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동풍이 불어오던 날, 운해를 얻고 조망을 잃다.18

이례적으로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던 7월 첫주, 주말 역시 선선한 날씨와 '동풍'이 예고되었습니다. 이런 날은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떠나야 합니다.
       장쾌한 조망을 즐길 수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이지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데 금요일 저녁에 매형이 토요일 아침에 텃밭에 감자캐러 가자고 하시네요
       맛난 감자를 캐러 갈 것인가...아니면 조망을 즐길 것인가...기로에 섰습니다....결론은.....................그냥 날랐습니다....덕유산으로... ^.^;

쉽게 찾아오지 않는 쾌청한 날이기에 원대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아침 일찍 무주리조트에 도착, 9시에 운행 시작하는 곤돌라에 올라 9시 반까지 덕유산 향적봉에
      도착, 조망사진을 찍고 바로 내려와 인근의 대둔산으로 이동, 케이블카 타고 중간지점까지 점프한 후 서둘러 정상으로 올라가 조망사진을 찍겠다는 참으로
      기가 맥힌 조망도 사진 촬영 계획을 세웠단 말입니다. 하지만 계획은 계획일뿐... 뜻하지 않았던 운해가 이 모든 계획을 어그러뜨릴 줄이야 이 사진을 찍는
      순간에는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쾌청한 하늘에 감동하며 무주리조트 곤돌라 입구에서...

이렇게 나이롱 산행(?)을 하는 이유는.. 지난 5월 오대산, 설악산 이틀 연속 산행을 감행했다가 '아킬레스건염'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등산은커녕 운동도 자제하라고 하기에 50여일간 조신하게 지내다가 가볍게 400m급 동네 뒷산 올라가 이상없음을 확인하고서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곤돌라, 케이블카로 쉽게 정상을 찾아 조망을 즐길 수 있는 덕유산, 대둔산을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곤돌라를 타고 고도를 서서히 높여가는데 북쪽으로
      민주지산을 뒤덮은 구름이 왠지 불길하게 느껴집니다. 

설천봉 도착, 상제루를 지나 향적봉으로 향합니다.  

서쪽으로는 보이는 풍경은 근래 들어 최고의 가시거리였습니다. 우측 끄트머리에 북서쪽 방향으로 120km 거리의 홍성의 오서산도 또렷하게 보일 정도로
      가시거리가 엄청난 날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서쪽으로 자세히 살펴보니....혹시 서해바다?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서해바다 맞네요. 새만금 간척지 부근의 섬들이었습니다.  

운해가 조금만 남아있다가 운해사진을 찍고 나면 운해가 '뿅~'하고 사라지길 바라며 향적봉에 도착합니다. 

운해보다는 조망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개스가 차올라 장거리 조망이 어려워지기에 조망사진부터 담아봅니다. 먼저 북쪽 방향되겠습니다.
      북서쪽으로 서대산, 계룡산은 물론 멀리 홍성의 오서산까지 아주 뚜렷하게 시야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북쪽, 북동쪽은 운해로 인해 보이질 않습니다.
      이 정도 날씨면 소백산도 보일법한 날씨인데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대둔산이 가깝고 대둔산 좌측 뒤로 멀리 118㎞ 떨어진 홍성의 오서산이 아주 또렷하게 시야에 들어옵니다. 100㎞ 이상의 조망을 즐겼던 작년 가을 어느날에도
       제대로 보지 못했던 오서산이었는데 이 날은 정말 가시거리가 긴 날이었습니다. 

동쪽으로는.... 운해땜시롱 아무것도 안보여요... 저 운해가 걷히길 기원했건만...-_-;;;

남쪽으로는 덕유산 주능선을 넘으려 안간힘을 쓰는 운해가 장관입니다. 하지만 저는 조망이 더 보고 싶은데..

덕유산 주능선을 넘실대는 운해. 

서쪽으로는 운장산이 가깝고..

진안의 마이산도 또렷하게 보입니다. 

