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를 다녀온 후 국내 백패킹이 뭔가 썩 내키질 않아서

근 한 달 간 자제하고 지리산 등 좋다고 소문 난 큰 산 위주로 산행을 다녔습니다.

그런데 친구녀석들이 토요일날 북한산을 가고 싶다길래, 비봉능선으로 코스를 계획하고 금요일 밤 미리 근처에서 하룻밤 자게 되었습니다.

제가 수원 살다보니 당일 아침에 북한산까지 이동하는 것도 두어시간 넘게 걸리는 터라, 삼각봉이 멋있게 보인다는 노고산에서 혼자 하루 신세를 지고 동선을 줄이기로 한거죠 ^^

금요일이니 6시 정시 퇴근하고 부리나케 올라가면 8시쯤에는 들머리에 도착할테고, 한 시간 만에 후딱 올라 팝콘에 맥주 하나 마신 후 10시 전에 취침 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퇴근 시간 임박해서 문제가 터지는 바람에 이래저래 늦어져서 결국 8시가 되어서야 출발했어요 ㅠㅠ

걍 집에 갈까 어쩔까 고민하다가, 박배낭 매고 출근한게 아까워서 어쨌든 올라가기로 합니다.

10시에 진입해서 11시에 목적지 도착.. 딱 맥주 하나 먹고 사진 몇 장 찍고 바로 취침합니다.

노고산에서 바라보는 삼각봉은 정말 얼짱각도인 것 같아요! 산 너머 서울 시내의 조명들이 후광 같아서 정말 멋지더라구요.

그리고 조명 탓에 꽤 밝은 서울 하늘임에도 생각보다 별이 많이 보여서 좀 놀랬습니다.

비비색에 누우면 별을 보면서 잠들 수 있어서 좋습니다.

별을 세다 보면 눈이 차차 어둠에 적응해서, 더 많은 별들이 보이기 때문에 늘 끝까지 세지 못하고 잠들더라구요 ^^

간만에 야영하며 맞이하는 일출입니다. 그러고보니 노르웨이 여행 중에 일출을 본적이 없는 것 같네요;;;

늘 비가 오거나, 새벽 3~4시에 해가 떴으니 ㅠㅠ

카트라이더 느낌 좀 나나요? ㅋㅋ

조용히 하룻밤 신세 지고, 일찍 내려옵니다.

그런데.... 오늘 같이 산행하기로 한 놈들 새벽 5시까지 술먹고 남긴 유언장들이 카톡에 들어와 있네요 ㅡㅡ;;;;

아놔...... 이까지 왔으니 그냥 혼자 북한산 둘러보기로 합니다.

사실 경기남부가 생활권이다보니 북한산 찾을 기회도 드물고, 와 본 적도 거의 없어서 로망이 있었거든요 ^^

노고산에서 흥국사로 하산하여, 그냥 도보로 진관동 북한산성입구 출발점까지 이동합니다. 바로 근처네요.

오늘 코스는 여기저기서 이쁘고 재미난다고 소문을 들어 온 의상능선-비봉능선 입니다.

코스 약도가 시커먼게 살짝 무섭네요...

헐... 장난 아닙니다;;; 관악산 말바위는 애교네요...

코스도 장난 아니고 다니시는 분들도 장난 아니십니다;;;

후덜덜;;;

이런델 막 올라오시는;;;;

열심히 오르다보니, 저 멀리 오늘 가야 할 비봉능선이 보입니다. 와 생각보다 멀어보이는데요;;

BPL(Backpacking Light)이라 아주 가볍게 챙겨다니지만 그래도 나름 침낭이랑 우모복까지 다 들어있는 박배낭을 매고, 스틱도 안 가져왔는데 꽤 힘들 것 같습니다 ㅠㅠ

근데, 능선이 첩첩이 이어지고 바위들이 멋드러지게 여기저기 솟아 있는게 듣던 것보다 훨씬, 훨씬 아름답네요!

