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등산포럼분들~
예전에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들 이제서야 인화해서 스크랩북 만들어놓을까 하는 생각에 해묵은 백업디스크 뒤적거리고 있습니다.
더 나이가 들어서 다 까먹기전에...
그 중에서 주로 오는 곳이 등산포럼이다 보니 등산사진들만...
시간이 허락한다면 아주 예전에 이루지 못한 꿈(100부작 산행기 같은?)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지만...워낙에 게으르고 글주변도 없는 편이라서...
네팔의 경우엔 예전에 간간히 몇장씩 혹은 몇십장씩 올린적 있는데, 개인적으로도 이번참에 정리하는 차원에서 각 지역별로 사진과 간단한 메모, 그리고 몇가지 소소한 에피소드를 추가해서 써볼까 합니다.
며칠전에 사진들만 와장창 덩그러니 너무 성의없이 올렸는데 업로드 오류나던 것도 그렇고, 정보도 너무 부족한것 같고..
내내 마음에 걸려서 다시 올리는 것이니 이미 사진만 올렸던 게시물 보신 분들은 뭐 약간의 양념도 추가했으니 다시 보셔도...ㅎㅎㅎㅎㅎ ㅠ.ㅠ
아마도 예정으로는...
1. 네팔 랑탕+고사인쿤드+헬람부
2. 네팔 ABC+푼힐
3. 네팔 EBC+추꿍+고쿄+지리바자르
4. 네팔 안나푸르나서킷
5. 티벳 라사
정도 이려나...
뭐 시작이 반이라 했으니 벌써 반은 했군요. ㅎㅎ
그럼 그 첫번째로... 랑탕-고사인쿤드-헬람부
보통 네팔 트레킹 하면 EBC(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와 ABC(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를 떠올리는데, 이와 더불어 깐진곰파-체르고 리-랑사샤카르카-고사인쿤드-할렘부로 이어지는 랑탕코스도 매우 좋습니다.
위 두 코스에 비해 인기가 덜한 이유가 있는데 그 첫번째는 대중교통편이요, 두번째로는 트레커들을 위한 편의시설부족 정도일듯 합니다.
첫번째로 꼽는 교통편의 경우 카트만두에서 샤브루베시까지 하루 한번 버스가 다니는데, 12시간 정도를 쿠션도 없는 인도산 타타버스 나무의자에 앉아, 흙먼지 퍼마셔가며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가는 완행버스라서 멀미로 인한 구토유발과 허리충격이...장난 아닙니다.
물론 이건 현지인도 예외가 아니며, 평소 멀미 많이 하시는 분이라면 필수로 멀미약을 챙겨야하죠.
지금은 버스편이 더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포카라에서 버스 자주다니는 ABC나 뱅기로 한방에 날아가는 EBC(요즘 루클라가 아닌 지리바자르에서 출발하는 트래커가 과연 있을까..)에 비하면 시작부터 참 힘들게 만듭니다.
물론 좀 더 편하게 여행사끼고 미니버스나 짚 렌트해서 타고 가도 되지만 가난한 여행자들에겐 그저 사치일뿐...
(추가로 짚이 저렴하게 다닌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두번째로 트레커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조금 부족합니다.
특히나 비수기인 시즌에 갈 경우, 문을 아예 열지 않는 롯지(비수기일때는 마을에서 한두집만 돌아가며 롯지를 엽니다)가 부지기수이고 각종 편의용품(건전지, 쵸코바, 비누, 휴지 등)을 살만한 곳이 많이 없습니다.
사실 준비만 잘해가면 딱히 필요한 것도 아니고, 야생의 삶에 익숙한 분이시면 아무지장 없지만...
그래도 마을 통과 후 밥때가 되서 밥집 찾는데 문 연곳도 없고, 가지고 간 쵸코바 떨어져서 당 딸릴 때는 지천으로 널린 눈이 설탕으로 보입니다요.
그럴땐 저는 그냥 현지인집 아무데나 들어가서 밥 달라고 합니다!
