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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빠른생활 입니다.
결혼 후속처리를 하느라 바빠서 댓글은 간간히 썼는데
본격 후기글은 참 오랜만에 쓰는 것 같네요.
작년 7월, 본 글과 비슷한 제목으로 글을 올렸었습니다.
'롬스달세겐' 이라는 아찔한 절벽 코스 이야기였는데요,
사실 그에 이어 재작년 방문했었던 로포텐을 다시 찾았지만
결혼하고 먹고사느라 미처 이야기를 마무리하지 못했었습니다.
(재작년 로포텐 이야기 :
어찌어찌 최근에 겨우 흐릿해져 가는 기억을 살려
블로그에 기억 정리를 끝마치게 되어,
등포에도 작년에 시작한 이야기를 마무리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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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스달세겐 하산 후 심야기차를 타고 북쪽 보되로 이동,
보되에서 로포텐 제도의 모스케네스항으로 들어가는 배를 탑승합니다.
멋진 빛내림 너머로 드디어 일 년 만에 다시 로포텐을 마주합니다.
 
로포텐을 대표하는 명소,
레이네브링겐은 상당히 가파른 코스이지만,
작년과 달리 땅이 젖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정상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 비 오면 정말 난리 납니다..
된비알 뻘밭에 낙석 구간까지;;)
빡센 오름질 끝에 돌연 뻥 뚫리는 개방감이란!
정말 극적인 순간을 마주할 수 있는 코스입니다.
날씨가 좀 흐리네요. 바람도 많이 불었습니다.
참고로 이 때 시간이 대략 밤 열 시 경.
백야에 가까운 시즌이기 때문에 아직은 훤합니다.
해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산 너머로 숨었다가 새벽녘에 다시 올라옵니다.
반의 반 평 좁은 공간에 비비를 치고 아래 절경을 내려다보니,
정말 감회가 새롭더군요.
'내가 다시 여기에 있구나'
라는 느낌이 확 와닿았습니다.
마치 토르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어마무시한 풍경이
바로 이 날 밤 저만을 위해 준비된 풍경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눈 뜨고서 바로 찍은 모습입니다.
나름 바로 옆의 바위가 바람막이 역할도 해주었던
명당자리 였습니다 ㅋㅋ
맑은 날씨 아래에서의 레이네브링겐 풍경입니다.
비현실적 풍경에 제 비비를 살짝 한 숟깔 얹으니
뭔가 좀 뿌듯하네요 ㅋㅋ
로포텐은 공기가 워낙 맑기도 하고,
북극권이라 빛의 각도가 낮아서 그런지
물 색깔, 바위 빛깔, 산의 색깔이 모두 참 아름다워요.
툰드라 지형이라 식생이 이끼류라 그런 탓도 있는 것 같구요.
별도의 보정을 하지 않아도 사진이 정말 잘 나옵니다.
주변 경치도 쓱 한 번 돌려보고,
기분 좋아서 포즈도 취해봅니다 ㅋㅋ
하산 후 마을에 들러
로포텐 특제 휘스케버거(=피쉬버거)를 먹었어요.
로포텐에 오시면 이건 꼭 먹어주셔야 합니다.
걍 Circle K 라고 하는 주유소에 딸린 편의점에서 파는 건데
황금어장 로포텐에서 직접 낚은 생선 순살이 꽉꽉 차 있는
제대로 된 피쉬버거입니다.
이제 버스를 타고 다른 마을로 이동합니다.
레이네브링겐 근처에도 멋진 산군이 많아서
일주일 정도는 넉넉히 탐험할 수 있지만,
작년에 이 쪽을 주로 구경했기 때문에
요번에는 옆 지역으로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여기서부터 아래로, 전부 그냥 버스 안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NTR(National Tourist Road)로 지정 된 E10도로를 따라 가면
정말 믿기지 않는 풍경들이 창 밖에 펼쳐집니다.
그냥 아무 곳에서나 덜컥 내려서
텐트 치고 하룻밤 캠핑하고 싶은 비주얼입니다.
노르웨이는 만인의 자연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아주 중요하게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사유지를 침범하지 않는 한 어디에서든 자유롭게
텐트치고 화식을 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인구밀도가 아주 낮고
머문 자리는 당연히 깨끗이 정리하는 등
시민의식이 매우 높은 사정상 가능한 것이겠지요.
로포텐 두 번째 목적지는 오퍼쇠이커먼 이라는 산입니다.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있어서,
내린 후 쉽게 들머리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식생이 주로 이끼류이거나 낮은 관목이기 때문에
조금만 올라가도 시야가 탁 트입니다.
