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대"란 무엇일까? 궁금했습니다.

왜 많은 사람들이 화대에 몸 다쳐가며 도전하고, 실패하고 욕을 하면서도 다시 찾는지...

과연 그 공포의 화엄사~노고단, 악명높은 치밭목, 유평까지 산길도 궁금하기도 했구요.

그리고 과연 나는 화대를 할 수 있을지... 한번 경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저에게는 하나의 꿈이었지만 말입니다.

얼마전 김수영님의 강연을 들을일이 있었는데...

이루고자 하는꿈이 있다면 꿈을 구체적으로 적어 보고, 그 꿈을 위한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실천하고,

주변에 그 꿈을 최대한 알리면 그 꿈은 반드시 곧 현실이 되어 돌아온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준비를 합니다.

가까운 월악산, 소백산부터 설악산, 치악산 원정산행을 하고

동네뒷산의 깔딱고개 구간만 수차례 왕복하며 나름대로의 훈련(?)을 합니다. ㅋㅋ

출발 2주전부터는 체중조절로 몸도 최대한 가볍게 만듭니다.

그리고 종주계획서라는 것도 만들어 꼼꼼히 준비를 합니다.

(별다른 건 없지만 2일차 후기에 화대 꿈나무님들을 위해 파일 첨부해 보겠습니다. 파일이 직장에 있어서ㅎㅎ)

제일 중요한 아내의 허락도 받아내고, 직장에도 알려서 하루의 휴가를 받고

등포에도 간접적이나마 알려 꿈이 현실이 되도록 최대한 노력해 봅니다.

드디어 화대 출발일...

충주에서 대전으로... 대전으로 구례로... 다시 화엄사로 향하는 버스로 달려와 잽싸게 맨 앞자리에 올라탑니다.

역시나 비예보로 한 10여분 타시네요.

혹시나 해서 "기사님 화엄사 들렸다 가시는 거죠?"하고 물으니

이상하게 기사님 대답이 금방 나오지 않습니다.

한창 뜸들이시더니 "화... 엄사에... 가시려구요?"

이러면서 대답을 제대로 하지 않으십니다.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임?ㅎㅎㅎ

그래서 저는 아~ 평일에는 화엄사는 가지 않는가보다 하고.. 시묵룩하게 걍 지켜보고 있는데...ㅋㅋㅋ

어느 큰 주차장을 빙 돌더니 화엄사 내리라고 하시네요. 뒤에서 사람들이 갑자기 웅성웅성ㅋㅋㅋ

무거운 배낭을 들고 혹시나해서 뒤를 돌아보니 내리는 사람은 저 혼자뿐... ㅠ ㅠ

"저와 함께 화엄사로 가실 용자분 안 계십니까? 하고 외치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ㅠㅠ

혼자 버스에서 내려 터덜터덜 깜깜한 길을 나서니 황량한 사막에 홀로 선 기분이 듭니다.

나중에 대피소에서 옆에 계신 산객분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화엄사쪽은 예전에 계곡에서 폭우로 발생한 사고로 많은 사람이 죽고난 이후로는 잘 안 다닌다고 하더라구요.

여러명이서 같이 다니긴 해도 새벽에 혼자서 다니는 일은 아주 드물다고...

그래서 버스기사님 반응이 그러셨던거 같아요.ㅋㅋㅋ

더 자세한 이야기는 화대 꿈나무 여러분을 위해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왠지 배낭을 누가 잡아당기는것 같기는 하더라구요...ㅎㅎㅎ(농담반 진담반입니다.)

암튼 그 깜깜하고 으슥한 대로길을 지나 화엄사에 다다르니 샘이 있어 찬물 한바가지 시원하게 들이켜니 그래도 힘이 납니다.

숲길 들머리를 못 찾아 잠시 헤매다가 드디어 대숲이 양쪽으로 선 길을 지나고, 연기암삼거리, 국수등을 지나 무넹기에 도착.

팁 하나 드리면 국수등 지나 너덜길이 좀 헷갈리실 수 있는데 계곡따라 쭉 올라오시면 되니 이 점만 기억해 주세요~

그리고 컴컴한 산길이 좀 무서울 수 있으니 음악 미리 준비해서 이어폰 꽂고 들으시고,

중간에 이상한(?) 생각이 들때마다 크게 헛기침을 하거나 "핫"하고 기합소리를 일부러 내면 좀 도움이 되니 참고하세요~ ^^

작년 가을 가족산행 시 막내에 함께 사진찍었던 곳에서 기념촬영을 합니다.