대부분은 낯선 방문객에게 친절하고, 제가 워낙 현지인같아서인지, 새로 간단한 요리를 해주거나 감자같은 걸 삶아주는데 롯지음식과 맛 비교해보면 사실 거기서거기입니다.
비용지불도 저는 항상 롯지의 음식가격 정도로 책정했었는데, 현지인들에게는 꽤 큰 금액이라서 대부분 먹을 걸 마구마구 더 싸줍니다.
안받을수도 없고...
이에 반해 ABC나 EBC는 항시 여행자들로 붐비기 때문에 물가가 비싸고 상업적 냄새가 좀 나긴 하지만 편리하긴 합니다.
EBC가는 길엔 별 몇개짜리 호텔도 있죠 아마...
이런 소소한 단점을 빼고나면...이제는 가야할 이유가 101가지나 생깁니다.
특히 깐진곰파까지 이어지는 계곡길에선 랑탕리룽이나 얄라피크 등의 웅장한 설산들을 만나고, 깐진리나 체르고리 더 가서 량시샤카르카까지 가면 마치 공상과학속의 세상같은 비현실적인 빙하지대와 풍경들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게다가 현지인들이 신성하게 여겨 순례객이 끊이지 않는 고사인쿤드호수와 가네쉬히말의 웅장한 만년설, 봄철에는 온산을 랄리구라스(네팔국화)로 물들이고 계단식 밭들이 끝없이 펼쳐지는 헬람부지역까지...
어쩌면 등반가들을 위해 만들어진 ABC나 EBC의 길과는 다른,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고 마을과 고개를, 고개와 고개를 이어주는 그야말로 현지인들의 발자국과. 짙은 땀냄새가 배어있는 길 그 자체이므로 흡사 안나푸르나서킷의 길과도 참 많이 닮아있습니다.
101가지 이유를 다 대다보면 당 딸려서 쓰러질것 같아 여기까지만 하고...
사진들은 시간순으로 나열한 것이며, 혹여나 다녀오신 분은 잠시 머물렀던 추억속 풍경속에서 당시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떠올려보시구, 다녀오실 예정이시면 설레이는 마음으로 한번 더 저 작은길 속 어딘가를 걷고 있을 자신을 상상해보시구, 가까운 미래에 어딘가로 떠나고 싶으신 분은 여러 선택지 항목에 이곳을 추가해두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트레킹할때 정해진 코스로만 걷는 건 참 재미없답니다.
보통 코스별로 다르지만 수십, 수백개의 서브트렉이 존재하며, 하다못해 하루 묵어가는 마을의 뒷산에라도 잠시 올라서보면 그냥 길따라 다니면서 보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만나게 됩니다.
특히 해뜰때나 혹은 해질때의 그 모습과 감동은 결코 롯지에서 부시시하게 늦잠자고 일어나는 사람에겐 찾아오지 않죠!
다만 체력적인 부분이라든지, 위험이나 위기상황시 어느정도의 대처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판단해서 댕겨야합니다.
보통 서브트렉구간에는 사람이 거의 없거나, 아예 혼자 덩그러니 있는 경우가 다반사라서 더더욱...
해외 트레킹에 관심 없으시거나, 그리 잘 찍지도 못한 많은 사진과 글 보기 귀찮으신 분은 이대로 그냥 패스하셔도 됩니다^^
그럼 시이자악1
대략적인 코스입니다.
랑탕코스는 짧게 다녀올경우 샤브루베시 원점회귀인데 좀 더 길게 가실 경우엔 고사인쿤드호수, 헬람부지역을 거쳐 순다리잘로 내려올수 있습니다.
순다리잘은 카트만두와도 가깝고 버스도 자주 다녀서 카트만두 복귀시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만일 다시 샤브루베시로 원점회귀 하는 코스라면 지옥버스를 또다시 타야하는 고문이 기다린다는...
네팔 입국 후 첫날에 퍼밋받고 준비물 준비하고 바로 다음날 랑탕트레킹의 출잘점인 샤브루베시로 향합니다.
저 위에 파란 배낭커버 씌워진게 제 배낭입니다만 12시간 후 이 배낭은 처참해집니다.
