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27 한라산 산행후기. 성판악- 관음사 (사진많아요)38

등포에서 매일 잠복하며 정보만 얻기가 죄송스러워 저번주 다녀온 한라산 후기 올려봅니다. ㅎㅎ

(잠복덕에 페리노 교복 두가지 다 챙길 수 있었어요! ㅋ)

늘 함께 산에 다니는 동생과 한라산을 다녀왔습니다. ^^

추석때 지리산종주에 울릉도도 함께하고

그 뒤로 영남알프스, 설악산까지 다녀온 후 본의 아니게 긴- 휴식기에 들어갔었는데,

오랜만의 산행이라니.. 무지 설레었었어요.

거기다 눈 밟을 생각을 하니 두근두근-

평일엔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는지라

금요일 저녁 비행기로 내려가서 토요일 아침 산행후, 일요일 낮 비행기로 올라왔습니다.

주말 산행인데다, 전날까지 눈이 꽤나 많이 온 터라

기차놀이 하느라 진달래 대피소 12시에 통과하지 못하진 않을까, 우리의 컵라면은 어쩌나.. ^^;;

또, 그 전날까지 계속되는 눈에 한라산이 통제됐다 풀리기를 반복하고 있어서

혹시나 못 올라가지는 않을까.. 조마조마 했더랬어요. ㅎㅎ

숙소는 공항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이틀을 잡았는데

아침에 김밥과 핫팩, 그리고 생수까지 챙겨주시고

관음사, 성판악으로 데려다 주셔서 편하게 산행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하고

성판악 휴게소에서 7시 20분경 출발-

해가 서서히 뜨고 있었고,

숲은 너무나 조용했고,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만 들렸습니다.

일출을 보면서 오르다보니

눈앞에 겨울왕국이 펼쳐집니다-

레리꼬 레리꼬~

진달래 대피소에 9시30분경 도착-

옆으론 운해가 쫙- 펼쳐지고

하늘은 너무나 맑았으며, 바람한점 불지 않았어요.

덕분에 상고대는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춥지 않은게 어디야- 위안삼으며 대피소 안으로 들어갑니다.

컵라면에 김밥을 먹고선

아- 배부르다 아- 살것같다

하면서 느긋하게 쉬는데,

주변에서 풍기는 상큼한 귤냄새에

아.. 귤을 가져올걸.. 향이 너무 좋다...엄청난 후회를.. 하면서..

주변 의자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귤 두개를

땀범벅된 여자둘이서 추접스럽게 쳐다봤더랬습니다. ㅋㅋ

대피소 도착하기 전엔 라면만 먹으면 살 것 같았는데..

배를 채우고 나니.. 귤만 먹으면 소원이 없겠다 싶다니.. 욕심은 끝이없나 봅니다. ㅋ

아.. 다음엔 꼭 귤을 가져갈테다..!!

백록담에 도착- 하기도 전에,

데크위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정상석에서 사진을 찍기위한 줄이었는데

세상에, 너무 길어서 저흰 찍을 엄두가 안나더라구요.. ㅎㅎ

작년에 찍은게 있으니 그걸로 걍 퉁치자.. 하면서

정상석은 눈에만 담았습니다.

백록담이 보이는 데크로 올라섭니다-

눈 한가득 다 담을 수 없는, 정말로 어찌보면 경이롭기까지 한 백록담이 보입니다.

저번에 왔을때도 느꼈지만

백록담은 어떤 신성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저만의 느낌일 수도 있지만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이랄까.. ㅎㅎㅎ

뭐.. 과한 표현일 수 도 있지만, 전 그렇더라구요. ^^;;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운해를 넋놓고 바라보며 양갱을 먹었습니다. ㅎㅎ

한살림 팥양갱- 많이 달지않고 맛있어요.. ^^ (국산팥에 국산조청ㅎㅎ)

하산후에 제주 오일장(마침 7일이었어요!)에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10분정도만 쉬고 바로 출발 했습니다.

관음사쪽으로 내려갔는데,

경치가 너무너무 좋아서 힘든줄도 모르고 내려갔어요. ㅎㅎ

삼각봉 대피소에 도착-

대피소 안에서 보온병에 물을 따라 커피에 간식을 조금 먹고 잠시 쉬었다 밖에 나오니,

삼각봉에 해가 살짝 걸려있는게 너무 이뻐서 찰칵.

그 옆을 보니 구름이 또 너무너무 이쁘게 퍼져있어서 찰찰찰칵. ㅎㅎ

내려오는 길 내내 숲에 눈이 정말 많이 쌓여있어서

와 와 환호성을 내뱉으면서 내려갔어요. ㅎㅎ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동을

내려가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될 것 같아, 어떻게 표현해도 내가 지금 느끼는 만큼의 감동은 전해 줄 수가 없을 것 같아-

이건, 직접 와서 봐야만 해.

다 데려오고 싶다. ^^

그런 생각을 하게끔 만들만큼.. 정말 너무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아직도 한라산 꿈속에서 헤매고 있는 기분이에요. ^^;;

몸은 현실로 돌아왔는데

영혼이 아직 백록담에 머물고 있는지..ㅎㅎ

언능 정신차려야 하는데..^^

아무튼 영혼도 정화시키고..ㅎㅎ

큰 감동도 얻었던 한라산 산행이었습니다.

뭐.. 이번에도 헬기장에서 라면 끓여 드시던 분,

출입금지 표시가 있는데도 버젓이 들어가서 식사하시던 분들..

들어가지 말라는 곳에 꾸역꾸역 들어가서 곡예 수준으로 사진 찍으시던 분들... 많았지만요.. ㅠㅠ

(심지어 제가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 곳엔 들어가시면 안됩니다" 했더니, " 원래 하지말라면 더 하고 싶은 법이거든" 하셨다는...하아..)

아. 그리고 이번에 고프로를 빌려서! 찍어보았는데

꽤 재밌는것 같아요 ㅎㅎ

사진도 너무너무 좋지만, 영상이라 그런지 그 날의 기억이 더 생생하게 살아나는 느낌이랄까. ㅎㅎ

촬영이며 편집, 모든게 처음인지라, 영상에 음악입힌 수준이지만 용기내어 올려봅니다- ㅎ

음악소리가 크니 조금 줄여도 좋으실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