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광 종주 9/1119

 서울 추모 공원 방향 청계산 등산로 정류장에 하차합니다. 마을버스에서 반은 등산객 같습니다. 가족도 있고, 어르신들도 계시고...

오른쪽 큰 길가로 돌아서 올라갈 수 있는 듯하지만 어차피 오를 거 바로 급경사로 직행합니다. 이윽고 평지가 나오네요.

부산으로 치면, 쇠미산이나 백양산 트레킹 코스같이 흙길이 쭉 이어집니다. 곳곳에 벤치가 깔려 있습니다. 여기서 흔들리면 안 되죠 😤

 굴바위산은 12분 만에 도착합니다. 중간에 중형견 데리고 온 가족도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고도가 낮다 보니 트레킹 코스로도 수준이 낮습니다.

 옥녀봉까지는 조금 숨이 가빠집니다. 35분 정도 걸린 거 같습니다. 쉬운 길 가운데 그래도 고도가 좀 있으니 쉬어갈까 생각이 듭니다. 연휴뿐 아니라 주말에도 서울의 주요 산에는 연령대와 성별 구분 없이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산의 주요 봉우리가 또 하나의 사회입니다.

심오한 얘기는 집어치우고 결국 또 아이스께끼로... 

수박바를 핥으면서 장사하시는 아저씨를 구경해 봅니다. 막걸리를 살얼음이 된 것 반과 냉장된 막걸리 반을 섞어서 2천 원 받으시네요. 마른멸치, 고추장은 서비슨가 봅니다. 다른 여성분이 파워에이드를 사는 걸 봤는데 꽤 얼어 있다는 반응을 보고, 또 배낭의 쾌적한 냉장을 위해 또 지출합니다. 파워에이드는 4천 원이네요. 얘는 뒤의 백운산에서 포션 역할을 제대로 해 줬습니다.

배낭엔 핫식스 2캔, 2리터 생수, 게토레이 페트 2병, 에너지바 4개, 편의점 김밥, 자두맛 사탕이 있었습니다.

옥녀봉은 덩치 큰 어느 산이건 있을 법한 봉우리 이름입니다. 정면에 뭔가 했는데 지난달 폭우가 오기 전 복날에 진을 다 빼게 했던 관악산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관악산은 유독 보는 재미보다는 올라가면서 우러러 보는 맛이 더 감칠맛 나는 산인 것 같습니다.(이리 말해도 실제론 두 번밖에 안 가 봄. 😩)

여기 오는 레깅스 부대부터 등린이까지 청계산을 찍으면서 언젠가 관악산-북한산으로 레벨업을 하겠지요? 청계산은 처음 와 보지만 초보가 오르기 참 좋은 산이네요. 오늘 날이 매우 흐려서 안 그래도 주변 경치 볼 게 없다던 산이라 손해는 아닌 듯합니다.

소나무도 희한한 애들이 많습니다. 왁스 바른 채 오토바이라도 탄 녀석 같아요.

 서초구에서 출발했는데 안내판은 과천이네요. 돈 좀 더 써서 새들마다 다른 울음소리도 들을 수 있다면 더 좋겠습니다.

청계천과는 관계없군요. 안 그래도 인근 천은 양재천이던 것으로...

 슬슬 계단이 나옵니다. 계단 지옥이라 들었기에 각오하고 왔심더! 😇

관악산은 한강 이남에선 형님 노릇 했네요.

무슨 계단이 이리 많아? 생각하면서 무식하게 그냥 쭉쭉 올라가는데 숫자가 있네요. 계단 숫자는 1290까지 본 거 같습니다.

올라오고 나니 여기가 깔딱고개였네요. 5시 방향 추모공원에서 빙 돌아 여기까지... 옥녀봉부터 매봉 사이 라인... 레깅스 부대가 제일 많은 공간이기도 합니다. 신발을 유심히 봤는데 운동화가 많습니다. 아마 그래서 여기가 많이 찾는 공간일 듯합니다. 남산도 흙 밟기 힘들잖아요? 죄다 아스팔트 아니면 데크계단이니까...

매바위로 가는 길에 돌문바위가 있네요. 여길 3바퀴 돌면 소원이 이루어진대나... 해설사 아닌 분의 해설을 지나가다 귀동냥으로 듣습니다. 반드시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래요. 정치인들도 여길 돌았다고... 저는! 마니산도 다녀왔기에 다음 달 계룡산에서 정기를 충전할 예정입니다.

