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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무박 화대종주 도전일지
조치원역에서 21시43분 구례구행 열차에 몸을 싣습니다.
23시35분 구례구역에 도착을 했는데 이런 젠장 택시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경우가 없었는데? 순간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구례군 택시를 검색해서 호출합니다.
택시 기사님 말씀을 빌리자면 코로나19 때문에 등산객이 거의 없답니다.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으리...
준비도 열심히 했고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라는 생각으로 한발한발 내딛습니다.
아시다시피... 겁나게 무섭습니다.
05시 삼도봉에서 맞이하는 일출입니다.
작년과 비슷한 속도에 이번에도 실패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과 두려움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네요.
날씨가 조금 흐리고 구름도 많아서 산행하기에는 적합했지만 사진이 잘 찍히지 않았네요.
아무리 스맛폰이지만 제 손이 똥손이라 그런가 봅니다.
보통 노고단 대피소 3시출발, 연하천까지의 거리는 10.4km
화개재, 토끼봉을 제외하면 70% 이상은 거의 평지나 완만한 오르막 내리막의 반복인데
왜 3시간 언저리에 주파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연하천에 6시30분 안에 도착하자! 했는데... 아!휴... 6시47분경에 도착을 했네요.
이 구간에서 시간을 좀 세이브 해야 하는데 말이죠.
화엄사 계곡에서 만난분을 15분 정도 기다리다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그냥 출발 했네요.
세석 대피소에 11시에만 도착하자! 그러면 무조건 성공이다.
11시 세석... 11시 세석... 이것만 계속 되뇌이며 걸었습니다.
작년처럼 중간에 중산리로 하산하지 않고
해가 진 다음에 밤늦게 하산하더라도 포기하지 말자. 이번에는 기필코 해낸다.ㅋㅋ
그깟 무박 화대종주가 뭐라고? 이리 비장했단 말인가?
얼마나 간절했단 말인가? 칠선봉~영신봉의 심장마비 유발계단인 174계단을 쉬지 않고 한번에 올랐네요.
세석에 10시 56분에 도착을 했습니다. 일단 1차 목표는 달성 했습니다.
작년의 실패 요인 중 하나가 페이스 조절 명목으로 중간중간 너무 많이 쉬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져온 도시락을 간단히 먹고, 뽀송뽀송한 새양말로 갈아신고 서둘러 장터목으로 출발합니다.
그래도 25분 정도 쉬었네요. 작년에는 1시간을 머물렀었는데...ㅎㅎ
똥손이 찍은 오늘 건진 몇 장 안되는 사진 입니다.
촛대봉에서 바라본 제석봉, 천왕봉
그리고 연하선경의 아름다움은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10분 넘게 머무르며 사진도 찍고 음악도 듣고 사치를 좀 부렸네요.ㅎㅎ
당초 계획했던 시간보다 30여분이 늦은 13시54분에 천왕봉에 도착을 했습니다.
장터목에서 바라봤을 때는 시야가 괜찮았는데 시시각각 변하는 천왕봉의 날씨답게
제가 올랐을 때는 바람도 불고 시야가 썩 좋지는 못했네요.
10분 정도 머무른 다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늘의 마지막 코스 치밭목~대원사 방향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두번이나 타본 코스지만 천왕봉~중봉 코스는 적응이 안되네요.
그래도 생각보다는 빠른 시간안에 주파를 했습니다.
중봉~써리봉 사이에서 만난 60대 후반의 노부부가 오늘의 하이라이트 구간을 이끌어? 주셨습니다.
연세도 많으신 분들이 성큼성큼 내딛는 발걸음이 마치 산신령의 축지법?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내 다리가 남의 다리인 것처럼 느껴졌지만 솔직히 말해서 악으로 깡으로 버텼습니다.
와~ 내리막길에서 저렇게 내리치는 속도는 정말 처음이었습니다.
덕분에 30분 정도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18시50분 진주행 버스를 탈 수 있었습니다.
새재삼거리에서 헤어지면서 감사하다고 두번 세번 인사를 드렸네요.
혼자였다면 절대로 시간안에 못 내려왔을 겁니다.
치밭목 대피소 직원에게 대원사에서 진주가는 막차가 몇시냐고 물어보니
코로나19 때문에 시간표가 바뀌었다. 아마 19시일 겁니다.라고 이야기 해주더군요.
