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서북능선 종주21

산방이 풀리고 첫 주말, 지리산 종주를 다녀왔습니다.

지난해엔 한 번도 지리산 종주를 가지 않았습니다만, 이번엔 초창기에 달려봅니다.

다만, 사람들이 좀 빠져줘야 할 거 같아 서북능선을 갑니다.

과거에 정령치에서 바래봉까지는 가봤지만 성삼재부터는 정식코스로 서북능선을 처음 달려봅니다.

가야 할 길과 반대로 화장실을 들르면서 노고단에 한눈을 팔아봅니다.

왼편엔 짱구 엉덩이 같은 반야봉과 중봉이 보이네요. 

오전 10시 주차장은 만차입니다.

성삼재에서 바라보는 산동면입니다. 산수유 축제로 다녀왔던 상위마을이 있던 곳이지요. 화려한 운무는 없어도 지평선이 가로지르면 웅장한 지리산의 거대함을 몸소 느낄 수 있습니다.

도롯가를 따라내려와 왼편의 만복대 탐방로로 들어갑니다.

반대로 오는 분들도 꽤 있었습니다. 새벽부터 뛴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정령치에서 오르는 것이었을 수도 있겠지요.

아무튼 지리산은 만원이었습니다. 

주중 평일이 너무 날씨가 좋아 부산의 산들을 연거푸 다니다 보니 제대로 쉬지 못해서 그런지 해발 1000의 위력인지 발이 무겁습니다. 괜히 한숨 쉬며 사진을 찍는답시고 핑계로 잠시 쉬어봅니다.

성삼재 주차장이 꽤 큰데... 이리 조그마해 보입니다....

좌 반야봉, 우 노고단

지리산 주능선은 바래봉 도착까지 지겹게 볼 수 있었습니다. 

아침 먼지가 닥치기 전이라 그런지 멀리 서룡산과 투구봉도 보입니다. 

11시까지는 하여튼 시계가 꽤 좋았습니다.

7시 방향으로 깎여 내려오는 곳은 영원령과 삼정산 라인일까요? 

등산 시작 30분이 되어 작은고리봉에 도착했습니다.

정상에서 보는 산동마을

노고단 

반야봉과 노고단

다음 목적지인 만복대

등산 한 시간째 묘봉치 도착

날벌레가 참 많습니다.

만복대 오르기 전 쉼터에서 보는 지나온 노고단부터 내려오는 서북능선

다가오는 만복대 

만복대 비석 왼쪽이 천왕봉, 가운데가 반야봉이네요.

등산 시작 1시간 36분 경과

정령치로 향하는 길..

저 멀리 바래봉이 보이긴 하는데... 너무 머네요.

만복대까지 치고 온 서북능선의 길

만복대에서 본 산동마을

가는 길 곳곳이 얼레지 군락 

정령치 가는 길도 꽤 깁니다.

정령치까지만 가면 끝날 줄 알았는데 1차 고비가 만복대에서 정령치까지 가는 길입니다.

꽤 지루하고 멉니다.

정령치 가는 길목의 조망터에서 본 만복대

조망터에서 본 지리산 주능선

어휴 한숨만 ㅋㅋ 

여기도 차가 가득하네요. 

정령치 휴게소 도착

2시간 12분 경과 12.6km지점

매점은 아직도 열지 않았고, 주차장 건너편의 건물 마감 작업 중이었습니다.

올해는 열려나...

세걸산으로 가야 합니다.

가던 길 도중에 우측의 길로 빠져서 마애불상군을 보고 갑니다.

불상을 보러 왔지만 불상 위를 뛰어다니는 다람쥐에 한눈이 팔렸습니다.

사진으로는 찍을 여유가 없었네요. 

큰고리봉까지는 2시간 45분

거기서 세걸산까지 가는 데는 3km인데 1시간을 꼬박 쉬지 않고 오르내리막을 가야 합니다.

여기서 거의 퍼지는 거 같습니다. 2차 고비 능선이라 생각합니다.

큰고리봉으로부터 세걸산으로 착각하게 하는 봉우리가 두 개 정도 있습니다. 그 낚시를 견뎌내야 만나는 세걸산 정상석 

3시간 50분째 도착

세걸산에 도착하니 공기가 많이 탁해졌습니다.

가운데 노고단 방향으로 우측의 만복대를 통해 여기까지 왔습니다. 

바래봉이 보입니다. 연분홍빛이 보이는 건 착각인지 진실인지 가 봐야 알겠지요. 

세걸산 정상에서 돌아켜 보면 만복대를 가운데로 두고 우측의 서북능선을 타고 왔습니다.

올록볼록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사람을 지치게 합니다. 

