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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등산포럼분들~
요 근래에 미뤄뒀던 사진정리 하느라 정신이 없다보니 포럼에도 잘 들어오지도 못하고 당초 올리려했던 글도 많이 늦어지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제 대충 정리도 끝나가고해서 랑탕지역, ABC지역에 이어 이번엔 EBC 트레킹으로 글을 이어갑니다.
에베레스트(Everest 8,848m)라는 이름은 산을 좋아하는 분이든 아니든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거대한 히말라야 산맥의 수많은 고봉들 중에서도 최고봉이라는 타이틀, 그리고 이에 오르는 과정을 그린 수많은 다큐와 영화, 혹은 관련/비관련 제품들의 이름과 상호까지...
비록 상업등반대의 출현으로 그 의미가 많이 퇴색하고 있다고는 하나 모든 산악인들의 꿈과 이상이 바로 이곳을 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입니다.
에베레스트(Everest)는 사실 원래의 이름이 아니고 영국 측량기사의 이름을 딴 것인데 이미 훨씬 오래전부터 네팔에서는 사가르마타(Sagamartha 산스크리트어: सगरमाथा, 하늘의 이마), 티벳에서는 초모랑마(Chomolangma 티벳어:ཇོ་མོ་གླང་མ, 세상의 어머니)라는 고유의 이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지도나 책자 등에서의 표준표기로 대부분 에베레스트가 쓰이고 있으며 현지인들조차 그 이름을 많이 잊어가고 있다는데 적어도 그 원래의 이름과 유래에 대해서는 한번쯤은 되짚어봐야겠죠.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verest Base Camp: 이하 EBC)는 정상등정을 위한 전진기지로서 사가르마타 국립공원(Sagarmatha N.P)
에 자리잡고 있는데 네팔 트레킹 코스들 중 가장 다이나믹하고 경이로운 경치들을 볼수 있는 곳으로 수많은 트래커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쿰부 히말라야의 잘 보존된 현지문화를 경험할수도 있으며, 신성한 사원들이 곳곳에 있어 마음의 안식을 얻기위한 여행자들에게도 인기가 아주 높습니다.
EBC로 향하는 길에선 마차푸차레, 마테호른과 더불어 세계3대 미봉에 드는 아마다블람, 푸모리, 눕체, 촐라체, 다보체, 캉테가 등의 수많은 고봉들을 만날 수 있고 고쿄, 추꿍, 촐라패스, 지리바자르 등의 서브트렉들도 많이 있으므로 시간만 허락한다면 몇달, 아니 몇년을 머물러도 하루하루가 새롭게 느껴질 정도일 겁니다.
EBC트레킹의 시작점은 두가지 중 선택할 수 있는데 카트만두에서 비행기를 타고 루클라로 바로 가는 것과, 카트만두에서 지리바자르나 쉬발라야까지 버스를 타고 간 후 걸어서 루클라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
루클라에 미니공항이 생기기 이전의 지리바자르 트렉에서는 커다란 짐꾸러미를 짊어진 당나귀행렬과 길을 따라 걷는 수많은 포터 및 원정대원들의 모습들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었지만 지금은 찾는이도 거의 없는데다 트래커들에 의한 수입도 급격히 줄어(사실상 제로에 가깝습니다) 시설도 많이 낙후되고 때로는 황량한 느낌마저 줍니다만...
잘 보존된 쿰부 히말라야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경험해보고 일정내내 어느 롯지에서든 오직 단 한명의 트래커만 묵는 호사!를 누릴수도 있고, 트레커는 고사하고 현지인의 인적마저 뜸한 우리네 70년대 시골을 연상시키는 길을 혼자 걷고 싶은 낭만적인 분들에겐 적극 추천합니다.
그리고 물가도 굉장히 싸서 룸차지(숙박비)는 거의 무료에 가깝고 비싼 음식에 속하는 달밧도 100루피 이하인데다 워낙 트래커들이 없어 롯지에 들어서는 순간 과분할 정도로 친절하고 반갑게 맞이해줍니다.
룸차지가 무려 10루피!!!!!(대충 150원?)
