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모처럼 꿀맛같은 연차를 보내고 서울로 복귀한 푼짱입니다.
가족들과 양양 여행 다녀왔습니다. 아들놈 개학이 얼마 남지 않아 마지막으로 신나게 놀게 해줬습니다.
...라고 쓰고 겸사겸사 저도 설악산이나 후딱 다녀오려고 꾸민 여행계획입니다 ^^;;
설악산 흘림골~주전골로 돌아봤습니다. 여름 끝물이라 이제 계곡에 탁족할 일도 힘들어 질테고 가을 성수기 전에
미리 한번 탐방했습니다. 예상대로 많은 이들이 오셨더군요. 버스가 5분에 한 대씩 도착하면서 사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쏟아져 나오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아 여긴 가을에 오면 앞사람 엉덩이만 보다 가겠구나 싶었죠;;
일단 저는 흘림골공원지킴터에서 하차하고 가족들은 양양 하조대 가서 놀다가 시간맞춰 주전골로 저를 데리러
오기로 했습니다. 3시간 30분 예상했는데 가족들 기다릴까 걱정되서 걸음을 재게 놀렸더니 2시간 40분 걸렸습니다.
다녀와보니 흘림골~주전골은 그렇게 바쁘게 걸어서는 제대로 즐길 수 없습니다. 천불동 못지 않은 계곡미가 멋지고
여심, 등선, 십이, 용소 등 크고 작은 폭포가 눈을 즐겁게 하니 사붓사붓 걸으며 눈두덩이 가득 풍경들을 이고 걷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런 재미를 두고 그저 바쁘게만 왔다가면 흘림골을 제대로 구경했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이번에 너무 만족스러워서 가을 전에 다시 한번 갈건데요. 넉넉하게 4시간 잡고 실컷 눈요기 좀 하다 와야겠습니다.
동서울에서 오색흘림골로 가는 버스를 이용할 수 있으니 대중교통이 편합니다. 자차로 간다면 오색주차장에 미리
세워두고 택시로 흘림골까지 이동해도 되겠습니다. 약 15,000원 정도 요금이 나온다고 합니다.
버스 이용 시 주전골로 내려오면 오색주차장 근방에 동서울, 춘천행 시외버스 이용가능합니다.
주전골까지 산행 즐겁게 마치고 마중나온 가족들과 다시 남애항에서 밥먹고 미천골자연휴양림으로 이동해서 마지막
휴가를 즐겼습니다. 미천골자연휴양림도 몹시 만족스러웠습니다. 강원도에 있는 국립휴양림은 3~4군데 빼고는 모두
탐방해봤지만 미천골이 가장 좋았습니다. 불바라기약수를 찾기 위해 가볍게 떠난 산책이 가공할 '뜻밖의 여정'으로
바뀐거 빼고는 말이죠 ^^;; (밑에서 설명하겠습니다)
'산넘어산' 기준 산행거리 5.38km, 산행시간 2시간 40분. 위의 파노라마 사진은 흘림골 등선대에서 바라본 설악의 줄기.
40장의 사진을 첨부했기 때문에 글이 좀 깁니다. 긴 글에 멀미나시는 분들은 미리미리 패스하세요 ^^;;
서울에서 7시 출발. 흘림골공원지킴터에 도착하니 오전 10시가 조금 지났습니다. 슬쩍 훑어도 백 명은 족히 될 법한
사람들이 입구에 모여서 체조하랴, 조짜랴, 화장실 다녀오랴 북새통입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서 들머리는
병목현상이 일어나 줄줄이비엔나입니다 ㅠㅠ 가족들 가는거 보고 후다닥 장비 점검하고 잽싸게 들머리로 붙었습니다.
미세먼지 농도가 '약간 나쁨'인 날이었는데 다행히 시정은 그럭저럭. 초입부터 기암괴석이 등장해 눈이 즐겁습니다.
한무리의 등산객이 여심폭포 앞에서 사진찍느라 바쁩니다. 표정들이 다들 밝고 환합니다.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면 잽싸게 치고 올라가야 됩니다. 안그러면 속도를 좀처럼 낼 수가 없습니다 ㅠㅠ
30분만에 후다닥 등선대 밑까지 왔습니다. 저 위에 난간이 둘러쳐진 곳이 등선대입니다. 등선대는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야 됩니다. 아주머니들은 귀찮다고 안올라가는 분들도 많았는데 안가면 후회합니다. 뷰가 아주 좋아요.