굽이굽이 산허리를 휘감으며 마치 달팽이의 나선골처럼 생긴 흙먼지길을 더얼컹더얼컹 거리며 한참을 가는가 싶더니...
차가 퍼졌습니다.
뭐 여기서는 일상적인 일(나중에 수도 없이 겪는 일)이라서, 버스속에 있던 승객들을 모두 토해내고는 바퀴를 갈아끼웁니다.
할머니도, 애들도, 저도 흙먼지가 아닌 상쾌한 공기를 마시러 나왔습니다.
예비타이어는 항상 가지고 다니는데 혹시나 예비타이어도 맛갈경우엔 가까운데 연락해서 타이어 가지고 올때까지 꼼짝없이 기다려야 하는데 다행히 예비타이어 상태가 좋다고 하네요.
우리네 다랭이논처럼 척박한 산을 이렇게 사과껍질 깍듯이 층을 이뤄 곱게 깍아놨습니다.
볕이 강한지 손으로 애기엄마와 애기가 이참에 풀밭에 앉아 쉬고 있네요.
이내 잠깐동안의 허리운동시간을 줬던 타이어교체가 끝나고, 길속에 있는 자갈 하나하나의 굴곡을 허리와 엉덩이로 느끼면서(왜 그런지는 타보면 알게됨!) 정신이 혼미해지고 내가 이럴려고 랑탕에 가나 하는 자괴감이 들 무렵... 드디어 샤브루베시에 도착합니다.
딱 12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버스위에 타고 있는 저 두녀석이 제 배낭을 깔고 앉아있던 관계로 화가 무척 났지만...
저는 제 배낭의 강인함을 믿습니다!
샤브루베시에 도착한 후 가까운데 롯지를 잡고, 짐풀고, 흙먼지 털어내다보니 훌쩍 시간이 흘러 저녁때가 되버리네요.
간단하게 저녁을 먹은 후, 찬물에 시원하게 샤워하고 준비물 최종 체크 후 꿈나라로...
친한 형님이 동행했는데,네팔에 머무는 기간과 일정이 틀려서 깐진곰파까지만 일단 동행하기로 합니다.
구형보라80과 신형보라80.
형님은 저와 띠동갑인데다 체력적인 부분도 있고해서 포터를 쓰기로 합니나.
포터가 처음에 제 배낭인줄 알고 짊어졌다가 제가 회색배낭이라고 하니 훨씬 더 가볍다며 무척 좋아합니다.
아... 그냥 모른체하고 제 배낭을 줄까 고민을... 1초도 안했습니다.
어차피 여행기간 내내 제가 짊어져야 하는 무게인데 그런 꼼수는 자존심이 허락치 않죠. ㅎㅎ
간단한 아침을 먹은 후 이제 랑탕계곡으로의 그 첫발을 내딛습니다.
저 트럭 옆으로 나있는 길로 내려가면...
첫번째 체크포인트가 나옵니다.
공식적인 트레킹의 경우 각각의 지역에 맞는 지정 퍼밋이 필요하며, 각 트레킹의 주요 지점이나 시작/출발점에서는 트래커들의 인적사항 및 통과시간을 확인하고 담당자로부터 서명을 받게 됩니다.
만약의 사고에 대한 최소한의 조치이기도 하고 트레킹지역이 워낙 넓다보니 어느구간에서 사고가 났었는지 대략적인 짐작이 가능케 하죠.
발급받은 TIMS카드에 첫 도장을 쾅 찍습니다.
이 철교가 사실상의 시작점입니다.
원숭이가 대롱대롱하게 앉아 낯선이를 반겨줍니다.
떨어지지 말거라~
지금은 반팔 입고도 땀이 뻘뻘나는데, 저 멀리 희끗희끗 눈을 얹은 바위산을 보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아직 저 산을 만나려면 한참을, 며칠을 걸어가야겠죠...
바람에 나부끼는 타르쵸가, 마치 짧은 이별끝에 다시 만나는 낭군의 모습에 반가워서 고운 손을 흔드는 새색시마냥 나풀나풀거립니다.
가만보면 노랑색 표지판이 참 많습니다.
대비가 좋기는 하지만 너무 노랑노랑해서...