하지만 지리바자르에서 루클라까지의 구간은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계곡을 직접 가로지르는 길이므로 하루동안은 가파른 계곡을 미끄러지듯 내려가고, 다음날은 오르막길이 하루동안 연속되는 빨래판 같은 코스(상하행 동일)가 많아서 조금은 고단한 여정이 될수도 있으니 우선은 체력적으로 충분히 뒷받침이 되어야 하고 여성 혼자 다닐 경우엔 조심해야하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루클라가 아닌 지리바자르나 쉬발라야에서 시작할 경우 전체일정이 4~5일(편도)정도 더 소요됩니다.
트렉설명은 이걸로 간단히 마치고 제가 다녀온 간략한 코스입니다.(빨간점선의 촐라패스는 원 예정이었으나 못감)
루클라-EBC(칼라파타르 일출)-탱보체-고쿄(고쿄리 일출)-쿰중-루클라-쉬발라야(지리바자르)
일반적인 EBC트렉에서 크게 고쿄트렉과 지리트렉이 추가되었는데 원래는 촐라패스를 통해 고쿄로 가야했으나 눈으로 길이 막힌데다 이 구간에서 사망사고(촐라패스에서 트래커와 가이드 사망)가 며칠 전 있었고 또다른 곳(에베레스트 등반대원으로 추정)에서도 직접 목격한 사망사고가 발생해 가이드나 포터없이 혼자다니는 저로선 위험부담도 있고해서 과감히 포기했습니다.
촐라패스 입구에서 목격한 안타까운 인명사고
대신 EBC 올라오면서 미처 보지 못한 풍경들을 내려가면서 천천히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으며 제 짧은 인생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봉우리(캉테가)를, 그것도 붉게 빛나는 그 아름다운 모습(실제로 고쿄에서 내려오면서 같은 곳에서, 같은 곳을 바라봤지만 날이 좋지못해 볼수조차 없었습니다)을 볼수 있었기에 촐라패스에 대한 미련은 하나도 남지 않았습니다.
뭐 언젠가 다음에 꼭 되돌아와야 할 숙제 하나쯤은 남겨둬야겠죠.^^
많이 부족한 글과 사진인데다 스크롤 압박도 있으므로 해외트레킹에 관심이 없으시거나 긴 글 읽는 걸 싫어하시는 분들은 가볍게 패스하셔도 됩니다^^
그럼... 시이자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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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지역을 모두 마친 후 포카라에서 카트만두로 돌아오자마자 TIMS카드와 사가르마타국립공원 퍼밋을 발급받은 후 루클라로 가는 비행기편을 예약했습니다.
2월에 들어와서 네팔에 머문지는 꽤 되지만 카트만두에서는 각 트레킹코스 출발을 위한 물품들을 준비하거나 재정비, 퍼밋이나 TIMS발급 같은 필수적 일정만 행하다보니 실제 머문날은 손에 꼽는듯 합니다.
이번에도 바로 EBC트레킹을 시작하기 위해 단 하루의 준비기간만 할애한 관계로 타멜거리의 큰 마트에서 장보고 짐 꾸리다보니 하루가 금새 가버립니다.
며칠 쉬면서 이 시끌벅적하고 소란스러운 도시 여기저기 둘러보고 싶은 마음도 있긴 하지만 산쟁이는 역시 산에서 머물러야 마음이 편한데다 모든 일정을 끝낸 후 돌아다녀도 충분하니 잠시 이 도시탐험은 미뤄둡니다.
(여담이지만 결과론적으론 강제로 카트만두에서 무려 3일을 더 머물게 됩니다!)
저녁때 모든 짐을 미리 완벽히 꾸려두고 일찍 침대에 누웠지만 앞으로 다가올 트레킹에 대한 기대와 떨림으로 밤새 잠을 설치다 삐비삑 알람소리에 지난 새벽이 후딱 가버린 걸 알아챕니다.
당분간은 엄두도 못낼 핫샤워를 마친 후 한껏 부푼 기대와 설레임으로게스트하우스를 나섭니다.
루클라의 미니공항은 절벽에 위치한데다 강풍이나 시계(비, 눈, 안개 등)가 안좋을 경우 일정이 연기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특히 한겨울시즌이나 우기에는 더욱 빈번합니다.
지금은 3월 중순이라 먼지는 많이 날릴지언정 아침엔 항상 맑은 날의 연속이라 걱정이 덜하긴 한데 마음 한구석에선 불안의 씨앗이...
날이 좋다! 허나...
신들의 정원 입구로 저를 데려다 줄 편도티켓!
파란색 커버의 제 배낭도 어디론가로 실려가고 있네요.
