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시작한 이래 연속 이틀 산행한 것은 처음이네요.
전날 금수산 산행하고 일요일에는 보다 멀리 떨어져 있는 봉화의 청량산인데 과연 체력이 버티어 줄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결론은 그래도 가능하더군요.
일요일 송내에서 출발한 버스는 저를 포함 해서 신도림 탑승객을 태우고 갑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합니다.
기사님과 대장님이 사전에 협의가 없었는 지 갑자기 서부 간선을 타다가 잘하면 서해안 고속도로로 들어 갈 기세입니다. 죽전에서도 산객들을 태워야 하는데.. 결국 중간에 외곽 순환도로로 빠져 나와서 판교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탑니다.
그 와중에 버스 안에는 또 서늘한 기운이 감돕니다. 갑자기 어떤 아주머님이 소리를 지르시더니 결국에는 쌍욕이 오갑니다.
뒤쪽에 앉으신 분들 끼리 의자를 뒤로 젖히느냐 마느냐 가지고 쌍시옷과 동물 관련 욕이 오갑니다.
조금 늦게 죽전에서 몇 명 태우고 도로가 막히지 않기 때문에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봉화 청량사 근처에 도착합니다.
버스에서 내렸는데 역시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등산객들로 인산인해입니다. 그 와중에 자기 식구 챙기느라 소리지르는 산악회, 스트레칭 한다고 모여 있는 산악회 등등. 여름에도 이 정도인데 가을에는 더 심하겠죠.
제가 탄 코스는 입석-응진전-김생굴-자소봉-탁필봉-연적봉-자란봉-하늘다리-선학봉-장인봉-금강대였습니다.
청량사 입구에 그렇게 바글바글하던 사람들이 제가 본격적인 등산을 시작한 입석 부근에는 거의 없습니다. 청량사 입구에서 입석까지는 800미터 정도 되는 포장도로를 올라가야 합니다. 그래서 다들 청량사 쪽으로 빠졌나 봅니다.
입석에서 응진전을 거쳐 가는데 청량사가 아주 멋진 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가까이에서는 보지 못할 그런 모습입니다. 저 혼자 가다가 앞서가는 대장과 몇 몇 산우들과 합류해서 구석구석 둘러보고 갑니다.
신라시대 명필 김생이 글씨 연습을 했다는 김생굴을 둘러 보고 자소봉으로 갑니다. 지소봉으로 가기 전에 이정표에도 없는 원효굴도 보고 갑니다.
자소봉 오름길이 빡세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냥 통과하는데 힘들게 자소봉에 올라보니 완전 명당입니다. 소백산 능선도 보이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는 곳. 그곳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갈림길로 내려갑니다. 장인봉으로 가는 길에 여러 봉우리들을 만납니다. 탁필봉, 연적봉..
그리고 청량산의 명물 하늘다리로 가는데 청량사에서 가로질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하늘다리에 모여 있더군요. 하늘다리에서 구경도 하고 어떤 분들은 다리가 흔들리지 않고 바닥이 불투명이라 재미없다고 하는데 저한테는 충분히 심장이 쫄깃한 느낌이었습니다.
하늘다리를 지나 장인봉까지 역시 가파른 계단길을 오릅니다.
장인봉까지는 제법 사람들이 많은데 장인봉에 올랐다가 백해서 청량폭포로 내려가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옛날 지도에는 그렇게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최근에 낙동강을 굽어 보면서 내려가는 금강대 코스가 생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쪽으로 내려왔는데 엄청난 계단길이긴 하지만 대단히 멋진 곳이었습니다. 청량산에 가실 분들은 반드시 금강대 코스로 내려 오기를 추천합니다.
깍아지른 절벽 옆에 겨우 사람 한 명 통과할 수 있는 길인데 다행이 난간이 다 되어 있어서 크게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태백에서 발원한 낙동강이 봉화 부근만 해도 상류이기 때문에 그다지 강폭이 넓지 않지만 청량산과 낙동강이 참 조화를 잘 이루고 있습니다.
등산지도집을 편낸 어떤 분이 우리나라 산 중에 최고라고 꼽았다는 청량산. 연이틀 산행의 피로를 싹 날려주는 멋진 산이었습니다.
산세가 작기는 하지만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대단히 멋진 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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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돌이 많군요 ㅠ
'우리나라 산 중에 최고라고 꼽았다는 청량산' 이말에 갑자기 뽐이 오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