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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힘드네요...^^ 이번 편엔 히말라야도 네팔도 나오지 않고, 사진도 없어요. 엄청 재미 없고 그냥 주절주절 썼으니까 왠만하면 안 읽으셔도... ㅡㅡ;; 히말라야는 다음다음 편에야 나올 것 같은데, 그래도 이젠 좀 빨리빨리 쓰려고요.
아빠와 딸의 쿰부(고쿄-촐라-칼라파타르) 트레킹 후기 : 3. 여행 첫날 중국 쿤밍까지
하늘은 온통 푸른 빛, 오직 설산만이 희다는 네팔 히말라야의 10월. 1미터 안팎의 폭설이 내려 안나푸르나 서킷의 최고점인 토롱라(Thorong La, 5416m) 주변에서 인명 참사가 일어났다. 사망자와 실종자가 50명이 넘었고, 처음엔 입산한 사람이 160명이라더니 구조된 사람만 400명을 넘어섰다. 출발을 열흘 가량 앞둔 시점이었다.
히말라야 트레킹이 아니더라도 완전히 안전한 여행이라는 게 있겠는가? 잘 준비하는 것, 제때 멈추고 물러나는 것 외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우리 영혼이 이 땅에 온 것 자체가 여행이며 위험 가득한 모험이니 살아가는 한, 안전한 실험실 같은 곳은 없다. 하지만 다시 삶으로 돌아오려고 떠난 여행이니 ‘가능한 한’ 안전해야지.
안전한 히말라야 트레킹을 위해 필요한 것 딱 하나를 꼽는다면, 가이드와 함께 하는 것, 가능하면 신뢰할 수 있는 가이드를 선택하는 것을 꼽고 싶다. 큰 위험을 겪는 사람들, 특히 수백만 원을 내고 헬리콥터에 실려 내려오는 사람들이 대체로 가이드 없이 여행하는 사람들이다.
멈춰야 할 때 멈추는 것도 용기다. 이번 트레킹의 위기에서 나는 일단 멈췄고, 그리곤 다시 오르는 길을 택했다. 일단 멈춘 건 옳았으나 다시 올라간 게 옳은 선택이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내게 어리석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고 그가 옳았을 수도 있다. 이런 말이 도움이 된다. “에베레스트 트레킹은 남체 위로만 올라가면 성공이에요.”
온이와 나는 안나푸르나의 사고에 대해 서로 말을 아꼈다. 혹시라도 누가 가지 말랄까봐. 대신 아이젠, 스패츠, 등산스틱, 침낭 따위를 착실히 챙겼다.
인천에서 카트만두까지는 하루 반, 서른네 시간짜리 이동이었다. 아침 여덟 시에 집근처에서 공항버스 타고 정오에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동방항공으로 두 시간 날아 중국 난징(남경)으로, 여기서 국내선 갈아타고 충칭(중경)에서 손님 내리고 태우고 밤에 쿤밍(곤명) 도착하여 하룻밤 보내고 오후에 쿤밍을 출발해 세 시간 날아 네팔 카트만두 트리부반 공항에 현지 시간 오후 세시 반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중국은 땅이 넓지만 어디든 우리보다 한 시간 늦은 시간대로 같다. 네팔과 우리의 시차는 묘하게도 세 시간 십오 분이다. 매우 국제적인 식견을 가진 아내에게, 세 시간 십오 분 시차래, 했다가 그런 나라가 어딨냐며 핀잔을 받았다. 다시 알아봐도 내가 맞았지만, 가만있었다.
무언가를 타고 멀리 떠나는 그 시간이 왜 그리 좋을까? 탈것에 오르면 그때부터 행복하다. 문이 닫히고 기차가, 배가, 버스가,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가슴이 설렌다. 긴 이동일수록 더 좋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서울에서 가장 먼 지구다. 그곳까지 45시간이 걸렸던 십오 년 전의 출장길을 잊을 수 없다. 설레는 마음으로 고독의 시간을 기대했지만 엘에이까지 대한항공에서는 옆자리에 말벗이 필요한 아가씨가 계셔서 기꺼이 말벗이 되어드려야 했다. 기대완 달랐지만 좋은 시간이었다. 갈아탄 란칠레 항공편은 야간 시외버스 같았다. 리마와, 아마도 산티아고를 들렀고 승객들도 잠시 내려 다리를 풀었다. 그리곤 장엄한 안데스를 넘었는데 함께 소리 지를 사람이 없었다. 그때 대한항공 남미노선 뒤편은 흡연석이었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 시대였다.
이동이야말로 여행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게 된 기억이 또 있다. 베트남 호치민 시에서 메콩 강을 거슬러 캄보디아 시엠립으로 가는 일박이일의 여행이었다. 메콩은 수억 인구의 사연이 진득하게 얽힌 거대하고 막막한 탁류였다. 마지막 다섯 시간은 이십 년 넘어 보이는 25인승 아시아자동차 버스의 무너진 좌석에 매달리듯 앉아 캄보디아 벌판을 내달렸다. 여행의 목적지였던 앙코르와트의 화석들보다, 꿈틀대던 그 강의 이동과 덜컹거리던 그 벌판의 이동이, 사무치도록 아름다웠다.