 호흡이 가빠지고 속도가 붙어서 충혼비까지는 못 갔습니다. 샛길이라 지금 정상을 반드시 찍어야겠다는 생각뿐!

 매바위와 매봉의 차이는 모르겠습니다. 조망은 매바위가 더 낫습니다. 먹거리는 매봉으로...

줄을 서서 인증샷을 찍는 통에 로테이션 사이에 기습으로 사진을 찍어봅니다. 아까 봤던 관악산이 또 보입니다. 청계산은 관악산 조망 루트네요.

 굳이 안 사도 되지만... 또 사 먹습니다... 포카리 뚱캔 2천 원이네요. 옥녀봉과 매봉의 상점은 계좌이체 명의가 같네요. 프랜차이즌가?

 매봉을 지나면 레깅스 부대뿐 아니라 등산객 수도 반 이상 줍니다. 다들 원터골 코스로 올라오나 봐요.

시간이 늦은 것도 아닌데 살짝 춥기도 합니다. 완연한 가을인 건지.. 여기만 그런 건지...

 청계산 정상을 찍겠다고 스퍼트를 내 봅니다만, 정상 등로가 철조망으로 막혀 있고 등산로도 폐쇄되어 돌아서 가야 하네요. 도토리는 왜 이리 많은지... 북한산의 이맘때 도토리보다 수량이 압도적이네요. 이걸 먹을 애들은 다 어디 갔을까...

오르락내리락을 연거푸 하다 보면 기상관측소 같은 게 보입니다. 부산의 시약산, 대구 비슬산의 조화봉에서 본 듯한 모양샙니다. 

 널찍한 평상 두 개와 벤치, 사진 찍기 좋은 스팟이 있네요.

 에라 모르겠다 식사를 해 봅니다. 게토레이 원샷에 미니스톱에서 산 김밥을 욱여넣습니다.

포장된 도로가 나타나고 내려가는 길과 올라가는 길이 있어 정상을 가려고 위를 택합니다. 길가에 나무가 쓰려져 있네요. 폭우 탓인가 태풍 탓인가... 시들지 않은 것 보면 태풍 이후 같습니다.

 갈래길에서 무작정 오르니 군 부대가 있네요. 제일 좋은 조망 자리는 군부대가...

웬 어르신도 올라오시기에 막혔다고 말씀드리고 돌려보냈습니다.

석기봉은 어딘지 모르겠네요. 길로는 올라갈 방법이 안 보이는데... 하여튼 기상관측센터 옆을 통과하니 또 쉬는 구간이 나오네요.

 느낌상 이 녀석은 국사봉입니다.

소나무들이 기똥 차게 그늘을 만들어 줍니다.

 내리막을 가니 헬기장이 나오고 다시 오르막길이 나옵니다. 갈래길에서 또 매점을 만납니다. 비비빅, 메로나뿐이네요. 어제 불암산에서도 이 두 개만 팔던 아저씨가 생각납니다. 이번엔 비비빅을 픽해 봅니다. 여긴 제트플립으로 유튜브 브금까지 틀어놓았습니다.

역시 성깔대로 막 먹기를 허용하지 않는 튼튼한 강도입니다. 혓바닥을 붙이니 또 달라붙을 거 같아요.

 짬타이거 처음 만났습니다. 옆테이블 보니 막걸리에 편육, 쌈장까지 주시네요.

 망경대 해설은 좋지만 군부대가 막아서 못 갔단 말이죠. 가뜩이나 조망이 안 좋은 산인데 최정상 뷰를 못 보니 찝찝...

이수봉에 도착했습니다. 여긴 앞선 갈래길보다 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아직 비비빅의 여운이 남아 있어 참아 봅니다. 하지만 몰랐습니다. 여기 이후로 오랫동안 매점이 없을 거란 걸...

크흠🤐

설명대로라면 두 번의 목숨이란 뜻이네요?

방학동 이수랑은 관계가 없는데 머릿속에서 계속 연결됩니다.

 직진하다간 알바 직행입니다. 이번에 이정표를 단디 똑띠 봐서 한 번도 알바를 안 했답니다. 😁

이젠 의왕시네요.

중간 돌도 있고, 오르내리막이 있지만 코끼리 비스킷입니다.

 수락산 옆에도 국사봉이 있었는데요. 다들 국가와 관련된 사연이 많았나 봅니다. 또 관악산이 보입니다.

경치가 있는 바위 정상에는 소나무가 역시...

 벤치 두 개 중 하나를 접수하고 아주 3분간 누웠습니다.

