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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랑탕, 고사인쿤드, 헬람부 트레킹 1/4(모바일주의)
http://www.ppomppu.co.kr/zboard/view.php?id=climb&no=79090&ismobile
랑탕, 문두 마을을 지나면 이젠 양쪽이 막힌 좁은 협곡이라는 느낌에서, 탁 트인 개활지 같은 느낌으로 바뀌고, 시야를 가리는 나무나 숲 대신 아주 작은 관목림들과 이끼류들만 발아래 놓입니다.
지나는 길은 경사가 거의 없어 힘들진 않지만 해발이 3,000을 넘어서다보니 아무래도 배낭의 무게가 어깨를 더욱 짓누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저만치 먼저 보냈던 형님의 상태도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제가 보기엔 정상적 컨디션에 비해 한참 못미치는 것 같습니다.
이같은 부분은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므로 제가 뭘 어떻게 할수도 없으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래도 사부작 사부작 천천히 가고 계시니...
한참 새 건물을 짓고 있습니다.
트래커를 위한 롯지라고 보기엔 좀 작은 크기이므로, 아마도 현지인의 집 같습니다.
돌은 흔해 빠졌지만 목재는 상당히 귀하고 비싸서인지 군데군데 재활용하는 것 같네요.
문두마을 전경입니다.
10여가구 정도 돼 보이는데 마을이라고 하기엔 아주 작은 규모입니다.
롯지가 한군데 있긴한데 역시나 안열었군요.
어차피 깐진곰빠가 지척이긴 하지만...
랑탕(langtang II 6,561m) 산군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저 위쪽은 만년설이며 깐진곰빠 마을의 뒷산을 통해 오르면 꽤 가까이에서 이 장관을 볼수 있습니다.
여기에도 길 가운데로 경전이 새겨진 석판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만들어진 시대를 가늠조차 하기 힘든 이 낡은 석판에는 군데군데 이끼가 껴 있고, 수많은 낮과 밤이 바뀔 동안 닳고 닳고 또 닳아서 그 글귀조차 희미합니다.
하지만 어느 누군가 따뜻한 마음의 혜안으로 보면 그 글자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선명하게 새겨진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요?
저 길을 따라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배낭을 내팽개치고 가볼까도 싶지만...
여행중 배낭을 잃어버리면 그야말로 빙시되는 거라서...
그냥 저 길을 오르고 있을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기만 합니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봅니다.
깐진곰파에 얼마나 머물진 모르겠지만 며칠후에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이 길을 다시 걸어서 내려가겠죠...
한무리의 야크들이 풀을 뜯고 있네요.
아직 겨울(2월)이 지나지 않아 먹을 것도 많이 없을건데...
어서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돋아나서 배불리 풀 뜯는 날이 오길~
완만하게 솟아오른 체르고리(Tsergo Ri 4,984m)와 하얀색 거벽으로 이루어진 간첸포(Ganchenpo 6,387m)가 그 위용을 온전히 드러냅니다.
마을입구의 거대한 바위에 어김없이 룽다와 타르쵸가 흩날리고 바위엔 알수없는 글들이 새겨져 있습니다.(아마도 경전구절이겠죠?)
해석해주실분 손? ㅎㅎ
랑탕리룽(Langtang Lirung 7,234m)과 랑탕II(Langtang II 6,561m),키모슝 (Kyimoshung 6745m)이 보입니다.
위에 언급했듯이 마을 뒷쪽의 길로 올라가면 전혀 다른 모습을 볼수 있죠.
거대하게 솟은 하얀설벽(Kyimoshung 6745m)을 보니 이제야 내가 단지 히말라야자락이 아닌, 그 품에 많이 다가서 있다는 걸 실감합니다.
리룽빙하(Lirung Glacier)도 보이네요.
아마 저기 능선에 올라서면 정말 멋진 장면을 볼 수 있을것 같습니다.