참고로 배낭을 고이고이 취급해줄 거라는 생각은 애초에 안해야 합니다.
그냥... 패대기 칩니다... 마구마구...
그나저나 벤치에 앉아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도통 탑승하라는 안내방송이 안나옵니다.
저 말고도 트레커 수십명이 대기중인데 뭔가 웅성거리는 소란이 잠시 있더니 모두 풀 죽은채 발길을 돌립니다.
안내데스크에 문의해보니 강풍이 의해 내일로 비행연기!
아...
이럴순 없다!
날이 이렇게 좋은데...
뭐 어쩌겠습니까...
배낭 회수 후 택시 잡아타고 타멜거리로 가서 게스트하우스 다시 잡다보니 오전 다가버리고...
간단히 점심을 먹은 후 딱히 할일도 없고해서 도시탐험에 나섭니다.
일단은 한해전에 가본적이 있는 스와얌부나트 사원으로...
타멜거리에서 걸어갔다 오기엔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길이라 산책간다 생각하고 다녀왔더니 하루가 끝나버립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일찍 저녁을 먹고 침대로 향했습니다만 스와얌부나트 산책길에 피곤했던 모양인지 한방에 꿈나라로 갑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어제와 마찬가지의 부푼기대와 설레임으로 게스트하우스문을 나서지만 이 불안의 싹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원래의 티켓에 뭔가 많이 추가되어서 쓰여 있습니다.
이 티켓이 오늘은 과연 저를 신들의 정원 입구로 데려다 주려나요?
오늘도 날이 좋다! 하지만...
출발시간 즈음에 루클라행 비행기에 탑승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그러면 그렇지...하루정도야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 암... 그렇구 말구...
그렇게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비행기에 탑승합니다.
그러나...
모든 승객들이 탑승했지만 도무지 비행기 시동을 안걸고 있습니다.
한참후에 안내방송이 나오는데...
강풍에 비행기가...
아...
진짜 이럴순 없다...
하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또다시 어제와 마찬가지로 택시 잡아타고 타멜거리로 되돌아와 게스트하우스 잡으니 오전 땡.
도시탐험 2일차. 타멜과 가까운 덜발광장 쏘다니다 비둘기똥 없는데 골라서 낮잠 한숨 때리고 우체국가서 그간 밀렸던 편지들을 보내고오니 또 하루가 땡.
이틀이나 연기되니 이젠 그려러니 하는 심정인데다 내일까지도 연기되면 그냥 버스타고 지리바자르로 가버리자고 결정하고 편한 마음으로 꿈나라로 갑니다.
오늘도 날이 좋다! 그러나...
비행기로 이동하기 위해 타는 작은 버스이 오른지 십여분만에 안내원이 다시 내리라는군요.
아...
진짜 이럴순 없다...
뭐 어쩌겠습니까...
그대로 대기실로 되돌아왔습니다.
그래...
그냥 지리바자르로 버스타고 띠띠빵빵하면서 가자...
아침마다 공항 오가는 스트레스를 너무 받은데다 어차피 지리바자르는 올때든 갈때든 들를예정이었으므로 현상황에서는 썩 나쁘진 않은 선택일수도 있다고 자기세뇌를 시키고 있는데 갑자기 대기실이 웅성거리면서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누간가가 아그니, 예티(항공사이름들)를 외칩니다.
벤치에 축 늘어져있던 수십의 트레커들이 화들짝 놀라며 각 항공사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여기저기 줄을 섭니다.
이번엔 진짜겠지?
좀전에 버스에도 탔다가 내려보고, 어제는 비행기에도 탔다가 내려보고, 그제는 멀뚱멀뚱 기다리다 되돌아오고...
오늘은...
오늘은 어제와, 그제와 다르다!
진정 좋은날이다!
이번엔 탑승 후에 비행기 시동도 걸고 안전벨트도 매라는 안내방송도 나옵니다.
요 며칠간 강제적인 정모로 얼굴마저 익숙해진 다른 트래커들과 함께 We R the World를 외칩니다.
대충 비행기사고가 많은 지역이라 재수없으면 죽을수도 있다는, 즐거운 여행 되라는, 고산병 조심하라는 등등의 안내까지 친절히 방송해 준 후 끼기긱거리며 작은 프롭기가 드디어 실실실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하늘을 향해 날아오릅니다.