이 곳도 그리 어렵지 않게 올라올 수 있습니다.
조금 유순한 남쪽 등로 쪽 사면과는 다르게
반대편 북쪽으로는 깎아 지른 절벽입니다.
정말 멋지지 않나요?
로포텐 하면 레이네브링겐이 가장 유명하지만,
여기 정말 아무 산에나 대충 올라가도 진짜 다 멋집니다.
보통 원정트레킹이라고 하면,
TMB, 히말라야 트레킹, 까미노 데 산티아고, PCT, 쿵스레덴
등과 같이 정해진 장거리 코스를 쭉 이어서 걷는 것이 일반적인데
로포텐에서는 모든 사람이 같은 길을 걷지 않아도 됩니다.
로포텐은 하나로 쭉 이어지는 장거리 코스가 아니라
다수의 하루이틀 코스들이 마을을 중심으로 모여 있기 때문에
각자의 체력에 따라, 짐의 무게에 따라, 주어진 휴가 일정에 따라,
그리고 욕심에 따라 다양한 코스를 다양한 일정으로 이어붙여서
자기만의 여행을 만들어 갈 수가 있습니다.
한 코스를 다녀올 때마다 마을에서 물자를 보급 받을 수 있으므로
늘 배낭도 가볍게 챙길 수 있고, 위급상황에 대처하기도 쉽죠.
실제로 저도 요기서 하룻밤 잔 후에,
다음날은 저어기 건너편에 보이는 산으로 점프해서
하루를 더 보냈습니다.
만약 휴가 일정이 더 길었다면
그 옆에 산을 또 하나 더 오를 참이었죠 ㅎㅎ
드론샷이 아닙니다.
제 두 발로 걸어 올라온 깎아지른 절벽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찍은 사진입니다.
아찔한 고도감과, 그에 비례한 상쾌함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곳이에요.
내려다보니 가운데 물이 있는 자그마한 섬이
로빈슨크루소 같은 모험을 탐하려는
뇐네의 숨겨진 동심을 자극합니다 ㅎㅎ
오늘 밤은 요기 반의 반 평을 빌리기로 합니다.
행여나 떨어질 염려는 안 하셔도 됩니다.
밑의 매트 때문에 맨땅에서 구르려고 해도 안 굴러집니다.
이제는 부양가족이 있어서 이 정도도 어렵겠지만요 ㅎㅎ
정말 더 바랄 나위가 없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본인이 무슨 위대한 개츠비라도 된 마냥
세상 다 가진 것처럼 날뛰던 모 가수도
이런 기분은 결코 느껴본 적이 없을 꺼에요.
이게 정말 세상 다 가진 느낌이죠 하하..
이 지역의 중심지인 레크네스 시가 한 눈에 내려 보입니다.
레이네브링겐이 위치한 모스케네스 섬은
정말 삐죽삐죽 험준한 지형인데,
그나마 이 쪽 베스트보그 섬에는 평야 지대가 있어요.
그래서 저렇게 국내선 공항까지 있는
도시가 발달할 수 있었던 거겠죠.
아 물론, 저기 레크네스 공항으로
착륙하는 항공편은 매우 비쌉니다.
그래서 저는 늘 보되나 나르비크를 경유해서
배 또는 버스를 타고 들어오죠 ㅎㅎ
북쪽만 멋진 레이네브링겐과 다르게,
오퍼쇠이커먼에서는 동서남북 네 방향 모두 멋집니다.
남쪽으로는 마치 마테호른을 연상시키듯
이쁘게 바짝 솟은 Skottinden 삼각봉이
머리에 뾰족 구름을 쓰고 있네요.
"저게 무슨 마테호른이냐!" 라고
승질 내지 말아주세요~ㅋㅋ
실제로 유럽에서 로포텐 지역의 별명이
'알프스를 바다에 담궈둔 곳'이라고 하니깐요 ^^;;
오늘의 저녁은 로포텐산 훈제연어입니다.
조촐하지만, 아직도 그 맛과 함께한 풍경까지 어우러져서
혀 끝을 감도는 정말 특별했던 한 끼 였어요.
자고 일어나서, 이번에는 라면이랑 누룽지를 한 냄비 끓입니다.
바람이 좀 불었는데, 뭐 까이꺼 캠프라인 바람막이면 충분하죠.
경량이 생명인 비피엘러에게 별도 바람막이는 사치입니다.