마음 같아선 이곳에 며칠 머무르면서 여기저기 아침저녁으로 돌아댕기고 싶은데...
몇 군데 돌아다니긴 했지만 더 머물지 못한 것이 많이 후회됩니다.
영어로라도 좀 적어주지..
보통은 영어표기를 병행하는데 이 표지판엔 힌디어만 있군요..
드디어 깐진곰빠에 도착했습니다.
샤브루베시에서 시작한 랑탕 트레킹코스의 종점이기도 하죠.
물론 다른 서브트랙도 있고, 이 마을에서 즐길거리는 너무나도 충분해서 다만 시간이 모자랄 따름입니다.
동네뒷산을 함부로 보면 안됩니다.
이런곳도 있으니까요.
제가 사는 곳의 동네뒷산과 비교해보면...
음...
동점!
아마도 이 집의 주인이 마을에서 가장 부자일 것 같습니다.
나무가 굉장히 귀한데 저렇게 재놓고 있다니...
롯지에 짐 풀자마자 들뜬 마음으로 스니커즈 하나랑 물, 그리고 카메라만 챙겨 바로 나옵니다.
형님께도 의향을 물었지만 몸 상태가 상태이다보니...
사실 고산병은 경중을 떠나 고도를 내리는게 최선의 방법인데 또 그건 싫다고 하시고...
어쩔수 없이 혼자 깐진리(Kangin Ri 4,350m)로 길을 나섭니다.
구름이 나야캉(Naya Kang 5,844m)을 휘감은 채 솜뭉치처럼 둥실둥실 떠다닙니다.
아직 이른 오후임에도 벌써 볕이 노래질려고 하네요.
깐진곰파 마을 전경입니다.
누군가의 소망을 담은 작은 돌탑이 앙증맞지만, 거기에 담긴 염원의 크기는 결코 작지 않겠죠.
맨 뒤로 간첸포(Ganchenpo 6,387m), 그리고 컨디션이 좋다면 내일쯤 저기 보이는 체르고리(Tsergo Ri 4,984m)에 오를 예정입니다.
이제 붉은 빛으로 세상을 물들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을아래에서는 절대 볼수 없는 멋진 풍경을 보게 됩니다.
제가 네팔 트레킹 중 봤던 기억에 남는 풍경들 중 세손가락 안에 지금도 남아있을 정도이니...
저 멀리 리룽 빙하와 얄라피크(Yala Peak 5.500m) 그리고 키모슝(Kymoshung 6745m)도 보입니다.
저 능선길을 쭈욱 따라가면...
이세상 풍경이 아닌듯한 풍경과 마주하게 됩니다.
게다가 해질녘의 석양빛이 더해져 그 색이 너무도 이쁘네요.
아.. 시간만 많으면 이리갔다가, 저리갔다가, 아침에 왔다가, 저녁에 왔다가 하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마음에 드는 풍경입니다.
ABC나 EBC는 거대한 산군으로 둘러쌓여 꽉막힌 느낌이 강한데 이런곳은 그야말로 가슴이 뻐어엉! 뚫리죠!
저 언덕의 끝이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것 같은데 좀처럼 거리가 줄어들지 않네요.
해가 뉘엇뉘엇 넘어가고 있어 서두릅니다.
간첸포(Ganchenpo 6,347m)도 붉게 물들기 시작합니다.
정말 아름다운 봉우리인데 현지에서 신성시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영구등정금지 되었다고 얼핏 들은 것 같습니다.
나야캉(Naya Kang 5,844m)아래로는 강자라(Kangja La 5,130)로 이어지는 트레킹코스가 있는데 라(La)는 고개라는 의미입니다.
원래는 띄어쓰기를 해야하는데...
대표적으로는 토롱라(안나푸르나), 촐라(쿰부히말)가 트레킹 중 만나는 높은 고갯마루들입니다.
볕이 들지않는 음지와 양지바른곳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그나저나 이거 생각보다 빨리 해가 떨어집니다.
