩니다.
능선길 따라 정상에 오르면 아래와 같이 서해 바다가 펼쳐진 경치가 나옵니다.
숲길은 아래 사진처럼 약간 탐험하는 느낌이 나서 더 재밌었던 거 같아요.
나무뿌리가 드러난 숲길을 걸으면, 왠지 탐험하는 느낌이 더 납니다.
능선길 따라 쉬엄 쉬엄 90분 정도 가면 가막머리 전망대에 도착합니다.
장봉도의 서쪽 끄트머리라, 노을이 왠지 장관일거 같습니다만 저는 점심 때 도착해서 노을은 애초에 포기했습니다.
비가 올거라는 건 일기예보로 미리 확인을 해서 레인쟈켓을 챙겨갔습니다.
먹구름이 살살 몰려 오네요. 바람도 미친듯이 불구요. (이날 풍속이 초속 13m였습니다)
가막머리 전망대에는 야영 및 취사를 금지하는 안내판이 붙어 있습니다.
애초에 숙영지는 옹암해수욕장 또는 진촌해수욕장을 가려고 했기 때문에, 맥주에 육포나 하나 뜯고 갑니다.
ㅇ 1664 BLANC: 과일향이 살짝 나는 데 과하지 않아서 너무 맛있네요. 도대체 뭘 넣었길래 이런 향이 나나 하고 성분표를 자세히 보니
"고수"가 들어가 있네요. 맥주에 고수라... 전혀 어울릴 거 같지 않은 조합인데 맛이 기막힙니다.
ㅇ 체어제로: 백패킹은 무게싸움이라고 해서 샀는데, 음... 솔로 백패킹에서는 굳이 필요하지 않은 거 같아요.
여럿이 가지 않는 이상, 다음 백패킹부터는 의자는 안챙길 거 같습니다.
가볍고 패킹사이즈도 작고 좋습니다만, 그닥 안락한 느낌은 안드네요. 살을 빼야 될른지...
ㅇ 써머레스트 쿨러: 춘계 백패킹을 이번에 개시하면서 지른 물품입니다. 만원 중반대에 산 것 같은 데, 무게 300g으로 가볍고
성능도 나쁘지 않네요. 대략 26도 정도의 기온에서 아침에 넣은 얼음이 12시간 후에도 30% 가량 남아 있었습니다.
당일치기 가벼운 나들이에 쓰시기에도 좋아요 ~
(당치에는 AO Cooler를 주로 쓰다가, 요 녀석 영입한 후로는 요거만 씁니다)
맥주를 거의 다 마시고 나니 비가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해서, 레인쟈켓 입고 가방 다시 패킹하고
본격적인 해안길 트레킹을 시작합니다.
해안길을 따라 돌면, 아래 사진 같은 해안가 절경이 계속 이어집니다.
먹구름이 꽤 짙습니다만, 비오는 날 트레킹이 왠지 더 재밌고 탐험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신나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신났습니다만...)
숲길은 이제 맏 돋아난 연두색 나뭇잎들이 초록초록 합니다.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때가 아닌가 싶어요.
완연한 짙은 녹색으로 바뀌기 전, 연두연두한 잎들이 돋기 시작할 때....
우측으로 서해를 끼고 해안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먹구름이 순식간에 짙어졌네요. 이때 대비를 했어야 하는 데, 저는 계속 마냥 신나 하면서 트레킹을 계속 했습니다.
2-3분도 채 안되서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는 데, 와 신난다~! 하다가...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면서 바람과 결합하여 온몸을 마구 두드려 때립니다.
레인쟈켓은 물이 침투를 못했으나 바지와 신발이 순식간에 젖어 들어갔습니다.
바지는 그렇다쳐도 신발이 젖기 시작하니, 아 이거.... 이대로 트레킹을 못할 거 같은 데 생각이 들면서 순간 겁이 나더라구요.
비 피할 곳을 찾아 빠른 걸음으로 이동을 했는 데, 해안 절벽 비탈을 따라 트레킹길이 조성되어 있다보니,
나무가 있는 평지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신발이 홀딱 젖기 전에 얼른 피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최적은 아니나 그나마 나무가 있고 비탈 경사가 좀 낮은 곳을 찾아내서,
비만 피할 수 있게 타프를 칩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들었습니다만(조난 당해서 죽을만한 곳이 아니기에), 예상치 못한 폭우에 적잖이 당황한터라...
