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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 마침 회사가 쉬어서 이 김에 광청종주나 해볼까해서 이른 아침에 길을 나섰죠.
원래는 광교가는 버스 정류장 앞에 편의점이 있어서 거기서 이것저것 좀 사가지고 갈 생각이었죠. 물은 집에서 준비해갔고요.
근데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더니 저쪽에서 버스가 오고 있더라고요. 20분정도에 한 대 오는 버스라 이것저것 생각할 것 없이 그냥 바로 탔어요.
내려서 사야지 했는데 경기대를 넘어서 반딧불이 화장실에 도착할 때까지 편의점이 안나오더라고요.
원래도 산행 중에 뭘 거의 안 먹고 다녔고, 지리산 종주길 30km 넘게 걸으면서도 삼각김밥 정도만 먹고 다닌 적도 있어서 뭐 그냥 가자 하고 출발했습니다.
형제봉 좋았고 비로봉, 광교산(시루봉)까지 가볍게 갔습니다. 광교산에서 하마터면 고기리쪽으로 갈 뻔 했는데(올라온 길 말고 정상에서 나가는 다른 길은 그쪽 뿐이라..) 뭔가 느낌이 쌔~해서 다른 분에서 여쭤봤더니 다시 내려가서 통신탑쪽으로 가야한다더라고요. 혹시 나중에 가실 분 있으시면 참고 하시고요.
백운산, 바라산, 발화산, 영심봉까지도 잘 갔습니다. 근데 느낌이 뭔가 좀 이상하더라고요. 뭐랄까, 무협소설식으로 얘기하면 단전이 허해지는 느낌?
하오고개를 내려서면서부터 자꾸자꾸 기가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더구만요. 그래도 그나마 계속 내리막길이어서 그러저럭 괜찮았었는데..
국사봉을 올라가다보니 이거 뭔가 확실히 잘못됐구나 싶더라고요. 몸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져요 ㅠ
딱 느낌이 오더라고요. 아... 이게 전에 자전거 탈 때 사람들이 자주 얘기하던(그땐 뽐뿌 자포도 참 흥했었는데..) 봉크로구나....
그렇게 자전거 타면서도, 여태껏 산에 다니면서도 경험한 적이 없었던 봉크라는게 이런 거구나...
국사봉 올라가면서는 거의 5분 올라가고 5분 쉬고를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딱 이수봉까지만 가야지하면서 한참을 쉬고 다시 이수봉까지....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실 국사봉 - 이수봉 구간은 그냥 평범하잖아요. 근데 그 길이 어찌나 힘들던지 ㅠㅠ
사람이 사는 게 먼저다 싶어서 이수봉에서 내려가기로 했습니다.(사실 그 전부터 내려가려고 했지만 집에 가려면 의왕이나 성남보다 청계산 입구로 가는 게 최단이라 무리를 해서 이수봉까지 간 거였죠.)
이수봉 바로 밑 평상에서 거의 20분은 드러누워서 회복했던 것 같아요 ㅠ
그리고 옛골을 향해 내려서기 시작했는데... 와... 이제는 내리막길도 죽겠더라고요. 다리의 근육이 아픈 것도 아닌데 힘이 없어서 걷지를 못하는... ㅜ
역시나 쉬는 시간 반, 걷는 시간 반 하면서 내려가는데 저쪽에서 어떤 부부께서 올라오고 계시더라고요.
쪽팔림을 무릅쓰고 솔직하게 구걸을 했습니다. 제가 지금 당이 떨어져서 거의 쇼크가 올 것 같은데 당보충 할만한 거 없냐고요.
사탕이나 에너지바 같은 게 있으면 제일 좋았겠지만 그래도 망설임 없이 포카리 한 병을 쾌척해주셨습니다. 거기에도 당분이 있으니 도움이 될 거라고....
500ml 한 병을 거의 원샷하다시피 하고 좀 쉬니 살짝, 아주 사알짝 회복이 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여기서 더 지체하다간 진짜 죽겠다 싶어서 죽을 힘을 다해 옛골로 내려가서 겨우겨우 집에 갈 수 있었습니다.
정말 하오고개 ~ 국사봉 ~ 이수봉 ~ 포카리 보급전까지는 세상에 광청종주하다가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을 만큼 힘들었어요 ㅠㅠㅠ
청계산은 집 뒷산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었는데 ㅠ
이번 구사일생의 교훈
1. 보급은 필수, 먹던 안 먹던 빵빵하게 챙기자
2. 봉크 안 오는 체질 없고 봉크 앞에 장사 없다. 자나깨나 봉크 조심
3. 산에서는 서로 돕자.(고마우신 부부님, 사람 목숨 하나 구하셨어요. 정말정말 복 받으실 거에요)
다들 안산하세요. 산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정말로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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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글 재미있게 쓰셨네요.전 오늘 청광다녀왔어요.
먹은만큼 간다라는 말이 쉬우면서 가끔 깜빡하죠.
전에 화대할때 점심안먹고가다 치밭목에서 봉크와서
죽는줄 알았어요.다행히 노란 맥심커피한봉 찬물에
타서 마시니 이후 한시간정도 힘이나더라구요.
수고하셨어요
산 많이 가고 한다고 안 오는 상황이 아니더군요.
청광은 하오고개에서 계단 올라가는 게 제일 힘들 것 같던데 대단하십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