헤드랜턴을 안챙겨왔는데 엄청난 후회가 됩니다.
한겨울임에도 리룽빙하가 많이 녹아 있습니다.
적설량이 적어서인지, 온난화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먼 옛날에는 아마 저 회색빛 거대한 강줄기 같은 부분도 얼음으로 가득차 있었겠죠...
이제는 붉디붉은 석양빛 때문에 땅바닥마저 붉은 카펫으로 변했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리룽빙하도 누렇게 물들었고 산에 비춰지는 그 빛은 마치 쇠고기의 마블링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그렇다고 함부로 롯지에서 쇠고기 주문하면 큰일납니다. ㅎㅎ
이정도면 지방질이 좀 많은 거죠?
저 뒤로 간첸포(Ganchenpo 6,387m) 와 체르고리(Tsergo Ri 4,984m)가 까꿍하고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좀전에 언급했었던 탑뷰3를 들어보자면...
바로 여기와...
마낭의 프랑켄곰빠에서 바라본 강가푸르나와...
고쿄리(또는 칼라파타르)에서 바라보는 풍경이었습니다.
저 빙하를 건너면서 크레바스지대와 싸워나가는 자신을.. 그냥 상상만 해 봅니다.
마치 하얀 부채같기도 한 간첸포(Ganchenpo 6,387m)의 모습입니다.
세로로 새겨진 거대한 산자락의 주름과 산의 형태를 이루는 선이 참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한참을 그렇게 넋놓고서 붉게 물들어가는 세상구경 하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립니다.
헤드랜턴만 가져왔다면 맘놓고 더 머물수 있었을텐데 왜 맨날 챙겨다니던 걸 안가져 왔는지 스스로를 책망합니다.
좀전에 올라오면서 다녀왔던 봉우리는 하루의 끝을 알리는 붉은 빛으로 물들었습니다.
빨리 내려가야 하는데도 여기저기 천천히 둘러본다고 오히려 걸음이 더 더뎌집니다.
간첸포(Ganchenpo 6,387m)의 이 모습을 마지막으로 급하게 마을로 내려갑니다.
그런데...
내려가기도 전에 해가 져 버립니다. ㅎㅎㅎ
진짜 칠흙같은 어둠에서 길을 걸어본적은...
군시절밖엔 없군요...
거두절미하고... 체력이고 나발이고, 경력이고 나발이고, 네발로 기어내려왔습니다!!!
롯지에서 기다리던 형님이 해가 다 떨어져도 안오길래 신고하려 했다는군요.
실화입니다....
저녁 먹으면서 다음날 일정을 의논했는데 몸이 많이 나아졌다면서 체르고리에 같이 가기로 일단 결정했습니다.
체르고리는 해발이 5,000m가까이 되므로 천천히 쉬엄쉬엄 오르기로 하고, 일찍 침낭속으로 들어가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푸름푸름한 하늘입니다.
간단히 찐감자와 물을 챙기고 길을 나섰지만 시작부터 난감합니다.
빙하녹은 물이 지천으로 흘러서 건너기가 쉽지 않습니다.
방수가 되는 신발에 게이터도 꼈지만 물살이 강한곳도 있어 애먹으면서 겨우겨우 진행합니다.
이렇게 작지만 거친 냇가를 건너니 이젠 급경사구간이 나타납니다.
경사가 낮은듯 보이나 실제 올라보면 허벅지가 터질려는 압박감에 숨도 차오릅니다.
고도가 많이 높아진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그도 그럴것이 깐진곰파가 3,700m정도이고 체르고리는 4980m이니 고도차가 만만치 않습니다.
옆으로는 랑탕리룽(Langtang Lirung 7234m)이 그 육중한 모습을 드러내며 보는 이에게 위압감을 줍니다.
내 너를 지켜보고 있노라!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는지 형님이 벌써부터 저 아래로 쳐집니다.
이젠 잘 보이지도 않네요.
