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2부 - 12월 (부제 : 천천히 또 천천히, 20pic)6

재미도 없는 1부에 이어, 2부 시작합니다.

그렇게 2달이 지나갑니다. 도저히 산에 갈 자신이 없습니다만...

준비한(이라고 쓰고, 주문한 이라고 읽음) 아이젠, 스패츠, 무릎보호대, 동계장갑이 속속 택배로 도착을 합니다.  자신이 없다매....

방법을 바꿔보자.... 공지글에 있는 무릎아프지않게 ..... 라는 글도 읽고, 장경인대염 관련 글도 찾아보고 결심을 합니다.

한번 더 가보자!! 대신, 천천히 걷고, 짐도 줄여보고, 아프면 바로 돌아서서 내려오자. 추월하는게 아니라 추월을 당하자 라는 

굳은 결심을 하고 짐을 챙깁니다. 중산리에 도착하니 9시조금 더됩니다.

오늘의 코스는 중산리~칼바위~장터목 혹은 법계사 ~천왕봉.

주차하고나서 열심히 다리뻗기, 무릎돌리기 등 스트레칭을 합니다. 무릎보호대 차고,  천천히 올라갑니다.

온 신경을 무릎에만 집중하고 이상유무를 살핍니다. 다행히 칼바위까지는 별 탈 없습니다.

칼바위에서 앞사람이 어딜가나 유심히 봤더니 법계사로 오릅니다.

여름에 이 코스를 올라보고나서 다시는 이리로는 안올라간다고 했던 기억은 접어두고 뒤따라 오릅니다.

물론 쉬면서 다리, 무릎 풀어줬습니다.

절대 추월하지 말아야지.. 앞사람이 안보여지도록 천천히 걸어야지 하면서 가다보니, 

세상에 이런일이.... 힘이 하나도 안듭니다. 숨도 안찹니다. 허벅지 종아리 근육도 안땡깁니다. 

요기 분홍색 길은 여성전용 아니죠? 돌길 딛는거보다 훨씬 편하고 좋아요.

망바위까지 힘 1도 안들이고 올라옵니다. 아직 무릎에서 별다른 신호가 없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보기로 합니다.

이날의 지리산은 세찬 바람도 없이 따뜻한 햇볕만 저에게 줍니다.

어라.... 벌써 로타리 휴게소네. 11시입니다. 9:20분쯤에 시작했으니 대략 1시간 40분 소요됩니다. 

국공 공식 시간표를 봅니다. 2시간 30분짜리 코스입니다. 무리를 했군요.. 그렇게 조심했는데도 불구하고.

반성에 반성을 하며 충분히 쉬어줍니다.

쉬면서 아이젠을 신고,(겨울산은 처음이라 아이젠이라는걸 처음 장착해봅니다. ) 바위를 디뎌보니 생각보다 이질감은 크지 않습니다.

무릎보호대는 얼마전에 풀린 와일드러버? 라는걸 구매했었습니다. 맘에 꼭 듭니다.

순두류에서 한번 올라와 본 기억으로는 법계사보다 훨씬 편합니다. 단, 버스타고 이동했을 경우입니다. 

얼마나 사람들이 많이오면 저런 호소문을 붙여놨을까요.

국공에서 시키는대로 다리 운동 합니다. 쉬라고 하니 쉽니다. 경치도 구경하며, 로타리 위쪽으로는 눈이 쌓여서 아이젠 꼭 필요합니다만,

가죽으로된 등산화 신으신 분들은 아이젠 없이 다니시더라구요.  눈에 찍힌 신발도장을 보니 아이젠 기본장착한듯 홈이 깊습니다.

그렇게 개선문까지 옵니다. 그리고 슬슬 조망이 터지면서 오르는 맛이 납니다.  

광양앞바다가 눈에 들어옵니다. 정상에서 본 광경은 하늘이 무척이나 맑아서,  옆에계신 전문가님께서 덕유산 향로봉, 무등산, 백운산, 반야봉, 노고단 찍어주시길래 설명 들으면서 봤습니다. 

이 고갯길만 올라가면 천왕봉 턱밑까지  온겁니다. 다행히 아직도 안아프고 힘은 남아돌고,, 여튼 기분이 좋아집니다. 

대여섯번 와봤지만 이렇게 사람없는 천왕봉은 처음봅니다.

사실 열분정도 계셨는데, 바람이 너무 불어서 바위밑에 다들 숨어계시더라능..

그리고, 이렇게 쉽게 천왕봉 올라와본적도 없어서 놀랐습니다. 덥지도 않고, 땀도 적당히 나고,, 

눈에다 글씨 쓰는건 자연훼손 아니죠? 아마 곧 녹아서 없어질겝니다...

하산길도 조심조심 스틱을 최대한 의지하면서, 한발한발 새색시처럼 내딛습니다. 

로터리에서 칼바위 내려오는 경사길에서도 안아프게 잘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면서 본 바윗길입니다.

시간 단위중에 '겁'이라는 단위가 있습니다. 영겁의 세월 어쩌구 저쩌구 하는 거요... 100년에 한번 다니는 선녀의 치마자락에 반경 1.5km내의 바위가 닳아서 없어지는 시간을 '겁'이라 한답니다. 이 바위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스틱을 짚고, 등산화를 신고 걸어다녔을텐데 색만 살짝 흰색으로 바랬을뿐,, 대체 겁이라는 단위가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무릎이 안아프니 별 희한한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오늘도 무사히...통천문에 도착을 합니다. 감사할 뿐입니다. 

혼자서 산행 총평을 해봅니다.

- 짐은 가볍게, 꼭 필요한 것만

- 추월하지 말고 추월 당하자

- 쉼터가 있는 곳에서는 무조건 쉬고 국공에서 제안하는 준비운동 실시

- 무릎보호대를 하자

- 내리막길에서는 스틱에 체중을 싣고

- 여유있게 다니자..

 이로써 일단은 다시 산행해도 괜찮은 정도로 생각됩니다. 좀더 조심하고, 좀더 아끼고 그래야 많이 다닐수 있다.

여러분 겨울산 안전하게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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