양말도 갈아신고 본격적인 하산을 준비합니다. 하산길이 나쁘지 않습니다. 만만한 건 아닌데 뛰어다닐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괜히 마라톤 트랙이 아니군요.

 우연히 무당거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매미까지 드셨는데도 배가 홀쭉해 보입니다. 날이 좀 추운 거 보니... 이제 배가 빵빵해져서 알도 깔 시기가 올 텐데... 마냥 손님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자영업자 같습니다. 본의 아니게 노점을 철거하는 입장인 저도 미안할 때가 있습니다.

 양지 바른 구간인 건지 하여튼 다 내려온 거 같아 차소리가 커지면 무덤 타운이 있습니다.

외곽순환도로가 된 하오고개를 지나는 차량 위로 교량이 광교산으로 인도합니다. 여기는 성남시 분당구라고 하네요.

살짝 고바위가 나오지만 이 정도쯤이야...

영심봉입니다. 사람도 가뜩이나 적은데 초라하군요.

우담산입니다. 여기서부터 체력을 갉아먹는 오르내리막길이 봉우리마다 나오고 화가 날라 치면 평지로 당근을 내밉니다. 산악자전거가 많이 보이네요.

 볼 경치는 하나도 없기에 기괴한 나무로 시선이 끌립니다. 청광 종주는 봄, 가을에 오면 좋을 거 같습니다. 오늘처럼 흐린 날도 좋고요. 먼 곳보다 바로 눈앞의 정경에 관심을 두어야 할 코스입니다. 자세히 보아야, 오래 보아야 합니다.

 영심봉이란 단어 대신 367.1봉으로 나오네요.

굳이 365개를...😅 계단 향연의 시작인가?

1월부터 24절기 설명이 좌우나 정면에 붙어 있습니다. 계단수를 세지 않아도 12월에 다가갈 때쯤 끝나는 것이겠지요. 365에 집착한 건지 계단을 더 만들어도 될 법한 자리에서 막상 계단이 없습니다. 나무 뿌리가 흘러내린 토사를 더 붙잡기 힘든 구간이 나와 보호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이미 지나간 것과 곧 다가올 녀석만 찍어 봤습니다. 밤이 길어진다... 하산을 빨리 해야 한다...군요.

 자리가 만석입니다.

또 관악산입니다.

 굳이 이런 친절을... 하지만 광교산 끝나고도 이런 팻말을 계속 보게 됩니다. 친절하지만 이 계단 안내는 용인하기 힘듭니다.

 악명 높은 백운산 오르막길입니다. 계단이 일단 정방향이 아닌 애들이 많습니다. 보폭도 균일하지 않고, 무식하게 많습니다. 잘 찾아보면 흙길도 있으니 계단을 피해 가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노이로제가 생길 거 같거든요.

아껴뒀던 파워에이드와 에너지바 2개를 밥통에 때려넣고, 사탕 두 개를 머금은 채 오릅니다.

계속 계단이 나오면... 무념무상으로 가야 합니다. 의식할수록 스스로만 힘들어요.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높아 봐야 결국 하늘 아래니 오른다는 생각으로...

4박자로 콕콕 찍어 가며 오르다 보면...

 느낌이 옵니다. 이게 마지막이라는 것이...!

백운산도 참 흔한 이름인데... 사실상 여기 고바위가 힘들긴 했습니다. 의외로 후기들에서 보았던 악명귀 악평으로 겁을 잔뜩 먹어서인지 끔찍하거나 그러진 않았습니다.

벤치가 10개는 넘게 있었습니다. 다들 곡하면서 여기서 쉬기는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오르막길 정비가 더 시급합니다. 다 떨어져서 흔적만 남은 코어네트 경사도 그랬고요.

 무의식적으로 오른쪽 방향으로 가면 좀 더 돌아가게 되는 듯합니다. 지도를 펴고 방향을 보다 선지자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누군지 몰라도 보살이십니다.

 활공장이 있는데... 죄다 이런 곳은 고도가 높은 데 설치해서 밑에선 전혀 볼 수 없습니다.

활공장을 지나 광교산을 향하던 중 고사목들이 보입니다. 불이 났던 걸까요?

 오르내리막이 또 반복됩니다. 진고개에서 오대산 노인봉 가는 길 같습니다. 어제 도정봉에서 하산 길도 이런 느낌이었는데...

억새밭으로 표시해 놨는데 텃밭 같네요.

 뭔 일이 있었는지 등로가 부서져 있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길을 찾아 만들어 지나다녔군요. 밑엔 나무가 뿌리째 쓸려내려 가 있습니다.