슈우웅~
당시의 심정.
딴건 모르겠고 3일동안 아침을 못먹었다는 것에 눈물이 납니다!
소형비행기인데다 가까운 거리여서인지 고도를 많이 높이진 않는데, 카트만두 외곽의 풍경들이 시끄러운 프로펠러 소리와 기체의 덜덜거리는 진동과 함께 이색적으로 다가옵니다.
무사히 루클라에 도착했습니다.
잠시 루클라 공항에 대해 살펴보면...
텐징-힐러리 공항(영어: Tenzing-Hillary Airport) 또는 루클라 공항(영어: Lukla Airport)은 히말라야 산맥에 있는 작은 공항으로, 해발 2,850m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공항이다.
짧은 1개의 활주로는 산비탈을 깎아서 만들었으며, 경사지게 하였다. 이곳은 큰 여객기가 내릴 수 없으며, 주로 프로펠러 여객기나 경비행기가 내린다.
또한 이륙할때 위험천만한데 바로 앞이 낭떠러지이기 때문에 비행기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관제탑과 터미널만 있으며, 기상 악화의 경우 항공기가 결항된다.
또한 에베레스트 산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 관광객들에게 유용하다.
(위키디피아)
언뜻봐도 활주로가 상당히 짧아보입니다.
신들의 정원 문앞까지 오는데 예기치않게 며칠 더 소요되었지만 일단 오긴 왔으니 설레임이나 두근거림보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홀가분한 마음이 먼저 듭니다.
혹시나 EBC트레킹 예정이시고 루클라로 바로 가실경우엔 상행/하행을 고려해 반드시 4~5일의 여유일을 두시길 바랍니다.
해외에서의 전체일정이 틀어질수도 있고 비자만료기간, 네팔 아웃시의 항공편일정 등도 생각해야하므로 꼭...
루클라에서 즐기는 스타벅스의 커피맛은...
달달한 믹스커피만 마시는 저로선 맛보지 못했습니다.
루클라의 체크포인트인데 처음으로 TIMS카드에 도장을 찍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린 후 그냥 도착에 대한 안도감때문에 EBC트렉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었는데 이제서야 조금씩 실감이 납니다.
요 보라색 야생화(앵초닮은?)는 봄 시즌 어딜가나 지천으로 피어있더군요.
랑탕, 안나프르나, 쿰부히말지역까지...
랄리구라스는 꽃이 너무 커서 거부감이 살짝 있는데 이 꽃은 작고 귀여워서 보고 있노라면 항상 지금의 와이프가 떠올랐습니다.ㅎㅎ
전형적인 로컬포터의 모습입니다.
커다란 바구니에 쌓아올린 짐, 그리고 이마에 덧댄 띠와 짧고 뭉툭한 지겟대...
남체바자르까지는 고도도 그렇고 경사도 많이 심하지 않아 트레킹시 별 무리가 없는 길들이 이어집니다.
이번엔 야생화 독사진.
길 주변에는 불교경전(아마도?)이 새겨진 석판들이 즐비합니다.
게다가 이 지역은 신성한 곰빠(사원)들이 많아 안나푸르나서킷의 묵티나드나 랑탕지역의 고사인쿤드처럼 종교적 목적의 성지순례로도 찾아오는 곳이라 많은 곳에서 그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계절적으로 이른봄날이어서인지 꽃들이 만개하고 보리는 파릇파릇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습니다.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큰 바위에는 이렇게 좋은? 글들을 새겨놓았습니다.
복숭아꽃 같기도 한데...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리는 녀석도 있고 만개한 녀석도 있네요.
저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리워하는 사람을 만날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인기드라마가 미치는 영향이 참...
이 바위는 아직 채색을 하지 않았군요.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 지금은 곱게 새옷을 입었을수도 있겠네요.
이 지역도 래서판다 서식지라는군요.
래서판다가 궁금하신 분들은 검색하시거나 제가 올린 랑탕지역 글에서 찾아보시면.. 힘들려나...ㅎㅎ
가트(아니면 쩨블룽)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배낭을 내려놓습니다.
길 주위엔 흑백으로 칠해진 수많은 마니석(석판)과 룽다가 오가는 이의 안녕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아침일찍 공항으로 나와서 밥을 못먹었는데 달밧이나 다른 요리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하고 제일 빨리 되는게 스파게티(실상은 다른 트래커들이 주문해서가 가장 큰 이유)라고 해서 서양 비빔국수를 시켰습니다.
