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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짱입니다. 아래 합충님 산행기 읽다가 댓글로 달아놓긴 했습니다만, 요새 날이 덥고 해가 길어
산에서 길냥이를 만나는 일이 잦습니다. 항상 먹이가 부족한 녀석들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주는 음식을
받아먹는 버릇이 생겨 등산객 주변에 모여드는 일이 다반사죠. 특별히 사나운 녀석들은 없고 대부분
잦은 학대로 인해 겁이 많은 녀석들이라 해꼬지하는 일은 극히 드물어요. 그러다 보니 귀여워서 사람이
먹던 음식을 나눠주곤 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고양이, 개와 같은 반려동물은 인간과 신체구조가 전혀 다릅니다. 소화할 수 있는 음식의
범위가 극히 제한적이죠. 특히 고양이는 전형적인 육식동물입니다. 육식을 통해서만 필요한 에너지를 섭취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언제 만날지도 모르는 길냥이들을 위해서 따로 사료를 갖고 다닐 수는 없잖아요.
모두가 캣맘이 될 순 없으니까요. 그래서 혹시라도 음식을 주더라도 이것만큼은 되도록 피해야 할 음식들을 정리
해봤습니다.
1. 초콜릿과 같은 당류
흔히 행동식으로 많이 들고 다니죠. 초코바나 에너지바, 견과류와 물엿이 가미된 시리얼 등인데요. 초콜릿은
고양이에게 아주 치명적인 음식입니다. 초콜릿에 함유된 테오브로민과 카페인 성분이 고양이의 심장과 혈관.
신장에 상당한 무리를 주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섭취량을 기준으로 아주 극소량만 먹는다고 해도 고양이에게는
흥분과 불안증세를 가져오고 민감한 녀석들은 먹고 나서 구토를 하는 등 아주 괴로워합니다.
2. 참치캔
고양이는 생선을 좋아하니까 참치캔 남은거 주면 잘먹겠지 싶어서 주곤 합니다. 물론 잘먹죠. 생선이니까요.
하지만 생선에 함유된 타우린보다 조미된 참치캔에 함유된 과도한 염분이 문제입니다. 고양이는 다른 반려동물에
비해 신장기능이 아주 약합니다. 염분을 과다섭취하게 되면 신장에 이상이 생겨 몸이 엄청 부풀어 오릅니다.
정말로 비만에 걸린 집냥이가 아니라면 길에서 만나는 뚱냥이들은 대부분 신장기능에 이상이 생겨 몸이 부은 겁니다.
그러니 참치캔도 가급적 주시지 않는 게 좋습니다.
3. 막걸리
말이 필요없죠. 산에서 만난 일곱살짜리 아이한테 이 높은델 올라온게 대견하다고 막걸리를 건넬 순 없잖습니까 ㅠㅠ
그냥 깨끗한 컵이나 그릇에 갖고 오신 깨끗한 물을 덜어서 주세요. 길냥이들이 아주 좋아할 겁니다.
4. 오징어, 육포
참치캔과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음식이든 염분이 들어간 음식은 반려동물에게 맞지 않습니다. 게다가 마른 오징어
같은 경우 소화하는 과정에서 장내 수분을 빨아들여 팽창해버리기 때문에 고양이로서는 소화하기가 어렵습니다.
혹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어릴 때 마당에서 키우던 개들은 사람이 먹던 음식들, 생선뼈까지 깨끗하게 발라먹고도
천수를 누렸다고요. 개나 고양이는 사람처럼 자기 감정을 그때그때 선명하게 표현하지 못합니다. 그런 음식들을 먹으며
그들이 진짜 행복했는지, 포만감에 흡족했는지는 정말 곰곰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수도 있죠. 저는 그렇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동물은 동물에게 맞는 음식을 먹어야 행복합니다. 똥개도 지 몸에 좋은거,
맛있는거 다 압니다. 몰라서 안 먹는 게 아닙니다. 없어서 못먹는거지.
