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역 6번 출구에서 출발하여
~대모산 ~ 구룡산 ~ 청계산 ~ 인능산 ~ 신촌동
으로 끝나는 약 25km 종주 코스를 돌아봤습니다.
점심무렵, 이 더위에 산에 가냐는 동네 편의점 사장님의 걱정을 뒤로하고 묵묵히 대모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훤히 아는 코스였고 비교적 고도도 낮고.. 그리고 종종 뛰기도 하고 내리막은 빠르게 내려올 생각에 예상소요시간을 4시간 ~ 4시간 반으로 잡았었습니다.
허나 아뿔싸.. 찌는듯한 더위에 오르막에서 거북이 걸음을 하였고 종아리가 아파와 좀처럼 속도가 나질 않았습니다.
더위를 염려해 새벽부터 출발하자고 다짐했거늘 , 늦잠과 게으름에 못이긴 벌로 이런 고생을 하나보다라고 후회가 들었습니다.
대모산 정상을 어렵게 도착하고나니 문득,
구룡산 정상만 찍고 그만 하산할까라는 나약한 속삭임(?)이 머릿속에서 계속 울려댔습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힘들게 구룡산 정상을 찍고나니 이미 발걸음은 하산으로 들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산 길에 마주친 종주코스를 가리키는 이정표에 갈등이 되었고...
에라잇을 남발하며 다시 종주로 들어섰습니다.
이미 고행으로 변해버린 산행은 청계산을 미워하게 만들었습니다. 옥녀봉, 매봉, 이수봉을 가리키는 이정표에 적혀있는 거리들이 야속하고, 수많은 계단이 야속하고, 땡볕이 야속했습니다. 게다가 출발할 때 준비했던 2리터의 이온음료도 이미 바닥이 나있는 상태라 체력손실이 컸습니다.
이수봉을 찍고 옛골로 내려가는 2.5km 내내 흐트러진 집중력을 바로잡기 위해 애썼습니다만, 멍한 상태가 계속 됐습니다. 기억 속 어떤 장면과 가상의 장면들에 빠져서는 정작 발걸음은 무의식으로, 스틱은 관성으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점차 어떤 생각도 하지 않게될 무렵,
봉오재를 지나 옛골로 내려오자마자 근처 편의점에 들렀습니다. 갈증에 파워에이드 500ml를 원샷하였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여기가 진정 천국임을 느끼며 다시 중도포기의 유혹에 사로잡혔습니다.
오늘은 이만하면 됬다. 너는 아마추어 주제에 그렇게 열심히 할 필요도 없지 않니. 이만 집에 가자.
그리고 편의점을 나서는데,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칩니다. 곧 비를 쏟아낼 먹구름도 보입니다. 시원하게 쏟아지기만 한다면 한 번도 안쉬고 단숨에 인능산을 오를것만 같은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렁찬 천둥과 함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좀전의 후덥지근은 온데간데 없고 시원한 비바람에 체온이 정상궤도로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가벼워진 발걸음에 냅다 인능산을 향해 파워워킹을 하였습니다. 분명 빠른 속도였지만 오르막 내내 호흡이 편했습니다. 마치 무산소운동을 하듯 허벅지의 적절한 수축과 이완만을 느끼며 성큼성큼 정상에 다다랐습니다.
시원한 비바람에 성수기를 맞은 폐와 두 다리는 마지막 2km를 남겨두고 춤을 추듯 이 몸을 싣고 거침없이 하강하였습니다.
힘겨움으로 시작해 가벼움으로 끝난 청광종주는
고행에도 반드시 끝이 있다,
비바람이 불면 올라라라는
교훈을 주었네요.
장거리 산행을 마치고나니 여러가지 반성이 듭니다.
ㆍ짐은 가볍게.
ㆍ수분보충은 적절하게.
ㆍ오버페이스는 금물.
ㆍ날씨체크는 필수.
ㆍ정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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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회원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