의외의 맛과 비쥬얼에 놀랐다는...
단지 양이 너무 적습니다.
마음같아선 한 세 접시 먹고 싶었는데...
루클라 이후 이렇다할 큰 마을이 없었지만 팍딩 근처부터는 대규모의 롯지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오후로 접어들면서부터는 날이 흐려지기 시작하네요.
소는 바보라서 직진과 멈춤만이 있을 뿐입니다.
저멀리 다리앞에서 소한마리가 건너오는 걸 본 시점에서는 무조건 기다려야 합니다.
억지로 옆으로 지나려다 다칠수도 있고 배낭같은게 터질수도 있고...
고도가 아직은 낮아 소나 당나귀가 쓰이지만 해발3,000m를 넘어서면 야크들로 바뀝니다.
하얗게 핀 꽃들을 보니 봄이라는 계절을 실감합니다.
사실 아직은 이렇다할 설산의 조망도 없고 길도 평범한 우리네 산길 같은 곳이라 가만히 걷다보면 내가 한국에 있는지, 네팔에 있는지 하는 착각마저 듭니다.
지붕위에 앉은 까마귀 한마리가 저를 유심히 보더니 이내 흥미를 잃었는지 이젠 꽃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군요.
날만 맑았다면 참 예쁜풍경이었을 거 같은데 이시기의 히말라야자락에서는 오후에 파란하늘 보는 건 참 어렵습니다.
벚꽃? 산벚 닮았네요.
이 근처에서 머물까 했지만 볕이 잘 안드는 깊은 계곡안이라서 그냥 몬조까지 갑니다.
3일간의 기다림 끝에 도착해서인지 벌써부터 뭔가를 하나 이룬듯한 느낌마저 드는데다 내일은 더 이상 새벽부터 일어나 공항으로 내달려야하는 부담도 없고 무엇보다 산중에서 보내는 밤이라 그저 좋기만 합니다.
롯지에 혼자 묵었는데 주인아주머니와 여고생정도의 딸이랑 같이 저녁먹으며 몸글리쉬로 노가리 까다보니 시간이 훌쩍 가버립니다.
처음에 주인아주머니를 60대로 봤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저와 동갑이더군요!
딸은 공부 열심히해서 한국같은 나라에 취업하는 게 꿈이라고 하고...
이곳사람들이 꿈꾸는 코리안드림을... 정작 코리안인 저는 이곳에 그 꿈을 찾아왔군요.
롯지주인 딸이 자신의 꿈을 쫓아 하루하루를 의미있게 보내듯이, 저는 제 꿈을 쫓아 내일도 어디론가로 걸어가겠죠.
오후의 우중충한 날씨와는 참 대비되는 화창한 아침입니다.
지붕위 원색의 타르쵸가 아침볕에 반짝이네요.
파란 하늘아래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한국에서의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네요.
아침을 일찍 먹고는 동갑내기 롯지 여주인에게 간단한 인사를 남기고 길을 나섭니다.
새벽의 습기를 머금은 축축한 공기탓인지 아직 계곡의 그늘진 곳은 싸늘한 느낌을 주는데 딱 요정도일때가 걷기에 제일 좋은 때입니다.
사가르마타 국립공원 사무소?입니다.
건물외관이 무척 깨끗하고 외벽의 돌들이 이끼가 끼지 않은걸로 봐선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듯 합니다.
조금의 기대를 안고 안으로 들어가봤더니...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무것도...
그냥 시멘트로 만들어진 선반에 의자랑 TIMS카드에 찍는 도장과 체크리스트만 덩그러니 있더군요.
뭐 이것도 오래전이라 요즘은 무언가로 채워져 있을수도...
절벽아래 움푹 들어간 곳에 건물을 만들어 뒀는데 문득 용도가 궁금해서 한번 올라가볼까 하다가 배낭을 어디 둘 데가 없어 포기했습니다.
만일 롯지를 잡고 짐을 풀어둔 상태였다면 올라갔을텐데...
지나다니다 보면 때때로 실종자를 찾는 전단지를 보게 되는데 Jiri by bus라니....
아마도 카트만두에서 지리바자르로 버스를 타고와서 EBC로 향했나봅니다.