다행히 포터가 동행하고 있어서 잠시 안심하고 적당한 곳에서 형님을 기다리기로 합니다.
정면에 보이는 나야캉(Naya Kang 5844m)을 통과하는 서브트렉도 있습니다.
강자라(Kangja La 5130m) 트렉인데 길이 험하고 눈이 많은 겨울철엔 위험해서 반드시 가이드와 적정 장비(설상 믹스)를 준비해서 가야하는 곳입니다.
어마어마한 규모로 풍화된 바위들이 쪼개지고 쪼개져 흘려내렸습니다.
회색빛으로 보이는 부분은 가루가 아닌 그 나름의 크기와 무게를 가지는 바위나 돌들입니다.
생명체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지만 이 또한 하나의 생명을 가진 개체처럼 너무나 아름답네요.
올라갈수록 작은 언덕같은 산에 가려졌던 시야가 트이면서 고봉들의 숨겨졌던 모습들이 시시각각 나타나거나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감탄을 자아내지만, 한편으론 아직 도착하지 않은 형님이 걱정되서 좌불안석입니다...
강자라(Kangja La) 방향을 보니 저쪽 코스를 넘어갈 생각은.. 경사를 보니 생각조차 안할랍니다.
이제 반이상 올라왔는데, 여기서 형님을 기다리기로 하고 잠시 쉬면서 주변을 둘러봅니다.
어제 일몰때도 그랬지만 샤브루베시를 출발한 후 불과 며칠새에 너무나 다른 모습의 세상에 스스로 많이 놀라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히말라야에 와 있습니다!
라는 카피가 떠오릅니다.
푸르디 푸른 하늘 아래에 키모슝(Kyimoshung 6745m)의 하얀 만년설이 반짝입니다.
랑탕 산군들도 쿰부히말이나 안나푸르나 지역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빼어난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애초에 단순한 해발고도로만 평가하고 피크 등정만을 앞세우는 건 참으로 우매한 인간의 잣대겠죠.
정말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모습, 아니 아름다움이라는 단어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그냥... 어느날엔가 생겨나서 자연이 조각하고, 또 거기에 하얀 얼음이 머물고, 파란하늘이 있고, 간간히 놀다가는 구름이 있고...
가끔씩 저도 저 거대한 산의 한 부분이 되었으면 하고 생각해보지만...
잠시 머물다 가는 삶의 그 작은 척도로는 가늠조차 할수 없을 것 같습니다.
여기즈음부터 형님은 포기선언 하는 바람에 상의 끝에 혼자 다녀오기로 합니다.
체르고 리(Tsergo Ri)는 현지인에게도 매우 신성한 곳이라 포터도 깐진곰파에서부터 동행했는데 형님이 못간다고 하니 너무 실망하는 것 같아 둘이 다녀오라고 합니다.
걱정이 앞서지만 단지 숨이 좀 찰 뿐 위급하거나 매우 안좋다거나 하는 상태는 아니라고 인지하고 있고 또 그렇게 보여 걱정을 잠시 내려놓고 이제 얼마남지 않은 거리에 있는 체르고리에 오릅니다
저기 봉우리 끝에 삐죽삐죽 장대같은 게 걸린 부분이 정상입니다.
잘 보면.. 보입니다? ㅎㅎ
정상에서의 풍경입니다.
해발고도가 5,000가까이 되다보니 가만히 있어도 숨이 좀 차오르지만 기분도 상쾌하고 무엇보다도 이 멋진 풍경을 눈에, 가슴에 새길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기쁘지 그지없습니다.
날씨도 좋고, 춥지도 않고, 모든것이 그저 이 순간엔 좋습니다!
기뻐하기도 잠시, 중간에 버리고 간 형님 걱정에 정상에는 발만 디디면서 한번 둘러보고선 후다닥 내려갑니다.
다행히 볕을 쬐면서 쉬고 계시네요.
