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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전북권에서 살아서 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장계면 가는 21시 막차 버스를 타고 갔습니다
장계 터미널에 10시 반 좀 안되서 도착하고 근처에 야간 콜택시 하는 가게로 들어가 육십령까지 가달라 했죠
택시비 13500원 지불하고 딱 내리는데 안개가 많이 끼고 바람 불고 게다가 비까지 와서 이거 다시 내려가야하나 잠깐 고민했죠
여기 오려면 쉬는날 또 기다려야되고 다시 오려면 돈을 또 들여야되니까 일단 가기로 마음 먹고 출발을 강행합니다
(육십령휴게소 사진을 찍었는데 흔들려버려서 제대로 안나와서 이 사진으로 대체했는데 이것도 흔들렸네요)
산행시작 밤 10시 반입니다
전날 비도 오고 장수쪽은 오후에도 비가 왔었는가 바람 부니까 잎사귀에 쌓인 빗물이 바람에 그대로 맞아버려서
등산한지 얼마 안되서 거의 젖어버렸네요 바지쪽은 수풀이 우거져 물이 맺혀있으니 침수가 금방 되었죠
이런 상황을 알았더라면 우의를 챙겼어야하는건데 경험부족으로 시행착오를 겪게 되었져
가지고온 면장갑도 빗물때문에 밧줄이나 돌 만지면 금방 젖어버리더라구요 완코팅장갑이 절박했었는데 면장갑 뿐이었죠
11시 50분 할미봉 도착했습니다.
그래도 첫 봉우리라 그런지 이곳이 섬뜩하기보다 그래도 갈만 하구나 하고 기뻐했네요
바람이 어찌나 많이 불던지 이곳에서 간식을 먹고 사진 좀 찍다가 출발합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바지가 젖었어도 페이스는 그렇게 나쁘진 않았네요
02시 54분 서봉 도착
능선이라 그런지 가는 길에 바람이 너무나 많이 부네요
안그래도 다 젖었는데 바람까지 부니까 체온도 떨어지고 악조건이었네요
그나마 겨울잠바 입어서 상체는 그렇게 춥지 않았네요
두번째 봉우리에 왔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다는 걸 알기에 희망이 보이진 않았네요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은 총총 빛나고 화창했네요
4시 9분 남덕유산 도착
서봉에서 남덕유산 가는 길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는데
단지 바람 때문에 나무에 있는 빗물을 다 맞아버리고 길도 젖어있으니까
속도를 못내겠더라구요 중간에 바람 안 부는 곳에 앉아서 '아 이거 영각사 쪽으로 하산 해야하나' 하는 고민도 했죠
혹은 해 뜰 때까지 잠깐 눈이나 붙이고 있을까 했는데 시간도 많이 남아있고 체온이 떨어지니까 그냥 움직이자 하고
천천히나마 이동했네요
남덕유산을 내려오니 이제 바람도 잠잠해지고 밝아지고
이쪽 구간은 나뭇가지에 비 맺힌게 없어서 쾌적한 산행을 했네요
육십령 - 남덕유산 구간이 출발할 때 이런 조건이었으면 4시간 안에는 통과했을텐데
무려 6시간이나 걸려버렸으니 최악이었네요
곧 지나가야 될 삿갓봉도 보이고 좋네요
뒤돌아서 남덕유산을 찍어봤습니다
어둠 속에서는 정말 살벌하게 바람 불고 접근 허용을 어렵게 했는데
화창해지니 장관이긴 하네요 남덕유산의 위용을 느껴봤습니다.
6시19분 삿갓봉 도착
이 봉우리도 남덕유산처럼 가는 길 중간에 0.3km 올라가는 이정표가 따로 있어서
아 가지말까 하다가 그래도 첫 종주라서 올라가기로 합니다
젖은 옷도 좀 말라가네요
6시 49분 삿갓재대피소 도착
남덕유산 내려올 쯤부터 배가 고파왔는데 삿갓재대피소에서 밥먹기로 마음 먹고
부지런히 걸어 왔네요 직원분이 바깥에 있어 저에게 인사를 건네네요
가는 내내 저뿐이어서 사람이 무척 반갑기도 했네요.
싸가지고온 김밥을 먹고 잠깐 쉬었다가 무룡산으로 향합니다
저 계단을 넘으면 무룡산이 나오나봅니다
날씨고 깨끗하고 구름한점 없고 따뜻하고 이른아침 덕유능선 좋네요
남덕유산에서 포기 했으면 이런 광경을 보지 못했을텐데 포기않고 가기를 정말 잘했다 생각 듭니다.
8시 09분 무룡산 도착
처음 가는 길이라 언제 쯤 도착하나 여기만 넘으면 끝일까 하는 궁금증이 계속 생기네요
햇빛은 뜨겁진 않아서 등산하기 매우 쾌적했네요
앞으로 지나가야할 능선을 찍어봤습니다
저 멀리 왼쪽부터 설천봉 향적봉 중봉 나란히 보이네요
가야할 길이 아득하게 보이는데 언제쯤 도착할지 모르니 생각없이 걸어봅니다.
