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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이이잉~쉬이이이잉~쉬잉~
쉬이이잉~쉬이이이잉~쉬잉~
일정한 간격으로 롯지 밖에서 들리는 바람소리는 마침내 어떤 복잡한 악보에나 쓰였을 법한 리듬까지 타게 되는데, 제 귀에는 이제 막 입문한 초심자가 내뱉는 어슬픈 관악기 연주처럼 들립니다.
네팔트레킹 지역의 간이 숙소인 롯지들은 대부분 돌(품질 좋은 목재가 굉장히 귀하고 비싼데다 운송하기도 힘들지만 돌은 지천으로 널려있는 재료)로 만들어지는데 건물의 형태가 워낙 단순하다보니 벽체의 단열재는 언감생심, 돌과 돌 사이를 메꾸는 회반죽 조차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바람이 강하게 불때면 돌과 돌 사이로 바깥의 그 차가운 공기가 고스란히 전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이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이 작고 기이한 휘파람 소리 비슷한 걸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초저녁부터 꿈나라 탐험하느라 잠시 닫혀있던 눈꺼풀을 들어올리고는 침낭속에서 기어나와 무엇에 이끌렸는지 옷을 주섬주섬 입고 밖으로 나가봅니다.
저녁내내 내리던 싸래기눈은 어느새 그쳐있고 예의 그 바람소리만 을씨년스럽게 이 적막한 분지에 나뒹굴고 있는 와중에 무심코 하늘을 쳐다보니...
와아...
밤하늘의 그 시커먼 공백들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반짝이는 별들로 채워져 있는데, 단지 백색의 미광으로만 보이는 게 아니라 어떤 별들은 푸르스름하고, 어떤별들은 누르스름하고, 어떤 별들은 붉그스름한, 그 빛을 어렴풋이나마 구분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특히 선명하게 하늘을 가로지르며 시간의 가장 작은 단위로 흐르고 있는 이 경이로운 별들의 강은 그 어원이 왜 강물에 비유되는지, 우윳길(밀키웨이)에 비유되는지 짐작케 만듭니다.
한참을 아무 생각없이 그 허공을 수놓은 별들을 바라보다보니 문득 이 지구라는 별 속에서, 수십억의 인간들 중 아둥바둥거리며 살아가고 있는 '한명'이라는 내 작은 꼬리표는, 저 별들속에서 과연 어떤 가치를 지닐지, 어떤 존재의 의미를 지닐수 있을런지...
거대한 우주의 일부가 되어 중력조차 상실하고 거대한 별들의 바다에 몸과 마음을 맡긴채 한참을 그렇게 떠다니며 제 작은 눈동자를 반짝이는 별들로 채워나갑니다.
그렇게 간이매트에 누워 하얗게 피어오르는 입김이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에 흩어져, 저 별의 바다속으로 사라져 가는 모습을 몇십 몇백번 본 후에야 으슬거리는 몸을 추스리고 방으로 돌아옵니다.
만일 그대로 정신을 잃고 잠들었더라면... 이 글도 못 썼을듯!!!
아쉽게도 이 빛나는 밤하늘을 사진으로 남겨두진 못했는데, 실상은 마치 싸이렌의 암시에 걸려 바다에 뛰어든 선원들처럼 이 은하수의 풍경에 매료되어 사진을 찍을 조금의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거 같습니다.
침낭안에서 그간 근심걱정거리였던 사소한 몇가지 문제들을 한번에 해결(이라기보다는 너무나 하잖게 다가와버렸기 때문)하고 중간에 끊어진 꿈나라 탐험을 계속 이어갑니다.
밤새 꿈나라에 예쁜 아기 별들이 춤을 추었고...
색색의 크레파스 병정들은 작은 나뭇잎배에 실려...
우윳빛 강을 따라 천천히 흘러만 갑니다...
이 세상의 끝이자 시작점인 심연의 바다로...
모바일 구글어스에서 바라본 EBC
고락쉡(GorakShep 5,160m)은 예전에 에베레스트(Everest 8,848m) 등정을 위한 스위스의 베이스캠프였는데, 사방(그나마 남쪽으로는 길이 트여있음)이 높은 고봉들로 둘러쌓여있어, 마치 신들의 정원 가운데 놓인 작은 티테이블 같은 느낌을 줍니다.