맨 앞에 송곳니처럼 솟아오른 흘림골 칠형제봉과 그 뒤에 한계령휴게소가 보이고 왼편에 안산, 오른쪽 가장 높은
봉우리가 귀때기청봉입니다. 시원시원하네요.
칠형제봉을 가까이서 찍어봤습니다. 멋있어요!
오른쪽 맨 뒤가 대청봉입니다. 그 앞은 한계령에서 이어지는 끝청이겠죠.
등선대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로 꽉 차서 대강 눈요기만 하고 바로 내려와 왼편 등선폭포쪽으로 갑니다.
등선폭포입니다. 웅장한 폭포의 모습은 아니지만 흘림골이 품고 있는 폭포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시작에 불과합니다.
저 뒤로 등선대가 보이고 앞쪽엔 기암괴봉이 높이 솟아있습니다.
이제 십이폭포가 시작됩니다. 점봉산에서 흘러나온 물이 이곳에서 12폭의 물길이 되어 내려갑니다.
물소리가 어찌나 큰지 귀가 멍멍할 지경입니다. 가을장마가 길어진 탓에 수량이 아주 풍부합니다. 때를 잘 맞췄네요.
멋진 봉우리들. 천불동 못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비선대~천불동 코스보다 흘림골~주전골이 한수 위 같습니다.
십이폭포 하단입니다. 이 물은 다시 주전골로 계속 흘러갑니다.
오색약수까지 3.3km 남았습니다. 등선대에서 용소폭포 삼거리까지는 대부분 내리막이고 가끔 오르막입니다.
길이 순한 편이고 정비가 워낙 잘 되어 있어 아이들도 오가기 좋습니다.
아무리 급해도 이 좋은 풍경에 발도 한 번 못담궈보고 갈 순 없죠. 얼어붙을 듯 시원합니다.
용소폭포 가기 전 선녀탕도 지납니다. 물색이 너무 예쁘죠? 정말 맑디 맑은 계곡입니다.
시간이 없어 용소폭포 위에까진 못가고 전망터에서 한컷만 찍고 빠집니다. 용소폭포가 마지막 폭포입니다.
이제 주전골에 들어섰습니다. 미세먼지 탓에 살짝 뿌연 느낌이 있지만 풍경이 매우 수려합니다. 반했어요!
첫 개시한 한바그 다코타. 햄버거의 명성 그대로입니다. 편하고 든든합니다. 걱정했던 발등 부분도 금세
편해졌습니다. 조금 낑길까 싶어서 라이트웨이트 울양말을 신고 왔는데 미드웨이트도 거뜬하겠습니다.
비브람 엔듀런스 아웃솔은 염려했던 것보다 훨씬 안정적입니다. 물에 젖은 바위만 아니면 괜찮은 접지력을
보여줍니다. 발목까지 확실하게 잡아주니 너덜길도 문제없습니다. 발볼 10.5cm인 제 발에 아주 맞춤처럼
딱 필요한 여유공간을 제공해줍니다. 굳이 구하기도 어려운 와이드 모델 찾을 필요 없겠습니다.
가볍고 튼튼한 중등산화를 찾는다면 좋은 대안이 될 듯합니다. 사랑해요 햄버거!
역으로 오색약수에서 출발해 주전골~용소폭포만 보고 가도 좋겠습니다. 정비가 워낙 잘 되어 있어 많은 분들이
운동화 차림으로 산보하듯 주전골을 즐기고 계시더군요.
계곡 위로 독주암이 군웅처럼 늠름하게 서있습니다.
비선대에서 올려다보는 적벽, 장군봉 못지 않은 웅장함이 주전골에도 있습니다.
가벼운 차림으로 데크길을 따라 계곡 트레킹을 즐기는 외국인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성국사 지나 종종걸음 치니 어느새 오색약수까지 거의 다 왔습니다.
흘림골공원지킴터에서 출발해 오색약수까지 왔습니다. 장쾌한 물줄기가 뿜어내는 한기 덕분에 더운 줄도 모르고
시원하게 산행 마쳤습니다. 또 오고 싶어요!
여기서부터는 번외입니다. 미천골자연휴양림에서 1박이 예정되어 있어 건너가기 전에 양양 남애항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합니다. 자연산 세꼬시를 듬뿍 담아올린 물회와 미역, 들깨가 들어가 진한 맛이 일품인 어죽, 그리고
해물모둠까지 곁들이니 진수성찬입니다. 어른 셋, 아이 하나가 밥 한톨 안남기고 싹싹 비웠습니다 ^^
오징어, 해삼, 소라, 멍게, 가리비, 그리고 사진에는 없지만 싱싱한 성게도 한접시 가득. 오랜만에 티스푼으로 우니를
게걸스럽게 퍼먹었습니다.