아쉽지만 잠시동안 꾼 그 달콤한 꿈을 뒤로하고, 그렇게 헥헥거리며 올랐던 길을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설렁설렁 내려갑니다.
마을로 돌아가는 길에 산봉우리가 구름에 휩싸여 마치 하늘에 붕 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하루동안의 체르고리 서브트렉을 마치고 내려오니 하루가 다 가버렸습니다.
좀 늦게 출발한 것도 있고, 좀 천천히 간것도 있지만 너무나 만족스러운 하루였습니다.
원래 내일 예정은 랑시샤카르카(빙하지대)로 가는 것인데...과연...
아침에 일어나서 일정을 상의하는데 형님은 하산을, 저는 랑시샤카르카를 택했습니다.
형님과는 머무는 기간도 다른데다 세부일정이나 가보고 싶은 곳도 다르기에 여기서 잠시 헤어지기로 합니다.
결정을 내렸지만 저도 랑시샤카르카를 놓고 곰곰히 한참을 생각하다가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모든 여행이 끝난 시점인 지금은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지만, 당시엔 시간에 쫒기는 것도 아닌데 왜 그 하루를 다른 더 멋진 곳에서 보낼 거라는 막연한 환상에 사로잡혔었는지...
다시한번의 기회가 더 주어진다면 저는 망설임없이 그 시간에 머물고 싶은 곳에 머물것이며, 이번 계기로 인해 다른 코스에서는 그냥 내키는대로 막 돌아다녔습니다. 후회하나 남기지 않기위해!
뭐 지난 일이니까...ㅎㅎ
떠난다는 결정을 내린 후 다시한번 마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그 마지막 모습을 눈에 새겨둡니다.
그러고 보니 깐진곰파에 도착한 후 이틀동안 마을을 돌아다녀본 적은 없었던 것 같네요.
간밤에 눈이 좀 내렸는데 어제보다 흰부분이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바닥에도 눈이 많이 쌓여있네요.
마을 건너편으로 가서 전체 모습도 한번 담아봅니다.
야크들을 가둬놓는 우리인데 군데군데 철조망도 있습니다만 야크가 마음만 먹으면 그냥 다 찌그러질듯...
핫샤워라고 되어있지만 믿으면 큰일납니다.
미지근하면 그나마 다행이고 대부분 조금 덜 찬물...그래봐야 찬물...
그러고보니 샤브루베시 이후 머리도 안감고 샤워도 안하고 냄새가 참 흉흉합니다.
제가 묵었던 롯지입니다.
물론 오픈한 롯지가 여기밖에 없어 선택의 여지는 없었습니다.
방도 깨끗하고 음식도 먹을만 하지만 역시 물가는 비싼편입니다.(그래도 한국보다는 월등히 저렴하죠)
튼실한 말 한마리가 제게 다가와서는 포즈를 취합니다.
나 좀 찍어줘~ 하면서...
사진 다 찍은 다음엔 모델료 내라고 저를 협박하는군요.
물론 저는 줄게 아무것도 없기에 한번 쓰담쓰담만 해줬습니다.
미얀... 말님~ 내 아이디가 배추장산데 배추가 엄네...
여기도 경전을 새긴 석판들이 마을입구에 놓여 있습니다.
더불어 현지인들이 성스럽게 여기는 곳에는 어김없이 룽다와 타르쵸가 자리합니다.
너무 시퍼런 하늘보다는 이렇게 구름이 좀 있으니 더 보기 좋은 것 같습니다.
룽다가 나부끼는 이 고요하고 아름다운 마을과의 이별을 이제는 준비합니다.
배낭을 꾸리고 간단한 아침을 먹은 후 이젠 형님과 헤어집니다.
저는 헬람부지역으로, 형님은 샤브루베시로...
어차피 나중에 한국에서든 네팔에서든 만날거니 잠시동안의 이별입니다.
올때는 내내 맑은 하늘이었는데 제 우울한 기준 탓인지 날도 흐려집니다.
