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공룡능선 산행 후기!17

* 활동하는 모임에 썼던 후기를 그대로 가져 온 점 양해 바랍니다.^^

1) 산행지 : 10월 12일~13일,
   강원 속초 설악산(1708m)

   한계령->끝청->대청봉
   ->소청대피소->희운각대피소->공룡능선
   ->마등령->비선대->소공원 
   
2) 산행거리 : 약 23km

3) 다녀온지 2일이 지났지만, 남아 있는 이 여운은 뭔지? 개인적으로 4년째 매년 같은 시기에 다녀오고 있지만, 이런저런 의미로
여운이 짙게 남는거 같습니다. 이제껏 설악은 계속 혼산이었고, 작년에 다녀온 첫 공룡은 비와 짙은 운무로 아무런 조망도 할수 없는 그야말로 그냥 동네 뒷산 느낌이었지만,
금번엔 첫 함산에, 하늘이 도와 산행하기 너무 좋은 기온과 하늘, 그리고, 마지막까지 다들 무사히 산행마무리 하게 되어 무한 감사를.

1박2일의 너나들이와 함께하는 두번째 대피소 산행기 시작해 봅니다.

올해 7월말에 설악산 산행계획서를 올렸었습니다. 설악자체가 주는 위엄도 있지만, 거기에 더해 이름 자체만으로도 초보 산꾼들에게 위압감을 주는 공룡능선 코스.
계획서는 다들 보셨을테지만, "어찌 감히 내가" 이런 생각 많이 하셨을 줄 압니다.
우여곡절 끝에 다행히 8명의 팀원이 꾸려집니다. 중간중간 팀원이 꾸려지고, 출발하기 전까지 여러 에피소드가 있었네요.
팀원이 부상으로 빠지게 되고, 대피소는 당첨이 되었지만 결재가 되지 않았고, 또다른 팀원의 "선견지명"으로 이 팀원은 우리의 구세주로 환영받게 됩니다. 기존 계획서가 계속 수정이 되었으며, 최종 마무리 차량탁송 서비스 예약된 기사님은 출발당일까지 연락을 받지 않으시고, 부랴부랴 타업체와 연락이 되어 맘 편히 들머리 한계령휴게소에 도착을 하게 됩니다. 다들, 평일산행에 귀한 휴가 내고 참석하셨습니다. 보답이라도 하듯 이틀 내내 날씨는 청명한 가을이었으며, 산행 내내 몸은 힘들지라도, 보고, 느끼고, 즐기고, 배부르고, 안전하게 잘 마친 듯 합니다.

첫날은 어느 정도 여유가 있습니다. 첫날 전체 9.5km 구간 중에 한계령휴게소가 고도 1000m에 위치해 있고, 초반 1시간 정도만 가면, 나머지는 큰 고도차이 없는 능선길이라 산행하기 나쁘지 않습니다. 초입부터 가을 햇빛에 반사되는 단풍 구경에 발걸음 또한 가볍고, 감동입니다. 자연이 만들어 낸 수채화 풍경에 다들 기분 좋아 보입니다. 몸이 워밍업되고, 땀이 어느 정도 쏟았다 느껴질때쯤 조망이 터지기 시작하는
한계령삼거리에 도착. 막걸리 한잔 탁. 휴가 기분 납니다! 진행길 왼쪽으로는 소청, 중청, 대청봉에 우쭐대다 따귀를 맞고, 저멀리 떨어져 나갔다는 말도 안되는 유래가 있는 "귀때기청봉"이 조망되고, 진행길 방향으로는 비법정탐방로인 "용아장성"이 펼쳐집니다. 이제부터 설악의 위용이 드러나네요.
방향은 같으나, 진행할수록 조금씩 변화되는 조망과 올여름 뜨거움을 맛봤던 "울산바위"와 속초바다까지. 전날엔 설악에 첫 얼음 소식이 있었던 쌀쌀한 10월이었기에, 산행 중간중간 너럭길 바위 등에서는 상당히 미끄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당일 산행에서는 흔하디 흔한 김밥 점심이지만, 이날은 전체 8명중에
달랑 1줄, 귀하디 귀한 한입이었습니다. 저녁에 다가올 먹방이 있기에 간단하게 마무리하고, 서서히 첫날 산행 마무리 지으러 갑니다. 중청대피소에 도착. 화채봉부터 보이는 뾰족뾰족 암릉과 더욱 가까이 다가와 있는 울산바위, 왼쪽으로는 내일 넘어야할 공룡의 등뼈,꼬리부분까지. 해가 서서히 기울고 있는 시점이고, 바람도 차디차게 다가와 중청대피소에 배낭 내팽겨치고, 빠르게 대청봉 정복 떠납니다. 뒤늦은 시간이었는지 정상엔 많은 분들이 계시지 않아, 그나마 여유있게 인생샷들 찍어냅니다. 이제서야 들려오는 그 울음. "꼬로록" 소청대피소에 도착하니, 우리가 아는 삼겹살 굽는 그 소리, 그 아는 맛, 그 기름냄새 진동.
"저기요, 한입만"^^! 우리도 먹방타임 시작합니다. 오늘은 삼겹살 4인분, 닭갈비 5인분, 유부오뎅탕 5인분으로 아주 가볍게. 1차 타임. 삼겹살 4인분 순삭. 닭갈비 2인분 순삭. 유부오뎅탕 2인분 순삭. 우리 뒤로는 노을이 물들고 있는데...
저거 봐야 하는데...소청에서 바라봐야 하는 풍경이 있습니다. 귀때기청 뒤로 넘어가는 해넘이와 서서히 붉게 물들어가는 노을, 점점 노을의 붉음에 서서히 사라져가는 공룡과 울산바위, 동해까지. 저거 봐야 하는데...
뭘 먹긴 먹었다는 느낌이 드는 찰나에 주변 한번 바라봅니다. 또다시 닭갈비 2인분에 볶음밥 순삭. 청량고추 칼칼함이 좋았던 유부오뎅탕 3인분 순삭. 메인요리에 완벽한 약방에 감초같았던 그 깻잎장아찌. 주변은 어둠에 물들고, 배는 부르고, 몸은 고되고, 대피소 방안은 잠자기 딱 좋게 훈훈합니다. 첫날 꿀잠 바이바이^^