세걸산에서 하산하면 반드시 가야 할 거 같은 샘입니다.

헬기장 나오기 전에 우측 편의 샛길로 50m 내려가면 나옵니다.

길은 좀 망가져 있지만 어떻게든 가는 데는 무리 없습니다. 

변강쇠 옹녀...?

힘이 얼마나 좋으면 호스가 두 개... 그 물줄기를  받아내는 샘터는 변강쇠를 상대하는 옹녀가 아니면 안 되겠지요. 

참고로 음수용 컵, 바가지 등이 없습니다. 아마도 유실된 거겠지요.

샘을 지나고 세동치에 도착합니다.

4시간째, 12.6km 지점

바래봉의 가장 기본코스인 수련원에서 치고 올라오면 여기서 시작이지요. 

가는 길 우측에 보이는 부운마을

습도가 있어 운무가 끼이면 마을 위에 구름이 자욱합니다.

아마 그래서 부운(구름이 떠 있는)마을이 아닐까 싶습니다. 

바래봉이 점점 짙은 색으로 다가옵니다. 

부운치. 여기서 하산하면 아까 봤던 부운마을로 하산.

4시간 48분 경과 14.9km

힘들지만 바래봉이 다가오면 힘이 납니다.

철쭉 평원, 군락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예전의 목장지였던 것이 드러납니다. 

바래봉 정상도 조망되고요.

60% 정도 개화한 거 같습니다.

산철쭉이 끼어 있어 다른 곳과 달리 더 예쁩니다. 

똑같은 오르내리막의 반복이지만 철쭉을 보며 힘이 납니다.

비 내린 이번 주말이 끝나면 여긴 진분홍으로 가득 차겠습니다.

5시간 15분 경과

운봉읍 방향 

군락지를 지나 임도 끝 바래봉 오르막 전에 만나는 약수터.

18km, 5시간 40분째

목이 안 마르고 샘터의 물도 가득하지만 그냥 마셔봅니다. 

바래봉 정상에서 보는 서북능선의 장대함...만복대 뒤는 안 보이네요.

바래봉 정상에서는 지리산 천왕봉이 보입니다. 

천왕봉을 가운데로 하여 다시... 

바래봉 정상석에서 보는 서북능선 뷰

운봉읍

줄이 너무 길어 공수 교대 때 도둑 촬영합니다.

5시간 50분 경과 18.5km 지점

산내면

삼정산도 함께... 

바래봉에서 30분 정도 가면 도착하는 덕두봉 길은 정비되어 있습니다.

톱으로 길가에 자빠진 나무들이 베어져 있었습니다.

문제는 덕두봉까지만 공단에서 길을 관리해 두고 그 이후는 국립공원이 아니라서 방치되어 있다는 점. 

덕두봉 정상에서 보는 운봉읍

덕두봉 정상 

덕두봉에서 5분 정도 내려가면 보이는 이정목

갈림길인데... 저는 정식코스인 월평마을로 갑니다.

산악회 시그널은 흥부골이 더 많았습니다.

조릿대 사이로 헤맬 필요 없는 길이 쭉 이어집니다.

다만 흙길에 나무뿌리, 돌이 듬성듬성한 1인용 길이라 낙엽이 복병인 거 같습니다.

한 달 뒤는 거미줄도 덤이겠네요.

가을에는 비추천입니다. 낙엽으로 길바닥이 안 보이면 정말 위험한 느낌입니다. 

40분 정도를 내려오면 급 커브하는 이정목이 나옵니다.

사실상 다 내려온 셈...

임도긴 한데 중간에 물길이 있어서 진흙도 있고 하니 조금 신경이 쓰입니다.

하지만 하산길에 멈추거나 한 적은 없어서 능숙한 분들은 쉽게 내려올 수 있습니다.

5월이다 보니 작년의 낙엽 숨이 죽어 있는 게 가장 주효했습니다. 

벼락을 맞은 걸까요.

탈출...

임도를 따라 월평노인회관에서 마무리합니다.

택시를 부르면 15000원 기본 요금부터 시작합니다.

7시간 22분에 종료. 총 23.5km

가민으론 24km 넘네요.

안내판에 태극종주가 있는데 지리산 하봉을 끼워놨네요...

언제 다시 여길 도전할까 싶기도 한데... 설악이든 지리든 서북능선은 야생의 느낌이 있네요.

지리산이 더 야생이기도 하고요.

올해 7시간을 넘긴 첫 산행이네요.

해가 길지만 물지게를 지며 살을 태우는 고통이 시작되는 산행에 올해는 좀 주저하게 되네요. 올해 유독 엘니뇨로 덥다고 겁을 주며 언론에서 떠들어서 장시간 산행은 무박 아니면 참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