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룡산-주작산 종주6

이번 주말도 전라남도입니다.

덕룡산-주작산 킬로수나 해발고도만 보면 종주 같진 않지만 어지간한 종주만큼 힘든 코스입니다.

대체로 오소재에서 무박으로 출발하여 소석문인 여기로 내려오는 종주 코스지만 주작산을 가기에 당일치기가 가능합니다.

갔다 와서 느낀 건데... 암릉 종주를 하다 보면 그냥 그저 계속 걷기만 할 수 있는 지리 종주가 더 쉽다는 생각이 가끔 듭니다.

사실 출발 전에 12km 코스라서 뒤의 석문산 정상 찍고 출발하려고 했던 생각이 참 대책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반은 가파른 경사지만 그럭저럭 올라간 만합니다.

데크 계단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산행입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스테이플러 침이 콕콕 박힌 구간을 만납니다. 

이게 구간마다 크기도 남달라서 어떨 때는 조금 무섭습니다.

초반의 이 구간은 오소재 출발 코스라면 내려오는 아찔한 마지막 구간이 되겠지요? 

첫 밧줄을 타고 뒤를 돌아보면 석문산이 보입니다. 등산로가 어딘지는 모르겠으나 사과깎이로 왼편으로 돌아가는 코스로 보였으니 설마 저 암릉을 그대로 오르지는 않을 겁니다.

저 산을 넘어가면 정약용의 다산초당이 있을 텐데요. 언젠가 기회가 오겠지요.

피어 있는 진달래를 대강 6그루 정도 본 거 같습니다.

전남 쪽 진달래는 아직 생각보다 추운가 봅니다.

동봉 가는 길에 위험한 길과 우회길 이정표가 있는데 위험한 길로 올랐습니다. 

정말 위험하면 금줄이라도 달았으려니 생각하고요. 

오르는 데는 크게 위험함을 못 느꼈습니다. 외려 내려가려면 신경이 쓰일 것 같습니다.

뒤의 석문산이 더 멀어졌습니다. 그 뒤로 만덕산 라인이 이어집니다.

강 가운데 있는 섬이 가우도겠지요? 공기는 되게 좋은 편인데 원거리는 좀 갑갑함이 있습니다. 이게 강가의 물안개 때문인지 미세먼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진행 방향에서 우측을 바라보니 석문저수지 광경이 벌어집니다. 그 뒤로 가운데 끝에 월출산이 보입니다. 

기괴한 바위라 그냥 찍어봤습니다.

오르내리락 구간이 많아서 진도가 안 나가고 시간이 많이 지체됩니다. 최단 코스로 동봉 오르는 길에서는 사람들이 정체가 되고, 스테이플러 칩이 또 박혀 있어서 아찔하게 일방통행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놀라 움찔하면 추락할 만큼 서로 붙어서 지나갑니다. 힘들게 동봉에 올랐건만, 오는 동안 보았던 뷰만큼의 보상은 부족합니다. 어찌됐건 블랙야크 100대 명산의 인증 봉우리입니다.

비좁은 바위틈을 지나야 서봉으로 내려가는 길입니다.

앞으로의 진행방향을 동봉에서 바라보면 또 엠보싱의 암릉 코스임이 느껴집니다. 얼마나 대충 찍었는지 흔들렸네요. 처음으로 여기서 물을 마십니다.

2리터 식수를 준비했지만 주작산 정상에서 아껴도 결국 다 소진해 버렸습니다. 이상 고온으로 17도를 찍은 날이었습니다.

위에선 몰랐지만 동봉 내려가는 길에 보이는 뷰입니다.

호남의 용아장성이라 불리는 서봉 가는 길입니다. 여긴 확실히 두고두고 볼 만한 장관 같습니다. 

거대하지 않지만 눈앞에 벌어지는, 그리고 지척에 있는 듯한 봉우리의 끝 서봉이 눈에 들어옵니다. 

오르고 있는 산꾼들의 행적을 따라가야 할 터입니다.

사진상으론 작은 칩처럼 보이지만 가로 길이가 체감상 40cm는 되는 듯합니다.

우회로가 있지만 굳이 또 이걸 잡고 올라가 봅니다. 

서봉 정상으로 가려면 여기로 가야 합니다.

힘들게 올라왔더니 또 이런 칩을 잡고 내려와야 합니다.

서봉 비석 바로 직전에 뒤를 돌아보니 이것 또한 장관입니다. 

진짜 용이 꿈틀대면서 덕룡산부터 석문산 앞의 만덕산 라인까지 돌삐들이 굽이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서봉 정상입니다. 동봉에서 서봉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소석문에서 동봉까지가 체감상 많이 걸립니다. 정상 뷰는 서봉이 더 좋습니다.

동봉부터 서봉 하산까지가 제일 험난한 구간이라 생각됩니다.

자유로운 두 손이 사실 다리였다는 걸 느끼게 하는 산이라 스틱 없는 산행이라서인지 오르내리락을 계속 하니 무릎 부담도 좀 있는 듯합니다.

이제 무조건 우회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뷰는 볼 거 다 봤습니다.

욕심 부려봐야 저한텐 객기가 될 듯합니다.

앞으로의 진행방향입니다.  

부채꼴의 만두 모양의 암릉을 지나면 스틱을 꺼내도 됩니다.

한숨은 나오지만 남해를 바라보면 다시 힘이 납니다. 그리메 뒤에 천관산이 있을 겁니다.

서봉을 내려가는 길에 희한한 소나무가 있습니다. 바위 사이에 뿌리를 두고 줄기가 바닥을 기어서 1시 방향에서 7시 방향으로 자라고 있습니다.

