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점심 잘 먹고 들어와 휴식하면서 잉여게이지 올리고 있는 푼짱입니다.
옛날 사진폴더를 뒤적이다 보니 재미있는걸 발견했습니다. 한창 릿지에 맛들여서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 관악산에서 삿갓승군과 왕관바위 릿지하는 모습을 gif로
만들어놓은 파일이 있네요. 아마 릿지배우고 다닐 때 복습용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습니다. 저땐 뭐가 그리 즐거웠는지.
삿갓승군은 관악산 학바위능선에서 KBS송신탑쪽으로 올라가는 도중에 있습니다.
삿갓승군은 '삿갓을 쓴 승병의 모습'이란 뜻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모르겠네요 ^^ 삿갓까진 어렴풋이 알겠는데 왜 하필 승병인지는
제가 이름을 붙인 장본인이 아니니 알 방도가 없습니다.
학바위능선 타고 올라오는 분중에 저 삿갓승군을 보고 호기롭게 붙었다가 혼비백산
하고 빽하는 분 많이 봤습니다. 저게 쉬워보여도 손잡을 곳이 별로 없어서 쉽지
않습니다. 바위의 뭉뚱한 면을 잘 잡고 조심조심 게걸음쳐야 됩니다. 또 이게 가기는
쉬워도 다시 역방향으로 진행하려고 하면 그건 또 그거대로 어려운 릿지랍니다.
학바위능선에서 올라오면서 붙기 보다는 KBS송신탑에서 학바위로 내려갈 때 붙는게
그나마 루트가 보여서 쉽습니다. 역방향에서 보면 발 디딜 곳과 홀드가 사각에 있어
제대로 보이질 않아 겁먹기 딱 좋습니다. 기겁해서 빽하는 분들의 대부분은 학바위쪽에서
붙는 사람들입니다.
방법 같은건 자세히 설명드리지 않겠습니다. 한번 해보라고 권장하는 학습동영상도
아니고 그냥 재미로 보시면 됩니다. 릿지 좀 해보셨다는 분들은 아마 상기 gif 만으로도
충분히 감잡으실 겁니다.
팔봉능선 3봉과 4봉 사이에 있는 왕관바위입니다. 관악산의 명물 중 하나죠. 여기도
사람들이 많이 붙었다 내려갔다 합니다. 하도 많은 사람이 오르내려서 바위 표면이
반질반질해요. 그래도 처음 붙는 사람은 어디를 붙잡고 올라야 할지 막막하게 보입니다.
오르는건 어찌어찌 했다고 해도 내려올 때까 더 문제입니다.
모든 릿지는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가 더 어렵고 까다롭습니다. 사고도 많이 나고요.
오를 땐 분명히 보였던 길이 내려가면서 보면 전혀 보이지 않는 경험이 종종 있지요.
그래서 릿지는 혼자 다니면서 야매로 배우는 것보다 숙련자와 함께 다니면서 길을 보는
요령, 홀드 위치 등을 보는 걸 배우는게 좋습니다.
왕관바위는 내려올 때 최대한 리치를 쭉 뻗어서 한쪽은 홀딩하고 한쪽은 전진하는 식으로
내려와야 합니다. 거의 깎아지른 수직바위라 단단히 몸을 확보한 상태에서 다음 홀드를
잡는 것이 안전합니다. 내려와서 보면 별거 아닌 높이인데 막상 내려오려고 하면 이게
그냥 폴짝 뛰어내리기엔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도 안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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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까지만 해도 북한산 족두리봉, 향로봉, 비봉도 장비착용/2인1조의 규칙이 필요없었죠.
헬맷만 착용하면 누구나 오르고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항상 문제는 헬맷착용이라는 아주
기본적인 규칙조차 지키지 않고 무리하게 붙었다가 사고가 나는 사람들입니다. 하라는데로만
하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말라는걸 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라는대로 하는 것도
안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합니다.
초반엔 족두리봉, 향로봉 앞을 지키는 국공들과 지금껏 문제없이 다니던 곳인데 왜 못가게
막느냐며 실랑이가 끊이질 않았는데 지금은 많이 정착되서 장비착용/2인1조가 아니면 아예
시도를 안하는 분위기입니다. 국공의 단속의지가 그만큼 많이 강해졌다는 방증이기도 하고요.
족두리봉 타고 내려와 향로봉 올라서 비봉 서면 릿지 뜯고 올라가 정상에서 잠시 쉬다가 잉어슬랩
타고 남능선으로 내려가는 코스를 아주 좋아했는데요. 이젠 다 옛일이 되어버렸죠.
자일에서는 쿰쿰한 군내가 나고 카라비너는 먼지가 때처럼 끼었고 헬맷은 아들놈 전쟁놀이할 때
하이바 대신으로 쓰이고 있지만 올해는 날 풀리면 한 번 장비 챙겨서 북한산에 가보려고 합니다.
새봄 마수걸이로 숨은벽 대슬랩 한 번 밟아줘야겠습니다.
※ 다들 성인이고 자기몸은 자기가 알아서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걱정할게 없어 걱정인
분들도 많은 관계로 노파심에 한줄 추가합니다. 초급자는 절대 따라하지 마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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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줄이 참 와닫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