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300e 3,000km 주행기11

지난 12월 중순에 E300e 출고 후, 약 3000km 주행하면서 느낀 점들 간단히 정리하고자 글을 씁니다.

0. 왜 E300e를?

출퇴근하면서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할 때가 잦아서, 다음 차는 저공해 차량으로 알아보려고 생각 중에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와이프님께서 ‘다음 차는 벤츠’라고 지령을 주셨고, 이를 염두에 두고 평소에 벤츠 하이브리드 차량을 관심있게 보고 있었습니다.

작년 11월에 약 7년 간 운행했던 차량이 앞뒤 브레이크패드, 엔진오일, 브레이크오일, 배터리 등 소모품을 대량으로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고, 앞유리도 크랙이 발생해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교체할 바에 새차로 구입하자고 와이프님과 이야기를 하고, 급하게 차량을 알아보게 됐습니다.

마침 E300e가 11월부터 출고되기 시작했고, 와이프님께 넌지시 ‘벤츠에서도 하이브리드 출시했대. 시승해보자’ 라고 한게 도화선이 돼서 2주만에 출고까지 진행하게 됐습니다.

시승하던 날, 와이프님이 차를 타고 내리더니, 

  와:’아주 맘에 드네. 이걸로 하자.’’

  나:’BMW랑 아우ㄷ…’ 

  와:’됐어. 이걸로 해.’

  나:’네’

이렇게 된거죠. 

평소에 PHEV에 관심이 있어서 GLC350e와 530e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GLC350e는 2세대 하이브리드에 배터리 용량도 7.5kWh로 전기 주행거리가 너무 짧아서 리스트에서 제외했고,

볼보 S90 T8, XC90 T8 등은 가격대가 너무 올라가서 제외했습니다.

그외의 브랜드에서는 중형 이상 크기의 PHEV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E300e와 530e로 선택범위를 빠르게 좁힐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기차를 사기엔 가끔씩 장거리를 뛸 때도 있어서 충전이 좀 번거롭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었구요.

최종적으로, 530e 출시가 늦어지기도 했지만 와이프님이 강력하게 E300e를 원하셔서 구입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게다가 19년식 재고처리 때문인지 마침 할인도 많이 받을 수 있었구요.

계약을 마치고 530e와 비교를 좀더 해봤는데요.

  E300e : 13.5kWh배터리, 320마력(전기모터: 122마력, 가솔린 엔진: 211마력), 7kWh 충전 지원, 파노라마 선루프, 어라운드뷰, 폴딩시트, 나파가죽 및 인테리어

  530e : 12.0kWh배터리, 252마력(전기모터: 113마력, 가솔린 엔진: 184마력), 좀더 높은 전비, 드라이빙어시스턴스플러스, 가격 더 저렴

이정도가 바로 와닿는 차이점이 아닐까 싶네요. 530e는 시승해보지 않아서 주행 관련해서는 딱히 비교해보진 못했습니다.

1. 연비는?

아시다시피, E300e가 그렇게 연비가 좋은 편은 아닙니다. 

공시스펙 기준, 전비 2.5km/kWh에 복합연비 10.3km/l 로, 다른 전기차나 PHEV에 비해서 떨어지고, 일반 휘발유차 보다도 나쁜 스펙을 보여주니까요.

그래도 평소 제 운행패턴으로 나쁘지 않은 연비를 보여주고 있어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제 출퇴근 왕복 약 45km를 한번 충전으로 거의 전기로만 주행 가능한 정도의 전비를 보여줍니다.

1월에 히터 23도로 틀었을 때 평균 3.5km/kWh 정도가 나왔고, 요즘에는 아무리 막혀도 4km/kWh를 내려가지 않네요. 

최대 5.1km/kWh까지 나온 적도 있습니다.

물론 다른 PHEV나 전기차에 비해 좋지 않은 수치이지만, 2,000kg이 넘는 차체를 움직이는 데 이정도 전비면 나름 선방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휘발유로 주행 시에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연비를 보여줍니다.

