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전 용문산에 다녀왔습니다.
용문사에서 계곡길로 올라 능선길로 원점회귀했습니다.
저번에 백운봉 올라갈때도 그렇고 이번에 가섭봉도 힘드네요.
힘든 이유를 좀 생각해보니 용문산은 경기 편마암으로 된 산이더군요.
용문산 가보시면 보셨을 그 뾰족 뾰족하고 일자로 쪼개진 돌들이 모두 경기편마암입니다 원래 흰색인데 계곡 쪽에는 색깔이 검게 변해있죠. 그렇지만 모두 같은 돌입니다. 이게 강도인지 경도인지도 약해서 사람들이 많이 밟고 지나간 부분은 매우 매끄럽습니다. 화강암도 사람들이 많이 밟고 가면 매끄러워지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 매끄럽지는 않거든요.
이러다 보니 산이 온통 돌밭인데 다 뾰족해서 쉽게 밟기도 어렵고 발에 잘 걸려서 순간적으로 무게 중심을 잃게 하고 그나마 밟은 돌도 물이 없어도 상당히 미끄럽습니다.
이번에도 비오지도 않았는데 두번 미끄러지고 한번은 제대로 넘어져 돌부리에 꼬리뼈를 정통으로 맞았는데 그 순간 만일 부러졌으면 오늘 산에서 죽겠구나 했습니다. 다행히 부러지지는 않았는데 집에 와서 보니 엉덩이가 짝궁둥이가 되었습니다. 누웠는데 한쪽 엉덩이가 부어서 똑바로 누울수가 없네요. 살짝 빗겨서 엉덩이에 맞은거더군요.
게다가 용문역까지 가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늦게 산행을 시작해 하산길에 해가 져버렸습니다. 헤드랜턴이 있었지만 능선길에서 용문사로 내려오다 보니 낙엽에 길이 덮혀있어서 길이 안보입니다. 블다 스팟인데 구형이라 확실히 광량이 약합니다.
순간적으로 엄청난 패닉이 일어나더군요. 넘어져서 꼬리뼈는 아프고 길은 하나도 안보이는데다가 게다가 용문산은 독사들이 우글거리는 것으로 유명한 산인데 저 낙엽을 헤치고 가다 물리면 어떻하나 하구요. 정말 산아무도 도와줄 사람없이 산에 나 혼자 있다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패닉에 빠지더군요.
지금생각해보면 패닉이란게 이런거구나 패닉에 빠뜨리는것은 자기자신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나도 모르게 나무관세음보살을 중얼거렸습니다.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관심은 있는 편이고 근처에 용문사도 있으니 제발 무사히 내려가게 해달라고 방언터지듯이 중얼거리게 되더군요.
정말 다행인거는 핸드폰 배터리가 남아있어 최악의 상황이 되더라도 전화는 되겠구나 했습니다. 등산앱을 여러개 다키고 내려오는데 등산앱도 세세하게 길을 알려주지는 않으니 당장 5m앞도 제대로 안보이는 상황에서 이것에만 의지할 수도 없더군요.
처음에는 정신없이 낙엽을 헤치고 내려왔는데 안되겠다 이데로 가다가는 정말 길을 잃겠다 싶어서 심호흡하면서 전방을 주시했더니 정말 안보이던 길이 보이더군요.
낙엽에 길이 덮혀있어도 사람들이 지나간 곳은 낙엽이 약간들어가 골이 져 있는 겁니다. 저게 길일 것이다 생각하고 내려왔는데 맞았습니다. 눈도 어둠에 좀 적응한거 같구요.
정말 다행히도 능선에서 용문사로 내려오는 길이 그나마 돌이 없는 길이라서 낙엽밑으로 뾰족한 돌들이 많이 없었습니다. 만일 있었으면 계속 넘어졌을거고 생각만 해도 ㅠㅠ
용문사에 내려오니 긴장이 확풀리면서 정말 눈믈이 왈칵 쏟아질뻔 했습니다. 원점회귀 8km니 만만하게 생각하고 늦게 산행을 시작한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구느요.
제가 근 3년간 매주 1회의 산행을 거의 지키고 했습니다만 그래서 많이 오만해지지 않았나.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 정말 산 앞에서는 겸손해져야 하는구나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튼 이런 긴 넋두리 들어주셔서 감사하고 항상 무사히 산행하시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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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방아자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