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없는 후기입니다.

항상 가던  ㅎㅇ이나 ㅎㅂ산악회가 아닌 오늘은 ㅇㅌ산악회입니다.

시간을 넉넉히 준다해서 마음이 끌렸습니다.

전날까지도 토요일 산행 당일에 비가 안온다는 기상청 예보를 믿고 출발합니다.

버스 안에서 산대장이 안내도를 나눠주고 구병산 정상에서 853봉 찍고 신선대를 거쳐 내려오라고 합니다.

출발하자마자 조금씩 내리는 비에 혹시하는 마음으로 휴게소에서 일회용 우비를 구입하고 들머리 구병리마을에 도착합니다.

출발하자마자 배도 고프고 당도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 혼자 마을 정자에서 김밥을 좀 먹고 늦게 출발합니다.

비는 조금씩 더 거세지고 포장도로를 계속 오르다보니 오른쪽으로 구병산 올라가는 입구가 보이네요.

등산로 들어서고 얼마안되서부터 폭우가 쏟아집니다.

몇분 지나지않아 등산로는 작은 계곡이 되고 우비는 전혀 도음이 안되네요.

온몸이 젖고 특히 등산화에 물이 차 올라 질컥질컥합니다.

애니스톰 델타가 오늘 고생하네요.

안경에 물도 묻고 김이 서려 잘 안보입니다.

올라가는 내내 사람 한 명 안보이고 정상에 오르니 이십여명의 산악회 분들이 계십니다.

인증사진을 찍으려하니 라푸마 폰 파우치 속이 풀장입니다.

스마트폰 사망..ㅠ.ㅠ

일단 그 산악회 인증 독사진 속에 껴서 한장 찍어둡니다.

카페 가입하고 다운 받으라고 합니다.

어쨋든 정상 인증하고 853봉에 도착하여 신선대로 가려는데 표지판에 신선대는 없고 형제봉만 있네요.

안내도를 꺼내니 물에 젖어 곤죽이 되어있습니다.

보물지도 펼치듯 손바닥에 펴보니 쏟아지는 빗물에 분해됩니다.

안내도에 형제봉은 없고 눈으로 대충 지리를 인식후 꼭 짜서 주머니에 넣습니다.

이제부터 고행의 길이 시작됩니다.

이길 저길 가다 돌아오고 다시 형제봉 쪽으로 1킬로쯤 가다가 작은 암봉도 두어개 기어 올라가고

위험해서 내려오고 더 가다가는 길을 완전히 잃을 것 같아서 다시 돌아오려니 그것도 만만치 않네요.

폭우속에 이길 저길 다 헷갈리네요.

불안감이 엄습해 오니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급 피곤해집니다.

안되겠다 싶어서 여차하면 내가 이산에서 밤을 지내리라 마음 먹으니 편해집니다.

얼어죽을 날씨는 아니니까 잘 버티면 될거고 일단 기운을 차리자는 생각에 김밥도 먹고 과일도 먹고

마음도 추스려서 다시 활로를 찾아봅니다.

등산화도 벗고 양말도 짜고 등산화 물도 쏟아냅니다.

손목시계도 꺼내서 차고 시간 안배도 하면서 길을 찾습니다.

천신만고끝에 853봉 입구로 와서 혹시 놓친 표지판이 있을까하여 853봉에 다시 올라갑니다.

표지판은 없고 힘만 빠지네요.

다시 내려와서 안내도의 기억으로 절터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 듯 하여 절터 갈림길로 향합니다.

헤매는 두어시간동안 단 한명도 못봤네요.

암담한 시간이었습니다.

절터 갈림길에서 절터쪽으로 내려오며 그나마 넉넉한 시간을 준 산악회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쭉쭉 미끄러지며 엉덩이와 지면사이 5센티에서 일어나기를 몇번인지..ㅎㅎ

충북 알프스 어쩌구하면서 표지판 관리도 잘 안되어있고 답답하더군요.

119 표식에도 무슨 방향이나 거리 표시가 하나도 없네요.

마을이 보이니까 안도감과 더불어 다리가 풀리네요.

도착해 들어보니 구병산에 달랑 버스 두대가 왔고

우리 산악회는 다들 정상에서 폭우와 시계불량으로 바로 내려왔다고 하네요.

인증사진 찍어준 타 산악회도 853봉으로 안오고 하산했다는..

결국 그 시간대에는 구병산에서 홀로 헤매고 있었다는 얘기네요.

어쨋든 무사히 하산 완료했고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 젖은 몸과 발을 말리고 싶은 생각만 간절했습니다.

폭우에 안일하게 생각한 스스로를 탓하는 하루 였습니다.

사진도 없고 두서없는 후기라 죄송스럽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