드디어 의상봉 정상부! 어제 봤던 삼각봉을 반대 방향에서 조망하게 되었네요. 이 쪽에서 봐도 정말 멋져요 +ㅁ+

저긴 또 언제 올라볼까요? 갓 상경한 촌놈 마냥 가슴이 막 두근거리고 신났습니다 ㅋㅋ

날씨가 참 좋았어요. 옆에 분들이 저어기 뒤쪽에 도봉산 오봉까지 보인다고 말씀들 하시네요.

진짜 멋집니다.

'국사 책에서 보던 조선시대 수묵화 그림들에 나오는 산이 딱 여기구나' 라는 생각이 처음 들었던 촌놈입니다 ㅎㅎ

앞으로 가야할 길도 멋지긴 마찬가집니다. 아 그냥 너무너무 즐거웠어요! 서울에 이렇게 화려하고 멋진 산이 있었다니...

여태 이걸 몰랐던 저는 진정한 촌놈이었어요 ㅠㅠ (촌놈 드립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ㅎㅎ;)

바위는 항상 조심조심... 그래도 즐겁습니다 ^^

용혈봉 쯤 지나서인가요? 단풍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아직 조금 이른 듯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눈호강에 향료 조미료를 팍팍 더 추가해줍니다.

대남문을 지나 비봉 방면으로... 문수봉이랑 보현봉을 구경합니다. 슬슬 힘들어요... 스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달은 ㅠ

근데 오늘 날씨 너무너무 멋진거 아닙니까 ㅠㅠ

멋진 암봉, 파란 하늘, 이쁜 구름이 어우러져 자꾸 뒤돌아보느라 등산을 할 수가 없어요!!

그냥 사진 실컷 찍으면서 천천히 즐기기로 마음을 바꿉니다 ㅎㅎ

그래도 박배낭에 풀템장착이라 삼각대도 있고 좋네요. 파나소닉 LX-10 리모콘 촬영 기능 완소입니다 하하하!

(네... 요즘 나오는 카메라는 죄다 되쥬? ㅠㅠ 촌놈이라 그저 뭐든 신세경...)

가야 할 방면을 바라보니... 누가 봐도 사모바위고, 그 뒤에 코딱지만한 비석이 솟아 있는 곳은 누가 봐도 비봉이네요.

사모바위에는 사람이 정말 많더군요;; 그냥 멀찍이서 한 장 남깁니다 ^^

비봉을 멋모르고 올라갔는데, 코스 쌀벌하더라구요;; 근데 반대쪽으로 내려가는건 장비가 있어야 된다네요;;

올라왔던 길로 되돌아 내려와야 한다는..... 모르고 올라갔는데 살짝 후회할 뻔 했어요; 코스설명도 없고... 힘든데;;

그래서 향로봉은 우회합니다. 문수봉 쪽에서 비봉능선 하산할 때 향로봉 가로질러 족두리봉 쪽으로 내려갈 수 있나요?? 아직도 궁금...

코스 정보는 사전에 숙지해야 하는구나 라는 교훈을 다시 새기며 ㅠㅠ

그래도 우회로도 나름 운치있네요.

한참 가다 뒤돌아보니... 왠지 '저기도 장비 없이 아무나 못 내려오게 막혀 있겠구나.. 우회하길 잘 한거 같은데' 싶은 생각이 드네요. 맞나요? ;;

이제 족두리봉에 다 왔습니다. 비봉능선의 봉우리들은 모두 이름이 참 그럴싸 하네요.

더할 나위 없는 가을 날씨 아래 멋진 선경을 실컷 감상하고 맞이한 북한산 첫 장거리 산행의 끝에는,

"여기 서울이야!" 라고 외치는 딱 서울스러운 풍경이 오후의 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저를 맞이해 주었습니다.

거의 관악산만 다녔던 저에게, 북한산은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정말 멋진 산이고, 서울에 있다는 특징을 배제하더라도 국립공원이기에 손색이 없는 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서울에 이런 빼어난 국립공원이 있다는 것이 무척 놀라울 정도였어요.

그렇게 긴 산행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노고산에서부터 출발해서 그런지 코스가 험해서 그런건지

집에 와서 보니 걸음 수가 꽤 되네요.

북한산 다른 코스도 얼른 가보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