간식으로 간단하게 미숫가루(?)를 타 먹습니다.
잘 보일진 모르겠지만 절벽바위에 뭔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습니다.
바로 네팔 특산품 중 하나인 석청입니다.
빠랑게(석청을 채취하는 현지인)에 대한 다큐를 몇번 본 적 있긴 하지만 눈으로 보는 건 처음이네요.
보라80 구형과 신형
뱀부롯지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옆으로는 조그마한 강이 흐르고 있어 흐르는 물에 볕이 반짝여서 눈이 간지럽습니다.
가만보면 우리네 산에서 보던 여느 계곡풍경과 참 닮아있습니다.
한가지 차이점이라면 흐르는 물에 석회석이 많아 식용하면 큰일난다는 정도?
뱀부라는 지명답게 군데군데 대나무 군락지들이 많이 있습니다.
철교도 참 자주 만납니다.
철교에서 당나귀나 소떼와 만날때면 무조건 후진하십시요...
동물들은 바보라서 후진 잘 안하고 직진만 하거나 직진이 불가시 멈춰버립니다.
그럼 다리를 한참동안 못건널수도 있습니다.
할머니 한분이 베틀로 무언가를 짜고 계시길래 뭘까 궁금해 몸글리쉬로 문의해보니 머리띠랍니다!
아시다시피 포터들 대부분은 지금도 배낭형으로 짐을 매는 것 보다는 이마(?)로 매는 걸 더 선호하죠.
뭔가 음산한 기운이 흐르는 롯지문?
아직 계절적으로 겨울(2월)이어서인지 활엽수의 앙상한 가지들이 파릇파릇한 다른 나무의 잎들과 대비됩니다.
아직 건기에 겨울이지만 이제 곧 이 회색 가지들에도 연초록의 새싹들이 하나둘씩 피어나겠죠.
오늘하루 묵어갈 롯지에 도착할 즈음 석양빛에 만년설이 붉게 물들었습니다.
지나가는 길의 기온과 식생이 곧 손에 잡힐 것 같은 하얀 설산과는 너무도 동떨어져 있는 느낌입니다.
건조하긴 하지만 볕이 따갑고 땀이 줄줄 흐릅니다.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에 가끔씩 입은 옷을 위로 휙 들어올려 그 시원함을 만끽합니다.
이끼류?같은 식물들이 저렇게 나무에 많이 붙어 자라는데 어둑어둑할때나, 그늘지고 어두운 곳에서 만나면 귀신 머리카락 같다는...
물론 저는 귀신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나지막한 오르막인데다 길도 그리 험하지 않아 트레킹이라기보단 산책길 같습니다.
잔가지 없이 올곧게 쭉쭉뻗은 옹골찬 나무들이 지천입니다.
나무의 겉부분엔 어김없이 푹신한 이끼류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길을 가로막고 있는 커다란 돌에다 아예 이정표 겸해서 지도를 그려놨습니다.
아직 수목한계선까지는 아닌데 나무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하고 키도 작아집니다.
그리고 드디어 시야가 트이기 시작하면서 눈앞에 설산들이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잠시 쉬어가기 위해 배낭을 내녀놓았더니 개님이 슬렁슬렁 오더니 뭐 먹을걸 주려나 하는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더니 아무반응이 없자 자기도 무심한듯 그냥 옆에 퍼질러 잡니다.
얼핏 듣기론 이 종이 야크와 버팔로?의 교배종이라고 하던데..
야크보다는 작고 버팔로 종류만큼의 몸집인데 근처에 사람도 없는데 지혼자 어디론가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네요.
이런 경우를 참 많이 만납니다.
주인이나 무리가 근처에 없는데 혼자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말이나 야크, 혹은 버팔로들...
여기서 점심먹을까 했는데 문닫...
아직 해발 2,000대라서 히말라야자락이라는 느낌은 덜하지만 좌우로 솟아있는 거대한 산들을 보면 이제 곧 만날수 있으리라...
문 연 롯지를 발견하고 점심을 먹습니다.
비수기라서 롯지가 한두개만 여는 관계로 기회가 있을때 무조건 배를 채워둬야 하겠죠! 먹은만큼 간다!
