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추석 당일 가택연금에서 풀려나 아침 댓바람부터 배낭 꾸려 마실다녀온 푼짱입니다.
오늘은 동두천에 있는 소요산에 다녀왔습니다. 원래 가을단풍으로 유명한 곳인데 맛보기 삼아
먼저 들러봤습니다. 1호선을 타고 출근하면서 늘 궁금했습니다. 소요산행 열차를 타고 끝까지 가면
어떤 풍경이 기다리고 있는지. 오늘에서야 궁금증을 풀었습니다.
소요산은 높은 산은 아닙니다. 정상인 의상대가 587m. 관악산보다 낮아요. 대신 활엽수가 풍부해서
가을 단풍이 아주 멋드러집니다. 매년 10월에는 단풍제도 개최합니다. 봄에 벚꽃도 예쁘다고 하지만
소요산을 제대로 즐기려면 역시 10월말~11월초가 제일 좋습니다. 부채꼴 모양으로 능선이 펼쳐져있어
자연스럽게 원점회귀 코스가 됩니다.
소요산 일주는 총 6개의 봉우리를 모두 넘게 됩니다. 하/중/상백운대, 나한대, 의상대, 공주봉.
약 9.4km로 넉넉잡아 6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나올 수 있습니다. 크게 유의할 점은 없고, 다만 소요산의
바위가 상당히 미끄럽습니다. 맨질맨질 길이 잘 나있어 방심하고 발을 디뎠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죠.
아리까리하면 미련 없이 우회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백운대에서 나한대 직전 선녀탕 갈림길까지 이어진
약 500미터 칼바위 구간은 한번 건너보는 것이 좋습니다. 고질라 등짝처럼 비죽비죽 솟은 바위등을 타고
넘는 재미가 제법입니다.
소요산의 유일한 단점은 너무 멀어요 ㅠㅠ 서울에서 약 1시간 40분. 거의 청주까지 가는 거리입니다.
그나마 전철로 편하게 왔다갔다 할 수 있으니 좋지만 자주 찾기는 좀 버겁습니다. 소요산에서 내려와
전철 타고 앉아서 한참 졸다가 깼는데 겨우 월계역일 때의 낭패감이라니;;
어쨌든 잘 다녀왔습니다. 추석 당일이라 오전 시간대엔 등로에서 거의 사람을 만나질 못했습니다.
호젓했지만 조금은 외롭게 원효의 옛 자취를 더듬으며 실컷 걸었습니다. 그거면 됐죠 뭐.
산너머산 기준 산행거리 약 9.39km, 산행시간 약 5시간(휴식 포함)
상단 사진은 의상대에서 바라본 우락부락 암봉과 공주봉능선, 동두천 시내.
대방역 기준 1시간 37분 걸렸습니다. 처음으로 소요산행 열차를 타고 종착역까지 왔습니다.
중간에 제 옆자리에서 졸던 아가씨가 우유를 엎질러 바지를 적시는 사고도 있었고요. 어쩐지 일진이
사나울 것 같은 그런 날이었습니다;; 날은 아침부터 왜이리 푹푹 찌는지.
소요산역 앞에 세워진 소요산 등산지도. 사진처럼 부채꼴 모양으로 일주하게 됩니다. 저도 똑같은
코스로 다녀왔습니다. 하백운대로 가던, 공주봉부터 오르던 내려오는 길은 자재암 일주문에서 다시
만나게 됩니다.
추석 당일이라 소요산 국민관광지 앞에 조성된 맛집거리가 한산합니다. 중간에 모텔들이 몇 군데
있어요. 하산해서 모텔에 입욕비만 내고 샤워 좀 할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1만원을 요구하시더군요.
그냥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수건에 물묻혀서 닦았습니다;;
맛집거리를 지나 국민관광지로 접어들면 본격적인 단풍나무거리가 나옵니다. 아직은 멀었지만
10월 중순쯤 되면 아마 볼만할 겁니다.
원효대사의 숨결이 머문 곳. 그런데 대한민국의 내로라 하는 이름난 절 중에 도대체 의상과 원효의
숨결이 머물지 않은 곳이 있나요? 서울에서 부산까지 두 사람의 이름이 안걸린 절이 없네요 ^^;;
아침계곡에 빛내림이 예뻐서 담아봤는데 역시 사진으론 그 느낌이 완전히 살진 않네요.
자재암 일주문입니다. 일주문에 오기 전 매표소가 있어요. 다행히 오늘은 추석 당일이라 그런지 몰라도
따로 입장료를 요구하진 않더라고요. 성인이 1,000원쯤 받나 봅니다. 이마저도 피하고 싶다면 소요산역에서
내리지 말고 동두천역에서 내려 창말능선을 타고 공주봉으로 바로 가면 됩니다.
일주문을 지나면 바로 원효폭포와 원효굴이 나옵니다. 바로 옆이니까 보고 가는게 좋아요.
약 10미터 되는 높이의 원효폭포입니다. 수량이 그래도 어지간히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가을이 되면
지금같은 물줄기는 보기 힘들어 지겠죠.
