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들(초딩4)과 함께 산에 다녀왔습니다. 엄마 닮아서 어지간히 움직이기 싫어하는 녀석인데
내무부장관께서 어젯밤 밤샘근무하고 쓰러져 누워계시길래 어차피 집에 혼자 있어봐야 뭘 얻어
먹기도 힘드니 아빠랑 가서 컵라면이나 먹고 오자고 꼬셔서 데리고 갔네요.
그런데 아침에 잠깐 내리고 눈이 다 녹았을 줄 알았는데 날이 추워서인지 그대로 쌓여있어서
깜놀했습니다. 가볍게 쉬운 코스로 2시간 이내로 다녀올 생각이라 아이젠 안챙겨왔는데 ㅠㅠ
스틱 잡은 손에 힘 꽉 주고 천천히 올랐습니다. 경로구역 들머리로 올라가 칼바위 조금 못미치는
지점까지 갔다가 아이가 너무 미끄러워해서 안전상 그냥 도로 내려왔어요.
맞은편 관악산에도 눈이 소복소복 쌓여있습니다. 보기 좋아요. 오늘 산에 가신 분들 모두 복받으신 듯 ^^
바람이 불 때마다 가지 위에 아슬아슬 매달려 있던 눈들이 우박처럼 쏟아져내렸습니다.
장관이었네요.
혼자라면 짚티 위에 소쉘만 걸치고 올라도 충분할테지만 아이 걸음에 보조를 맞추려니 몸이 더워지질
않아서 결국 소쉘 안에 경량패딩 입고 쉬엄쉬엄 걸었습니다.
칼바위 조금 못미쳐 더는 안되겠다 싶어 그냥 빽도했습니다. 중간에 적당한 곳에 자리잡고 컵라면부터
먹었습니다. 이거 언제 익나 조바심 치며 기다리는 우리집 강아지 ^^
등포회원분이 추천해주신대로 1리터짜리 수통보온케이스에 컵라면 넣어놓으니 우왕ㅋ굿~! 뜨거워요 ㅎㅎ
나뭇가지에서 쏟아져 내리는 눈을 맞으면서도 좋다고 웃는 강아지. 조심조심 데리고 내려와 목욕탕 가서
씻기고 머리까지 깎여서 집에 돌아오니 어느새 하루가 다 갔네요.
그사이 내무부장관도 잠에서 깨어나시고 어쨌든 부자간에 즐겁게 보낸 하루였습니다.(나만 즐거웠나 ㅎㅎ)
다음 주엔 내무부장관도 같이 한번 가보겠다고 해서 모시고 출격하려 하는데 어찌될지 모르겠네요.
나부자켓의 진정한 매력에 확 그냥 빠져드셔야 되는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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