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끝물에 접어든 천마산 너도바람꽃. 더 늦기 전에 만나서 다행입니다. 

평일 하루 틈을 내 천마산에 다녀왔습니다. 늘 멀리서 바라만 보던 산인데 정작 봉우리가 아닌 꽃봉오리에 이끌려 찾게 됐습니다.

2월말부터 한창 피어나기 시작한 너도바람꽃이 4월이 가까워지면서 이제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꽤 높이까지 올라가셔야 겨우

꽃을 열고 있는 녀석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목적은 너도바람꽃이었는데 만주바람꽃과 꿩의바람꽃, 노루귀, 복수초를 덩달아 실컷 보고 왔습니다. 과연 야생화의 천국이라는

말은 허언이 아니더군요. 수량 풍부한 계곡을 따라 형형색색의 들꽃이 서로 경쟁하듯 피어나고 있습니다. 봄꽃들의 연회장입니다.

정상에 오른 것도 아니고 계곡 주변만 어슬렁대고 왔을 뿐인데 마음이 몽글몽글 이스트 넣은 빵처럼 부풀어올랐던 하루였습니다.

등산로 초입에서 개별꽃이 반갑게 맞이합니다. 흔하다는 뜻의 "개"가 붙었지만 참 예쁜 꽃입니다. 빨간 수술이 립스틱만큼이나

매력적입니다. 크기에 따라 큰개별꽃을 별도로 구분합니다.

요새 어느 산을 가도 생강나무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샛노란 팝콘이 매달린 것처럼 보입니다.

얼레지가 꾸물꾸물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피면 이녀석도 참 예쁘죠.

너도바람꽃은 온데간데 없고 꿩의바람꽃만 잔뜩 보입니다. 오전 11시가 훌쩍 넘었지만 빛이 잘 안 드는 곳이라 그런지 

여태 입을 꾹 다물고 있군요.

볕이 잘 드는 곳에 가자 활짝 핀 꿩의바람꽃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냅니다.

봄볕을 한 웅큼이라도 더 받아마시려는지 꽃대를 길게 세우고 있는 꿩의바람꽃을 역광으로 잡아봤습니다.

옳거니! 정오가 지나면서부터 만개한 꿩의바람꽃이 여기저기 보이기 시작합니다. 제대로 열린 꿩의바람꽃은 봄의 화사함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중의무릇도 간간이 보이고요. 아직 조금 더 피어야겠습니다.

큰괭이밥. 주로 해가 잘 들지 않는 계곡 주변에 모여 핍니다. 오늘 군락지 한 군데를 발견했는데 뭉쳐 있으니 꽤 볼만합니다.

꿩 대신 닭이 아니라 너도바람꽃 대신 만주바람꽃. 만주에서 살던 꽃이니 만주바람꽃이란 이름이 붙었겠지만 내륙의 고지대에선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천마산에 특히 많이 핍니다.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과 똑같이 꽃받침(흰색)이 5개라 헷갈리기 

쉽지만 꽃받침과 잎사귀 모양이 확연히 다릅니다.

또 하나. 만주바람꽃은 다른 바람꽃과 달리 엄연히 꽃잎이 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수술과 암술을 감싸고 있는 아주 작은 꽃잎이

보입니다. 독특한 녀석입니다.

빛이 좁게 스며드는 바위 밑둥에 만주바람꽃 두 송이가 여린 생을 건사하고 있습니다.

점현호색입니다. 일반 현호색보다 크기가 살짝 크고 잎사귀에 하얀 얼룩 같은 점이 달려있습니다.

이제 내년 3월에나 볼 수 있게 될 올괴불나무 꽃. 완전히 끝물입니다. 역광 때문에 아스라한 느낌이 납니다.

금괭이눈 또는 천마괭이눈. 습기찬 곳을 좋아해서 주로 계곡 주변에 많이 서식합니다. 도대체 어딜 봐서 이게 

고양이(괭이)눈을 닮았단 건가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꽃이 아니라 열매가 고양이 눈을 연상시킨다는군요.

나름 귀한 대접받는 꽃입니다. 천마산 갔다가 만나면 반갑게 인사라도 나누시죠.

처녀치마가 방금 빨래를 마친 치마자락처럼 축축 늘어져 있습니다. 아직 꽃은 덜 피었습니다.

보라색 처녀치마 꽃이 이제 막 올라오고 있는 중입니다. 만개하면 예쁘겠네요.

꿩의바람꽃은 지나가도, 지나가도 계속 나옵니다. 내가 이 산의 주인이라고 시위라도 하듯이 가는 곳마다 길을 막아섭니다.

만주바람꽃. 아아 사진을 1400px로 올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 예쁜 녀석들을 짜리몽땅한 크기의 사진으로밖에 못보다니.

꿩의바람꽃은 이제 그만 찍어야지 하면서도 예쁘게 모여 핀 녀석들을 보면 하는 수 없이 또 뷰파인더에 담고야 맙니다.

앉은부채. 마치 도포자락으로 몸을 감싼 듯 넓은 잎 모양의 포가 꽃을 감싸고 있습니다. 천마산 가면 흔하디 흔하게 볼 수 있죠.

