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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의견을 많이 받은 만큼이나
많이 배우고 느끼고 있습니다.
무용담을 늘어놓으려고 썼던 것도 아닙니다.
그저 제가 겪었던 산행의 진솔한 후기를 작성하려고 했습니다.
뒤에 오는 다른 초보분들을 위해서
산행 후기를 마저 쓰고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많이 배우고 싶고, 좋은 산 자주 가고 싶습니다.
그럼 3부 및 마무리 시작하겠습니다.
2017.12.29
겨울철 장터목대피소의 아침은
여타의 대피소보다 여유가 있고
부산스럽지 않다고 했다.
이유는 천왕봉이 불과 2km남짓 남았으며
특히, 일출시간이 늦어지는 겨울철엔
더더욱 맘의 여유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 날의 일출 예상시간은 7시 30분경..
나의 일정엔 너무 늦은 시각이기때문에
일출을 포기하고 대신 새벽 등반을 선택한다.
대피소에서 서둘러 일어나 짐을 챙기고
아주 죽같은 아침을 챙긴다.
다른 사람들은 라면에 전투식량까지..
심지어 삼겹살까지도 굽는 모습...부러웠습니다.
다음에 1박코스로 일출보러 올땐...
양념갈비, 목살, 삼겹살 등
두고봐라! 고기로 중무장할테다.
대피소마다 판매하는 품목이 다르겠지만,
장터목대피소에서는 라면을 안 판다...
뜨끈한 라면 한 젓가락이 먹고 싶은데
그래서 결국 오늘 아침도 죽을 말았다.
.....지리산에서 먹은거라곤
이놈의 양송이 죽......
<집에 도착해서 쓰레기 봉투를 뒤져보니..온통 양송이죽 뿐이였다..ㅠ>
그래도 앞으로 갈길이 약 15키로 남짓
남았기에 시원하게 한그릇 비우고
천왕봉을 향해갔다.
출발은 오전 5시 30분.
장터목대피소에서 천왕봉으로 가는 길은
몇 없는 내 등산경험 중 아마도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등산이였던 것 같다.
사실 아직 많은 산을 가본것은 아니다.
17년 한라산, 관악산, 수락산, 도봉산 가본것이 전부지만.
확실한건 지금까지 갔던 곳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다.
마치 미지의 세계에 와있는듯 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움.
두뺨을 세차게 때리는 눈보라.
잔뜩 쌓여있는 만년설.
내가 꿈꾸던 딱 그런 설산이였다.
그 공간과 그 시간이 지금도 마치 꿈만 같았다.
천왕봉 정상에서 새해인사 동영상을 찍는데도
어찌나 바람이 치는지..목소리보다 바람소리가 더컸다.
그리고 정작 천왕봉에는 바람이 세차게 불어 눈이 그렇게 많이
쌓여있지 않아서 아쉬웠다.
2018년 다들 건강하고,
즐거운 한 해 되세요!
행복하세요. :)
다시 천왕봉에서 대원사로 향하는 길은
지리산에서도 가장 인기가
없는 길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황홀한 풍경을 보여줬다.
길에는 발자국 하나 없었다.
눈보라가 휘몰아 치며
나를 환상의 세계로 인도했다.
조금은 동이 밝아오자
겨우 사진을 찍었다.
이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남기지는 못했지만,
조금도 아쉽지 않았다.
내 두 눈에 담았고,
내 피부에 온전히 남아있다.
꿈만 같았던 시간이였다.
하산길은 길다란 능선을 타고
대원사까지 이어져있다.
내가 꿈꾸던 설산이였다.
첨부터 지금까지 등산중에는
특별히 춥다고 느끼지 못했다.
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오랫동안 쉬는 시간이 아니면,
어느 산이라도 가도 될만큼
가성비 좋은 구성의 단벌 신사가 됐다!
(등포에서 정보를 얻어서 샀습니다. 감사합니다!)
