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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의 작은 섬 풍도는 지금 야생화가 한창입니다. 봄의 한복판을 느긋하게 걷다 왔습니다.
푼짱입니다. 3월 12일(토) 안산시에 속한 풍도로 야생화 트레킹을 다녀왔습니다. 이런 섬이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방문했는데
작은 섬에 봄의 축복이 가득 하더군요. 지난 주 꽃샘추위에 꽃들이 잠시 주춤한 모양새였지만 꽃구경하는데는 문제가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아마 다음 주부터는 완전히 만개할 것 같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게 되겠죠.
아이러니하게도, 풍도를 다시 찾고 싶진 않습니다. 이번에 가본 것으로 만족하려 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어제 풍도를 찾은 사람들이 대략
100여 명 가까이 될 듯 한데요.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사람들의 발길에 꺾이고 밟히는 꽃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제 막 봉오리가 올라오고
있는 노루귀부터 지천으로 피어 있는 복수초, 풍도바람꽃은 말할 것도 없고, 풍도에만 서식한다는 풍도대국도 어지간히 시달리더군요.
꽃이 피지 않는 계절이라면 모를까, 봄 성수기는 피해야겠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인연이 닿아 그리메S님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연배는 저보다 훨씬 위신데 워낙 동안이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 하루 동안
좋은 얘기, 도움이 되는 정보 나눌 수 있어서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먼 길 수고 많으셨습니다. 종종 뵙겠습니다 ^^
풍도로 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건너가야 합니다. 승선지는 보통 인천 연안부두, 안산 대부도에서 탑승이 가능한데요. 육지와 대부도를
오가는 배가 하루 1번 밖에 없습니다. 풍도에서 12시 30분에 출발하는 배가 끝입니다. 그러니 1박을 할 계획이 아니라면 정기 여객선을
타고 당일로 풍도를 다녀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보통 산악회를 많이 이용합니다. 산악회에서 미리 섭외한 낚시배를 전세로 이용
하는 겁니다. 한 번에 20~37명 정도가 승선 가능합니다.
서울에서 대부도까지는 산악회 버스로 이동했습니다. 대부도 선착장에는 우리처럼 낚시배를 타고 풍도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대부도에서 풍도까지는 배로 약 1시간 정도 이동합니다.
영흥도 화력발전소가 보입니다. 렌즈 갈아낄 때 CCD에 먼지가 묻었는지 화면에 살짝 얼룩이;; 보정하기 귀찮아서 그냥 올립니다ㅠㅠ
대부도에서 뱃길로 50여 분을 이동하니 저 앞에 풍도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작은 섬이라 인구가 150명이 채 안 된다고 합니다.
그나마도 대부분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고요. 초등학생이 4명인가 그렇다는군요.
풍도 선착장에 내렸습니다. 사람이 다가가자 뭐라도 주는지 알고 갈매기들이 가깝게 다가섭니다. 새우깡 없어 얘들아 미안~!
그리메님이 선두를 서고 저는 언제나와 다름없이 뒷태전문찍사로 활약합니다.
저랑 똑같이 룬닥스 마케를 입고 오셨는데 색상만 다릅니다. 자켓은 피엘라벤 아비스코, 모자는 룬닥스 헌팅캡.
알고 보니 등포의 재야고수셨군요!! ㄷㄷㄷ
복지회관을 지나 계속 아스팔트길을 따라 올라가면 이제 본격적으로 야생화밭이 펼쳐집니다.
제일 흔한 복수초. 일반적인 복수초보다 크기가 커서 개복수초라고도 부릅니다. 황금빛으로 활짝 열린 꽃에서 봄내음이 물씬 납니다.
풍도에는 복수초가 가을철 쑥부쟁이만큼 흔해서 산길을 걸을 때 조심조심 발을 디뎌야 합니다. 안 그러면 시도 때도 없이 발길에 채일 정도에요.
이제 막 올라오고 있는 중의무릇. 난초처럼 길고 날씬한 잎과 앙증맞은 노란 꽃술이 참 예쁜 꽃입니다.
참고로 식물이름은 띄어쓰기를 하지 않습니다. 다소 어색해도 붙여쓰는 것이 올바른 표기법입니다.
아아 드디어 올해 처음 만나는 노루귀. 볕이 잘 드는 양지에서 주로 꽃을 피웁니다. 아직 날이 추워서그런지 꽃잎이 완전히 열리지 않았습니다.
다음주쯤엔 활짝 열리지 않을까 싶네요. 바들바들한 솜털이 얼마나 예쁘던지.
풍도의 자랑, 풍도바람꽃입니다. 변산바람꽃과 자매지간입니다. 변산바람꽃과 비교하면 꽃받침의 모양이 다릅니다.
꽃잎처럼 보이는 저 하얀 색은 꽃잎이 아니라 꽃받침이고 꽃잎은 수술, 암술과 함께 안쪽에 작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꼿꼿하게 몸을 세운 풍도바람꽃. 복수초와 함께 풍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봄꽃입니다. 지금이 절정이군요.
사이좋게 나란이 핀 풍도바람꽃. 예쁘군요.
꿩의바람꽃도 슬슬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 녀석은 햇빛이 없으면 꽃을 꽉 다물고 있다가 볕이 들면 그때서야 슬며시 봉오리를 엽니다.
다행히 운좋게 해가 막 들기 시작할 때 꿩의바람꽃을 만났습니다.
