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아내에게 등산 배낭 골랐다고, 10만원 내 주면 나머지는 내 돈으로 결제하겠다고 했더니 아내가 그럼 자기 생색도 안난다고 그냥 사주데요.
40리터 배낭 기분 좋게 메고 개시로 북한산 한바퀴 다녀왔습니다. 집에 오며 드는 생각이 새 배낭 매면 이렇게 기분 좋은데
아버지는 얼마나 좋아하실까 하는 생각이 들데요.
10대 후반에 회사 부도 나시고 그 바람에 어머님 시장바닥에서
칼국수 장사하시는 모습 보고, 10년이 훌쩍 지난 30대 너머까지 아버지 무던히도 미워했습니다. 35살 넘겨서야 아버지와 마음 툭 턴 화해를 할 수 있었지요.
엊그제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가 산 배낭과 같은 사이즈에 좀 더
가벼운걸로 결제해서 고향집으로 배송시켰습니다.
어제 어머님과 통화하는데
"느그 아부지 집에서 배낭 메고 계신다. 식사 하시는데 배낭 메고 하시더라." 하시는데
가슴이 먹먹하고 눈길을 둘 데가 없어서
집 뒤 수리산 태을봉만 쳐다보았습니다.
서둘러 시간 내어 고향에 한 번 가서
새로 산 배낭 메고
오랜만에 금정산 고당봉에 함께 올라야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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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