산 능선을 타고 한참을 내려왔는데도
눈이 아직도 발에 치인다. 여긴 만년설이다ㅋㅋㅋ
늘 화면에서만 봐오던 그 산에 내가 있었다.
아참..첫날부터 계속 새벽산행이 많았는데..
헤드렌턴이 없어 챙겨왔던 텐트 호롱불이
가슴줄에 대롱대롱 메달려 있다.
헤드렌턴은 종주산행에 필수다!
특히나 해가 짧은 겨울철엔 더더더더욱!
헤드렌턴 추천부탁드립니다. 아직도 못샀어요ㅠ
드디어 대원사 도착!!
오전 9시 50분경..
지리산 화대종주의 끝!!
죽과 함께했던...대장정의 마무리!!!
는 함정ㅋㅋㅋ
대원사에서 다시 약 15분가량
더 걸어 내려가야만 시내가는 버스를 타는
작은 매점과 넓은 주차장이 나온다.
버스 시간표는 아래와 같으니
하산시 참고하면 좋을듯
※ 대원사에서 원지로 이동한 후
원지 터미널에서 남부터미널로 이동해야 한다.
대원사 밑 슈퍼에서 10시 20분 버스를 타고 원지 시내에 도착해서
따끈한 도가니(?)탕이 먹고 싶었지만..
찾아나설 시간도 힘도 없었다.
눈앞에 보이는 편의점에 들어가서 죽만 먹어 니글니글 거리는 속에
된밥으로 된 도시락과 라면을 우겨넣었다. 맛있었다ㅠ
세상 맛있었다ㅠ
겁이 없었고, 계획도 없었다.
무모했고, 무모했다.
하지만 큰 탈 없이 지리산 화대종주를 마무리 지었다.
별탈없이 마무리 한걸로 만족스러웠고,
내가 꿈꾸던 그런 풍경을 봤고, 그 풍경에 내가 있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황홀한 경험이였다.
또, 여러가지를 배웠던 시간이라 더 만족스러웠다.
지리산을 종주하고 배운점을 간단하게 요약해보려고 합니다.
계획하시거나 관심있으시다면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것같습니다.
저는 몸소 체험하고 왔으니깐요~^^
1. 입산 통제시간 등이 있으니 무리 없이 구간구간 산행계획을 세우세요.
저는 지리산 뿐만 아니라 종주 자체가 첨이라 무박? 1박2일? 2박3일에 대한 개념이 없었습니다.
뒤 늦게 산뽕 맞고 한라산, 관악산, 도봉산, 수락산 가본게 전부라......
경험이 없으면 서치라도 많이 하시고 가세요.
대피소는 당일예약 오후3시까지 가능하니 잊지 말고 대피소 위치 잘 알아가세요!
2. 산에 가실땐 먹을거 든든히 챙겨가세요.
산에 갈때 물이나 기껏해야 초콜릿 정도가 전부였는데, 아닙니다.
가슴포켓에 초코파이, 오예스를 꼬옥 넣어가세요. 그리고 죽은 진짜 아닙니다.
3. 최소한의 장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지난주에 백운대 갔는데 그 빙판길에 눈길에 가파른 돌길을 아이젠도 없이 운동화를 신고 왔더라구요.
마치 등포 선배님들이 저를 보는 그런 느낌이였을겁니다.ㄷㄷㄷㄷㄷ죄송합니다.
겨울엔 아이젠, 해지면 헤드라이트 정도는 필수라고 느꼈습니다.
아이젠 1.5만원주고 사서 아주 뽕 잘 뽑았습니다. 구입하세요!!
스틱도 있으니깐 너무 좋더라구요^^ 여유 있으면 꼬옥 구입하세요!!
하고 싶은 말들이 많이 있지만 이정도로 줄이겠습니다.
오늘도 많이 배우고 갑니다.
즐잠하세요!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던
책 한구절로 마무리 해봅니다.
'하늘이 운다
나는 울지를 않는데 산이 운다
울지 않으려다 끝내
울음에 멱 감고 만다'
-지리산, 가장 아플때 와라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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