신들의 정원에서 맞이하는 일출을 보기위해 새벽 일찍 일어나 롯지문을 나섭니다.
적어도 오늘 하루는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지 않아도 되니 여기저기 싸돌아다녀도 사뿐사뿐한 발걸음이겠죠!
선명하고 차갑게 느껴지는 푸른색으로 뒤덮힌 하늘을 배경으로 푸모리(Pumori 7,161m)의 꼭대기 부분부터 빛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미처 눈으로 덮히지 않은 암반부는 붉은 보석처럼 더욱 돋보이며 빛납니다.
고락쉡(Gorakshep) 뒷편의 언덕인 칼라파타르(KalaPattar 5,644m)까지는 눈에 빤히 보이는 지척인 거리인 것 같지만 의외로 끝까지 오르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게다가 고도도 높은 편이라 한발한발 움직이는게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이른 아침 붉게 물드는 다른 봉우리도 보고 싶었지만 상대적으로 움푹 들어간 분지형태인데다, 동쪽 정면으로는 거대한 눕체(Nuptse 7,879m)의 몸뚱이가 자리하고 있어 볕이 드는데만도 한참이 걸리는 관계로 이런 모습을 보기가 무척 힘듭니다.
눕체(Nuptse)의 뒤쪽으로 시신경을 자극하는 강한 태양빛이 하늘을 뒤덮습니다.
공기가 희박한 고지대에서는 눈에 반사된 빛도 각막을 많이 손상시키지만 직사광은 더더욱 위험하니 선글래스는 필수적으로 챙겨야하는 품목입니다.
눕체(Nuptse) 왼쪽으로 거무튀튀하게 고개를 내미는 봉이 바로 세계최고봉 에베레스트(Everest)입니다.
그 옆의 완만한 곳이 에베레스트 웨스트 숄더(West Shoulder 7,205m)입니다.
사우스콜(SouthCol 7,906m)과 로체(Lhotse 8,516m)는 눕체(Nuptse)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군요.
눕체(Nuptse)아래로는 아직 볕이 들지 않는 쿰부빙하가 영원의 시간을 뛰어넘어 유유히 흐르고 있습니다.
푸모리(Pumori)도 어느새 아침볕을 완연히 머금으며 선명해지기 시작합니다.
왼쪽의 뾰족하게 튀어나온 곳은 캉그리(Kangri 6,789m)입니다.
칼라파타르(KalaPattar 5,545m) 호수는 아직 하얀 눈과 얼음으로 뒤덮혀 있습니다만 여름 시즌에는 아름다운 청록색으로 반짝이게 됩니다.
칼라파타르(KalaPattar) 호수 너머로 보이는 쿰부체(Khumbutse 6,640m) 바로 아래에는 EBC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쿰부체(Khumbutse)의 능선 뒤로 창체(Changtse 7,550m)와 노스콜(NorthCol 6,990m)이 보일락말락 하네요.
서쪽으로 둘러보면 여러개의 작은(상대적으로 그런 것이지 해발 기준으로는 6,000m이상인 고봉들)봉우리들과 오른쪽으로는 6549봉이 하얗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 아래로는 역시 쿰부빙하가 만들어내는 U자형 자국이 길게 나 있네요.
좌로부터 다보체(Taboche), 6367, 촐라체(Cholatse), 로부체 이스트피크(Lobuche EastPeak)입니다.
간밤에 내린 눈 때문인지 어제보다는 하얀색 설면들이 많아진 것 같네요.
혼자 삐죽 솟은 봉우리가 아마다블람(Amadablam)이고 이 모습은 지금까지의 EBC트렉 구간에서 본 모습과 좀 다릅니다.
그 옆으로는 캉테가(Kangtega)와 탐세르쿠(Thamserku)입니다.
톱니같은 상어의 겹이빨처럼 온통 날카롭게 솟아오른 푸른 얼음덩어리들이 쿰부빙하지대를 뒤덮고 있습니다.
이제 계절적으로는 봄시즌에 접어들고 있지만 이 빙하지대의 이빨들은 계절구분 없이 인간의 접근을 막아서는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서 제 몫을 다하고 있는듯합니다.