지난 설에 완충 후 약 300km 장거리 주행 시에도,  110km/h 크루즈로 16.7km/l 의 연비를 보여주어서 고속주행에도 나쁘지 않은 연비라고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전기가 바닥이 났을 때 단거리 주행에는 연비가 상당히 나쁘긴 하지만, 매일 충전이 가능한 환경이라 아직까지는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일반 내연기관과 비교해서, 막히는 도로에서 훨씬 좋은 연비를 보여줍니다. 

막히는 상황에 배터리 용량이 10% 이하여도, 20km/h 이하로 급가속만 피하면 거의 전기모터로만 운행 가능할 수 있어서, 기름을 거의 소모하지 않습니다.

2. 주행감은?

사실 E300e는 연비로 선택하는 차는 아니라고 생각이 듭니다.

니로나 아이오닉 같은 소형 PHEV 차량이 훨씬 더 높은 연비를 보여주고, 충전을 못하는 상황에서는 렉서스나 현대의 일반 HEV 차량에 비해 장점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충전 인프라가 뒷밤침된 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전기모터가 100% 개입이 가능한 상황에서는, 냉간 시 4기통 가솔린 터보의 진동과 소음을 전기모터가 모두 커버해주고, 특히 저속에서 전기모터가 부드럽게 가속해주는 것이 주행감을 끌어올리는 가장 주된 요소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더욱이, 주행 중에 엔진이 개입할 때의 이질감이 전혀 없어서 마치 엔진과 모터가 기어변경하는 듯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느낌이 주행감을 높혀주는 데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이전 차량의 ISG 같은 경우에는, 스타트모터가 매번 엔진을 시동하는 느낌이 아주 이질적이어서 막히는 구간에서는 거의 사용을 못했는데요.

E300e의 경우에는 처음 출발 시에는 모터가 차를 움직이고, 엔진이 언제 켜졌는지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서, 정지와 출발이 전혀 불편함을 주지 않습니다.

(마일드 하이브리드나 일반 HEV차량에도 동일한 기능이 있기 때문에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이전 차량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다른 부분이라 언급했습니다.)

또 기존 E300 ex와 동일한 주행감을 보여주면서, 추가로 모터가 개입할 때의 주행감이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평소에도 가능하면 엔진보다는, 충전해서 전기모터로만 주행하려고 하게 되네요.

특히 아침에 주차장에서 첫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빠져나올 때, 진동과 소음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로 부드럽게 가속하는 그 느낌이 정말 좋습니다. 

한번은 날씨가 아주 추울 때, 전기모터 대신에 엔진으로 시동이 걸리고 주차장을 빠져나올 때가 있었는데요. 

냉간 시의 엔진 진동과 소음이 그렇게 큰지 처음 알았네요. ㅎㅎ

가속 성능은 아직까지 길들이기 중이라 Sport+모드를 사용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네요 ㅎㅎ 

평소에는 거의 컴포트 모드로 다니게 됩니다. 그래도 전기모터의 가속성능은 80km/h 이하까지는 충분하다고 느껴집니다.

3. 단점은?

운행하면서 느끼는 것은, 전기 주행거리가 좀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그마나 현재는 회사 주차장에서 바로 충전할 수 있어서 다행이지만, 매일 충전해야 하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구요.

그래서 벌써부터 다음차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ㅋㅋ

아직까지는 전기차는 메인보다는 세컨으로 더 적합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다음 차량으로 GLE 350de와 미니일렉트릭 조합을 꿈꾸고 있습니다. ㅎㅎ

GLE 350de는 31.4kWh 배터리에 급속충전도 가능해서 PHEV로 딱 좋은 성능이 아닌가 싶어요.

그외에는 벤츠 9단미션의 고질병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감속 시에 3단->2단 변속 충격이나 울컥거림이 가끔씩 발생하는 게 걸리네요.

또 회생제동 때문인지 브레이크어시스트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가끔씩 브레이크가 일정한 답력으로 작동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어떨 때는 약간만 밟아도 멈추는데, 어떤 경우에는 더 깊게 밟아야 하는 경우도 있구요. 이건 아직까지 잘 적응이 안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