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입석사-구룡사 코스 9/176

3대 악산 - 치악산, 월악산, 설악산 중 치악산을 처음 가 보게 되었습니다. 쉽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쉬운 코스인 입석사-구룡사 코스입니다.

등산로 입구에서 국립공원 공단 직원이 나와서 반기는 국공은 처음입니다. 사람이 적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적긴 하지만 그래도 남녀노소 꽤 많습니다. 인도인과 미국인들도 만났고요.

무엇보다 화장실이 잘 갖추어진 코스입니다. 시작 지점에 화장실 한 개, 오르는 중에 두 개가 입석사 전에 총 3개가 있습니다.

탐방센터는 아스팔트길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고도는 20도가 넘는 듯합니다. 평지 라인은 거의 없고 쭉 오르기만 합니다. 하지만 길이 좋으니 초반에 체력 펌핑하기 좋습니다. 어쨌든 고도를 날로 먹는 구간입니다.

아스팔트 길이 끝날 때쯤 계곡을 오른쪽으로 끼고 시멘트 구불길이 나옵니다. 계단이 많다고 들어서 벌써부터 계단을 고르진 않았습니다. 

황골탐방센터가 400미터쯤 되니 720미터면 평소에 오르던 뒷산 고도를 이제 오른 거네요. 앞으로의 500미터, 아니 300미터가 사람 잡습니다.

입석대가 나오고 본격적인 등산로 입구가 등장합니다. 황천로 아니지요? 😂

너무 고바위고 경치는 없어서 사진을 찍을 게 없었습니다. 그리고 사진이 아니라 직접 경험해 보셔야 합니다. 어, 어, 이게 아닌데 하면서 호흡이 가빠지고 퍼질까 갈등의 순간이 생각보다 빨리, 등산 30분 만에 옵니다. 치를 떨고 악 소리가 나오는 구간입니다. 

치악산은 쉼터가 적습니다. 올라가 보면 아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경사가 가팔라서 정상까지 금방이기도 합니다.

쉼터가 나오면 정비를 하든 물을 마시든 잠시 쉴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첫 경험이라 잘 몰라서 일단 쉬어야 하기도 했습니다만, 쉬는 곳은 많지 않았습니다. 저는 총 두 군데서 쉬었네요. 여기가 5분 정도 쉰 마지막 쉼터입니다. 황골삼거리 구간이며, 향로봉, 남대봉 등으로 이어지는 종주 라인이기도 합니다. 반드시 기회가 되면 가고 싶네요. 종주 시엔 최소 7~8시간 잡아야 할 거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면 거의 치악산의 치악이 끝난 그냥 산입니다. 계단이나 정상 고지의 고바위가 있긴 하지만요.

삼거리에서 얼마 가지 않아 쥐너미재가 나옵니다.

미세먼지인지 하여튼 시야가 뿌옇습니다.

쥐너미재에서 봉우리 아닌 봉우리 2개째에 도달하면 정상의 돌탑이 보입니다. 힘이 나는 구간이죠!

정상을 내어주지 않으려는 치악산의 마지막 발악 코스입니다. 다람쥐 둘을 만났네요. 안내문 아래쪽 5시 방향에 다람쥐 빵댕이가 찍히긴 했는데 보이시려나...

돌계단-데크계단-목재계단? 하여튼 3연속 계단입니다. 정상을 자주 오르면 여기가 마지막이란 대충 느낌이 옵니다.

1시간 30분 걸렸네요. 탑이 세 개인데 하나는 구석탱이 구룡사 방향 코스에 있습니다.

덕유산 서봉 뷰 같기도 하고 가지산 뷰 같기도 하고 대단치는 않지만 또 허접하지도 않고, 뭐 하여튼 그렇습니다. 억지로 정상에서 15분간 체류해 봅니다. 뷰보단 사진 찍는 재미가 있는 곳 같습니다. 어쨌든 정상이니까요. 특별한 스팟이 눈에 들어오진 않습니다. 남대봉에서 비로봉 정상이 어떻게 보일지 궁금합니다.

향로봉이겠지요?

탑이 여러 번 무너졌는데 그걸 처음 올리고 어머니까지 모시고 온 분이 계시네요. 역사는 아무나 쓰는 게 아닙니다.

옛날 만화영화에서 봤던 꿩과 구렁이 얘기네요. 적악산이라면 가을에 와야겠다는 과제를 주네요.

하산하려 하는 찰나 비석 경쟁이 없어서 그런가.. 어느 분께서 반달이 트리오를 세팅 중이십니다. 사진 허락받고 찍었습니다.

뭔가 보수 공사가 많이 예정되어 있나 봅니다. 구룡사 하산길 방향은 정상부가 경사가 심합니다. 입석사는 초반의 경사가 60퍼센트, 황골삼거리부터 정상 갈래길 사이 스무스한 구간 30퍼센트, 정상 고바위 10퍼센트라면 여긴 쉽게 올라가서 막판에 빡세게 등산하는 코스네요.

길이 나쁜 건 아닌데 계단이 입석사 코스보다 더 많습니다. 하산 길도 더 길기도 하고요.

 다리가 나오면 경사는 끝났습니다. 거진 평지입니다.

치악산은 다람쥐가 많네요. 여기서도 또 봤습니다.

시그니처 구렁이가 있네요.

시그니처 꿩이 나왔습니다. 근데 고라니똥은 무엇?

얼마 안 되는 흙을 움켜쥔 나무가 안타깝습니다. 

마니산처럼 등산 입구에 정상 미니어처를 해 놓았네요. 비석이 새카만 게 깔맞춤이 아니라 아쉽네요. 

구룡사로 향하는 출렁다리(?)입니다. 흔들림은 별로 없습니다. 예쁜 계곡이 백무동 가내소 폭포를 연상케 합니다.

구룡사에 도착했습니다. 절이 되게 크진 않지만 계곡 뷰가 참 좋습니다. 치악산 정상을 안 가고 여기까지만 와도 볼 건 다 본 셈입니다. 치악산 등산 뷰가 그만큼 조촐합니다. 카페가 있어 메로나 한 개를 해치워봅니다.

거북 구에 용 룡 자를 쓰네요.

물이 안 나와서 물 못 먹나 싶었는데 소변기처럼 사람을 인식합니다. 용이 올라타고 있는 거북이가 물대포를 쏴 줍니다. 세 잔 원샷 때렸습니다. 

대웅전

꿩이 새벽 오기 전에 헤딩한 종과는 무관할까요?

별 생각 없이 걷기 좋게 데크가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아홉마리 용과 거북바위의 조합이네요.

돌아가는 길에도 예쁜 계곡 물을 봅니다.

끝이 났군요.

구룡교

용이 올라타지 않아서 그런가 식용 불가라고 하네요. 

야영장을 보니 덕유산 구천동 탐방센터 느낌도 살짝 납니다.

 아스팔트 길을 진창 걸으면 조그만 주차장과 버스 정류장이 나옵니다. 음식점과 매점이 있어 매식하기 좋습니다. 수수 막걸리 등을 저는 애써 무시하고 소형 주차장까지 걸어 내려 왔습니다. 세븐일레븐에서 빵을 사려 했지만 없어서 대신 계란과자와 밀키스 뚱캔을 따며 치악산을 떠나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