게다가 나지막한 평지의 내리막길이라 엄청난 속도가 붙네요.
여기저기 얼라오면서 많이 둘러본데다 날도 흐려 서둘러서 발길을 재촉합니다.
리버사이드 롯지에서 하루 묵은 후 아침에 일어나보니 어제와는 다르게 날도 맑고 아침볕에 산이 반짝입니다.
아마도 오늘은 헬람부 갈림길인 툴루샤브루 정도까지 갈것 같아 일찍 길을 나섭니다.
올라오면서 봤던 롯지군요.
이제 다시 볼 날이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다음에 왔을때도 이모습 그대로였다면 좋겠다고 바래봅니다.
원숭아 안녕~
고놈 털 참 탐나네요!
어라 근데.. 비가 오기 시작합니다.
눈은 두세번 겪었는데 비라니...
하기야 이틀거리지만 깐진곰파와 여기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의 기후이니 어쩌면 비가 내리는게 당연하겠죠.
문제는 이 비가 엄청 차갑다는 겁니다.
상공의 차가운 기온을 머금은 비라서 반팔입고 가던 제게 닭살을 선물합니다.
소나기가 그칠 기미도 안보이는데다 온몸이 덜덜덜 떨리는 저체온증 초기증상도 나타나고 배낭과 신발은 이미 질퍽하게 젖었습니다.
뒤늦게 오버바지와 방수잠바 입고선 거의 뛰다시피 잰걸음으로 갑니다.
참고로 겨울비는 뼈가 삵는다고 늘 주장하던 차라 혹시나 감기라도 걸릴까 걱정이 앞서지만... 제몸인데 제가 믿어야죠!
그렇게 한참 내리던 소나기는 늦은 오후가 되서야 그쳤고 저는 막 비가 그칠무렵 툴루샤브루에 도착합니다.
롯지를 잡고서 짐을 대충 풀고 방금까지 걷고 있었던 길 위의 나무들을 바라보니... 하얗게 눈이 앉아있네요...
참 변화무쌍한 날씨의 하루입니다.
뒤이어 무지개도 뜹니다.
내일은 기분좋은 일이 많이 생기려나...
배낭안까지는 젖진 않았지만 바지며 양말 신발 카메라와 카메라백까지...
커버 씌운다고 씌웠는데도 흠뻑 젖었습니다.
게다가 찬비 세시간 정도 맞았더니 몸이 많이 떨리네요.
이 상태에서 저는 경험상 절대 온수욕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백방으로 다음날 몸살끼어린 코맹맹이가 되더군요.
대신 온수 좀 달라고 해서 수건에 적셔 그냥 물기만 닦으면서 수건의 온기로 몸을 조금 녹이기만 했습니다.
많은 날이 지난것도 아닌데 깐진곰파에서의 그 예쁜 풍경들과 시간들이 아련하게 먼 과거의 일처럼 떠오릅니다.
내일부터 새로이 시작되응 고사인쿤드, 그리고 헬람부 트레킹을 위해 잠시 쉬어간다 생각하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침낭속으로 기어들어가 이내 단잠에 빠집니다.
긴글과 사진 읽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3부도 조만간 올리겠습니다.
참고로 위에 표기된 지명은 철자가 제각각(현지지도, 구글어스, 백과사전 등에 따라 발음과 철자가 조금씩 틀ㄹ))니다)인 경우가 많으니 참고하시고, 정확하지 못한 지명은 언제든지 지적해주세요^^
(3부예고)
눈과 얼음으로 뒤덮힌 고사인쿤드, 그리고 독일아재와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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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뭐랄까 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봐왔던 풍경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 같은 모습이고 순수한 아름다움 그자체로 느껴진다랄까...
근데 현지인들은 저 모습들을 매일매일 일상으로서 바라보니...ㅎㅎ
음식은 주로 달밧이나 감자가 제일 먹을만 합니다.
일단 배도 부르고 열량도 있어서...
고기는 없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