푸모리(Pumori)에서 중력에 이기지 못하고 밀려온 얼음과 눈들이 조금씩 빙하지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조금씩 조금씩 아래로 밀려나 거대한 얼음띠를 이루어야 하지만 지구온난화탓인지, 계절적 요인진 모르겠으나 이 띠는 중간 즈음부터 멈춰버린 듯한 느낌입니다.
사슬톱 같은 능선을 자일 하나에 의지해 걸어가고 있을 모습을 상상해보면 아찔합니다.
칼라파타르(Kalapattar)에서 왼쪽의 눈으로 덮히지 않은 검은 암석지대로 능선이 연결되는데 이 구간은 전문적 장비가 없더라도 어느정도까지 맨몸으로도 오를 수 있는 구간입니다.
후담입니다만 한번 올라가보려고 시도했는데 지반이 약해 디딤이 되는 돌들이 계속 떨어져 나가고 미끌어져서 그냥 포기했습니다.
푸모리(Pumori) 왼쪽으로는 로부체 웨스트피크(Lobuche WestPeak)와 6080을 잇는 새하얀 능선이 펼쳐집니다.
링트렌(Lingtren 6,697m)의 한 면을 장식하는 이 거대한 세로 주름들은 익스트림 산악스키를 즐기는 스키어들에게 아마도 최종적 목표로 삼아지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비료푸대 궁디에 깔고 내려오는 무모한 상상도 한번 해보지만 궁디가 아주 많이 아플거 같군요.
푸모리(Pumori) 위쪽의 하늘색은 마치 색상 도감표의 진한 파랑색 견본을 보는 것 같습니다.
보통 사진을 찍을때 풍부한 색감이나 강조를 위해 PL(CPL)필터 혹은 컬러필터를 렌즈에 끼우는데 피사체와 카메라 사이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맑고 투명해서 이러한 필터(특히 블루계열)는 무용지물이 됩니다.
저멀리 쿰부체(Khumbutse)아래에 EBC가 보이고(라고 해봤자 작아서 안보임) 오른쪽으론 창체(Changtse)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솟아있습니다.
아침에 찍을 때 보다는 좀 더 높은 곳이어서 그런지 눕체(Nuptse)에 가려진 에베레스트(Everest)의 몸체가 어느정도 보입니다.
눕체(Nuptse) 뒤에 머물던 태양은 어느새 고도를 많이 올려 고락셉(GorakShep)과 칼라파타르(KalaPattar)에 온기를 나눠주고 있습니다.
햇빛에 투과된 이 오래된 얼음덩어리들은 아름다운 청록색의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는데 마치 얼음속에 박혀 아직은 가공되지 않은 천연의 보석처럼 보입니다.
이름모를 수 많은 봉우리들입니다.
해발숫자로 표기되면 그나마 감지덕지인 이 예쁜봉우리들에게 이름하나씩 지어주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왼쪽의 다보체(Taboche)와 촐라체(Cholatse)는 빼구요...
얘네도 무명입니다..
작은 것까지 포함해 16개로 저는 보이므로 16진법을 상징화해서...
헥사데시말봉, 줄여서 헥데봉!!!
공대출신의 머리속이란 참...
정면의 완만한 능선상에서 제일 높은 곳은 로부체 웨스트피크(Loboche WestPeak)이고 맨 오른쪽의 불쑥 튀어나온 곳이 6080이지만 나머지는...
아마다블람(Amadablam)입니다.
할배님의 얼짱각도로 돌린 모습이 보입니다!!!ㅎㅎ
캉테가(Kangtega)와 탐세르쿠(Thamserku)입니다.
이 두 봉우리들은 EBC내내 거의 같은 모습으로 바라볼 수 있어 단골로 찍게 됩니다.
링트렌(Lingtren) 단독사진입니다.
저 세로 주름들은 볼때마다 신비롭게 느껴지지만 만일 내가 세탁소 주인이라면 다리미로 한번 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수도 있겠군요!
마치 동굴 천장에서 자라나는 종류석 같은 모습입니다.
저 푸른 이빨의 크레바스 지대는 멀리서 보기엔 참 아름답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공포로 다가오죠!
칼라파타르(KalaPattar)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이런 모습입니다.
대기권을 벗어난 듯 새파란 하늘이 온통 세상을 뒤덮고 있으며 그 아래로는 신들이 조각한 작품들이 늘어서 있고, 개미보다 작게 보이는 제가 꼼지락거리며 여기저기 분주하게 쏘다니고 있습니다.