5. 파, 양파, 마늘 등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
생마늘, 생파는 말할 것도 없고 조리된 상태의 향신료라도 고양이에게는 치명적입니다. 적혈구를 파괴하고 빈혈과
혈뇨를 유발합니다. 김밥 남은거 주는 경우를 자주 보는데요. 정히 주셔야겠다면 향신료들은 빼고 주세요. 하지만
남은거 다시 싸가기 귀찮아서 주는 거라면 그냥 배낭에 넣으시는 게 고양이들에겐 더 안전하고 다행한 일입니다.
6. 우유
안 됩니다. 고양이는 사람처럼 우유의 젖당 성분을 분해하는 효소를 생성하지 못합니다. 우유 줘봐야 소화를 못시키고
그냥 다 설사로 빠져나옵니다. 설사는 필연적으로 수분부족을 야기하고 가뜩이나 수분섭취가 어려운 길냥이들은
신장에 이상이 생겨 시름시름 앓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특히 어린 고양이에게 우유는 독약입니다.
7. 빵, 과자
고양이는 빵 먹으면 안 됩니다. 역시 소화를 못시킬 뿐더러 이런 식품첨가제가 들어간 밀가루 음식들은 신장질환을
유발하는 주범들입니다.
이정도로 정리해봤는데요. 여기까지 읽고 나면 갑자기 짜증이 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럼 도대체 뭘 주란 얘기냐고요.
모두가 캣맘이 될 순 없습니다. 캣맘이 절대적으로 길냥이들에게 유익한 존재들도 아니고요. 모든 건 음과 양이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신경쓰면 우리가 등산 가서 먹는 음식들 중 길냥이들에게도 줄 수 있는 음식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수박입니다. 딱 요맘 때 주기 좋죠. 고양이들은 대부분 물을 싫어합니다. 몸에 물이 닿는 걸 싫어할 뿐만 아니라
물을 마시는 것도 띄엄띄엄합니다. 그래서 반려묘 키우는 분들은 하나같이 어떻게 하면 물을 더 자주, 많이 먹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따로 물을 챙겨주는 집사가 존재할 리 없는 길냥이들은 수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죠. 그럴 때 사람이
주는 수박 몇 조각이 아주 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이걸 또 사람 먹는 수준으로 덩어리째로 주시면 안 되고요. 검지 손톱
만한 크기로 5~6조각이면 충분합니다. 이것도 너무 많이 먹으면 설사합니다.
두 번째는 삶은 계란입니다. 이것도 통째로 주시면 안 되고요. 흰자는 뺴고 노른자만 소량 주시는 것은 좋습니다. 흰자의
경우에는 아비단이란 단백질 성분이 소화를 방해하기 때문에 노른자만 주셔야 합니다.
세 번째는 많이 싸가시는 음식들일텐데요, 삶은 돼지고기 같은 경우도 괜찮습니다. 단, 아무 간이 되어 있지 않거나 양념이
묻지 않은 상태여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름부위는 안 됩니다. 살코기로만 주셔야 됩니다. 그리고 새끼고양이의 경우엔
돼지고기는 살코기든 뭐가 됐든 주시지 않아야 하며 산전수전 다 겪은 성묘에 한합니다. 족발은 양념이 강하니 피하시고요.
가장 좋은 것은 소분으로 포장해서 파는 고양이 사료/간식입니다. 언제 만날지도 모르는 길고양이를 위해 일부러 사료를
준비해서 산에 다닐 순 없으니 집냥이를 키우시는 분이 아니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긴 한데요. 비용도 크게 안 들고 무게도
가벼우니 한 봉지 정도 갖고 다니시면서 만날 때마다 꺼내주시면 아주 좋아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고양이 사료들은 기호성이
좋아서 길고양이들은 뭘 줘도 다 잘 먹습니다. 정말 배때지가 부른 놈 빼고요.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3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집냥이가 10년 가까이 사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짧은 생입니다.