이번 트레킹의 종착지로 지리바자르를 선택한 것이 잘한 일인가 하는 불안한 마음도 덜컥 생기기는 하는데 뭐 내일일은 내일 걱정하기로 하고 무사히 가족들 품에 안기길 마음속으로나마 빌어봅니다.
남체바자르까지는 약간 가파른 길로 이어지는데 중간에 이렇게 철교를 하나 지나게 됩니다.
한두시간 정도면 드디어 남체바자르에 도착하게 됩니다.
쿰중과 더불어 이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마을이며 정상등정을 위한 베이스캠프 보급물자를 비롯해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진짜 호텔도 있는데 숙박비도 어마어마합니다.
만일 트레킹에 필요한 물품들(생활용품이나 건전지, 볼펜, 각종 트레킹장비 등등)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면 이곳에서 보충해도 좋습니다만 카트만두같은 대도시에 비해선 물가가 좀 비싼 편입니다.
특히 환전의 경우 수수료가 비싼 편이라 정말 급한 경우를제외하고 달러환전은 가급적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만일 처음으로 남체바자르(3,440m)정도의 고도에 올라보는 사람이라면 고도적응을 위해 남체에 하루나 이틀 더 머물도록 강력히 권고하고 있지만 이미 고도적응이 되었거나 체질적으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대로 쭈욱 더 올라가도 무관합니다.
마을 입구의 룽다와 타르초, 마니차와 쪼르덴까지...
그야말로 모든 걸 갖춘 미니사원입니다.
워낭소리들이 담벼락을 따라 늘어서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카트만두에서 얼마전 편지들을 뭉탱이로 부쳐서 아직 보낼때는 아니지만 그래도 남체소인 찍힌 편지봉투도 받아보라는 마음으로 누군가에게(라고해봐야 지금의 마눌) 그동안 밀린 며칠분의 편지를 보냅니다.
허나...
2017년 2월 22일.. 아직까지 도착하지 않고 있습니다!
남체마을을 가로지르는 길을 따라 오르막 끝까지 올라왔습니다만 날이 갑자기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사진 속 바위를 지나 이십여분 갔을까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해 할수 없이 남체로 되돌아가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롯지에다 짐을 풀고 하루를 묵어갑니다.
마침 편지지도 떨어지고 해서 상점에 들러 연습장 두권 샀는데 품질은....
제가 아주 어렸을때 16절 갱지 쓰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볼펜으로 글 쓰다보면 막 여기저기 구멍나고 찢어지는 그런...
저녁 다 먹고 다이닝룸에서 밀크티한잔 하고 있을 무렵 세차게 내리던 비가 그치긴 했지만 이내 몰려드는 밤안개 때문에 하늘의 별도 잘 안보여 그냥 침대위에서 뒹굴거리며 편지를 적고는 침낭속으로 슈우욱 들어가 꿈나라로 갑니다.
아침에 일어나 롯지창문을 열어보니 남체가 한눈에 보입니다.
보통 아침에는 날이 화창한데 어제 내린 비 때문인지 옅은 연무도 껴 있고 하늘에도 회색 구름들로 가득합니다.
간간히 구름 사이로 금빛으로 빛나는 설산이 잠깐씩 보이지만 이내 하늘은 구름으로 덮혀버립니다.
헬람부지역에서 매일 아침 겪었던 짙은 아침안개가 생각납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안개들이 조금씩 걷히긴 하지만 여전히 하늘도 뿌옇고 시계도 좋지 못합니다.
저멀리 안개속으로 오늘 가야할 길들이 이어지고 있네요.
텡보체까지 2시간이라고 하네요.
쿰중을 들렀다가 간이비행장을 지나 한바퀴 돌아갈수도 있고, 바로 갈수도 있는데 일단은 어제의 소나기 때문에 지체된 시간도 있고해서 빠른 직진으로 갑니다.
여기서부터 텡보체까지는 조금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됩니다.
언덕위에 덩그러니 서 있는 빨간지붕의 건물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여느때의 파랗고 쨍한 하늘이 아니라 옅은 구름들이 뿌옇게 하늘을 가리고 있어 시계가 어째 갈수록 안좋아지고 있습니다.
이 다리를 지나면서 경사는 좀 더 심해집니다.
예전에 사용했던 다리인듯한데 부서진 채 바위에 매달려있습니다.