단골인 아마다블람(Amadablam)과 포칼데(Pokalde)
그리고 캉테가(Kangtega), 그 옆으로 카이아샤(KyaShar)입니다.
저 아래 붉은 카펫부분까지는 어느정도의 경사가 있는 오르막이고 그 이후 칼라파타르(KalaPattar)까지는 풀조차 나지 않는 작은 돌과 바위들로 채워진 너덜지대입니다.
저멀리 아마다블람(Amadablam), 캉테가(Kangtega)를 비롯해 수많은 봉우리들이 하늘을 향해 솟아있고 그 아래로는 쿰부빙하가 흐르고 있습니다.
트래커 한명이 잠시 바위에 앉아 이 아름다운 신들의 정원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집구석에서 방치되고 있는 헬리녹스 의자에 마눌이랑 둘이서 앉아 따뜻한 차한잔 마신다면 금상 to the 첨화겠죠.
눕체(Nuptse)가 흘린 눈물방울이 세월속에 조금씩 얼어붙어 거대한 얼음덩어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얼어붙은 눈물방울은 다른 신들이 흘린 눈물방울들과 합쳐져 쿰부빙하로 모입니다.
칼라파타르(Kalapattar)에서 맞이한 경이로운 아침풍경에 마음속 깊이 저 하늘위의 누군가에게 감사하며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고락셉(Gorakshep)으로 내려갑니다.
아침에 올라올때 밀가루를 흩뿌려 놓은것 같은 길 위의 눈들은 그새 녹아버리고 땅바닥이 질척이는 느낌마저 듭니다.
좌로부터 푸모리(Pumori), 링트렌(Lingtren), 쿰부체(Khumbutse), 창체(Changtse)
눕체(Nuptse)도 이젠 자신보다 더 높이 솟아오른 태양빛에 물들며 푸르스름한 빛을 머금은 하얀색으로 빛납니다.
어디서 왔는지 야크 한마리가 여기저기 돌아댕기고 있네요.
야크(Yak)에 대해 잠시 알아보면
몸길이 수컷 약 3.25m, 어깨높이 약 2m, 몸무게 500∼1,000㎏이다.
야생종과 가축화된 것이 있다.
소와 비슷하나, 어깨가 솟아올라 있고, 늑골이 1쌍 더 많은 14쌍이다.
등은 곧고, 네 다리는 짧으며 단단하다.
몸 아랫면에 긴 털이 났고, 몸빛깔은 검은빛을 띤 갈색이며, 콧등 주위는 흰색이다.
고지의 생활에 적응한 고산동물이다. 고산의 툰드라나 반사막지대에서 듬성듬성 나 있는 풀이나 작은 관목의 잎을 먹고 산다.
야생종은 번식기를 제외하고는 일생동안 수컷과 암컷은 다른 무리에서 지낸다.
수컷은 혼자 다니거나 최대 약 10마리 정도의 무리를 이루어 다니지만, 암컷과 새끼(가끔 어린 수컷이 포함되기도 함)는 10~200마리에 이르는 큰 무리를 이룬다.
가축인 숫야크와 암소와의 교배종을 조(dzo)라 하고, 혹소와의 교배종도 있다.
가축 야크는 중앙아시아의 고원에서는 매우 중요한 가축으로, 젖·고기·가죽·털 등을 얻고 짐을 나르는 데 이용한다.
인도 북부와 중앙아시아, 중국 서부의 고지에서 널리 사육된다.
한 때 야생종을 가축종과 구분해서 "Bos mutus" 학명으로 부르기도 했으나, 이제는 사용하지 않으며 야생종과 가축종 모두 "Bosgrunniens"로 부른다.
야생종은 티베트를 중심으로 해발고도 4,000∼6,000m에 이르는 고원에 분포한다.
(위키디피아)
푸모리(Pumori)를 보려고 칼라파타르(Kalapattar)에 소풍온 야크(Yak)
저멀리 고락셉(Gorakshep)이 보입니다.
이는 곧 주린 배를 채울 수 있다는...
마눌과 둘이서 이렇게 걷고 있는 모습을 누군가가가 먼발치에서 담아 준다면 참 좋을텐데....
다음에 갈때는 사진사를 데리고 가야할까요?