원효폭포포를 보고 돌아나와 두 갈래길에서 왼쪽으로 오르면 자재암 방향, 오른쪽은 공주봉 방향입니다.
저는 고스톱 방향으로 돌기 위해 자재암으로 향했습니다. 원효가 자결을 결심하고 뛰어내리려고 하다가
갑자기 뜻한 바가 있어 불교에 전념하게 되었다는 원효대입니다.
원효대 앞에 설치된 해탈종. 골든벨 울리듯 한 번 흔들어주고 갑니다.
목재데크길을 따라 조금 더 가면 자재암이 나옵니다. 신라시대에서 이어져 내려온 천년고찰입니다.
석간수인 원효샘. 안내판에는 물맛에 대해 장황한 미사여구가 쓰여져 있지만 실제로 맛을 보면
그냥 그래요 ㅎㅎ 물맛은 설악산 오세암과 봉정암 물맛이 최고죠!
렌즈를 16mm로 갈아끼우고 담아본 자재암 경내. 음...확실히 화각이 시원하긴 하네요. 당분간은
16mm와 35mm 두 개 다 갖고 다니면서 상황에 맞게 찍어야겠습니다. 좀 귀찮긴 하지만 ^^;;
35mm로는 한번에 안담기던 자재암 옥류폭포(청량폭포)도 16mm에는 여유있게 들어옵니다.
이제 본격적인 오름길이 시작됩니다. 하백운대까지 오르는 계단&너덜길. 아 여기 힘들어요;;
20분 남짓한 거리인데 오늘 써야할 힘의 40%를 여기서 탕진했습니다 ㅠㅠ
헉헉 거리며 오른 하백운대. 조망은 없습니다. 그냥 작은 공터에요.
중백운대 역시 특별한 볼거리는 없습니다. 하백운대에서 약 10분 소요. 그런데 소요산에서 주의할게
하나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봉우리 옆으로 길게 우회로가 있어요. 주의깊게 보고 오르지 않으면
봉우리 안내표지목을 못보고 바로 다음 봉우리로 가게 됩니다. 그러니 유심히 살펴봐야 합니다.
상백운대까지 왔습니다. 자재암에서 하백운대까지만 힘들고 나머진 능선길이라 크게 어렵지 않아요.
아직은 날이 더워 벌레들이 많습니다. 앉아서 쉬려고 하면 달려드는 모기, 파리, 벌 때문에 편하게
쉬질 못했네요.
상백운대를 내려오면 이제 칼바위 구간이 시작됩니다. 고질라 등뿔처럼 비죽비죽 솟은 바위등을 밟으며
한발한발 전진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오른쪽 하단에 우회로가 있지만 되도록이면 정면돌파 추천합니다.
대신 바위가 좀 미끄러우니 조심해야 합니다.
이렇게 더운 추석은 처음인 것 같지만 가을꽃은 어김없이 제때 핍니다. 구절초가 예쁘게 피었습니다.
칼바위 구간 다 건너와서 만난 표지목.
이제 나한대로 갑니다. 한참 내려갔다가 다시 위로 쏩니다. 요구간이 조금 힘듭니다. 중간에 선녀탕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오니까 딱히 의상대를 볼 생각이 없다면 거기서 내려가도 됩니다.
나한대까지 올랐습니다. 날씨는 덥고 바람 한점 없습니다. 등산하긴 고약한 날씨에요.
나한대에서 내려와 의상대로 가면서 바라본 의상대. 여기에 단풍들면 꽤 볼만하겠습니다.
나한대에서 의상대 가는 길은 크게 어려울게 없습니다. 철계단이 잘 설치되어 있어서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됩니다. 마지막 로프구간만 지나면 의상대입니다.
의상대에서 뒤돌아본 나한대(오른쪽 맨 앞), 그 뒤로 상백운대와 중백운대가 차례로 보이고
상백운대 뒷편으로 덕일봉이 빼꼼 보입니다. 덕일봉으로 가면 옛광산이 있던 동두천 동막골, 이시랑골로
빠질 수 있고 종주꾼들이라면 소요산의 북쪽에 있는 연천 종현산까지 가볼 수 있습니다.
공주봉에서 출발해 상백운대까지만 가서 덕일봉으로 빠져 신북온천으로 가는 코스도 인기가 좋습니다.
의상대에서 내려가면 만나게 될 공주봉(오른쪽). 공주봉 뒤로 희미하게 마차산이 보입니다.
마차산 뒤로는 파주 감악산도 보이는데 사진엔 안나오네요. 오늘 산행도 이제 하산길만 남았습니다.
소요산은 표지목이 아주 잘 되어 있는 편입니다. 거리표시와 지명표시 모두 큰 하자가 없네요.
의상대에서 내려오는 길에 설치된 목재데크길. 덕분에 편안하게 공주봉까지 갈 수 있습니다.