안나푸르나서킷 트래킹시 망가진 다리를 많이 보게 되는데 대부분 산사태와 우기때의 불어난 급류 때문이라더군요.
여전히 뿌연 먼지로 뒤덮혀서 먼 곳의 시계는 좋지 않지만 이 와중에서도 연두연두한 나무들이 옅은 파스텔톤으로 곱게 빛납니다.
가파른 경사와 점점 무거워지고 있는 배낭 때문에 거칠어진 숨을 돌리기 위해 잠시 쉬어갑니다.
아직은 한참 건기라서 미풍에도, 아니 걸을 때의 작은 움직임에서조차 엄청난 흙먼지가 일어나는데 버프로 중무장을 하지 않으면 콧구멍이 시커먼 굴뚝이 됩니다.
드디어 텡보체에 다왔습니다.
쿰부히말지역에는 크고 작은 곰빠들이 수없이 많은데 그 중 텡보체의 곰빠(사원)가 가장 규모가 크고 신성시하는 곳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EBC로 향하는 관문격에 해당하고 곰빠뒤로 웅장하게 솟아있는 아마다블람을 보고 있노라면 대자연의 위대함에 자연스레 고개를 숙이게 되죠.
이 곰빠는 예전에는 규모가 매우 작았는데 1923년에 대규모로 새로 지어졌으나 1934년 지진으로 파괴된 후 재건, 그 후 또다시 1989년에 대화재로 소실되었습니다.
다행히 유네스코나 정부의 노력으로 복원공사를 진행했고 제가 방문했을 당시에도 곳곳에서 복원공사가 진행중이었습니다.
날은 조금씩 개이고 있지만 손에 잡힐듯 깨끗하고 청명한 느낌이라기보단 공기중에 비산하는 먼지 때문에 희뿌연 느낌입니다.
고도가 더 높아지고 공기가 차가워지면 아마도 멋진 하늘늘 볼수 있겠죠!
텡보체 곰빠뒤로 거대하게 아마다블람이 솟아있습니다.
뭔가 인간과 신의 경계라도 되는마냥 그 모습이 비현실적이고 신화적 느낌으로 다가오는 풍경입니다.
이곳에서 새날을 맞이한다면 그 아침풍경이 얼마나 감격스러울지 상상이 안됩니다.
나중에 다시 찾을 기회가 있다면 꼭 하루 묵어가고 싶은 곳...
미처 완벽히 복원되지 못하고 여기저기 석판들이 널부러져 있는 모습을 보면 참 안타깝지만...
다행히 그 옆에서는 여러 석공들의 땅땅거리는 정소리가 이 조용한 계곡에 울려퍼지고 있으며, 세월이 조금씩 흐를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제 모습을 찾아갈 것입니다.
캉테가(Kangtega 6779m)의 말 안장 부분이 구름사이로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비록 지금은 시계도 안좋고 만년설의 고봉들이 희끄무레하게 보이지만 내일은, 또 모레는, 또 그 다음날에는 그 멋진 모습들을 또렷이 볼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텡보체를 떠나며 경건한 기도를 올렸습니다.
비록 신을 믿진 않지만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작은 소망들이 언젠가 이루어질 수 있게 그 누군가에게, 혹은 저 자신에게 빌어보고 다짐해봅니다.
원래 예정이라면 촐라패스를 통해 고쿄로 가야하므로 다시 볼수 없을 텡보체 곰빠의 마지막 모습들을 눈에, 가슴에 담고 떠납니다.(결과적으론 촐라를 포기하고 되돌아옵니다.)
텡보체를 지나고나면 숲이 우거진 넓직한 내리막길이 나옵니다.
랄리구라스 나무같기도 한데.. 꽃이 없군요.
아니면 다른 나무일수도...
아직은 수목한계선 아랫자락이다보니 양지바른 곳은 연초록 파스텔톤의 숲이 많습니다.
내 너를 지켜보고 있노라!
스투파(티벳불탑)에는 부처의 얼굴이 새겨져 있는데 두 눈 외에 '제3의 눈' 혹은 '지혜의 눈'이라 불리는 또다른 원이 가운데 새겨져 있습니다.
이 눈은 우주만물을 저 멀리까지 꿰뚫어 볼 수 있는 심안을 의미하는데 집중해서 보고 있으면... 이 원속으로 막 빠져듭니다.
