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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산행구간, 시간을 적는걸 깜빡했는데...
오늘은 간단하게나마 적어봅니다. 초심자분들이 참고하셨으면 해요.
(부상으로 인한 "여유있는 산행"기준이 될 것 같습니다.)
03:30 기상, 짐챙기기
04:00 ~ 05:00 세석대피소 밑 샘에서 물떠와서 라면에 밥말아먹고 배낭챙겨 출발
05:20 촛대봉
06:20 연하선경 조망하는 곳 도착
07:00 장터목
08:40 천왕봉
09:30 중봉
10:30 써리봉
11:40 치밭목
12:40 무재치기교
13:08 새재갈림길
15:35 유평마을
16:00 대원사
5시 출발하여 16시 대원사 도착...
숙제 마치고ㅎㅎ 16:40 진주행 버스타고 진주, 대전, 충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면 화대후기 이어 적어봅니다.
대피소는 저하고 영 맞지는 않은지 이어폰을 끼고 소음을 완전히 차단했는데도 자다깨다를 반복하다
03시30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비에 젖은 오늘 계획서부터 살펴봅니다.
어제 비가 꽤 왔네요. 저녁먹고 비 그쳤으니 오후다섯시간 사이에 22미리 온 듯 싶습니다.
몸상태를 확인해 보니 배낭메는법을 미리 알아두었더니 어깨도 괜찮고, 무릎, 종아리, 장딴지 다 이상없네요. 컨디션 굿~
(휴족시간이라는 파스를 발바닥, 종아리에 붙였는데 아주 좋았어요. 뿌리는파스도 갖고가 온몸에 떡칠하니 통증은 아예 없었어요.)
샘터에 가서 물을 떠다가 라면부터 하나 끓여먹습니다.
장터목까지는 지척이니 거기서 밥해먹느니 아예 출발전에 차려먹었습니다.
오늘의 1차목표는 천왕봉...
2차목표이자 최종목표는 그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대원사"입니다.
새벽부터 가랑비가 옵니다. 날씨도 꽤 쌀쌀하구요.
방수자켓은 다 젖어 배낭에 들어가 있고 일회용우의를 꺼내 입습니다.
어슴프레한 산길을 걸어 금새 촛대봉에 다다르니 바람이 엄청납니다.
지친 몸에 머리가 어지러워서인지... 거센 바람떄문인지... 몸이 휘청휘청거리네요. ㅠ ㅠ
다행히 잠깐 하늘이 열려 촛대봉 주변 사진도 찍고 괜히 가져와서 무겁기만한 웬수같은 카메라도 배낭에서 꺼내
타이머 걸어 인증샷도 찍어봅니다.
구름속 세석대피소
자리잡아 앉아 기다려보지만 두껍게 깔린 구름으로 일출은 볼 수 없었어요. 이정도가 베스트...
일출은 이미 물건너 갔고 이정도의 풍광을 보여주는 것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장터목으로 출발합니다.
연하선경은 언제봐도 좋네요.
등로 옆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풀들이 웬지 평화로워 보입니다.
등산화가 홀딱 젖어서... 세석에서 걍 백무동으로 빠질까?
수없이 고민하다 결국 대원사로 강행하기로 했는데 연하선경을 보고나니 역시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참 앉아 주위 풍경을 구경하다 다시 장터목으로 출발!
올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예쁜 철쭉꽃을 담아봅니다.
장터목 도착.. 여기까지는 뭐 쉽네요.
화대종주 미션 중 하나인 장터목에서 엽서쓰기를 위해 매점 개방시간인 7시에 정확히 도착...ㅎㅎ
벤치에 앉아 아내와 아이들에게 그동안 못한 이야기들을 엽서에 전해봅니다.
엽서 한장에 1천원... 가족들에게 사랑을 전해보세요~
세찬 바람 맞아가며 쓰다보니 글씨는 개판ㅋㅋ이지만 내용만은 사랑ㅎㅎ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긴시간 아빠 없는 동안 심심했을 아이들과 홀로 고군분투했던 아내에게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여보 보약은 잘 먹었어... 근데 떡은 너무 맛 없었음...)
참... 여기서 초코파이 2개, 캔커피도 하나 사서 먹으며 배도 좀 채웠습니다.
기적적으로 하늘이 열린 틈에 벤치에서 본 연하봉 풍경입니다.
충분히 쉬었으니 이제 천왕봉으로 향합니다.
이번 종주에는 천왕봉~치밭목 구간을 하이라이트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토요일 아침이니 중산리쪽에서 오신분들 조금...
대부분 가방없이 대피소에서 살방살방 아침산책삼아 천왕봉으로 가시는 분이 많네요.
가랑비가 오는 흐린 날씨 중에 간간이 개이는 틈에 중간중간 사진 찍어가며 천왕봉에 오릅니다.
제석봉쪽 고사목도 많이 쓰러지고 이제 얼마 안 남았네요.
드디어 천왕봉 도착... 승리의 V샷...
장터목서부터 천왕봉에서 인증샷을 어떻게 찍을까 고민고민하다 찍었는데 괜찮은가요?ㅎㅎㅎ
예전 같았으면 천왕봉에 선 것만으로도 엄청난 감흥이 있었을텐데
이 날은 어째 별다른 감흥은 없었습니다. 그냥 산행의 한 중간지점에 서있구나 하는 생각뿐이었어요.
그도 그런게 화대종주를 착각하시는분이 많으신데...
화대종주에선 하산시점이 "천왕봉"이 아니고... "치밭목"입니다. (치밭목이 1400미터가 넘어요.)
그러니 천왕봉~중봉~써리봉~치밭목은 종주능선의 커다란 일부이구요...
