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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18일 지인들과 같이 설악산을 갔다왔습니다.
두달전쯤 부터 산행계획을 세웠습니다.
제가 주도적으로 계획을 짰고, 광클전쟁에 승리하여 중청대피소 예약도 성공하고, 준비물도 전파했습니다.
배낭과 아이젠, 스패츠는 꼭 가져오라고 했더니 대부분이 잘 챙겨오셨습니다.
12월17일. 한계령으로 가는 오전7시30분 버스를 타기위해 7시까지 동서울터미널에서 5명이 모두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한명이 늦잠을 자고 말았습니다.
도저히 제시간에 맞추긴 힘들것 같다고 하여 지각생 한명은 8시30분 버스로 티켓을 변경했습니다.
한계령 휴게소 에서 바라본 흘림골 입니다.
원래는 10시에 한계령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하려했으나, 다같이 지각생 한명을 기다려주었고, 입산통제시간인 11시를 아슬아슬하게 맞춰 통과하였습니다.
두명의 유부남과 세 총각.
한계령 등반로 입구를 지키시던 국공 직원분께서 찍어주셨습니다.
빨간옷이 지각생 입니다.
날씨는 화창했으나 기온이 낮고 바람도 엄청 불어서 무쟈게 추웠습니다.
풍경은 정말 멋있었지만, 손이 너무 시려워서 폰을 꺼내기가 어렵더라고요.
중간에 찍었던 온도계...
나중엔 영하20 이하로도 떨어졌습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그런건지, 원래 내구도가 약했는지, 일반 책가방을 메고온 지각생의 배낭버클이 터졌습니다.
지각생은 운수가 나쁜 날이었는지, 아이젠도 고장났고 등산화 밑창도 덜렁덜렁 떨어져 나갔습니다.
배낭끈은 끈끼리 엮어 묶었고, 아이젠은 제가 보조용으로 하나 더 갖고다녀서 다행이었습니다.
등산장비는 좋은것을 쓰는 이유가 다 있는것이었습니다.
한계령삼거리를 조금 지나, 공터가 나오자 점심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메뉴는 얼마전에 유튜브에서 본, 물만 부으면 자동으로 끓는 전투식량!
겉봉지, 속봉지가 있어서, 속봉지(건조식량) 에 물을 넣고 겉봉지의 발열체에 물을부으면 겉봉지가 팔팔 끓으면서 속봉지를 데우는 구조입니다.
이것도 참 난관이 많았던게 물병의 물이 죄다 얼어버려가지고, 그나마 안얼은 물을 탈탈 털어 넣었고, 겉봉지 아래가 발열체와 반응해서 뜨거워지긴 하지만 기온이 영하20도 가까이 되다보니 잘 익지 않았습니다. 김이 나오면서 얼더라구요;;;
전투식량이지만 혹한기 야외에선 사용하기 어려운 제품이었습니다. 위의 사진처럼 들고있으면 따뜻하긴 합니다.
잘 안익고 미지근하긴 했지만, 춥고 힘들때 먹으니 맛있었습니다.
밥을 먹고 출발하는데 또한가지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멤버 한명의 허벅지가 쥐가 났는데, 좀 쉬다가 다시걸으면 또 쥐가나고.. 몇걸음 걷다가 또 쥐가나고... 안그래도 늦게출발했는데 등반속도가 더 떨어졌습니다.
중청대피소 까지 1Km 정도 남은시점에서 해가 지기 시작하는데...
멤버들이 노을이 너무 멋지다며 사진을 찍어댑니다. (제 속은 타들어가는데...)
지금보니 예쁘네요.
결국 중청대피소까지 500m 정도 남은 지점에서 헤드랜턴을 꺼내들었습니다.
다리에 쥐가난 멤버가 쉽게 회복되지 않아서, 두세걸음 걷다 쉬고..두세걸음 걷다 쉬고... 서로 힘내자고, 거의다왔다고 외치며 조금씩 나아갔습니다.
 
얼떨결에 계획에도 없던 야간산행...
일출산행도 계획하고 있었기에 혹시몰라 인원수에 맞춰서 헤드랜턴을 챙겼었습니다.
만약에 휴대폰 플래쉬를 믿고 헤드랜턴을 안챙겼으면 큰일날뻔했습니다. 너무 추우니까 휴대폰이 먹통이 되더라고요.
"산에갈땐 야간산행이 아니더라도 헤드랜턴은 꼭 챙겨야 한다."
"아이젠은 고장나기 쉬우니, 여유가 된다면 하나 더 챙기는게 좋다."
예전에 선배님들께서 하시던 말씀입니다.
만약을 대비해서 챙겼던것이 이렇게 도움이 되네요.
오후5시50분... 고생끝에 중청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휴대폰이 얼어서 먹통이라 몰랐는데, 대피소에서 언제오냐고 연락이 왔었더라고요. 모두 잘 도착해서 다행이라고 했습니다.
대피소 동계 소등시간이 오후8시 까지라고 해서 부랴부랴 짐을 풀고 취사장으로 뛰어갔습니다.