9시 18분 칠이남쪽대기봉 도착
봉우리 이름이 좀 특이 하네요
옆에 돌무더기 같은데가 봉우리이자 포토존인가봅니다.
이제 동엽령으로 갑니다
길이 정말 좋아서 향적봉을 조금이라도 빨리 가보려고
한 20분 간 뛰어가봅니다.
9시 57분 동엽령 도착.
버스 시간도 넉넉하게 확보 하려고 뛴 결과
예상도착시간보다 한 30분은 빨리 도착한 거 같네요
여전히 내 뒤에 오는 사람도 없고 앞에 지나오는 사람도 없고
적막하기만 하네요
저게 백암봉이겠지 하는데 아니더라구요
옆쪽으로 우회해서 지나가는데 살짝 허탈했네요.
11시 03분 백암봉 도착.
내 뒤에 따라오는 사람 한분 있었는데 오르막이 가파러서 그런지 안보이네요
햇볕도 이제 뜨거워지고 옷과 신발은 완전히 다 말랐습니다
중봉 가는 길에 핀 철쭉을 담아 봤습니다.
덕유 평전에 쫙 피어있었으면 장관 이었을텐데
군데군데 피어있어서 좀 아쉬웠네요.
이곳을 오니 중봉에 제법 사람이 많더라구요
이쪽으로 내려오는 등산객들로 즐비하네요
백련사에서부터 온 사람들인지 곤돌라 타고 오시는 분들인지는 모르겠지만요
11시 40분 중봉 도착.
중봉에서 바라 본 지나온 능선과 덕유평전이 아름답게 펼쳐져있네요
블로그 후기 사진으로만 보던걸 눈으로 직접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봄 산은 녹음이 짙네요
향적봉대피소를 지나니 밥 짓는 냄새가 나네요
점심시간이라 같이 온 일행끼리 밥 먹는 시간을 갖는 거 같습니다.
저는 혼자 종주 산행러라 부지런히 걸을 뿐입니다.
12시 05분 향적봉 도착
곤돌라 타고 온 단체로 온 사람들이 있어서
사진 찍을 때 좀 기다렸네요
어떤 혼자 온 누님이 저에게 정상석 사진 부탁해서 같이 품앗이 하자 했죠.
곤도라로 2번오고 등산으로는 처음 올라 와서 행복했네요
한 20분 걸으니 설천봉에 다다르고
설천봉 cctv 인증놀이도 해봤네요
겨울에는 칠봉코스가 통제된다 해서 백련사로 통상 가게 되는데
그래도 육구종주 처음 가는 거라서 조금 어려운 코스를 택해봤네요
불과 세달전만해도 실크로드 상단 슬로프였는데 스키장을 걸으니 좀 신기했네요
슬로프를 지나 인월담 들머리로 향합니다.
3.4km만 가면 여정이 끝나가니 시원섭섭하기도 하고
이제 쭉 쉴 생각에 기쁘기도 한 이정표네요
13시 31분 칠봉 도착.
수풀이 우거져 능선이 아니라 그런지 날벌레들이 너무 많았네요
준비해온 선글라스 덕에 눈에는 안 들어갔는데 귓가에 자꾸 맴돌아서
시끄러웠네요 (다음엔 귀마개를 챙겨야겠습니다)
철계단이네요
준비 해온 면장갑을 끼고 난간대를 잡고 신속하게 내려갑니다
이 계단 말고 또 가파른 철계단이 나오는데
앞쪽으로 가면 무릎아프고 그래서 거꾸로 계단 두칸 씩 내려가니 수월하게 내려갔네요
돌계단도 간격이 너무 높아서 다리에 부하가 많이 걸리네요
조금만 가면 인월담 나오겠지 하는데 안나오더라구요
14시 33분 인월담에 도착
이제 내리막도 끝나고 더이상 올라갈 구간도 없고 끝이네요
다친 곳 없이 아픈 곳 없이 잘 내려와서 너무 다행입니다.
이쪽 길부터는 포장 된 길이라 돌 계단 흙길보다 훨씬 가기 수월했네요
네이버 지도상에는 여기서 구천동주차장까지 1.6km 55분 나왔는데 길이 좋아서
좀 빨리 지나간거 같습니다.
오후 3시에 구천동 주차장에 다다랐습니다.
전날 10시반부터 해서 16시간 반만에 육구 종주 대장정에 마침표 찍습니다.
다음에는 비 오고난 뒤에는 산행을 안해야겠습니다.
육십령에서 남덕유산까지만 통과하면 나머지는 길이 다 좋아서 수월하네요
등산포럼에서 여러 산행후기를 참조해서 가니까 도움도 많이 됬네요
하산 할 때는 '아 다시는 안온다 이제 등산 안한다' 다짐해도 몸이 회복되면
다음에는 어디를 가야하나 고민하게 되네요.
3대 종주중 이제 설악종주 남았는데 이제 한여름인데다가 비도 많이 올 날씨라 가을에나 계획을 잡아야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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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진 산행기 잘봤습니다.
오늘 종일 비가 내려 드라이브 나갔다가 고생만하고 집에 왔는데. 이 산행기 보고서 희안하게 기분전환이 되는군요. 수고하셨습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