(아내가 화대 간다고 꼬까옷을 하나 사주셔서 메이커 옷 하나 입어봅니다. 돈이 좋긴 좋네요ㅎㅎㅎ)

다행히 무넹기부터 날이 서서히 개기 시작하더니 금새 햇빛 쨍쨍한 날씨가 됩니다.

노고단대피소를 지나 노고단고개로 오르는 길...

작년에 막내 안고 올랐더니 힘내라고 인삼 한뿌리 주시던 산객님이 생각납니다. ^^

드디어 노고단고개 도착...

딱 도착해서 한발짝 떼니 기다렸다는 듯이 단체사진 찍어달라며 데쎄랄을 드리미는 분이 계시네요.ㅋㅋㅋ

비예보로 사람이 뜸하긴 했지만 오르막 금방 오른 사람한테 득달같이 달려들어 사진기 디미는건 매너가 좀 그러네요.

아저씨~ 저 혼자서 화엄사입구부터 올라왔단 말이예요..  ㅠ ㅠ

좀 빡치긴? 하지만 그래도 오늘은 좋은 날이니까..

일단 첫번째 목표인 노고단은 잘 올라왔으니까...

조용히 배낭 내려놓고 사진 찍어드립니다. 이분 팀은 추후에 세석거쳐 천왕봉까지 보게 됩니다.ㅋㅋㅋ

사진 부탁할때는 좀 사람 봐감서 분위기 봐감서 하셨으면 좋으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ㅠ ㅠ

그팀 보내고...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벤치에 앉아 떡과 아내가 챙겨준 보약?을 먹으려고 하는데...

저 밑에서 단체로 한 20명 올라오시네요.

또 사진 찍어달랠거 같아 잽싸게 등산화까지 벗고 앉아 떡 한잎 베어무는데...ㅋㅋㅋ

역시나 올라오자마자 막내로 보이는 분이 사진 부탁하네요.

하는수 없이 신발을 어그적어그적 신고 사진 한장 찍어주고 이왕 일어선거 착한일 한다고...

"자~ 화이팅 한번 하시죠ㅋㅋ"하고 기분좋게 한장 더 찍어드립니다.

이제 다시 자리로 돌아와 등산화를 벗는데 급한 마음에 뒤꿈치를 발로 밀었더니 밑창이 좌악 벌어지네요.ㅎㄷㄷ

깜짝 놀라 X됐다. 아 진짜 C... (욕 죄송~ 리얼하게 쓰다보니ㅠ ㅠ )

바로 떨어지는거 아닌가 하고 갖고 다니던 테이프로 칭칭 감고 운행해 보지만 30분도 안되서 떨어지네요.

착한일 했는데 하느님은 제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는지...ㅠ ㅠ

하는수 없이 테이프 다 떼어내고 걍 무심한듯 걸었는데 다행히 종주 끝까지 버텨준 등산화가 참 고맙습니다. ^^

저도 사진 몇장 찍어봅니다. 다행히 잠깐 하늘이 열려 도화지샷은 면했습니다.

이제 노고단 고개를 뒤로 하고 열심히 발을 놀려봅니다.

노루목을 지나 임걸령에 도착...

샘물 맛이 정말 좋았습니다.

삼도봉 도착... 어제 비가 꽤 왔나봅니다.

소세지 하나 까먹고 허기가 지긴 하지만 연하천까지 버텨보기로 합니다.

화개재까지는 날씨가 참 좋았어요.

바람도 선선히 불고 종주 내 어느구간보다 야생화도 많아서 8월 정도 되면 그야말로 꽃길이 될거 같아요.

노고단~반야봉~피아골로 이어지는 길을 한번 걸어보고 싶습니다.

전망데크쪽에서 산에 걸쳐진구름이 멋집니다.

화개재 지나고부터는 허기도 지고 발가락에 물집이 잡혀 영 속도가 안 납니다.

(여기까지 조그만 떡 하나, 소세지 하나. 초코바 하나 먹었으니 배고플만도 합니다.

구례구역에서 버스 대기시간에 밥을 사먹는다는게 시간이 모자라 그러질 못했어요. ㅠ ㅠ)

먹은만큰 간다는 말 어떤분이 하셨는지... 참말로등산인이라면 가슴깊이 새겨야할 명언입니다.

전 항상 연하천 가는길이 참 힘드네요.