서봉을 내려와서 뒤를 돌아보며 찍었습니다. 한숨이 나옵니다. 이제 끝났겠거니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만두 모양의 암릉은 다가가면 갈수록 저걸 왜 올라가야 하나 싶습니다. (이미 쫄보 상태)

이미 올라가 있는 분이 보이네요.

저긴 올라가지 말라고 등산로 아님으로 안내가 되어 있지만 계속 사람들이 반대 방향에서 옵니다. 

우회로로 돌아가니 길 없음이라고 안내되어 있는데 위에 칩이 박혀 있네요. 

트랭글에서는 주작산으로 나오고, 다른 지도에서는 덕룡봉이라고 나오는 곳으로 가기 전 마지막 암봉입니다. 암봉을 바로 넘지는 않고 우측으로 지나면 산죽들이 반겨줍니다.

이제 등반에서 트레킹으로 전환되는 구간입니다. 지나온 봉우리들을 돌아서 봅니다.

능선 아래 쪽에는 더 날카로운 바위들이 발톱을 드러냅니다.

왼쪽의 봉우리가 주작산(덕룡봉)입니다. 육산입니다.

주작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지그재그지만 < 형태로 능선을 따라 도달했습니다. 길이 쉬워서 힘들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역방향 진행이면 암릉 앞에서 개고생일 거 같습니다.

그나저나 여기는 진달래들이 흐드러지게 피면 장관일 거 같습니다. 너무 일찍 왔네요.

정상 비석 옆에서 컵라면을 드시고 계셔서 요렇게밖에 못 찍었습니다. 비석의 위치가 남해를 향한 건 좋은데 역광이 터지는 자리기도 해서 이리저리 난감합니다. 살짝 흐린 날은 최고겠습니다.

여하튼 굳이 이 각도로 찍은 것은 정면의 산이 마지막 봉우리인 주작산 정상이기 때문입니다.

작전소령으로 내려가는 길에 두륜산부터 오소재, 어관봉에 이르는 숭악한(?) 돌삐들을 보니 섬��합니다. 덕룡과 저 라인을 동시에 낮에 타면 정말로 힘들 거 같습니다.

멀리 두륜산의 봉긋하게 솟은 연꽃 모양의 가련봉이 돋보입니다. 오른쪽의 봉우리에는 케이블카 승강장이 튀어 나와 있고. 계단 따라 오르면 전망대가 있는 고계봉도 시야에 들어옵니다. 

작년 가을에 여기가 궁금해 오소재 공터에서 희미하게 난 길로 리본 따라 헤집고 들어갔더니 크록스 신고 계관봉 인증샷 찍고 있는 분들이 보여 충격 받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다른 루트로는 다 오르는 게 금지되어 있어서 케이블카로만 여길 갈 수 있습니다. 저는 모르고 갔는데... 등산으로 가면 안 되는 곳이더군요. 가기도 힘들고요.

작전소령에 도착했습니다. 설명대로라면 지나온 덕룡산-주작산 봉우리 라인이 주작의 왼쪽 날개였네요. 아까 숭악해 보이던 곳이 오른쪽 날개고, 마지막 도착할 봉우리가 주작의 머리가 되겠네요. 

임도가 유혹하지만 내려가지 않고 벤치 사이로 난 주작산 오르는 길을 따라 오릅니다. 많이 지친 상태라 호흡이 금방 가빠집니다. 길은 좋지만 꽤 많이 올라야 합니다.

실컷 올랐더니 또 내려가네요. 억울해서 지나온 길을 왼쪽으로 돌아서 찍으니 덕룡봉 라인과 오른쪽의 덕룡산 라인이 겹칩니다. 이 라인이 주작의 날갯죽지였다는 거겠지요... 

이 샷을 꼭 볼 게 아니라면 임도를 따라서 오르막길로 산행하는 편이 낫습니다. 길이 시멘트로 닦여 있어서 편하게 오릅니다. 

활공장 갈림길에서 주작산 정상까지 흙길을 짧게 오르면 됩니다. 가는 도중에 뷰는 없다시피 하므로 빠르게 진행하실 분들은 참고하세요.

주작산 정상에서 유일하게 좀 트이는 뷰입니다. 정면에 두륜산 가련봉이고, 우측 봉우리는 고계봉, 완만하게 따라내려가면 튀어나온 게 케이블카 승강장입니다.

날이 따뜻하면 그냥 풀섶에 둘러싸인 형국이겠네요. 뜨거운 주작의 머리가 숱이 많았군요. 허허...

하산길을 따라 내려오면 활공장과 임도 하산길의 갈림길입니다.

활공장에 안 가도 되긴 한데 300미터인 데다가 차로도 갈 수 있게 길이 트여 있어 가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오른쪽 산은 완도 상왕봉이겠지요?

활공장 가는 갈림길 공터에는 차가 이미 두 대가 있었습니다. 거기서만 봐도 덕룡산의 굽이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오른쪽부터 시작된 동봉, 서봉, 첨봉 등부터...

왼쪽의 주작산(덕룡봉)까지요.

일출이든 일몰이든 맛집 같습니다. 

활공장 데크를 오르는 계단을 띠로 둘러막아 못 올라가나 싶었는데 돌아가니 그냥 올라갈 수 있네요. 활공장에는 이미 관제탑처럼 무전 송신을 하고 계신 분들도 계시고, 산불 감시 요원분께서도 계십니다. 우측의 완도와 함께 남해를 바라보면서 근무하시는 건 좀 부럽습니다.

활공장에서 덕룡산과 주작산을 같이 봅니다.

데크를 피해 찍어봤습니다.

나름 쉬지 않고 달렸는데 2km 초반이 나오면 정말 힘든 날이었다는 것을 몸뿐 아니라 기록으로도 느끼게 됩니다.

다음 주면 진달래 응원단이 산행의 노곤함을 덜어주는 가운데서 산행을 할 수 있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