첫 경유지인 난징공항에서 온이는 버블티를 한 잔 사마셨다. 두 나라 사이에 오가는 일이 많아졌다지만 중국 국내선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는 건 아직 신기한 일인가 보다. 점원 아가씨가 우리에게 상당히 호기심을 보인다. 온이는 중국어를 한두 마디 하지만 나는 눈 맞추고 웃어주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다. 아가씨와 아주머니는 잘 가라고 손도 흔들어줬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이제부터 이 여행이 겪게 될 만남들의 시작이었다.
대체 어디서 늦어진 건지, 쿤밍 창수이국제공항에 도착한 건 예정됐던 여덟 시 반이 아니라 밤 열 시쯤이었다. 짐이 늦게 나왔던가? 잘 기억나질 않는다. 마음이 바빠졌다.
우리처럼 쿤밍을 경유해 네팔로 가는 여행자들 중에는 공항에서 적당히 주무시는 분들이 많다. 나중에 들으니 공항 가까운 곳에 숙박할 수 있는 찜질방이 있다고 하는데 확인은 못했다. 우리 둘은 경유지인 쿤밍과 칭다오도 최대한 경험해보고 싶었다. 마치 며칠 관광이라도 할 것처럼 여행책자와 인터넷을 뒤져 숙소를 골랐고 볼거리 놀거리를 찾아보며, 이거 꼭 먹자, 우와 여기 꼭 가보자, 그랬다. 항공편도 같은 값이면 두 도시에 일찍 도착해 늦게 출발하는 걸 선택했다. 예정대로 진행돼도 상당히 무리였는데 이렇게 늦어버렸으니 첫날부터 마음이 바쁠 수밖에.
온이가 먼저 뛰어가 1번 공항버스 타는 곳을 찾는다. 역시 말은 안 통하는데, 미리 스마트폰에 올려둔 노선도를 열어 똑같은 그림이 그려진 버스라는 걸 확인하고 올라탄다. 아, 너무 늦어져서 숙소에 연락을 해야 하는데... 휴대폰은 인천공항에서 정지시켜버렸다. 카트만두에서 현지 폰을 하나 빌리기로 했고 내 폰은 기록과 와이파이 접속용으로만 쓸 생각이었다. (온이는 폰이 없다.)
첫 번째 행운! 공항버스가 와이파이를 제공한다. 달릴 때만 되는 것 같다. 인터넷 브라우저로 접속하면 읽을 수 없는 중국말 시작 페이지가 나오는데, 브라우저 말고 다른 앱들은 그냥 된다. 메일 앱을 열었더니 게스트하우스에서 오늘 오는 거 맞느냐는 메일이 와있다. “지금 가고 있다. 제발 먼저 가지 말고 문 열어줘.” 공항버스 종점에 도착해서 택시 타고 이번 여행의 첫 숙소 로스트가든게스트하우스(길다. 이하 로가게하)에 도착했다.
우리 일정과 방식은 합리적이거나 효율적이지 않았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서 자고 나온다는 것도 무리한 줄 알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쿤밍공항에서 바로 택시를 타지 않은 것도 사실 불합리한 일이었다. 숙소까지 택시로 바로 가면 100위안. 마음 졸일 필요도 없고 여섯 개나 되는 짐에 끙끙대지도 않았을 것이며 30분이면 도착했을 거다. 공항버스는 25위안씩 50위안, 거기에 버스터미널에서 숙소까지 택시를 타면 정상요금은 10위안이지만 늦은 시간에 도착한 관광객은 2-30위안을 각오해야 했다. 시간은 한 시간 반이 넘게 걸린다. 그래도 공항에서 숙소로 택시로 달리고 싶진 않았다. 다시 간다면? 글쎄.
로가게하는 인터넷에서 이용자들의 평이 좋은 저렴한 숙소였고 아침 식사도 괜찮아보였다. 화덕 피자가 엄청 맛있다, 라고들 해서 우린 꼭 먹고 싶었지만 아침식사론 나오질 않아서 그냥 엄청 맛있는 피자가 있는 집에 우리가 묵었다고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귀여운 숨은 정원이 있었고 우리는 2층에 있는 화장실 딸린 더블룸에 묵었다. 직원들은 영어를 잘 했고 무엇이든 기꺼이 도와주려고 했다. 무엇보다 공원과 시장, 대학 등을 걸어서 돌아볼 수 있는 위치에 있어서 좋았다. 돌아오는 길에 하루 더 묵을 예정이었다. 오늘은 너무 늦었다. 골목을 살짝 돌아보고 적당히 씻고 그냥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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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