그러기에 먼저 1일차에 힘들었던 토끼봉, 화개재, 명신봉, 영신봉 등처럼
치밭목까지도 수없이 많은 업다운 구간이 있고...
치밭목~유평까지도...
장터목~백무동, 중산리... 노고단~화엄사 구간 이상으로 하산하셔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그 하산길이 참 기가 막히게 거지같다는 거구요... ㅠ ㅠ
제가 종주전에 등포 후기와 인터넷 각종 후기, 실패기를 낱낱이 분석해 보았는데...
많은 분들이 이점을 간과하고 종주를 하셔서 많은 고생과 실패를 하셨더라구요...
천왕봉까지 온 시점에서 체력을 30%를 비축하여야 무리없이 종주할 수 있다!!!
이 말이 정답이라고 봅니다.
저도 처음에는 좀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겪어보니 참 주옥같은 명언입니다.
체력없이는 안 됩니다. 너무 힘들어요.
근로산행을 넘어 학대산행에 이어 눈물산행으로 이어질 우려가 매우 높습니다.
(이래서 다시는 화대 안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그런듯요... 솔직히 전 체력적으로는 문제없었기에 시간만 된다면 언제고 가고싶습니다.)
화엄사부터 시작되어 천왕봉까지 이어진 긴 종주길에 탈탈 털린 육체에 영혼 앞에
치밭목, 유평까지의 증조할아버지 산소 찾아가는길 같은...정말 거지같은 길은... 정말 너무나도 가혹합니다.
화대 꿈나무 여러분은 이점 꼭 기억해두시길 당부드립니다. ㅠ ㅠ
다시 후기 이어갑니다.
중봉까지는 잘 왔습니다.
아따 뭐 지리산에 이리 원시적인 등산로가 있지? 이거 완전 시골산길 느낌나고 재밌네...
여기까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조망도 좀 나와서 지겹지도 않았구요...
그런데...
써리봉 가는 길부터는 눈도 감기고 발놓는 곳도 불안해지고 힘들어지더군요.
길도 어째 영 줄지를 않구요.
10분만 가면 나오겠지... 설마 5분만 가면 나오겠지... 당최 나오지를 않아요. (치밭목 말입니다. ㅠ ㅠ)
이 구간은 알바할 일도 없는데 왜 안 나오는건지... 자꾸 이상한 생각, 상상을 하게 되고...
드디어 올것이 왔네요.
아~ 진짜~ C ㅠ ㅠ 욕이 5분 간격으로 터져나옵니다.
애들 땜에 욕을 근래 거의 안 하는데 아주 자동적으로 터져나옵니다. ㅠ ㅠ
그래도 뭐 별수 있나요? 어그적어그적 죽어라고 걸으니 치밭목이 나오긴 나오네요.
샘터도 아주 드럽게 멀어요... (왜 애꿎은 샘터를...ㅠ ㅠ 이때 상당히 과격해 졌음요.)
물 떠다먹고 하나 남은 오메기떡 털어먹고... 다시 출발!!
무재치기교 지나니 무성한 수풀들이 다시 싸다구를 때리기 시작합니다.
뭐 이런 거지같은 길을 등산로라고 만들어 놓은건지... 이제 공단을 원망하기 시작..ㅋㅋㅋ
다시 아~ 진짜~ C 작렬 시작합니다.ㅠ ㅠ(욕 죄송해요 정말 아침부터...)
천신만고 끝에 새재삼거리 도착...
이 시점에서 잠시 심각하게 고민에 빠집니다.
길이 조금 좋다는 새재로 빠지느냐?
아니면... 화엄사 입구 승강장부터 시작한 클래식한 화대종주를 유평으로 가 오리지널로 끝내느냐?
결국 진주가서 자더라도... 오리지널로 가기로 결정!!!
이제 정말 마지막이다. 라는 생각으로 배낭에서 크림을 꺼내 부상부위에 꼼꼼히 발라주고 다시 출발!!!
(저도 최대한 자제하려고 했는데 너무 쓰라려서 어쩔수가 없었어요.)
저 멀리 문명의 흔적이 보이는군요.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그런데 기쁘기는 하지만... 별로 안 기쁨...(버스정류장까지 가려면 아직도 한참 남았다는걸 알고있으니까요... ㅠ ㅠ)
비바람에 떨어진 나뭇잎이 까페트처럼 깔려있어 저의 하산을 축하하는 것 같네요.(특이하게 이 구간만 이랬어요.)
대원사 거쳐 유평주차장까지 가는길도 만만치 않더군요.
버스시간이 촉박한거 같아 히치하이킹 해보려다 끝까지 튼튼한 내 두다리로 걸어보기로 합니다.ㅋㅋㅋ
대원사 앞에서 꾀죄죄한 쌩리얼 인증샷
버스시간이 임박해서 거의 걸으면서 찍었습니다.
아침부터 죄송합니다. ㅠ ㅠ
이렇게 이틀간의 짧지만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던 저의 화대종주가 끝이 났습니다.
그나마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어 다행이고 기쁩니다.
마지막으로 산행 내내 저를 응원과 동시에 끊임없이 동기부여해주었던 노래 한곡을 소개해 드리며
후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힘들때 즐겨 듣는 곡이니 다른 오해는 말아 주세요. ^^ 이 노래 갖고 웬 말이 많아서...ㅎㅎ)
S.E.S <달리기> 中
지겨운가요 힘든가요 숨이턱까지 찼나요
할수없죠 어차피 시작해 버린것을
쏟아지는 햇살속에 입이 바싹 말라와도
할수없죠 창피하게 멈춰 설순없으니
단한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뒤엔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오랫동안)
쉴수 있다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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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산행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