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의 추억을 풀어 봅니다.55

눈팅 회원인데.. 아래 예전 사진 올리신 거 보고 저도 젊을 때 산행 다닌 추억이 돋아 용기(?)내어 글 올려봅니다~

80년대 후반부터 혼자 산행을 다녔는데.. 그 때는 용돈 모아 헤드랜턴 하나사고 아이젠 하나 사고 할 때가

제일 뿌듯했던 것 같네요..

태풍 글래디스가 왔을 때.. 91년이네요..  백담사에서 시작해 이틀간 비를 쫄딱맞고  화채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에 태풍이 걷히면서

동해바다까지 펼쳐진 운해가 장관이었습니다.. 

이 당시.. 그래도 괜찮은 복장이었던 것은 같은데.. ㅎㅎ  통가죽에 밍크 오일 먹이면서 산행을 준비할 때 행복했습니다.

이 등산 바지.. 니코보코즈라고 하나.. 암튼 거금을 주고 샀는데.. 지금도 있긴 하지만 허리가 꽉껴서 못입고 언젠가 다시

입으리 하고 있습니다.

대청봉 내려와서 낙산해수욕장으로 이동해 혼자서 삼각대 세워놓고 셀카 찍어 봅니다.. 

뭐가 그리 좋은지~~ 니콘 FM2 수동 카메라에 삼각대까지 들고 다니느라 고생했네요..

제가 덕은 좀 쌓았는지.. 처음 지리산 가서 세석에서 멋진 운해와 일출을 만났네요..

밤기차 타고 새벽에 구례에 도착해 화엄사부터 시작해 노고단 올라 라면으로 점심먹고 밤 10시에 세석에 도착했습니다.

참 젊음이 체력이 좋네요.. 세석에서 아침 운해보고 천왕봉.. 중산리로 다음날 1시에 내려왔습니다.

1박2일에 지리산을 완주했다는게 스스로 대견했습니다. 이 때 복장이 역시 면바지에 면티 한장..  거금을 주고

쎄레토레 배낭을 장만하면서 무지 뿌듯했습니다.  당시 산잡지 보면서 올바른 등산 방법을 읽혀둔게 산행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겨울산의 맛을 처음 느껴본 덕유산.. 겨울에 태어난 아이라 겨울산이 정말 좋습니다. 

지난 겨울에도 고등학생 아들이랑은 대청봉에, 중학생 딸이랑은 한라산에 다녀왔어요..

지금 같으면 역시 복장 불량인데.. 바지도 고리땡 바지.. 고리땡이 뭔지 아시면 아재 인증인가요? ㅋ~ 

그래도 추운줄 모르고 다녔던 그 때, 그 젊음이 그립네요..

혼자 산을 다니며 산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많은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의 나를 만든 8할은 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설악산에서 만난 모 병원 간호사님과는 주소 따서 편지도 주고 받고는 했는데..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지~~ ㅎㅎ 

등포에 젊은 분들이 많은데.. 참 보기 좋고.. 세월이 지나면 산에서의 시간이  내 삶에 얼마나 큰 의미 였는지 또 깨닫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이 마음의 양식이라면 산은 영혼의 쉘터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