상당히 특이하게 솟아있는(정확히는 침식과 풍화 때문) 저 검은 첨탑과 같은 피크(Peak)는 볼때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바람에 더 깍여서 좀 뭉툭해진 모습이 어쩌면 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보일거 같네요.
이제는 단골 4대장(5대장?)이 되어가는 듯한 링트렌(Lingtren)
눕체(Nuptse)의 연봉들 아래로 위태하게 붙어있는 얼음덩어리들이 언제라도 아래를 향해 다이빙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락(Serac)이라고도 하는데 등반 중 조심해야 할 위험요소 중 하나입니다.
푸모리(Pumori)앞 완만한 언덕 같은 곳이 아침을 맞이했던 칼라파타르(Kalapattar)입니다
새박사 일기당만님도 맞추지 못할 검은새 두 마리가 푸른 창공을 날고 있네요.
칼라파타르(Kalapattar)에 오르는 길은 앞서 설명했듯이 갈색의 메마른 풀과 이끼들로 뒤덮힌 카펫입니다.
정상부로 갈수록 식물들은 사라지고 거무튀튀하고 작은 바위와 자갈들만이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이름 아침나절 파랗기만 하던 눕체(Nuptse)에도 어느새 하얀 구름들이 점점이 생겨나기 시작하더니 이젠 놀이공원의 솜사탕마냥 부풀어 오르며 커지기 시작합니다.
6549, 6712, 쿰부(Chumbu), 6820으로 이어지는 능선입니다.
저 위로 이어지는 길로 한번 가봐야겠군요!!
새박사님이 알려주신 붉은다리반시입니다.
보호색이 워낙 뛰어나 바로곁에 있어도 알아채기가 상당히 어렵더군요.
저번에 만난 놈인진 모르겠으나 이놈 역시 시크하게 저를 개무시하며 열심히 먹이활동을 합니다.
아마도.. 붉은다리반시의 오늘 메뉴로는 저 앞에 무방비로 풀을 뜯는 두마리 말로 정했나봅니다.
역동적이고 사실적인 사냥 모습을 카메라로 담고 싶었지만 저 역시 배가 너무 고파서 후딱 내려갑니다.
포칼데(Pokalde 5806)의 모습입니다.
반대편(추꿍방면)의 저 눈쌓인 완만한 능선상 루트를 통해 등반장비를 구비할 경우 정상까지 갈 수도 있는데 반드시 믹스등반에 숙련된 사람이거나 가이드를 동반해야 안전합니다.
정상은 이런모습이군요(사진출처 : 구글링)
멀리서 바라본 사진이지만 정상의 모습이 얼추 속으로 짐작한대로입니다.
포칼데(Pokalde)보다 저는 저 뾰족한 첨탑에 더 올라보고 싶지만...
저 첨탑에 몸을 의지하고 발아래 세상을 내려다보는 상상을 잠시 해봅니다.
눕체(Nuptse) 아래의 빙하에 구름들이 그림자를 만들고 있습니다.
꽤 이른 시간임에도 오후의 흐린 하늘에 대한 예고라도 되는 마냥 불안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자라납니다.
고락셉(Gorakshep)에 내려와 간단히 아침을 먹고(고락셉의 물가는 네팔의 모든 지역을 통틀어 가장 비쌉니다. 룸차지조차도 300루피가 넘어가며 쵸코바나 콜라 같은 탄산음료는 300루피이상이고 달밧도 500루피이상) 잠시 쉬었다가 다음 일정을 고민해 봅니다.
지금부터 EBC에 다녀 온 후 곧바로 두글라(Dughla)나 페리체까지 내려가거나 혹은 고락셉(Gorakshep)에 며칠 더 머물면서 여기저기의 언덕들에 올라서 또다른 정원의 풍경들을 훔쳐보거나...
결정적으로 노을빛에 물들어가는 정원의 모습을 보고 싶은데다 일정이야 산아랫자락에서 머무는 시간(예를들어 카트만두 도시탐험 같은)을 줄이거나 생략하면 되므로 며칠 더 머물기로 최종결정하고 이번엔 칼라파타르(Kalapattar) 옆으로 나 있는 빙하를 따라 가보기로 하고 길을 나섭니다.