마침내 공주봉까지 왔습니다. 공주봉의 공주는 요석공주를 가리킵니다. 신라 무열왕의 여식으로
원효대사의 부인이기도 합니다. 둘 사이에서 신라10현 중 1인인 설총이 태어났다고 전해집니다.
공주봉에서는 동두천 미군기지가 빤히 내려다 보입니다. 저기 가운데 흐르는 물줄기가 아마 동두천이
아닐까 싶네요.
공주봉에서 내려오면서 뒤돌아본 의상대. 원효대사의 전설이 깃든 곳에 의상대란 이름을 붙이다니.
좀 의아하기도 하지만 어차피 소요산의 모든 봉우리는 불교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까요.
공주봉에서 일주문까지는 약 1.4km 정도 됩니다. 내리막이니 금세 도착합니다. 가는 길에 만나는
기도터입니다.
일주문 직전에 만나는 구(舊)절터. 만고의 세월을 거름 삼아 수풀이 무심히 자라 있습니다.
아직 날이 더워 많은 사람들이 탁족을 즐기는 계곡을 지나면 아침에 자재암으로 출발했던 갈림길이
나옵니다. 이제 산행도 거의 끝났습니다. 소요산역까지 약 3km만 걸어가면 됩니다.
추석 당일이라 문 연 식당도 거의 없고 그나마 문을 연 식당도 제 입맛에 맞는게 없어 고민 끝에
택시를 타고 생연동 제일시장에 있는 평남면옥으로 갔습니다. 평양냉면 전문점입니다.
평양냉면을 좋아해서 내로라 하는 곳은 거의 다 가봤는데요. 이곳은 처음 입니다. 의정부 평양면옥과는
또다른 맛이네요. 양지와 동치미육수를 섞은 듯한 육수는 시원하고, 면은 전분 함량이 좀 높습니다.
의정부 계열 평양냉면집들이(을지, 필동, 장충동) 면을 내올 때 고춧가루를 살짝 뿌리는 것에 반해
평남면옥은 특이하게 다대기(양념장)를 올려 내놓습니다. 저는 그걸 미리 알고 갔던 터라 주문할 때
다대기 올리지 말고 그냥 달라고 했습니다. 다대기 없이 먹는게 훨씬 풍미가 좋습니다.
이거 한그릇 먹기 위해 소요산역에서 택시비 7000원을 내고 왔지만 후회 없이 시원하게 들이켰습니다.
여길 또 언제 올 수 있을까요? 아쉬운 마음에 편육도 반접시(5,000원) 시켜서 맛 좀 봤습니다. 원래 한접시
단위로 파는데 부탁하면 반접시도 주문받습니다. 을지면옥처럼 반반 메뉴(편육 반, 소주 반병)가 있으면
더없이 좋으련만 아쉽게도 그건 없더라고요;; 완벽한 선주후면을 즐길 수 있었는데..짭
우야튼동 편육도 상태 좋습니다. 고기와 비계가 적당히 섞인 육질이 쫄깃하면서 기름집니다. 잘 삶았네요.
뜨거운 메밀면수 대신 주전자째 내주는 육수도 시원하니 좋습니다.
그나저나 오늘 1회용 콘택트렌즈 첫 사용한 날인데요. 아 이거 신세경인데요?! 너무 편합니다! ㅎㅎ
처음 끼는 것치고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5분만에 끝냈습니다. 다만 왼쪽눈에만 이물감이 좀 있는데 이건
아마도 시간이 해결해주겠죠? 짝눈이라 총 60팩에 8만원 들었습니다. 아큐브 모이스트로 구입했습니다.
루디 고글 구입한 이래 처음으로 도수클립 빼고 착용해봤는데 확실히 무게도 가벼워졌습니다.
크게 부담되는 무게는 아니지만 그래도 도수클립 없이 착용하는 것과는 비교불가죠 ^^;;
내려와서 전철역 화장실에서 깨끗이 손씻고 떼내고 집에 올 때는 안경 끼고 왔습니다. 8시간쯤 지나니까
좀 뻑뻑한 느낌이 들긴 하더라고요. 중간중간 인공눈물을 넣어주긴 했지만요.
이녀석 때문에 앞으로 아웃도어 활동이 조금 더 편해질 거 같아요. 아이닥 안경사님이 되도록 라이딩할 땐
착용하지 말라고 하시긴 했어요. 렌즈 끼고 바람 많이 맞으면 안좋다고요. 어차피 저는 등산용으로만 사용
할거라서 큰 문제는 없을 듯합니다.
내일은 엄니가 추석맞이 광명 구름산 가족산행 가자고 하시는데 아이고 일단은 내일 일어나서 몸상태 보고
나서 갈지말지 결정해야겠어요. 구름산이야 특별히 힘들게 없는 코스이긴 한데 서혜부 통증이 도질까봐
좀 걱정이 되네요. 그래도 뭐 내무부장관이 같이 가자고 하면 주섬주섬 옷 입고 따라나서야죠 ^^;;
남은 추석 연휴 잘 보내시고 즐산 안산 하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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