한가로운 양양의 동해바다. 날씨 좋습니다.
남애항에서 40여 분 달려 미천골자연휴양림에 도착했습니다. 올초 겨울 이후로 오랜만에 휴양림에 왔더니 가족들이
모두 좋아라 들떠있었네요.
하조대해수욕장에서 실컷 물놀이했으면서 다시 계곡물에 놀러 들어간 우리집 강아지. 물수제비 뜨느라 정신없습니다.
미천골 계곡은 그야말로 명불허전.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았습니다. 수량 풍부하고 물색 수려하고 얼마나
깨끗하던지. 최근 몇 년간 본 계곡 중에 최고였네요.
추운 줄도 모르고 차디찬 계곡물에 들어가 노는 강아지와 저놈자식이 언제 나오나 하염없이 기다리는 내무부장관.
미천골자연휴양림은 야외바비큐 금지입니다. 미리 사간 삼겹살을 아쉬운대로 프라이팬에 구워서 와인하고 냠냠 먹으니
이것도 그럭저럭 즐겁습니다. 실컷 먹고 마시고 저는 오전에 일찍 깨서 미천골의 명물이라는 불바라기약수를 구경하러
혼자 길을 나섰습니다. 숙소인 숲속의집 제2지구에서 비포장도로를 따라 5km 정도를 차량으로 이동해야 됩니다.
가는 길에 만나는 숱한 계곡사진 중에서 추리고 추려서 몇 장만 남깁니다. 사진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멋진 계곡입니다.
길이가 무려 70m에 이른다는 상직폭포입니다. 사진에는 안나왔지만 저 위까지 폭포가 이어져 있습니다.
불바라기약수터 입구까지 왔습니다. 중간에 제가 과감하게 생략을 했는데 차량으로 5km 이동해서 숲속의집 제3지구에
차를 주차하면 다시 5.7km를 도보로 이동해야 됩니다. 말이 5.7km지 이걸 걸어서 이동하려니 엄청 깁니다 ㅠㅠ
왕복 12km 정도 되는 거리인데 정말 계곡이 수려하니 그거 보는 맛에 다녀왔지 아무것도 없는 숲길이었다면 돈주고
가라고 해도 못갈 듯 ㅠㅠ 가볍게 나섰다가 망연자실해서 돌아왔습니다. 왕복 3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ㅠㅠ
그래도 이 고단한 여정을 감내해야할 이유가 으슥한 계곡 안쪽에 숨어 있습니다. 황룡폭포와 청룡폭포가 주인공입니다.
불바라기약수터의 왼쪽과 오른쪽에 자리한 이 두 폭포가 쏟아내는 한기가 어마무시하게 시원합니다.
사진은 약수터 오른쪽에 위치한 청룡폭포입니다. 길이가 약 30미터 가까운 긴 폭포입니다.
왼쪽에 있는 폭포가 황룡폭포입니다. 불바라기약수는 이 황룡폭포로 오르는 길 중간에 있습니다.
약수터를 사이에 둔 쌍폭이 너무 멋있어서 한참을 여기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유명한 불바라기약수입니다. 약수에 철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물이 흐르는 바위가 온통 녹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물맛은 예상했던 것처럼 쇠맛이 진하게 납니다. 홍천의 삼봉약수. 초정리 초정약수보다 훨씬 진합니다.
몸에 좋다니 벌컥벌컥 배불리 마시고 들고 간 수통 두 개에 그득 담아서 내려왔습니다. 술도 덜 깬 몸으로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은 무진장 했지만 구경 한번 잘했습니다.
까마득한 절벽 밑으로 굽이굽이 흐르는 미천골의 계곡수. 웅장한 물소리를 벗삼아 다시 5.7km를 걸어 내려왔습니다.
가볍게 생각하고 아쿠아슈즈 신고 갔더라면 울면서 내려왔을텐데 그래도 다행히 다코타 신고 가서 울보로 변신하는건
막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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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흘림골~주전골의 기막힌 풍경이 아른아른합니다. 조선반도의 산중제일은 설악이라. 반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가족들과 즐겁게 놀고 먹고 마시고 미천골까지 두루 섭렵하고 와서 모처럼 행복한 1박2일의 여정이었네요.
당일치기로 한 번 더 다녀올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피식피식 웃음이 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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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간짜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