참고로 고락셉(Gorakshep)에서 태양열 발전으로 전기도 쓰도, 온수샤워도 되고, 인터넷마저도 된다고 하지만 기대하고 시도해 본다면 몹시 화가 날수도 있습니다.(지금은 가능할수도??)
눕체(Nuptse)와 고락셉(Gorakshep) 전경입니다.
롯지건물의 지붕은 근처의 봉우리 등반 도중 악천후 속에서도 먼발치에서나마 인지할수 있게 강렬한 색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칼라파타르(Kalapattar)에서 내려오면서 봐뒀던 길로 오르다보니 쿰부(Chumbu)능선들이 보다 자세히 보입니다.
그러고보니 고락쉡(Gorakshep)이 자리한 평지 주변에는 이상하리만큼 식물들이 없고 칼라파타르(Kalapattar)로 오르는 언덕에는 온통 갈색 이끼류와 메마른 풀들이 뒤덮고 있어 상당히 대비되는 모습인데 이는 아마도 트래커들의 끊임없는 발길과 헬기(여기가 헬기 착륙장으로 많이 쓰임)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백사장같이 펼쳐지는 고락셉(Gorakshep)의 앞마당에 작은 텐트를 설치한 트래커가 요가를 즐기고 있습니다.
나중에 간단한 인사를 통해 알게 되었지만 네팔 여러곳에서 요가트렉과 사진촬영을 전문적으로 하는 분이더군요.
여름에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는데 칼라파타르(Kalapattar) 호수가 녹았을 때 그 안에 들어가 명상을 하더라는...
어디선가 나타난 검은 고산개 한마리가 호기심을 가지고 무방비로 이 빨간옷의 트래커에게 접근했다가 되돌릴 수 없는 대형참사를 겪게 됩니다.
궁디 쪽에서 우뢰와 같은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더니...
사진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술에 잔뜩 취한듯이 비틀비틀 거리며 그 자리를 최대한 빨리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몇 발자국 가지도 못하고 이 고산개는 그대로 쓰러져 버리고는 그 짧은 생을 어이없게 마감합니다.
이후 예의 그 붉은 옷의 트래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듯 입가의 엷은 미소만을 남겨두고는 불어오는 바람결에 섞여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립니다.
네팔 정부는 천연VX를 방출해 세계적 희귀종인 고산개를 암살한 것으로 잠정 결론짓고, 붉은옷의 트레커를 인터폴에 지명수배 의뢰하게 됩니다.
재미없는 단편소설 끝!
야크 한마리가 저를 멀뚱멀뚱 쳐다봅니다.
고락셉(Gorakshep)을 포함해 다른 고지대의 야크들 대부분이 이렇게 아무데나 어슬렁거리며 돌아댕기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주인이야 분명 있겠지만 무거운 짐도 없고, 묶인 줄도 없고, 가두는 돌담도 없고, 걸음을 재촉하는 채찍질도 없고...
정녕 무한히 자유로운 어떤 존재처럼 신들의 정원 이곳 저곳을 배회합니다.
하기야 이정도 해발에서는 히말라야 눈표범(세계적 멸종위기종)을 제외하고는 포식동물도 없는데다 해질 무렵이면 알아서 제 집으로 돌아오니 풀어놔도 별 문제는 없을 것 같긴 합니다.
6459, 6712, Chumbu, 6820 산군들이 더욱 가까워졌습니다.
조금 전의 그 야크는 마치 길안내를 담당하는 가이드인 마냥 제가 가야 할 길을 느릿한 쇠걸음으로 앞서 갑니다.
나만 믿고 따라와~
하는 것 같군요!
어제처럼 눕체(Nuptse)의 주봉에는 분화구같은 구름들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노을지는 모습은 고사하고 또 회백색의 풍경들만 볼까봐 불안불안합니다만...
뭐 그건 또 그것대로의 아름다움이 있으니...
제가 가고 있는 곳에는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먼저 와 있던 트레커 한명이 빙하가 만들어낸 거대한 U자형계곡 능선 위에서 뭔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군요.
새파랗던 하늘엔 벌써 회색구름들이 몰려오기 시작하고, 황금빛으로 물든 노을풍경에 대한 제 조그만 기대는 가차없이 싹둑 잘려버립니다.
푸모리(Pumori)쪽으론 그래도 아직 푸름푸름한 하늘입니다만 곧이어 이곳도 구름으로 뒤덮히겠죠...
