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블로그 정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한 달 전 혼자 다녀온 여행 썰을 좀 풀어볼까 합니다.
캠핑포럼에는 1편으로 초반부를 소개한 적이 있는데,
전체소개 버전은 등포먼저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
노르웨이 로포텐 제도는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는 '아이슬란드'보다 더 북쪽, 북위 68도 언저리에 위치한 북극권의 섬입니다.
북극권이라서, 여름에는 백야현상이 있고, 가을 겨울 봄의 밤에는 오로라를 볼 수도 있습니다.
태양은 머리 위로 뜨지 않고, 낮은 높이에서 옆으로 옆으로 이동합니다.
노르웨이 관광청이 지정한 경치 좋은 길, NTR(National Tourist Route)에 해당하는 E10 도로로 본토와 연결된 4개의 큰 섬들, 그리고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곳은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유럽인들에게는 꽤 유명한 곳인데, 빙하침식 지형이 바다에 솟아있어, '알프스를 바다에 담궈둔 곳' 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입니다.
노르웨이를 포함한 북유럽 국가들은 '만인의 자연에의 접근권'을 아주 중요하게 보장하고 있는 터라, 캠핑 관련된 모든 활동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와일드 백패킹도 모두 합법이고 권장되는 사항입니다. 시민의식이 뛰어나고 인구밀도가 낮아서 가능한 일이겠지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사람들이 큰 배낭에 야영장비를 넣어 다니면서 자유롭게 트레킹, 캠핑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물가가 타 유럽국가 대비 두 배 이상 비싸서(버스 기본요금이 7천원이 넘어요 ㅠㅠ) 숙박비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자연을 보다 잘 즐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것 같습니다. (당연히 머문 자리는 흔적도 없이 잘 치워야겠지요)
사진 30장 제한의 압박이 있으므로, 본 글에서는 간략한 여행기와 제가 갔던 코스들의 간단한 정보들, 그리고 사진과 영상 몇 편으로 간추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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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초반부터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루프트한자 독일항공을 이용했는데, 프랑크푸르트 환승공항이 기상악화로 폐쇄되어 본의 아니게 독일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고,
덕분에 오슬로-나르비크(로포텐) 간 노르웨이 국내선 항공기를 놓치게 되어 다른편 당일 발권으로 30만원 정도 독박을 썼습니다 ㅠㅠ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로포텐에는 태풍 비스무리한게 발생해서 여행 내내 비가오고, 초반에 며칠간 20m/s에 달하는 강풍이 불었습니다.
그래서 당초에 계획했던, 로포텐 서쪽 모스케네스섬 최고봉인 Hermannsdalstinden 등정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고, 가장 가고 싶었던 레이네브링겐에도 삼고초려 끝에 겨우 오를 수 있었습니다.
로포텐의 등로는 대부분 습지 아니면 릿지입니다. 특히 비가 오면 바위가 아닌 곳은 완전 늪으로 변합니다. 그리고 영국처럼 비가 자주 옵니다.
그래서 국내의 정비된 등로 대비 시간과 체력이 많이 소모됩니다. 따라서 일일 산행 거리가 10km을 넘기기 힘듭니다. 물론 날씨가 며칠내내 맑으면 더 갈 수 있겠지요 ^^
이러한 등로상태 탓에 캠프라인 스톰 시리즈가 참 적절했던 것 같습니다. 젖은 릿지에서 다른 사람들이 신은 비브람은 너무 미끄러워 보이더군요.
첫 날은 로포텐 서쪽 섬인 모스케네스 섬의 쇠르보겐 이라는 마을에서 먼케부(Munkebu)로 트레킹 하였습니다.
로포텐에는 바위와 물이 정말 많습니다. 빙하침식 지형의 정수를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저 삼층 호수의 한층 한층은 100미터가 넘는 높이입니다. 이런 특이한 호수가 널려 있는 탓에 폭포도 정말 흔하게 볼 수 있고, 청정한 물을 구하기도 쉽습니다. 정수필터를 지참하면 정말 좋습니다.
안 그래도 합성 같은 배경에 제가 들어가니 더 합성같네요 ㅎㅎ
좌측 위에 구름에 가려진 곳인 해발 약 1000미터의 모스케네스섬 최고봉인 Hermannsdalstinden 입니다. 한국인 최초 등정을 노렸는데 폭풍 때문에 실패했습니다 ㅠㅠ 정상 인근은 거의 등반에 가까운 코스라고 합니다.
이 곳이 Munkebu Hut이라는 산장입니다. 트레킹의 랜드마크 같은 곳이죠. 영업은 안 하고 회원제로 운영합니다.
마을에서 여기까지 6km 정도 되는데, 등로 상태가 안 좋아서 체감은 10km 이상 걸은 듯한 피로도가 느껴집니다.
폭풍 때문에 텐트 안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이틀을 고립당했습니다. 새벽 일찍 바람이 약간 잦아든 틈을 타서 재빠르게 철수하고
내려오는 길에 찍은 사진입니다. 개고생 한 직후라서 참 감동스러운 장면이었습니다 ㅎㅎ
바다 건너편 노르웨이 본토 쪽은 구름 없이 해가 뜬 모양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저 건너쪽도 산세가 험하네요.
이후 폭풍 때문에 이틀간 마을에서 쉬고, 모스케네스 섬 중심지인 레이네 마을에서 보트를 타고 피오르(피오르드) 안 쪽의 마을로 들어갑니다.
빈스타드(Vindstad)라는 고즈넉한 마을입니다.