 이놈의 계단수 안내는... 용인시만의 작품인가 봅니다. 

 이 판때기를 지나면 시루봉 정상입니다.

소소하지만 봉우리 꼭대기 부분에 데크를 까서 살려놨습니다.

 시작점이었던 청계산이 보입니다. 청룡인가요? 얘는 어쩌다가 여기에...

 정상 비석 오른쪽에 구멍이 나 있습니다.

들개 민원 많다더니 공교롭게 두 개님을 정상에서 영접했습니다.

바로 하산하기보다... 바로 옆 수리봉을 들러봅니다.

가야 할 형제봉, 광교시 방향입니다. 적당한 엠보싱이 기다리는 듯합니다.

 비로봉 정상입니다. 정자가 있네요.

시계 약이 없군요. 5시가 넘은 시각인데...

 일몰이 다가와 적당히 보고 바로 하산합니다.

생각보다 하산길이 괜찮은 편입니다. 태풍으로 생낙엽이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고도가 가팔라도 내려가기 좋습니다.

또 계단입니다. 형제봉으로 향하는 길... 백운산에서는 어찌 잘 넘어갔는데 여기선 살짝 뚜껑이... 어려운 건 아닌데... 이젠 그만 올라가도 되는데...

 중간에 낙석 위험이라고 계단 이용하라고 하는 팻말이 얄밉습니다. 화가 납니다.

 살짝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이수봉 이후로 매점이 없었습니다.

 오늘 휴점인가, 다 팔아서 조기 폐점인가요? 으아아!!

 왜 여긴 형제봉일까요? 싸우던 형제가 여기 오르면 지쳐서 어느새 화해하는 곳이라서?

반대방향 팻말이지만 내가 오른 이 길도 충분히 27도 경사 이상이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왜 하필 조광조 선생의 묘에 꽂혔는지... 하산을 결국 여기로 하게 됩니다.

광교산 시루봉 정상에 들개가 있어서 그랬는지 형제봉 오르는 길과 형제봉 정상엔 짬타이거 둘이 보였습니다.

 또또 관악산입니다.

이젠 수원이네요. 성남, 용인, 의왕, 과천, 수원... 난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사진 찍으려니 대학생 3명이서 정상까지 얼마 남았느냐고 헉헉거리며 묻네요. 시각이 6시 20분이었습니다. 설마 시루봉을 말한 건 아니겠지요? 형제봉이면 5분이면 오르는데 정상보다 해 질 걸 더 걱정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오지랖 떨어 봤습니다.

우연히 바로 밑에서 장사 마무리 하시는 주인분을 만났습니다. 아까 형제봉 정상과는 다른 매장이네요. 음료수 포카리를 내미시네요. 또 언제 매점 만날까 싶어서... 사실 이후에 없습니다. 두 캔 샀습니다. 마수걸이도 아닌데 약과 한 개와 막걸리 한 컵을 서비스로 주시네요. 15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하고 계신답니다. 

레버리지에 투자하고 재테크하라는... 해가 저무는 이 시각에 인생의 조언을 듣습니다.

하산길이 엄청 깁니다. 그렇다고 힘든 건 아닌데 길어서 힘듭니다. 덕유산 백련사에서 탐방센터까지 걷는 구간처럼 정말 더럽게 깁니다. 버들치고개인 여기서 종주를 끝내도 되는데.. 아까 조광조 선생의 묘가 눈에 들어와서 에어건 안 불고 다시 계단을 올라 응봉을 향합니다. 고양이 눈을 하고 걷지만 응봉 약수터를 지나 사격장 인근에 와선 헤드랜턴을 낍니다.

어차피 들어가지도 못하는 걸 왜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빙빙 돌면서 '사서' 고생합니다.

 길이 좋긴 한데... 이젠 5초 동안 나오는 오르막을 올라도 화가 납니다. 근데 내리막도 꽤 경사가 있습니다.

팻말 거리 측정에 문제가 있는 거 같습니다. 진짜 과속을 했는데 거리가 거의 안 깎였습니다.

 용인이씨 첨판공파? 평은재 입구? 하여튼 하산에 성공합니다. 칠흑같이 어두운데 조광조 선생의 묘는 어디 있는지도 이미 관심 밖입니다. 에어건으로 털어보지만 별로 털리지도 않습니다. 신발 가죽에 흙이 제대로 배었습니다.

다시 이 코스를 오게 될까요? 기억은 좋은 것만 남기고 추억이 되면 미화가 되어 다시 이곳으로 인도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