작년에도 이 구간에서 고생했던 기억이 나는데 역시 경험부족이 큰 것 같습니다.

어찌어찌 연하천에 도착...

비온다고 특별히 준비한 칼국수에 밥까지 말아먹고 나니 살 것 같아요. ㅎㅎㅎ

발가락 물집은 사혈침으로 찔러 터트리고 밴드 붙여 응급조치하고 세석으로 바쁜 걸음을 옮깁니다. (다리털을 포함한 혐샷 죄송합니다. ㅠ ㅠ )

연하천을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번에는 비가 오기시작합니다.

그래도 밥은 먹고 나서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ㅠ ㅠ

날이 개일것 같아서 대피소서 우의도 준비하지 않아서 방수자켓을 걸치고 버텨보는데

빗줄기는 점점 굵어지고 가랑비에 옷 젖듯이 입고있던 반바지는 다 젖어서 사타구니가 쓸려 한발한발 걷기가 고통스럽기 시작합니다.

한발짝 뗄 때마다 싸하게 느껴지는 그 고통...ㅎㅎㅎ

다행히 갖고 있던연고(포포크림)이 있어 중간중간 짠뜩 발라가며 비가와서 미끄러운 산길을...

먼저 설악산에서 본 것처럼 할매들이 백담사에서 오세암까지 지팡이 짚어가며 한발짝한발짝 힘을 짜내여 성시순례하듯

그렇게 그렇게 세석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간신히 벽소령 도착...

이때부터는 비가 아주 주룩주룩 잘도 쏟아지네요.

시원하긴 참 시원하네요... 허허허~

대피소 들어가는 저 두분이 왜그리 부럽던지요.

아저씨 한 분이 안 들어오고 뭐 뭐하냐는 표정으로 쳐다보시는데...

저는 저도 모르게 저절로 벽소령으로 발걸음이 옮겨지는데...

정신차리고 세석으로 발을 돌립니다. ㅠ ㅠ

굵어진 비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어요.

배낭커버를 안 갖고 와서 비닐봉지로 임시방편 조치하니

속 내용물은 젖지 않았는데...

물이 비닐을 타고 내려와 배낭무게는 점점 무거워져 가뜩이나 지친 몸을 더욱 힘들게 합니다.

13키로로 시작한 배낭이 하나도 줄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ㅠ ㅠ

모든걸 내려놓은채 쏟아지는 비를 맞아가며 가고 있는데 이번엔 무성한 수풀들까지 싸다구를 때려주네요.

나 죽었다고 생각하고 그냥 걷습니다.

세석에서 언제 도착하냐고 계속 전화는 오고...

쓰라린 사타구니 땜에 다리를 최대한 벌려 어그적보법으로 부지런히 걸어 드디어 19시 세석 도착... ㅠ ㅠ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상태로 도착을 하니 사람들이 다 기겁을 하면서 멀리 떨어지시네요.ㅋㅋㅋ

성삼재에서 출발하신 분들이라 여쭤보니 5시 전에는 도착하신 분들이시니 비는 맛만 조금 보셨을 거에요. 아마...

빗물을 뚝뚝 흘려가며 민폐아닌 민폐를 끼치고 탈의실에 들어가 마른옷으로 갈아입고 질질 흘린 빗물 다 닦아내고,

밥은 생략하고 고기 몇점에 소맥 한잔하니 그제야 살 것 같더라구요.ㅎㅎㅎ

같이 취사장에 계시던 분들은 초행이 대부분이신지 혼자 화엄사서 왔다하니 아까 버스에서 내리는거 봤다고...ㅋㅋㅋ

대단하다고 막 추켜올려 주시네요. ㅠ ㅠ

사실 별로 대단한건 아닌데...ㅠ ㅠ

그냥 미련하고 바보같은 건데... ㅠ ㅠ

암튼 그렇게 긴긴 하루를 보내고 코고는 소리, 방구소리를 자장가 삼아

(리얼하게는 못 듣고 이어폰 너머로 희미하게... 등포님들 이어폰 소개 감사합니다.)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를 들으며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

이상으로 1일차 화대 후기를 마칩니다. ^^

일찍 적어올린다는게 애비 노릇은 해야하기에 낮엔 아이들과 시간 보내느라

지금 시간에애 올리는게 최선이네요. ㅠ ㅠ

급하게 적어서 내일 수정보도록 하겠습니다. 굿 밤 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