풍도바람꽃이 변산바람꽃과 구별되어 독립된 이름을 갖게 된 것은 2011년부터입니다. 식물학자인 오병윤 교수가 처음 둘의 차이점을
발견했다고 하죠. 일반인이 보기엔 그게 그거같지만 어쨌든 풍도에 피어있으면 풍도바람꽃으로 보는 게 속 편합니다.
이렇게 나무와 함께 피어있는 풍도바람꽃이 제일 아름답습니다. 이날 찍은 사진 중 베스트로 꼽습니다.
풍도에 오면 누구나 자신을 최대한 낮추게 됩니다. 자연 앞에 공손해지죠. 잘난 사람, 못난 사람 구분 없이 모두 똑같이 바닥에 엎드려
꽃에 취하는 풍도의 봄풍경입니다. 좋네요. 이 따스하고 안온한 시간이.
그리메님을 따라 이제 은행나무 뒷편 꽃밭을 지나 후망산쪽으로 이동합니다. 뒷쪽으로 넘어가면 풍도대극과 노루귀가 많이 피어있습니다.
아직 꽃이 피기 전인 풍도대국. 뿌리에 아주 강한 독성을 품고 있다고 합니다. 되도록 만지진 않는 게 좋겠습니다.
완전히 꽃이 열린 풍도대국. 붉은 꽃과 녹색 꽃 두 가지가 보이는데 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가파른 산기슭에 피어있어 이녀석을 카메라에 담으려면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
이제 노루귀를 찾아봐야죠. 풍도대국 자생지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복수초와 함께 노루귀가 꽤 많이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분홍노루귀가 주를 이루고 있고 흰노루귀가 간간이 보입니다. 오후가 되면서 날이 풀리자 조금씩 꽃잎을 열고 있는 모습입니다.
분홍색 6~9개 꽃잎은 엄밀히 말하면 꽃잎이 아니라 꽃받침잎입니다.
노루귀 촬영할 때는 역광으로 담는 것이 좋다고들 합니다. 그래야 솜털의 섬세함이 잘 드러나니까요. 다행히 이녀석들은 반역광으로 담을 수 있었습니다.
너무 예쁘고 귀엽습니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귀한 꽃입니다. 그런데 꽃이 아주 작다 보니 사람들이 사진 찍다가 엉덩이로 뭉개기도 하고 등산화에
밟히는 일이 아주 잦습니다. 그러니 노루귀 찾아보실 때는 최대한 발밑을 주의해주셔야 합니다.
몽구스처럼 목을 길게 빼고 언제 봄이 오는지 망을 보는 노루귀. 봄날의 파수꾼들입니다.
채석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우연히 등산로 옆에서 만난 분홍노루귀. 한 녀석은 졸린건지, 아픈건지 옆으로 쓰러져 있군요.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정말 노루의 귀때기처럼 솜털이 보송보송한 총포(녹색의 꽃받침)가 참 매력적입니다.
모쪼록 올봄에도 많은 사람들의 발길에서 무사히 견디고 내년에도 씩씩하게 피어야 할텐데요.
이제 채석장쪽으로 내려갑니다. 여기까지 왔으면 꽃구경은 다 끝났다고 보면 됩니다.
한 무리의 백패커들이 어마어마한 크기의 박배낭을 매고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채석장 지나는 길에 독사진 한 컷. 풍도는 바람을 피할 곳이 거의 없습니다 .봄이라고 해도 해풍이 제법 거친 편이니까
방풍, 보온의류는 꼭 챙겨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풍도 해변은 백사장이 없고 몽돌 같은 자갈밭이 대부분입니다. 아직은 스산한 풍경입니다.
채석장 주변은 낭떠러지처럼 가파르게 깎여있습니다. 해빙기 지나면서 땅이 무른 상태라 너무 가까이 가진 않는 게 좋을 듯.
룬닥스 헌팅캡이 아주 잘어울리시는 그리메님. 선글라스와 장갑까지 포스가 좔좔 흐르십니다!
채석장을 지나면 이렇게 해안을 끼고 길게 에둘러서 선착장까지 갑니다. 일체의 소음 없는 고요한 섬입니다.
빨간 등대를 배경으로 오늘의 드레스코드인 쌍마케룩으로 마무리. 마케 처음 개시했는데 가볍고 시원해서 좋습니다.
그런데 꽃 찍느라 가시덤불을 헤치면서 걸었더니 여기저기 올이 뜯겨서 낭패 ㅠㅠ 새바지인데 이걸 어쩔;;
어차피 바지 하나 사서 백년 천년 입을 것도 아니니까요. 올 뜯긴건 조심조심 잘라내고 아낌없이 입어줘야죠.
아껴봐야 똥됩니다.
꽃구경 잘하고 이제 대부도에서 타고 왔던 배에 올라탈 시간입니다. 산악회에서 풍도 트레킹 총 4시간을 줬는데요. 이것도 많습니다.
선착장 도착해서 거의 40분 가량을 기다렸습니다. 보통 5시간 정도 주는 모양인데 야생화 촬영하느라 걸리는 시간, 식사 등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해안도로 따라 트레킹하는 거라 시간이 많이 안 걸립니다. 그리고 풍도 내에 매점이나 식당 같은 것들이 거의 없어서 할 일이
없습니다. 그러니 풍도 가시면 서두를 필요 없이 아주 천천히 여유있게 움직이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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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앞서 만나고 온 봄꽃들 덕분에 기분 좋은 주말 보냈습니다. 더불어 그리메님과 함께 해서 즐거웠고요. 꽃보다 화사한 날이었습니다.
흐린 주말, 마지막 추위 잘 견디시고 새로운 한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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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가 지천이네요
예쁜사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