5명이 옹기종기 모여서 고기를 구워먹었습니다.
배가고파서 허겁지겁 고기를 집어먹고, 후다닥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지각생이 제일먼저 코를 골고...
저는 역시나 너무 더워서 중간중간 깼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출을 보기 위해 6시쯤 기상해서 간단하게 아침밥을 먹고 산행을 준비합니다.
이날 아침 기온이 영하 22도...
대청봉에서 일출을 보고난 후 백담사로 하산할 계획이어서, 배낭은 대피소에 둔채 몸만 대청봉으로 향했습니다.
예전에 지리산 장터목대피소에서 일출을 보러갈땐 캄캄한 밤에 대피소에서 출발했었는데(그래서 헤드랜턴을 챙긴거였는데) 설악산에선 여명이 밝아올때 출발을 했습니다. 설악산 일출을 보러갈땐 헤드랜턴이 필요없었습니다.
중청대피소에서 대청봉까지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일출을 기다리는동안 추위를 견디기 힘들것 같아서, 일출 시간에 딱 맞춰 도착했습니다.
대청봉 정상에선 몸을 못가눌 정도로 바람이 심하게 불었습니다.
너무 추워서... 서로 사진찍어주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저희 사진좀 찍어주세요!!" 하고 부탁하면 서로 동공지진...
"웃으세요!!" 라고 해서 입벌리고 웃으니 순식간에 치아가 얼음으로 코팅이 되더군요.
대청봉에서 인증샷을 찍은 후 다시 배낭을 찾으러 대피소에 왔습니다.
원래 계획은 여기서 백담사쪽으로 하산을 하려고 했지만, 멤버들중에 오늘 늦지 않게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멤버도있고 해서 오색으로 빠르게 하산하는걸로 계획을 변경했습니다.
대청봉을 다시한번...... 멤버들에겐 좀 미안했습니다.
대청봉을 두번 오르고나서(...) 오색으로 하산했습니다.
기온은 어제보다 더 추웠고 바람도 더 매섭게 불었습니다.
바람이 불어와서 제 눈썹에 하얀 마스카라를 칠해주고 갔습니다.
가파른 경사길을 계속해서 내려가다보면... 무릎이 많이 아픕니다.
두시간쯤 내려오니 산 아래로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3시간쯤 걸려서 오색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했습니다.
다른 하산객이 있어서 사진을 부탁드렸습니다.
탐방지원센터 에서 아스팔트 길을 따라서 30분정도 더 걸어오면 오색약수터가 있고, 근처에 식당이 있습니다.
근처의 감자바우 식당에서 산채비빔밥과 감자전과 더덕막걸리를 먹었습니다.
고생끝에 먹는 밥맛이 아주 기가막힙니다.
좀더 여유가 있었다면 거나하게 회포를 풀었겠지만, 동서울에 차를 주차하고온 멤버도 있고, 다른 스케줄이 있는 멤버도 있어서 하산주는 한두잔씩만 마셨습니다.
CU에서 시외버스 표를 팝니다.
이러저러 탈도많고 사건도 많았던 설악산행 이었습니다.
전에 겨울소백산을 갔을때, '경험해보지못했던 추위' 라고 썼었는데 이번에는 그 선을 넘었습니다. 너무 추워서 장갑을 벗기가, 모자를 내리기가 두려울 정도였으니까요. 하루가 지난 지금도 양쪽 귀끝이 살짝 동상에 걸렸는지 얼얼합니다.
이번 산행에서 제일 고생을 많이한 지각생(유부남) 에게 "다음에도 나랑같이 산에 갈거지??" 라고 물었더니 "차라리 제가 애를 보고, 제 와이프를 대신 보내겠습니다!!" 라고 하더군요.ㅎㅎ
반면에 다른멤버중엔 정말 좋은경험이었다고, 추위조차 재밌었다고 말하는 멤버도 있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후자쪽 이었습니다.
잡지 '山' 10월호 마지막페이지에 보면 1958년 1월에 설악산에 오른 슈타인만클럽의 이야기가 적혀있습니다.
1958년 1월 청량리역에서 기차를 타고 춘천으로 갔다. 강원도경에서 보낸 트럭을 타고 인제까지 갔으나 폭설로 더 갈 수 없었다. 3일째가 되어서야 군에서 내준 트럭이 왔고, 발이 꽁꽁 어는 짐칸에 타고 겨우 속초에 닿았다. -중략
이때 춘천에서 경찰국장이 건넨 인사말이 늘 기억에 남았다고 합니다.
"이 추운데 왜 설악산에 가십니까?"
http://san.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2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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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무엇보다 부러운 것이 저렇게 맘 맞아서 같이갈수 있는 동료 친구 분들이 있다는 것이네요
저도 언젠가는 가보고 싶은 산이네요 ^^b
다들 원래부터 아는 사이는 아니었고, 한명이 한명을 소개시켜주고, 그 한명이 다른 한명을 소개시켜주고... 하는식으로 친해진 관계 입니다. ㅎㅎ 다행히도 다들 제 말을 따라줘서, 재밌게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