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에 시간이 나 산에 가고 싶은데

방학인 막내가 집에 떡하니 버티고 있습니다. (언니도 아빠도 없고요)

집에 놔두면 또 휴대폰과 컴퓨터만 할 게 뻔하니 데리고 가야지요.

예전에는 곧잘 따라다니더만 컸다고 이제는 꾀가 생겨서 안 가려고 해요.

데리고 가기 위해서는 일단 산이 굉장히 수월해야 하고요,

두번째는 산에 가서 컵라면 먹자 이래야 해요.  

이 두 가지를 충족하는 조건으로 대구 북구 사람들의 쉼터라는 함지산으로 데리고 갑니다.

(저도 처음이었는데 정말 쉬운 산이었어요 ^^)

주차하고 엄마 가방 잠시 들어달랬더니 어느새 지가 메고 씩씩하게 걸어가고 있네요.

(3년 전 쯤에 산 블랙야크 소형 배낭인데 희안하게 제 몸에 잘 맞더군요. 그래서 소형 배낭 뽐은 잘 오지 않더라는~ )

이 계단을 올라가면 운암지라는 연못이 나오고 연못 따라 걸으면 함지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나옵니다.

아직까지는 겨울인데도 운암지는 열심히 분수를 쏘아주고 있네요.

딸내미를 위해서 가장 기본이고 짧은 편에 속하는 1번으로 갑니다.

어느덧 정상이 보이네요.

"산아~ 너는 왜 이리 키가 크니, 내가 올라갈 수 있게 좀 작았으면 좋았잖아"

이런 어린아이다운 멘트를 남기고 머리카락 휘날리며 정상으로 뛰어가는군요 ^^

뛰어가다가 잠시 멈춰서 한 컷 찍고

자기 다리 길이의 절반이나 되는 높이의 계단에서 멘붕 오기도 하고

그렇게 정상에 올랐네요.

낮은 산이라도 산은 역시 산입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항상 가슴설레고 멋집니다.

높이가 정말 딱 동네 뒷산이지요 ^^

산에 따라온 이유의 칠할이 이거였는데 얼른 먹여줘야겠지요. 딸내미는 항상 새우탕, 저는 오징어짬뽕

진리의 써모스는 라면 두 개와 두 잔의 차를 만드니 딱 좋았어요.

아이는 핫초코, 저는 카누에서 새로 나온 카페라떼 (맛 없었어요 ㅠㅠ 카누 오리지널이 제일 나은 듯)

내려가면서 새파란 하늘도 보고

예쁘게 쌓아놓은 돌무더기도 감상하고

이 녀석들은 과연 무엇일까나 궁금해 하기도 하면서

즐겁게 산행을 마쳤네요.

이제 더 크면 지 언니처럼 컵라면의 유혹에도 넘어오지 않겠지만

마음 편히 놔두고 자유롭게 큰 산에 다닐 수 있을 테니 그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저 등산화 샀어요. 무려 한바그 알라스카 레이디

동네 산이 주력인데 뭐 이리 좋은 등산화가 필요하냐 싶지만서도

한 번 신어보고픈 마음이 너무 간절해서 그만... (친구들 가방 살 돈으로 저는 자켓과 이 등산화를 ^^)

일단 신어본 느낌은 나쁘지 않던데 산에 가봐야 제대로 알겠지요.

좋은 등산화까지 샀으니 더 열심히 산에 다녀봐야겠네요.

3월, 이제 따스한 봄이 시작되겠네요.

산과 사람을 좋아하는 우리 등포님들, 3월부터는 부디 꽃길만 걷는 날들이 되시기를 바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