타프 밑에 들어가서 비 그칠때까지 꼼짝 말고 있었습니다. 한 삼심분은 그렇게 피해있었던거 같아요.
아래 사진은 비가 그치고 찍은 사진입니다.
타프는 대충 우겨 넣고 트레킹을 계속합니다.
가막머리 전망대 말고 해안길을 따라서 아래와 같이 작은 전망대가 두 개 더 나옵니다.
바닷물도 만조고 바람도 엄청 불어서 뭔가 을씨년스러운 느낌이네요.
영화 셔터아일랜드에서 섬으로 들어가는 첫장면 같은 불길함이 깃든...
미친듯이 퍼붓던 비구름이 완전히 몰려 가고, 상쾌한 공기만 남았습니다.
트레킹길을 걷다보면 아래사진과 같은 오묘한 바위 덩어리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뭔가 에일리언 스럽기도 하고 오묘합니다.
바람이 만들어낸 것인지, 아니면 바닷물이 만들어 낸 게 지면이 올라오면서 노출된 것인지...
해안절벽에서 완전 해안쪽으로 나왔습니다.
해안쪽에도 신기한 바위 덩어리들이 즐비하구요...
동글 동글한 조약돌 하나 주워서 주물 주물해봅니다. 괜히 기분이 좋아지네요.
해안트레킹길의 마지막 즈음에 대략 60도 정도 되보이는 이런 급경사 계단이 나옵니다.
정말 욕지기가 튀어나올 정도로, 힘들었던 거 같아요.
썰물 때면, 숲길 말고 해안가로 가시길 추천드립니다 ㅠ_ㅠ
급경사 계단을 오르고 나니, 요런 현수막이 붙어 있네요.
등산객 담배불로 추정된다는 데, 담배도 그렇고 취사도 위험할 거 같아요.
스펙터클한 트레킹을 마치고 포장된 도로가 있는, 사람이 사는 세계로 무사히 잘 도착했습니다.
가막머리에서 맥주 마신 시간, 해안가에서 김밥 한 줄 먹은 시간 등 포함해서 천천히 4시간 정도 걸린거 같습니다.
자, 여기에서 이제 진촌해변으로 도보이동해서 숙영지를 구축하려고 했는데,
마을 스피커로 배가 결항이라는 안내 방송이 울려 퍼졌습니다.
나야 뭐 하루 자고 갈거니까 상관없는데 산행 오신 분들은 집에 어떻게 가지... 라는 생각을 하다가,
혹시라도 내일도 결항이면 어떡하지? 라는 불안감이 몰아쳐서,
그대로 선착장으로 이동해서 운항재개한 여객선을 잡아타고 영종도로 돌아왔습니다.
선녀바위 해수욕장에 숙영지를 구축할 생각이었는데, 먼저 오신 분들이 많아서 칠 자리도 없고
가족단위로 오신분들이 대부분이라 저 같은 솔로 백패커가 자리잡기에는 뻘쭘하기도 해서....
헤매다가 결국엔 집으로 그냥 돌아 왔네요.
와이프한테 허락받고 몇 달만에 출정한 것인데, 장봉도 백패킹은 이렇게 미수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PS. 나중에 생각해보니, 제가 너무 쫄았던거 같아요. 걍 진촌해변에서 자고 다음날 충분히 나올 수 있었을 거 같은데...
바람예보를 보니 다음날까지도 바람이 많이 불고... 혹시라도 배 못타면, 출근은 어떻게 하나... 그 공포가 더 컸네요.
약 한달 후쯤 친구와 함께 장봉도를 한 번 더 찾았습니다. 이땐 해안가 -> 능선길 코스로 돌고 옹암해수욕장에서 하루 자고 왔습니다.
올봄에만 두번이나 다녀와서 당분간은 장봉도를 찾을 일이 없을거 같네요.
음.... 마무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거죠? ㅠ_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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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rryGuy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