이 집 풍경이 소화가 절로 되네요 ^^
요번 로포텐 마지막 산행지는 머넌(Mannen) 산입니다.
위의 오퍼쇠이커먼에서 북쪽으로 딱 보이는 곳입니다.
오르는 길에 하산하는 가족을 마주쳤는데,
너무 보기가 좋더라구요.
뭔가 등포 창님 생각도 좀 나고..
저도 나중에 애 낳으면 저렇게 업고 다니고싶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사진이 생각보다 고도감이 없게 나왔는데,
실제로 꽤나 높이 올라온 지점입니다.
사람과 산 아래 집의 크기를 비교해보시면
원근감을 짐작하실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등로는 처음에 산 허리를 치고 올라오다가,
반대편 해변이 보이는 능선부를 딛고 서면
능선을 따라 서서히 고도를 높이게 됩니다.
사실 능선이라도 그렇게 만만하기만 한 코스는 아닙니다.
로포텐에서 능선이라 하면 거의 이런 식입니다.
완전 공룡능선...
땅의 힘이 엄청나다는 생각이 드는 험준한 지역입니다.
한 8부쯤 올라왔을까요?
꽤나 멋진 바위가 있길래
'그냥 여기 위에 오늘 박지 틀까'
잠깐 고민하다가
일단 정상은 찍기로 하고 계속 올라갑니다.
크.... 역시 끝까지 올라오길 잘 한 것 같습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로포텐은 그냥 아무 산에나 올라가도 거의 다 멋집니다.
절대 오른 고도를 배신하지 않는 곳이에요.
로포텐 마지막 잠자리입니다.
그 잠자리에서 본 풍경이구요 ^_^
절경을 내려다보며 맥주도 한 잔 합니다.
돌이켜보니 정말 인생맥주였던 것 같습니다.
(아래에 공간 있습니다 ^.^;;)
열한시가 넘었는데, 이제서야 석양이 지기 시작합니다.
태양은 떨어지지 않고
북쪽 바다 건너편 수평선 언저리를 동쪽으로 동쪽으로만 흘러갑니다.
어느덧 제가 있는 머넌(Mannen)산의 그림자가 남쪽 바다를 뒤덮었습니다.
우측 멀리 보이는 산군들이 바로 모스케네스 섬입니다.
그 중 가장 가까이 보이는, 잔설이 남은 높은 봉우리가
Stornappstinden이라는 곳인데,
저 곳도 조망이 뛰어나서 다음에 재방문하게 되면
꼭 한 번 올라보고 싶은 곳입니다.
정면으로는 베껀(Veggen) 산의 직벽이 우뚝 솟아 있네요.
북쪽으로는 어느새 양떼 구름이 내려 앉았습니다.
낮게 깔린 구름 사이로 밤 열두시의 늦은 햇살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5월의 로포텐은 참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네요.
이 날은 해가 1시에 져서 1시 20분에 뜬다고 하더군요.
일출 일몰을 구경할까 하다가, 구름이 더더욱 짙어져서
그냥 마지막 잠을 청합니다.
이튿날 아침, 온통 운무가 가득합니다.
정면의 베껀 산은 묵직한 구름 모자를 썼네요.
아쉽지만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하산 후 레크네스로 복귀하여,
나르비크 공항을 거쳐 국내선으로
밤 열 시 경 오슬로 공항에 도착합니다.
귀국행 비행기는 다음날 오전에 출발하므로,
마지막 비행기 손님까지 모두 빠져나가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누구를 방해하지도 않는,
아무도 없는 도착 게이트 근처 구석탱이에서
공항노숙을 합니다.
이렇게 두 번째 로포텐 여행이 끝이 났네요.
두 번이나 다녀왔지만,
저에게 가고 싶은 여행지는 언제나
"다시 로포텐!" 입니다.
올해는 글렀지만 내년에 꼭 다시 방문할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 있습니다.
* 지난 (상) 편에서도 적은 내용이지만
요번 노르웨이 여행에서 쓴 비용은 항공 포함 토탈 140만원 선입니다.
비박으로만 다니다보니 크게 아끼지 않았음에도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보다 자세한 이야기나 여행정보가 궁금하시다면
제 블로그 포스팅을 살짝 들러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레이네브링겐 편 : http://quasariii.blog.me/221469543212
- 오퍼쇠이커먼 편 : http://quasariii.blog.me/221490700011
- 머넌 편 : https://quasariii.blog.me/221494362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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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경관이 엄청나네요.. 정성스런 글 잘봤습니당
늘 다시 가고픈 너무나 멋진 곳이랍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