바로 이런 모습의 마을입니다. 피오르 깊숙한 곳까지 물이 차 있습니다. 이 물은 짭니다.
여기서 산허리를 치고 올라봅니다. Helvetestind 라는 봉우리를 보고 싶었거든요.
이 길은 릿지, 슬랩 구간이 많습니다. 젖어서 미끌미끌한.... 캠프라인 덕을 톡톡히 봤어요.
해발 400m 안부에 오르면 건너편으로 이러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 곳 안부는 능선의 양 쪽 봉우리 사이입니다. 그래서 한 쪽 봉우리로 능선을 따라 쭉 올라가면, 그 곳이 Helvetestind 인 것이죠.
바로, 이런 느낌의 공룡능선입니다. 멋지지 않나요? 저 끝에 살짝 보이는 곳이 아침에 배를 타고 출발했던 레이네 마을입니다.
공룡능선을 따라 조금 걸어보았습니다. 경치 한 번 감상해보세요 ^^ (소리 無)
하산하여 빈스타드 마을 쪽이 아니라, 가던 방향으로 조금 더 진행하면 야트막한 언덕 너머에 잔디밭과 해변이 있습니다.
부네스(Bunes) 해변입니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캠핑을 합니다. 차도 들어올 수 없는 오지, 로빈슨크루소 같은 부시크래프트 캠핑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즐거운 밤을 보낸 후 다시 배를 타고 나와, 레이네 마을의 뒷산인 레이네브링겐을 오릅니다.
여기는 폭풍 때문에 도전에 두 번 실패했던 곳인데, 이번에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드디어 등정에 성공합니다!
처음에 이 곳 때문에 로포텐 여행을 결심했고, 정말 와보고 싶던 곳입니다.
그렇지만 등로 상태가 너무 안 좋아요. 국내외 포함해서 제가 가본 중에 가장 난코스였습니다... 혹시 계획 있으시다면 부디 맑은 날 오시길 ㅠㅠ
가스가 앞을 가려도 괜찮습니다. 저는 텐트를 가져 왔거든요 ㅎㅎ 자고 갈꺼니까 언제든 잠깐이라도 해가 나오겠죠. 아니면 내일 아침에라도...
다행히 한시간 쯤 후 해가 나왔습니다!!
너무 기분 좋아서 점프샷도 찍어봅니다 ^^
등로에서 갈라져 나온 좁은 공간에 겨우겨우 텐트 칠 각이 나와서 힘겹게 자리를 잡습니다. 모두 하산한 후에 피칭 하였고, 아무도 올라오기전에 철수하였으며, 등로를 막지 않는 위치였습니다. 혹시나 걱정은 접어두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다음날 아침의 모습입니다.
한 바퀴 둘러보는 영상도 찍었습니다. 제가 가장 권하고픈 영상이니 잠깐 짬 내서 부디 좋은 경치 한 번 봐주세요 ^^ (소리 無)
모스케네스 섬에서 꽤 오랜 기간 머문 후, 버스를 타고 이동하였습니다.
공항 가는 중간 지점 즈음에 위치한, 로포텐에서 가장 큰 도시인 스볼배르에 들렀습니다.
이 곳 뒷산인 플뢰야 산에 볼게 많다고 해서 올라왔습니다. (소리 有 대사 有)
여기는 스볼배르게이타 라는 아주 멋진 클라이밍 랜드마크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텐트 칠 자리가 없네요..... 할 수 없이 오픈에어비비... 완전 비박을 합니다. (소리 有 대사 有)
이런 모습입니다. 꽤 괜찮은 잠자리 아닌가요 ㅎㅎ
아래쪽으로는 이쁜 스볼배르 항구가 내려다보이네요. 아름다운 밤입니다...
해가 떨어지는 것을 조용히 감상합니다. 혼자만의 시간이 나쁘지 않습니다.
앗.... 이게 뭔가요..!!!! 오로라.... 오로라입니다!!
머리 위에서 오로라가 넘실넘실거리며 북극권의 밤하늘을 수놓습니다...
아..... 그간 고생했던 것들이 싹 다 보상 받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ㅠㅠ
자려고 누운 내내, 침낭만 덮어서 뻥 뚫린 머리 위에서는 오로라가 오랫동안 저만을 위한듯 춤을 춰 주었습니다....
이건 정말 직접 보셔야 합니다.... 가만히 있는게 아니라 소용돌이치면서 춤추거든요... 진짜 멋있어요 ㅠㅠ
남쪽 하늘에는 백야의 끝을 알리는 보름달이 휘영청 동쪽에서 서쪽으로 순항합니다.
다음날 아침, 하산 길에 플뢰야 산의 또다른 명소, 악마의 문(Djevelporten)에 들렀습니다.
여기서도 점프샷 한 번 남겨줍니다.
사진 30장의 압박으로 짧게나마 로포텐 여행기를 간추려 보았는데,
이미 잘 알고 계신 분도 있으실테고, 생소하신 분들도 있으리라 봅니다.
히말라야, 알프스, 록키, 파타고니아 등 멋진 해외트레킹 장소도 많지만
노르웨이에도 참 아름다운 경관을 즐길 수 있는 로포텐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일정을 비박으로 진행한 덕분에,
12박 13일 간의 총 여행경비는 비행기값 포함 190만원 정도 사용하였습니다.
이 중에 30만원은 루프트한자 캔슬 때문에 국내선을 급하게 당일발권으로 추가티켓팅 하는 바람에
예상외로 지출한 금액입니다...
보다 자세한 여행기나 관련 정보가 궁금하신 분은 제 블로그 포스팅을 살짝 들러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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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케스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