정상에서 운해가 사라지길 기다려보지만 좀처럼 그럴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결국 대둔산으로 가려던 계획을 완전히 접고 덕유산 향적봉에서 운해가 완전히
       사라질때까지 기다려 조망의 끝장을 보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렇게 계획을 변경하고 나니 할게 없네요. 일단 중봉까지 가볼 요량으로 향적봉 대피소로 내려섭니다.

향적봉 대피소는 국립공원 대피소 중 유일하게 전화로만 예약할 수 있는 곳입니다. 현장신청은 받지 않는다고 하고...그런데 15일 전이면...너무 이르지 않나...

자...이제 중봉으로 마실나갑니다. 

무척 흔한 야생화임에도 동자꽃은 언제나 반갑습니다. 

상고대 입고 있는 모습이 익숙한 주목.

덕유산 단골 모델.

얘는 '터리풀'

중봉 가는 길...천상의 화원입니다. 

중봉에 도착합니다. 

중봉에서 본 향적봉. 

만개한 원추리군락을 보고 싶었는데 약간은 이른 방문이었나 봅니다. 

범꼬리...

덕유평전을 오가는 등산객들을 보니 문득 백암봉까지 다녀와볼까 싶은 생각이 들데요...

뭐 할 일도 없는데 덕유평전을 지나 백암봉까지 다녀오기로 합니다. 주능선을 넘어가는 운해가 왠지 불안합니다. 이 운해가 공중으로 떠올라 조망이
       가능해야 할텐데 행여나 주능선을 완전히 감싸안는게 아닐까 싶은 불안감이 증폭됩니다. 약간의 불안감을 안고 어찌됐든 백암봉으로 향합니다. 

백암봉 다녀올게요..

중봉에서 여러번 내려다보기만했었던 덕유평전을 드디어 두 발로 밟게 됩니다. 소백주능선을 걷는 느낌도 나구요.. 사실 예전에 덕유평전을 찾을 기회가 있긴
       했습니다. 2002년 1월에 동엽령으로 올라와  향적봉으로 가던 도중 폭설과 눈보라에 백암봉 못미쳐 눈물의 후퇴를 했던 기억이 있거든요. 덕유평전을 다시
       찾게 되기까지 무려 16년이 걸릴것이라곤 동엽령으로 후퇴하던 그 당시엔 생각도 못했었지요. 

'꿩의다리'도 종류가 참 많습니다. 이 녀석은 '산꿩의다리'

이 야생화는 첨 보는 야생화라 관심이 더 가데요... 송장풀과 닮은 이 야생화는 '속단'이라고 합니다. 

백암봉에 도착했습니다. 백두대간 종주할때 지나고 16년만에 이 자리에 다시 섰습니다. 오랜만에 백암봉에서 찍은 옛 사진을 찾아봤습니다. 앳띤 얼굴의
       청년이 한명 서 있네요.. 그 청년은 간데 없고 예전엔 있었던 백암봉 정상석도 아무리 주변을 살펴봐도 보이질 않습니다. 

백암봉에서 본 향적봉과 중봉

역시나 '산꿩의다리'

이제 막 꽃을 피우려 하는 '긴산꼬리풀'.. 이 시기가 봄야생화가 저물고 여름야생화로 넘어가는 시기라 그런지 대부분의 야생화들이 개화직전이라 아쉬웠습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이 시기 덕유산의 주인공은 원추리입니다. 

개화직전의 일월비비추. 무수히 마주쳤던 개체중 개화된 일월비비추는 단 한개체도 없었습니다. 

다시 덕유평전을 지나 중봉으로 돌아갑니다.  

이렇게 개화된 원추리는 몇개체 만나지 못했어요.

중봉 가는 길에 만난 '노루오줌'

터리풀 군락.

덕유평전 지나 중봉 가는 길...

급할것 없으니 야생화 구경하며 느긋하게 중봉으로 복귀합니다. 

왠지 정이 안가는 박새의 꽃. 은근히 징그러움.

중봉으로 돌아왔으나 운해는 여전하고.. 오히려 향적봉이 운해에 잡아먹히기 직전입니다. 이렇게 되면 완전 나가린데...