18시30분 아니에요? 라고 되물으니 바뀐지 한참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애초에 18시30분까지 하산할 자신이 없어서 막차를 놓치면 진주까지 택시를 타거나
대원사 부근에서 1박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었는데 살짝 욕심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치밭목대피소~유평~대원사까지의 종전 기록이 3시간20분이었는데
2시간30분 안에 주파해 보기로 마음을 먹고 출발했습니다.
치밭목대피소에서 새재삼거리까지는 아시다시피 길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잖아요?
탐방로가 아니라는 안내표지판과 탐방금지를 알리는 하얀 표식줄이 전부인 너덜길...
비가 오기라도 하면 길을 잃을 것 같은 그 엉망진창 길을 한달음에 내달렸습니다.
치밭목에서 10분 정도 먼저 출발하신 부부와 화엄사에서 03시에 출발한 세명의 여성분이
무제치기 폭포에서 사진을 찍고 내려오더군요.
아~ 부럽다. 나는 무제치기 폭포에 언제 가보나?ㅠㅠ
새재삼거리에서 노부부께 인사를 드리고
세명의 여성분에게 또 추월을 당하고...ㅠㅠ
혼자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깁니다.
으악~ 정말...
내가 왜 이짓을 하고 있을까?
다시는 안 온다. 아니구나! 무제치기 폭포 보러 한 번 더 와야겠구나?!ㅋㅋ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오로지 모든 신경은 19:00 진주행 버스에 매몰되어 있었고
그런 와중에 500m 간격의 표지판을 통과할 때 마다 유평리 도착 예정 시간을 머릿속으로 계산합니다.ㅋㅋ
유평리까지 2.0km 표지판이 나오면 거기부터는 무조건 내리막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일단 그곳까지 쉼 없이 달립니다.
2.0km 표지판 이후에는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어떻게 내려왔는지 기억이 나질 않네요.
마치 시간이 멈췄던 것처럼 멍~한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유평리 마을에 도착해서 집에 계신 어머니께 무사히 하산 했다는 연락을 드리고
대원사 앞 화장실까지 쉼없이 또 걸었습니다.
화장실에서 거의 다 벗다시피...ㅋㅋ 해서 대충 씻고~ 닦고~
옷을 갈아 입고 나오는데... 부슬부슬 비가 살짝 내리네요.
이런 젠장~ 세상에 마음대로 되는게 하도 없구나!!!ㅋㅋ
18시52분에 삼장분소 앞 버스정류장에 도착을 해서
매점 아저씨게 여쭤보니 18시50분 아직 버스 안들어 왔답니다.
아~ 성공 했구나!!!
밤 12시 전에 집에 들어갈 수 있겠구나!!!
오직 그 생각뿐...ㅋㅋ
멍~ 한 상태는 버스안에서도 계속~
진주 시내에서 저녁을 먹을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00시08분 화엄사 출발
07시02분 연하천 출발
11시22분 세석 출발
14시00분 천왕봉 출발
16시00분 치밭목 출발
18시18분 대원사 도착
진주에서 저녁을 먹고 대전으로 이동
집에 도착을 하니 23시 55분
24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도 안나네요.ㅎㅎ
산행중에 섭취한 음식물을 정리해봤습니다.
이번 산행의 교훈은
무조건 먹어라! 쉼 없이 먹어라! 특히 당분과 탄수화물을 먹어라!
속이 안 좋으면 소화제를 먹어가면서라도 계속 먹어라.
에너지 젤을 처음 먹어봤는데 효과 좋더군요.
포도당 캔디보다도 효과가 좋았습니다.
노고단 대피소에서 먹은 김밥과 세석에서 먹은 도시락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산행을 마치고나면 엄청 힘들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완주하고 나니 힘든것 보다는 해냈다는 성취감이 더 컸습니다.
돌뿌리를 걷어차서 생긴 엄지발가락 피멍
왼쪽무릎과 오금의 통증 그리고 종아리, 허벅지의 근육통
그 이외에는 전반적으로 상콤한 상태 입니다.
발가락에 물집도 전혀 잡히지 않았고요.
준비한 만큼 큰 성취를 얻을 수 있었던 산행이었고요.
살면서 한 번 쯤은 해봄직한 일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대원사로 내려오면서
이 코스로 다시는 내려오지 않으리라 다짐 했지만
무제치기 폭포에 다녀오지 않았다는 것에 아쉬움이 남아
언젠가 한 번은 다시 가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긴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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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다람쥐
-클라이밍
고생하셨습니다.
18시간 후덜덜
추천 꾹.
고맙습니다.
기록상으로는 아주 평범한 산행이라고 생각해요.
워낙에 등력이 좋은 분들이 많으셔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