원래 천마산에는 노랑앉은부채라는 포의 색깔이 노란색인 매우 희귀한 앉은부채가 많았다고 합니다. 지자체에서 군락지 표시를

해둘 만큼 많았던 꽃인데 몇 해 전인가, 어떤 정신나간 놈이 야밤에 몰래 밭떼기로 모두 캐갔다고 합니다. 지금은 천마산에서 

노랑앉은부채를 보기란 거의 힘듭니다. 간혹 보여도 이젠 발견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정보를 공유 안할 정도입니다.

사람의 욕심이란, 나밖에 모르는 이기심이란 참 끝도 없고 약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둥근털제비꽃. 이게 둥근털제비꽃이냐, 왜제비꽃이냐를 두고 여기저기 문의를 해봤으나 정확하지 않습니다. 제비꽃은 역시 포기해야겠습니다.

색깔이라도 다르면 모를까. 비슷한 녀석들은 아무리 외워도 뒤돌아서면 금세 또 잊어버리니까요;;

양지꽃도 올라오고 있군요. 앙증맞고 예쁜 봄의 전령입니다.

이야~! 청노루귀가 있네요. 설악산 신흥사에서 봤던 녀석보다 색이 더 깊고 진합니다. 제대로 물이 올랐습니다.

아예 무리지어 핀 청노루귀도 있습니다. 너무 활짝 피면 좀 뽄대 없고 80%쯤 열렸을 때가 제일 예뻐보입니다.

참 오래도 걸렸네요. 드디어 첫 대면에 성공한 너도바람꽃입니다. 변산바람꽃과 달리 꽃잎 끝이 좁고 총포(꽃 뒤의 녹색 잎)의 모양도

상이합니다. 만주바람꽃, 너도바람꽃, 변산바람꽃 모두 꽃받침뿐만 아니라 총포의 모양과 색깔이 달라서 구분이 어렵진 않습니다.

너도바람꽃의 "너도"는 식물도감상에서의 분류는 다르게 하지만 모습이 비슷하게 생긴데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너도, 나도 모두가

같은 의미로 쓰입니다. 이와 비슷한 쓰임새로 "아재비"가 있습니다. 미나리아재비, 털별꽃아재비 등 식물에 아재비란 단어가 붙으면

그 앞에 쓰인 식물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의미로 보면 맞습니다. 미나리아재비는 미나리랑 비슷하게 생겼다는 뜻이겠죠.

참고로 2006년 식물도감에 따르면 우리나에서 "너도"라는 이름이 들어간 식물은 모두 7종이라고 합니다. 그리 흔하진 않단 얘기겠네요.

측광을 받아 희부윰한 빛 속에서 담은 너도바람꽃. 너무 늦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너도바람꽃 자매를 담는 걸 끝으로 이제 다시 내려갈 채비를 합니다. 1~2시간만 띵가띵가 한다는 게 어느새 오후 3시가 훌쩍 넘어버렸습니다. 

퇴근시간에 걸리면 길 위에서 옴싹달싹 못하게 되니 서둘러야겠습니다.

복수초도 만났습니다. 풍도에서 보고 또 이렇게 만나니 반갑구만! 반가워요! .

남는 시간 짜투리로 후보정하면서 흑백사진에 복수초만 컬러 포인트를 줘봤습니다. 나름 성공적 ^^b

아이쿠 오빠 지금 바뻐 ㅠㅠ 왜 또 붙잡고 그러니;; 내년에 또 올게. 응?

복수초 군락지를 벗어나는데 이번엔 노루귀 군락지가;; 집에 일찍 가긴 글렀어. 하아...ㅠㅠ 

확실히 청노루귀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노루귀 중에서 으뜸가는 생동감을 뿜어냅니다.

분홍노루귀가 나도 여기 있다는듯 지지 않으려고 목을 길게 빼보지만, 너는 좀 흔하잖니...^^;; 그래도 귀여운 맛은 있죠.

청순하기로는 역시 흰노루귀가 제일이고요. 올봄에는 노루귀를 이곳저곳에서 실컷 봤기에 마음이 놓입니다. 봄마중 제대로 하네요.

해가 조금씩 서편으로 기울면서 천마괭이눈의 금꽃도 점점 진해집니다.

아직 제대로 열리려면 한참 남은 사위질빵. 7월이나 돼야 잎도 나고 꽃도 피겠죠.

원래 2시간 예상하고 떠난 길이었는데 4시간 30분이나 머물렀으니 예상보다 한참을 초과했습니다. 지금 치료받고 있는 중이라 

무리하면 안되거든요. 가파른 오르막이 거의 없는 평평한 길만 골라 다녀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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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이 예뻐서인지, 새로 영입한 a6000이 제법 쓸만해서인지 사진이 생각보다 잘 나왔습니다. 망할 900px만 빼고;; 그런데 a6000 이녀석,

배터리를 무지하게 잡아먹는군요. 간단히 다녀올 셈이었터라 여분의 배터리를 안 챙기려다 혹시 몰라 하나 더 들고 왔는데 안 그랬으면

중간에 펑펑 울며 무지하게 후회했을 듯. 자, 이제 칼이사만 지르면 돼....하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