서쪽으로부터도 구름이 몰려옵니다~ 안돼~~~~~!!!!!

찰나의 순간이지만....지리산 천왕봉이 구름바다위로 모습을 보여주네요. 사진을 찍자마자 이내 구름바다 뒤로 사라져버립니다. 

향적봉 대피소에서 컵라면도 구매할 수 있네요.. 뜨거운 물도 당연히 제공됩니다. 컵라면은 2,500냥.

오~~~~ 아이스커피도 판매하네요. 이건 3,000냥입니다.

단체로 올라온 고딩들에게 점령된 향적봉 대피소...시끌벅적합니다만 역시 젊음이 좋은것 같습니다. 

4시간만에 다시 돌아온 덕유산 향적봉에서 기다리고 있는건 쾌청한 조망 대신 눈물 나는 '도화지뷰'였습니다. 

욕하고 싶지만... 그럼에도 미련이 남아 하산하지 못하고 정상부를 배회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울 동네 경계를 벗어나고서야 등산화를 신지 않았음을 깨닫게 됩니다. 차를 돌리기엔 너무 많이 왔고 뭐 이 녀석도 트레킹화이니 어느 정도 버텨줄거라 믿고
       그냥 온것이지요. 뽐뿌 등포에서 재시7님의 추천으로 45,000냥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득템하게 된 마모트 고어텍스 트레킹화입니다. 대만족.. 이렇게 좋은
       물건인줄 진작에 알았으면 하나 더 지를걸 그랬습니다. 바지도 재시7님께서 추천해주신 마운티아 제품인데 역시 대만족입니다. 아무튼 재시7님께 감사.

       그런데 산행에 있어서는 확실히 트레킹화보단 발목을 잡아주는 등산화가 훨씬 낫겠더군요.  

Dslr로 셀카 찍기... 광각렌즈라 가능합니다. 팔뚝 힘도 좀 필요하구요. 위에 걸치고 있는 페리노 쟈켓도 지난해 재시7님의 추천으로 사게 된 물건인데..
      역시나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이건 보자마자 하나 더 질러야겠다 싶어 라임색 하나 더 신청했는데...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대만족.

카 찍는 새로운 방법이 등장했네요. 드론으로 셀카를 찍는 할아버지와 손녀. 

향적봉 최정상부 바위틈에 자라난 바위채송화.

리조트 관리 차량인듯.. 저 길 따라 걸어내려가도 되나?

곤돌라 하행 막차시간까지 버텨봅니다만....오늘은 날이 아니었나봅니다. 눈물을 머금고 하산합니다. 

탐방객이 몰릴땐 이곳에서 하행 곤돌라를 타려는 기나긴 행렬을 보게 되는데 오늘은 그나마 한가한 편이었네요. 

15분만에 하산(?) 완료. 

2006년에 구매한 듣보르잡 배낭이 드디어 수명이 다하여 25~30리터급 찾는데 마침 등포 어느분께서 아주 싼 가격에 나온 배낭 정보를 올려놓으셨기에
       어부지리로 냉큼 영입한 마모트 루나레나 30리터 배낭입니다. 의미없는 텍가는 무려 197,000냥...-_-;;;  대부분 쇼핑몰에선 7~8만원대에 팔리고 있는데
       유일하게 GS홈쇼핑에서 단돈 3만원에 팔길래...이게 왠 떡이냐 싶어 냉큼 구매해버렸습니다.  

외부 수납공간이 위에 둘, 앞면에 하나가 있네요. 위쪽 수납공간엔 지퍼달린 주머니도 있어 지갑 등 귀중품 보관하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30리터 배낭이 원래 이렇게 큰건가요? 전에 쓰던 것도 30리터인데 이 배낭의 수납공간이 훨씬 큰것 같네요.

레인커버도 내장되어있고 가성비 아주 좋은 물건인듯 한데 멜빵손잡이가 달려 있지 않은게 좀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기존 배낭의 멜빵손잡이를
       악세사리 카라비너로 연결하니 뭐 그럭저럭 만족스럽네요. 아무튼 전체적으로 100점 만점에 90점 되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