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작덕룡 산행후기 대신 사고후기68

안녕하십니까?

오늘 따라 이 말이 저한테는 무척 와 닿네요. 

정말 오늘 새벽에 악몽과 같은 일을 겪었습니다.

사고의 내용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어제 밤 무박으로 해남 주작 덕룡산을 다녀오려고 집에서 10시 20분에 나섭니다.

버스 출발지인 신사역에 도착한 시각은 버스 출발 15분 전인 11시 15분. 신청자가 많아서 버스는 2호차까지 동원되었습니다.

저는 조금 늦게 신청하는 바람에 2호차에 좌석을 해 준 상태였습니다.

도착해 보니 버스는 1호차 밖에 없었고, 2호차는 보이지 않습니다. 마침 어제 산행을 인솔할 산행 대장이 있어서 2호차 버스는 어디있냐고 물었더니 잠실에서 곧 온다고 합니다. 그러려니 하고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11시 30분이 되었는데도 버스는 오지 않고 2호차 산객들은 우왕좌왕합니다.

이때 부터 뭔가 조짐이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대장 얘기로는 1호자 기사님이 2호차가 바로 온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되어서도 버스가 오지 않자 대장이 운영자와 통화하고 버스회사 배차 담당자와 통화를 해보더니 몇 분이 흘러서 버스가 출발한다고 얘기를 합니다. 그리고 승객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합니다. 원래 버스는 분명히 예약했는데 배차 담당자가 2호차 기사한테 깜빡하고 얘기를 안한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아마도 요즘 나들이 성수기라서 버스가 돈 더 많이 주는 곳으로 갔을 것이라고 추측을 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원래 배차 받았던 기사가 온다는데 30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결국 1호차는 먼저 보내고 대장은 남아서 2호차와 함께 한다고 합니다. 밤이라서 기온도 낮아져서 은근히 춥길래 다들 지하철역으로 들어가서 기다립니다. 

기다리니 마침내 버스가 12시 40분쯤 도착해서 바로 출발합니다. 다들 밖에서 떨었기 때문에 버스안에 히터를 틀어달라고 합니다.

출발 후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서울 톨게이트 지나서 죽전에 들러서 손님들을 태우고 계속 달립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다들 추위에 떨어서 인지 대부분 주무십니다. 저도 원래 버스에서 잘 못자는 편인데 스스르 잠이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잠귀가 예민한 편이라 감각적으로 버스가 조금씩 이상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제가 5열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자꾸 급브레이크를 밟는 느낌도 들고 조금식 왔다갔다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눈을 뜨고 있었는데 얼마 안 있어  차선을 벗어나면 도로에 박혀있는 구조물(이것을 뭐라고 해야하는 지? 징 같은 것)을 밟고  덜컹거리는 소리가 여러차례 나면서 뭔가에 부딪히더니 겨우 차가 멈추었습니다. 불과 몇 초였는데 아찔했습니다.

만일 버스가 전복이라도 되었다면? 상상도 하기가 싫습니다.

버스가 멈추자 여기저기서 신음 소리가 납니다. 대장님도 맨 앞에 앉아 있다가 허리 아프다고 하고, 맨 앞쪽의 승객 그리고 뒤쪽의 승객들이 다쳤습니다. 얼마 후 구급차가 와서 환자들을 싣고 갔습니다.

사고지점이 천안 톨게이트 바로 앞 지점이었는데 구급차가 여러 대 출동했고, 몸에 이상이 있는 사람들은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라고했는데 저는 몸에 이상이 없었기 때문에 병원에는 가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 문제는 서울로 돌아오는 일이었는데 막막했습니다. 대장도 운영자에게 전화를 해보더니 성수기라서 대차를 할 수도 없고 개별적으로 알아서 가면 나중에 영수증 처리하면 돈을 지급하겠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 대장이 너무 무책임하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고 어쩔 수 없다는 사람도 있고...

결국 천안 톨게이트에서 천안역까지 가서 전철을 타고 서울로 올라가기로 합니다. 그런데 남아있는 20여명이 택시로 움직이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119 대원에게 택시 몇 대 불러달라고 했지만 성급한 사람들은 일단 걷자고 합니다. 그래서 따라서 걷는데 도중에 택시가 3대 왔습니다. 택시는 서울까지 간다는 사람, 터미널로 간다는 사람, 역으로 간다는 사람.. 이렇게 나눠지고,  어쩌다 보니 저를 포함해서 4명만 남게 되었는데 택시 기사에게 역까지 갈려고 하는데 택시 좀 불러 달라고 하니 역은 멀지 않기 때문에 조금 망설이는 것 같습니다. 

결국 4명이서 걸어가기로 합니다. 얼마를 걸었는 지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이정표가 지시한 대로 역으로 가는 도중에 앞서 간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 분들과 합류해서 역에 도착했는데, 천안역에 도착해 보니 일반열차가 방금 전에 떠났다고 합니다. 그 다음 열차는 7시엔가 있기 때문에 대합실은 닫아야하고, 전철 첫 차는 5시인데 그 쪽 대합실은 4시 30분에 연다고 합니다. 역이지만 마땅히 갈 곳도 없습니다.

어떤 분이 나가서 라면 끓여 먹자고 합니다. 저는 식욕도 없고 해서 라면은 먹지 않았지만 주변에 노숙자들도 있고 분위기가 좋지 않아서 그 분들과 합류합니다. 대략 10여명이서 광장 한 쪽에 모여 있다가 일부는 식사도 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4시 30분 대합실 문열기를 기다려봅니다.

4시 30분이 되서 문은 열리고 아직 전철 출발 시간인 5시 까지는 기다려 봅니다. 10분 전에 게이트를 통과해서 청량리행 첫 전철을 탑니다. 

천안에서 서울까지 거의 2시간 정도 걸립니다. 중간에 신도림에 내려서 환승하고 집에 도착하니 7시 30분.

이번 사고에서 확실히 경험한 것은 안전벨트의 중요성이었습니다. 몇 분 다치신 분들은 대부분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안전벨트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영향이 없었는데 맨 뒷좌석의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분들이 조금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리고 앞 좌석이 좋은 줄 알았느데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무박 산행? 조심해야하겠습니다. 대부분 기사들이 피곤해서 졸음 운전하기가 쉬웠는데, 어제 같은 경우 기사도 졸음운전을 했습니다.

그런데 기사도 예정에 없던, 미리 통보 받지 못해서 쉬는 날인 줄 알고 있다고 아무 준비 없이 나왔다가 졸음 운전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