코끼리는 사랑입니다!!!
구름에 휩싸인 랑탕II(아마도... 지도를 봐도 가물거립니다.)
제 기억엔 두번째 체크포인트인것 같습니다.
사람 없을때는 그냥 지나가도 별 상관없습니다만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고 싶을경우 기다리다보면 사람 옵니다.
바람에 단련된 작고 단단한 관목림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아직 완전히 수목한계선을 넘은 건 아니지만 개간과 터를 일구기 위해 그나마 자라던 나무들도 다 잘라내서 벌써부터 황량해지기 시작합니다.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고도를 1,000가까이 올렸습니다.
다행히 저는 고산병 징후가 나타나진 않지만 동행하던 형님은 두통과 오한증세가 나타나 임시처방으로 아스피린을 먹습니다.
불행히도 형님의 이 증상은 깐진곰파까지 이어집니다.
유리창에 비친 타르초가 바람에 나부낍니다. 바람이 세진 않지만 기온은 아랫지역보다 많이 내려간 상태라 바람이 불때마다 몸을 움츠리게 됩니다.
넓다란 평지에는 야크장목을 위해 쌓아놓은 돌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풀뜯으러 갔는지 한마리도 안보입니다.
현무암질 같은 검은 바위산에 하얀 눈들이 내려앉아있네요.
저 멀리 랑탕 마을이 보입니다.
고도차는 그리 높지 않지에 나지막한 경사길을 따라 오르게 되는데 깐진곰파와 더불어 트레킹 구간 중에 만나는 꽤 큰 마을입니다.
양쪽 계곡은 전부 절벽과도 같은 가파른 산들로 이어져 있는데 약간 북사면이라서인지 반대편보다는 눈이 많이 있습니다.
볕이 상대적으로 잘드는 반대편은 눈은 없고 우리네 초겨울 풍경같은 모습입니다.
이제 다와가는군요.
체르고리(아마 맞을겁니다)가 하얗게 솟아 히말라야자락에 와 있다는 걸 실감케 합니다.
무슨 심술인지 날이 금방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마을이 지척이라 큰 걱정은 없지만 초기고산병에 시달리는 형님이 걱정이네요...
다행히 구름은 금방 물러나고 절벽으로 떨어지는 만년설이 만들어내는 폭포가 기온때문에 아랫쪽은 얼어붙어 있습니다.
제법 최근에 만들어진 것 같은 철교를 지납니다.
깊은 계곡이다 보니 벌써부터 빛이 붉게 물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어차피 오늘은 더 갈래야 형님때문에 더 갈수도 없는 상황이라 랑탕마을에 머물기로 합니다.
야크와 말들이 한가로이 동네를 거니는데 주인이야 있겠지만 참 자유롭게 사는것 같습니다.
큰길 사이에는 저렇게 불교경전이 새겨진 석판이 오가는 이의 무사와 안녕을 기원합니다.
산 아래의 힌디적 성향과는 다르게 히말라야자락에서는 대부분 티벳불교를 믿습니다.
작은 마니차를 돌리며 경전을 외는 사람들을 흔히 볼수 있는데 몇천년을 이 척박한 땅에서 살아온 사람드의 간절한 기도가 낯선 방문자에게까지 그 경건함을 전합니다.
볕은 금새 붉게 물들어 온 산에 그 빛을 새깁니다.
저 멀리 보이는 하얀 설산은 구름에 가려졌다 나왔다 하더니...
다홍빛으로 이쁘게 물든 모습을 보여줍니다.
해가 넘어가기 전에 꽤 큰 2층짜리 롯지에 머물렀는데 밤새 형님이 고열과 두통에 시달립니다.
다행히 여긴 꽤 큰 마을이라 약국을 물어물어 방문해서 증상을 말하니...
아세트아미노펜 몇알 주면서 금방 나을거라고 하는군요...
아...
한마디로 두통약 처방 끝?그리고 트래커에겐 무료!
하기야 이런곳에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기대하면 안되지만...
저녁도 못먹어 따뜻한 우유차(짜이)를 가져다 주니 기움을 좀 차리긴 합니다만...그래도 걱정입니다.