둘째날! 일정이 촉박한 편입니다. 4시에 강제 기상시킵니다. 5분만 뭐 이런 멘트 안들어줍니다. 팀원들이 짐정리 하는 동안, 잠깐 나와 가을 밤하늘 별빛의 향연에, 와 본 사람만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선물.
"별빛이 내린다 샤랄라라라~~~" 모두가 힘든 하루가 될 날입니다. 비몽사몽이어도 든든히 먹어둡니다. 하산 전까지 별도의 식사시간은 계획에 없어요! 대청봉 왼쪽으로 보이는 일출의 따사로움을 느껴가며, 지난 밤
어둠에 잠시 모습을 감췄던 공룡이 서서히 또 다시 눈 앞에 드러나집니다. 희운각대피소까지의 국립공원 등산코스
등급 "매우어려움 5단계, 검정색 코스"! 아침 먹은거 강제 소화. 대피소에서 파는 어느 브랜드 커피 못지않은 캔커피 한모금 즐기고, 공룡 첫 조망처 신선대방향으로 향합니다. 오르락 내리락 몇번 하다보면 하나씩 조망이
나옵니다. "범봉, 1275봉, 나한봉, 세존봉 등등" 뭐가 뭔지는 몰라도, 이름과 존재하는 위치는 같을지라도 진행내내 시시각각 다르게 보여지는 그들의 모습에 그저 경의를 표할뿐입니다. 그저 감탄사만. 여유롭지 않은 일정이지만, 발걸음이 떠날수가 없습니다. 매년 설악을 찾게 될수 밖에 없는 이유. 작년에 차라리 운무에 쌓여, 보고 가지 못했던 실망감이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네요. 이런 너였구나! 이렇게 다양함을 가짐이 부럽기도 했고, 이제껏 묵묵히 변화되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켜줌에 모습은 거칠지만, 오히려 묵직한, 진국같은 순박함도 보여지는 듯 했습니다. 찾아오는 이들의 환한 미소에 너의 그 거침 뒤에도 밝게 웃고 있으리라 믿으며, 팀원들을 독촉하기 시작, 독려라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당일 설악산에는 총 5건의 등산사고가 있었으며, 우리가 바라본 그 헬기입니다. 희운각대피소 인근, 공룡능선 인근 등, 모두 "검정색, 매우 어려움" 코스에서 발생되었네 요. 다시 한번 더 모두들 안전산행 해 주셔서 감사.
점점 천상계를 떠날때가 온거 같습니다. 마등령삼거리. 홍배씨의 마지막 행동식이 배급됩니다. 아침 식사 이후부터
빵쪼가리, 쿠키, 간간이 입만 적시는 수준의 진도 홍주. 하산해서 모두 올여름 울산바위 산행때 먹었던 아바이순대 집으로 의견 모읍니다. 민채야 힘들어도 머리속에 아바이, 더 힘들면 입으로 아바이 목소리를 내어라! 다시 한번 더 꿋꿋이 산행해 줘서 고맙! 마지막 600m 구간 금강굴 방향 돌계단입니다. 작년에 순진해서, 말도 못하고, 맘속으로만 욕 하면서 내려왔던 곳입니다. 1년 사이에 욕을 더 배운거 같습니다. 여전히 순진했었네요. 내뱉지도 못할꺼 왜 배웠는지... 인간계에 복귀한거 같습니다. 운동화에 청바지 차림이 보입니다. 발바닥이 뜨거워지고 있었기에, 비선대 어느 계곡물에 풍덩. 다 아는 그 느낌입니다. 몸이 죽었는지 발바닥 감각이 없네요. 누군가는 몇초를 못 버틸 차가움이지만, 나홀로 머리 풍덩.
5분을 넘게 있었네요.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몸에 신경이 살아 숨쉬네요. 다시금 들려오는 그 울음. "꼬로록"
큰 시간차이 없이 후미조도 보입니다. 배경이 어깨가 많이 기울었네요. 고생 많았다이!
아바이순대집. 이모 우리가 어~ 올여름에 왔는데, 맛있어서 다시 찾아왔는데, 그냥 빨리 주세요 ㅠㅠ
1차 아바이순대 대짜 2개, 물회 2개 순삭!
2차 아바이순대 대짜 2개, 순대국밥 2개 순삭! 젓가락춤의 향연입니다.
아~ 이제 집이 그립네요. 모두에게 꿈만 같았던 시간이었습니다. 늦은 시간이지만, 무사히 복귀하고, 다음날 모두 꿀잠 잤다는 소식에 또 다시 다음 대피소 산행을 이미 계획 완료^^ 언제라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으면 하는 햄볶았던 1박2일 이었습니다.
이상 후기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