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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붑니다.
이번 바람은 바다 건너에서
검은 야크떼를 몰고 왔습니다.
감이 떨어진 저는
이 바람이 어느 정도일지
예측을 못합니다.
저녁이 되자 바람이 점점 거세집니다.
등포에 상륙을 하자 폭풍으로 변합니다.
* 후덜덜한 할인률
* ISPO금상
* 750필파워
* 9:1 솜털 깃털비율
* 그물망 더블스티치스루...
모니터를 응시하며
재고가 줄어드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이것은 나와의 싸움입니다.
* 나는 마모트 녹지가 있어.
* 랩 뉴트리노 엔듀런스+ 도 있다고.
* 마하 고스트위스퍼러도 있고
* 파타 피츠로이도 있어.
* 마모트 아마다블람, 8000M파카는 어쩌려고.....
아냐, 저정도급의 물건은 저 가격에 다시 못구해.
니 옷장을 봐. 옷 넣을 공간도 없잖아.
...
나와의 힘겨운 전투를 치루는 동안
하나씩 하나씩...
사이트는 회색빛 품절로 바뀝니다.
새벽까지 전투를 치르다 지쳐
어느새 잠이 듭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폭풍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실감이 납니다.
나와의 전투에서 이겼으나
하나도 기쁘지 않습니다.
마치 뭔가에 홀린 사람마냥
의미없는 인터넷 클릭을 합니다.
* 일시품절.
* 본상품은 품절되었습니다.
* 현재 구매가 불가능한 상품입니다.
* 재고가 부족하여 주문할 수 없습니다.
클릭끝에 이런 문구를 볼 때마다
가슴이 먹먹합니다.
뜬금없이 올라오는
'소량 풀렸어요' 에
가슴이 설레기도 하지만
들어가보면 이미 품절.
굼뜬 나한테까지
순서가 올리 없지요.
의미없다는 걸 알면서도
다시고침과 클릭으로
이렇게 하루가 또 갑니다.
이제 실수령 사진이 올라옵니다.
사진의 고운 때깔이
밤새 진정시켰던 가슴을
다시 후벼팝니다.
* 하늘색 세련되고 이쁘네~
*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머스타드 주문할껄~
* 초코도 생각외로 괜찮네~
이제는 무기력하게
다시고침과 클릭을 합니다.
폭풍이 강타한지 벌써 이틀이고 주말이니,
이삭줍기도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강박적으로 하고있는
다시고침과 클릭은
무엇을 위한 걸까요.
앗! 다시고침에 얻어 걸렸습니다.
1분전까지도 없던 '재고 플렸습니다' 가 나타났습니다.
링크타고 가보니 색깔 사이즈 선택가능~
오예~
파랑 할까? 머스타트할까?
100으로 할까? 105할까?
가슴은 두근두근,
동공이 열리면서,
뇌는 빠른속도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이틀간의 기다림을
이렇게 보상해 주는구나 하는 기쁨에
이색 저색, 이사이즈 저싸이즈 넣어봅니다.
글 올라왔으니 빨리 결제 해야지.
고르고 있을때가 아니야.
결제 하려고 보니
SSG 로그인이 안됩니다.
'아이디/비밀번호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다시입력해 주세요'
아.. 뭐였지?
이거였나?
1년넘게 안들어가던 사이트다 보니
기억이 안납니다.
마음도 급한데 이제
'자동입력 방지문자' 까지
입력하라고 합니다.
안되겠다. 치트키
'아이디 비밀번호 찾기'
빛과 같은 속도로 타이프
아이디를 찾아내고,
비밀번호도 새로 설정합니다.
매진행렬 중에도
다행히 아직 머스타드는 남아있습니다.
작다는 얘기가 있으니,
105를 주문합니다.
이런..
주소가 옛날 집주소입니다.
주소 수정....
그 사이 105가 품절됩니다.
마음이 급해집니다.
머스타드 100으로
수정된 집주소 적용하고
카드결제!
무사히 카드번호 입력~
엔터~
'품절되었습니다.'
맥이 탁 풀립니다.
대란을 준비하는 자세가 안됐다는
자책이 밀려옵니다.
* 좋은 물건을 알아보는 안목.
* 재고 보유량과 사이트 특성에 기반한 주문 성공 가능성.
* 반품 올라올 시간과 장소에 대한 예지력.
* 로그인 대기에 원스탑결제의 순발력.
등포 입문하면서 갈고닦았던 능력들을
한동안 너무 풀어놓았나 봅니다.
사자는 토끼 한마리를 사냥할때도 최선을 다하는데...
보유하고 있는 옷이 있다고
너무 안이해졌습니다.
등포를 처음 접했던 풋풋했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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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oloriㅇㅁ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