코 부분도 일반적 형태가 아닌 동심원의 물음표 모양인데 이는 숫자'1'을 상징하며 세상만물이 모든 근본은 하나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늘로 향하는 통천문.
아마도 한국이었다면 이런 이름이 붙었겠죠?
길 양옆으로 세월을 알 수 없는 이끼 낀 석판들이 즐비합니다.
이 문화적 가치와 전통이 잘 보존되어야 할텐데 아무래도 국가적 여력이 충분치 못한 것 같아 안타깝지만 그래도 유네스코 같은 곳에서 많은 재정적 지원을 통해 정비사업을 꾸준히 하고 있으니...
먼 훗날에 다시 이 길을 걸을 땐 경건하고 아름다운 그 본래의 모습을 볼수도 있으리라 기대해봅니다.
해도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고 어차피 더 가봐야 페리체까지는 못가니 팡보체 마을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롯지에다 짐을 풉니다.
제 철칙 중 하나가 있는데 시설이나 규모는 따지지 않고 무조건 마을에서 가장 높은곳에, 그리고 아침볕이 잘 드는 곳으로 묵을곳을 정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완전 우리네 초가집같은 곳에서도 묵은 적 있지만 아침풍경 하나만큼은 편리함이나 깨끗함을 맞바꿀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더군요.
How to prevent AMS
-고지대에서 하루에 300m이상 고도를 올리지말것.(취침시 기준)
-1,000m고도를 올린후엔 반드시 고도적응기간으로 동일장소에 하루 이상 머물것.
-운동하지말것?(아마도 과도한 신체활동을 의미)
-천천히 걸을것.
여기서 잠시 AMS에 대해 알아보면...
고산병(高山病, altitude sickness)이란 높은 지대에서 저산소 상태에 노출되었을 때에 발생하는 환경 증후군을 말한다.
고산병에서 꼭 알아야 할 핵심 사항은 중증 고산병인 뇌부종, 폐부종 증상이 있다면 가장 확실한 치료는 빠른 하산만이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고산병 (高山病), 혹은 고소병(高所病)은 영어로는 Mountain sickness, altitude sickness, acute mountain sickness (AMS), altitude illness, ,hypobaropathy, or soroche라고 한다.
원인은 고지대의 희박한 산소와 탈수라고 한다. 하루 동안 등산 높이와 발생 비율을 보면 1500- 2000 m (5000 - 6500 ft)에는 문제가 없고 2500 m (8000 ft)에서는 20%, 3000 m (10,000 ft)에서는 40%, 4000 m 이상 에서는 60-70%의 비율로 고산병이 발생한다.
악화 요인은 과로, 부적절한 수액 보충, 저온, 술, 진정제가 있으며, 발생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로는 상승속도, 도달한 최고높이, 잠을 잘때의 고도등이 있다.
위험인자는 모든 고산 여행자들은 위험하면 일반적으로는 연령, 신체적 상태, 기왕병력, 이전의 고산 경험과 일반적으로는 관련이 없다.
-위키디피아-
머나먼 이국에서 설악산도 보게 되는군요.
어찌나 반갑던지..ㅎㅎ
그나저나 남체(3,440m)에서 고도적응기간(하루나 이틀)도 건너뛰었고 팡보체(3,930)에서 자는거니 하루만에 고도를 490m나 올렸네요.
다행히 이번 여행중엔 고산병 징후는 아예 나타나질 않는데 한해전에 다녀온 티벳 고원지대 영향인건지, 아니면 랑탕쪽에서 이미 적응되버린건지 아무튼 걱정 한가지는 덜었습니다.(여담입니다만 이후에도 계속 고도표나 고산병예방법 무시하고 다님)
루클라에 도착한 후 3일째 이지만 텡보체의 아마다블람을 제외하곤 아직 이렇다할 강한 여운의 풍경들은 보질 못했지만...
아마도 내일은...
신들의 정원에 한걸음 한걸음 다가갈수록 가슴이 벅차오를 것임을 믿어의심치 않으며 쿨쿨쿨 꿈나로 갑니다.
-1부 끝-
다소 긴글과 사진 보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이로서 EBC, 고쿄, 지리 1편을 마칩니다.
오래전 기억과, 기록용 다이어리와, 지도를 참고로 지명을 적은 관계로 혹시나 틀린 부분 지적해 주시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2부 예고]
지금까지 걸어오면서 본 풍경들은 잊어라.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질지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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