대부분은 수분부족, 염분의 과다섭취로 인한 신장기능 저하, 사람의 학대와 영역다툼에서 입은 상처의 감염 등으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죠. 어차피 넘쳐나는 길고양이 때문에 인간들의 삶도 피해를 입는데 그깟 한 두마리 사람 음식 잘못 먹고 죽는게
대수냐고 할 수도 있겠죠. 그렇다고 일부러 죽으라고 등 떠밀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3년밖에 못사는데.
그리고 길고양이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이들의 자체번식이라기 보단 한 해동안 버려지는 유기묘의 수가 너무나
많습니다. 인위적인 개체수 조절을 어떻게 해볼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코숏이라 부르는 토종 고양이부터 값비싼 외국 품종묘
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가출묘도 있겠지만 제 생각엔 대부분 주인이 일부러 유기한 고양이들일 겁니다. SNS에서 보여지는
고양이의 깜찍한 모습이 그들의 전부가 아닙니다. 아마 저를 포함해서 고양이의 그런 앙증맞은 모습에 반해 고양이를 키우게
됐겠지만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털빠짐과 새벽의 우다다, 개와 달리 까칠하고 도도한 성격, 좀처럼 마음을 주지 않는
독립심, 주종관계에 굴하지 않는 철저한 영역생활은 고양이와의 공생이 얼마나 힘든지 얼마 안가 깨닫게 됩니다.
물론 그걸 다 감내하고도 남을 만큼의 사랑스러움이 있죠. 하지만 그건 긴 시간 끝에 고양이란 동물의 종특을 인정했을 때의
얘기입니다. 늙고 병든 고양이를 버리는 일도 많지만 이제 겨우 성묘에 접어들어 활동량이 왕성한 고양이를 버리는 일이 훨씬
많다는 것이 이를 반증합니다. "개보다 키우기 쉽다"고 하죠. 그거 다 거짓말입니다. 둘 다 키워본 입장에서 고양이가 개보다
열 배, 백 배는 더 손이 가고 마음이 쓰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전까지 말이죠.
짧게 쓰고 빠진다는 게 또 이렇게 길게 늘어지고 말았네요. 모쪼록 편하게 읽어주시고 혹시라도 제가 쓴 글에 오류가 있거나
더 좋은 대안이 있으시면 얼마든지 댓글로 의견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초보집사라 아직 배워야할 게 많답니다 ^^
사족.
밑에 댓글로도 남겨놨지만 다시 첨언하면, 산에서 길냥이 먹이주는 것에 대해 예민하게 보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상관없습니다. 먹이를 주자, 말자를 논하자는 것이 아니라 주면 좋은 거, 안좋은 거를 정리한 것에 불과합니다.
편하게 본인의 평소 생각대로 행동하시면 되죠. 모조리 살처분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하시면 그렇게 생각하셔도
됩니다. 제가 지금 주제넘게 여기서 계몽을 펼치거나 내 주장만이 맞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게 아니니까요. 기왕 남는
음식을 줄거면 이런 것들도 한번 고려해보시라는 의미에서 올린 정보일 뿐인걸요.
사실 위에서 언급한 음식들도 없어서 못먹는 녀석들입니다. 굳이 좋은 거 안좋은 거 가리지 않고 다 주셔도 되긴 해요.
이리 먹으나 저리 먹으나 그래봐야 3년. 뭐가 됐든 오늘 하루 버틸 음식이 눈앞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녀석들입장에선
더없이 감사해야 할 일인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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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필통
2. 참치캔
4. 오징어, 육포
말씀대로 집냥이들한테는 좋지못한 음식들이지만..
길냥이에겐 특식수준입니다. ^^; 그냥 주는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길냥이들... 많이 굶주리고 힘듭니다.
먹을게 없으면 돌을 줏어먹고 흙같은것을 퍼먹고.. 풀을 뜯어먹습니다.
차라리 그런거 먹을바에야.
자주는 아니더라도 참치캔, 오징어, 육포같은걸 먹는게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끔먹는것은 큰 이상 없을겁니다. 오히려 황송할꺼에요.
좋은팁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