일단 내일까지 기다려보기로 하고 침낭속에 들어가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아침에 나와보니 하늘이 시퍼렇습니다.
퍼래도 너무 퍼래요...
티벳에서도 맨날 보던거지만 이렇게 맑고 차가운 차랑은 참 오랜만입니다.
하늘엔 구름한점 없고 고요한 이른아침의 마을풍경에 잠시 넋을 놓습니다.
어제와는 달리 마을 뒤쪽의 작은 폭포도 아주 선명하게 보이고 공기는 더 없이 맑습니다.
돌담사이로 나 있는 길 위로 할머니 한분이 만트라가 새겨진 작은 마니차를 돌리며 어디론가로 향합니다.
어마어마하게 큰 룽다와 타르쵸가 아침 바람에 나부끼며 산에 깃든 영혼들을 일깨웁니다.
왼쪽에 지나가는 사람의 크기로 그 규모를 짐작가능케 합니다.
오색의 룽다가 아침볕에 반짝이고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마치 우리네 산골마을 풍경같습니다.
나 왕자 아니거든? 백마정도 타려면 전유라급은 되어야 하니 흙수저인 저로서는 그저 바라볼 뿐입니다.
형님이 간밤에 그나마 몸이 좀 나아지셨다고 하길래 아침 대충 먹고 롯지를 나서 랑탕트레킹의 마지막 마을인 깐진곰빠로 향합니다.
레이어링의 기본을 잘 보여주시는 할머니입니다.
물론 등산화도 필수!
랑탕리룽(?)이 파란 하늘아래에서 아침볕에 새하얗게 빛나고 있습니다.
트레킹 중 비교적 완전한 모습의 봉우리를 처음 보게 되어서인지 심장이 뛰기 시작합니다.
이제부터 시작인거죠!
저 룽다에 새겨진 글들이 바람에 흩날리며 기원하는 누군가의 염원을 전해준다는데...
저도 작은 소망 하나를 바람에 띄워보냅니다.
전형적인 현지인의 가옥구조입니다.
지천에 널린게 바위와 돌이라 대부분 돌집입니다.
물론 롯지도 예외는 아니며 바람이 심할경우 그냥 나무침대로 숭숭숭 들어옵니다.
아직 팔팔하거 체력도 남아돌아서 형님과 포터를 보내고 저는 천천히 여기저기 둘러보며 나아갑니다.
여행이란 어차피 곁에 몇명이 있든 결국엔 오롯한 혼자가 되어야 그 참맛을 느낄수 있죠...
저기 보이는 능선부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있는데 가볼까말까 한참을 망설이다 발길을 돌렸습니다.
앞서간 형님과 시간차가 너무 날것 같기도 하고 배낭 두고 다녀올 경우 도난의 우려도 있고...
반야봉에서 고어모자 도난당한게 문득 생각낮니다.
쓰레기는 되가져가야죠.
어차피 저는 생기는 쓰레기 자체가 거의 없군요.
똥닦은 휴지랑 스니커즈 껍데기 정도가 다이니...
저멀리 체르고리와 간쳄포가 보입니다.
체르고리 아랫자락에는 하늘아래 가장 높은 마을인 깐진곰빠가 있습니다.
ABC나 EBC와는 달리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들을 위한 마을입니다.
깐진곰빠 가기전에 지나게 되는 문두 라는 마을을 마지막으로 지납니다.
이제 문두를 지나면 랑탕 트레킹의 끝지점인 깐진곰빠에 도달하며 여기서 량시샤리, 체르고리, 량시샤카르카 얄라피크, 모리모토피크 등의 서브트레킹이나 피크등반 등을 위한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게 됩니다.
1부는 여기에서 끝내고 조만간 2부를 올리겠습니다.
다소 긴 글과 사진 보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2부예고)
깐진곰빠, 체르고리, 소나기, 고사인쿤드호수로 향하는 새로운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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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증 납니다. 다음편 기대하며 다시 읽어야겠습니다 ^^
2편은 올렸고 조만간 3편을 올리겠습니다.
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