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14일 03시)부터 무박으로 육구종주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첫 경험이었는데 14시간 정도 걸렸네요.
주말 최강한파가 온다는 뉴스를 계속 접했는데, 말 그래도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체감온도는 영하 20도가 넘는다는 기분이었구요. 바람에 몸이 휘청거릴 정도였습니다. 눈이 얼마나 많이 쌓였는지 아이젠을 신어도 미끄러졌습니다. 동엽령 까지는 거의 반러셀하는 기분으로 갔네요. 상고대는 물론 눈 구경은 정말 질릴 정도로 했네요.
겨울산행 왕초보가 운행 하면서 복장 등에 대해 깨달은 점 몇가지 써봅니다.
1. 장갑과 자켓 소매 사이를 잘 막아야 한다. 손 시려워 지기 시작할 때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 부분이 열려있더라구요. 겨울 자켓의 소매가 어느정도 길게 나오는 이유가 있더군요. 장갑도 손목 부분을 완전히 감쌀정도로 길어야겠습니다.
2. 봉우리에 오르기 전에 방한복을 더 갖춰 입어야 한다. 다 오르기 전에 잠깐 멈춰서서 옷을 껴입지 않고 올라가서 입으려다가는 얼어죽겠더군요. 향적봉에서 패딩 입으려고 장갑 벗었다가 동상 걸릴 뻔 했습니다.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에서 미리 입고 오르는 것이 좋겠습니다.
3. 눈산에서 아이젠과 스패츠는 필수이며 그보다 더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 향적봉에서 걸어 내려가시는 분들 중에는 아이젠이나 스패츠 안한 분들이 오도가도 못하는 광경을 많이 봤습니다. 중등산화를 신어도 발에 한기가 들어올 정도였는데, 핫팩이나 양말 등을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겠더라구요. 아이젠도 무뎌지지 않았는지를 미리 확인하구요. 눈이 오지 않더라도 나무 등에 쌓인 눈이 계속 떨어지기 때문에 방수가능한 모자와 옷차림을 반드시 착용해야합니다.
4. 물이나 음식물이 얼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어제 종주 시작 1시간만에 배낭 밖에 넣은 물은 돌처럼 얼었구요. 아침 먹을 때에 배낭 열어보니 배낭에 들은 생수, 도시락이 다 얼었습니다. 일부러 옷으로 싸놓았는데도 소용이 없더라구요. 특히 장거리 산행하실 분들은 준비를 잘해야겠습니다.
5. 동엽령에서부터 향적봉까지는 등산객들이 좁은 길에서 엄청나게 몰리는데, 전국에서 별사람들이 다 몰리다보니 부딪히고 시비붙는 일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조심해야 할 사항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 많이 몰리는 곳에서는 개념없는 사람을 만날 가능성도 높으니 더 신중해야겠더라구요. 어제 종주 구간 중에 동엽령을 기점으로 그 전까지가 조용하고 경치도 훨씬 좋아서 눈꽃산행을 제대로 즐겼습니다. 그냥 곤도라 타고 향적봉만 올랐으면 덕유산을 충분히 즐기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써놓고보니, 별 시덥지 않은 얘기 뿐이라 부끄럽습니다.
개인적으로 첫 덕유산 종주 경험이었습니다. 인생에 남을만한 추억을 같이했던 동료들에게 고맙습니다.
등포회원님들도 남은 겨울 눈꽃산행 충분히 안전하게 즐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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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유종
디팩과 물통케이스는 사용안하신거죠?
날 추운데 수고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