어제와 정말 비슷한, 아니 네팔 트레킹 일정내내 아주 비슷한 기후 패턴입니다.
아침에는 더없이 맑고...
오전중으로는 하얀 뭉게구름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정오를 넘어서면서는 흰 구름들은 회색빛으로 바뀌기 시작하고...
오후 접어들면서는 파란 하늘을 회색구름들로 뒤덮기 시작하고...
해질 무렵에는 눈, 비, 우박이 떨어지는...
하루를 더 머물기로 결정한 후 잠시 품었던 소박한 꿈은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저 멀리 보이는 빙하지대의 끝까지 가고 싶었는데 갑자기 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하더니 발아래로 메마른 흙먼지가 불완전 연소되는 장작불의 연기마냥 마구마구 일어납니다.
안경착용자(혹은 선글래스)가 아니었다면 눈으로 엄청난 흙먼지가 들어갔을 듯 합니다.
그나마 아직까지 구름에게 잠식당하지 않은 파란 하늘아래의 푸모리(Pumori)와 캉그리(Kangri)를 보면서 잠시 위안을 얻고 딱 여기까지가 신들의 정원에서 내게 허락된 공간일거라 생각하며 발길을 멈춥니다.
앞서가며 길안내를 하던 야크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어느새 보이지도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거칠게 이는 흙먼지 섞인 바람을 맞으며 신들의 정원에서의 하루만큼의 탐험을 이렇게 끝냅니다.
이젠 눕체(Nuptse)아래 자리잡은 고락쉡(Gorakshep)이 마치 마음속의 베이스캠프가 된 듯 합니다.
아무 길 위를 떠돌아다니는 자유로운 여행도 좋지만, 이렇게 어디론가로 되돌아 갈 수 있는 곳이 존재하는 짧은 여행 속 여행도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고락셉(Gorakshep)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난 후 또다른 짧은 탐험을 떠나려 했으나 언제부터인가 하얀 눈들이 하늘에서 나풀나풀 떨어집니다.
저녁노을로 예쁘게 물들어가는 모습을 혹여나 한번 볼수 있을까 아주 조금 기대해봤지만 이 히말라야의 날씨는 제 꿈을 박살내버리고 온통 회색도화지로 세상을 바꿔버립니다.
그래도 나름 하루를 알차게 보냈고 여기저기 다니기도 해서인지 이 날씨가 너무 야속하게만은 여겨지지 않지만 하루를 더 머물러야 겠다는 생각은 접게 만들더군요.
삼일, 사일, 오일 머물러서 노을을 볼 수 있을거라는 확신도 없을 뿐더러, 자칫 너무 오래 머물면 추후 일정에 차질이 생길것도 같아 일단은 내일 EBC에서 아침을 맞이한 후 촐라패스를 넘어 고쿄쪽으로 향하기로 결정합니다.
어제의 싸락눈과는 달리 오늘은 제법 눈송이가 굵은데다 저녁때까지 이어져 롯지에 틀어박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눈구경 잠시 하다가 마른 야크똥으로 한껏 달아오르는 난롯가에 앉아 다이어리를 채우고 편지를 적다보니 시간은 훌쩍 가버리고 펄펄 끓는 물로 채워진 물통을 끌어안고는 꿈나라로 꿈나라로 갑니다.
오늘도 어제의 그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고 싶지만 언제 눈이 그칠지도 모르고 몸도 피곤했던 모양인지 밤새 제 눈꺼풀은 한번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내일은 아마도 고락셉(Gorakshep)돠 이 신들의 정원을 떠나야한다고 생각하니 더욱 아쉬워지는 하루를 그렇게 끝냅니다.
끝-
다소 긴글과 사진 보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이로서 EBC, 고쿄, 지리바지르 트레킹 3편을 마칩니다.
오래전 기억과, 기록용 다이어리와, 지도를 참고로 지명을 적은 관계로 혹시나 틀린 부분 지적해 주시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글을 적다보니 오탈자나 맞춤법이 안맞는게 아주 많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4부 예고]
세계최고봉을 향한 전진기지 EBC, 눈으로 뒤덮혀 하얀 새옷으로 갈아입은 지난 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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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읽으시다보면 나중에 혹여나 가실때 조금의 도움이 될수도...
댓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