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뭐 이런분위기는 아니었는데....][출처flickr]

 공항을 나올때면 항상 짐칸에 들어간 내 가방들이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애초에 인천에서 출발할때 "이 가방안에는 깨지기 쉬운 유리가 가득입니다" 라고 해야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특히나 러시아 항공을 이용하다 가방들이 전부 카자흐스탄 부근으로 가게 된 친구의 말을 들은적이 있어서 (그 친구는 미국-영국 직행으로 이용했었다.) 항상 가방을 잊어버릴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정말이지 한시간이 지나도록 내 가방은 나오질 않았다.
 돌고 있는 모든 게이트의 짐들을 확인했지만 나오질 않자 함께 동행했던 친구는 보안사무실로 가보자는 말을 했다. 사무실에는 내 짐과 더불어 (내 가방엔 하트모양 무늬를 붙여놨다) 앗 왠지 저것도 내꺼라고 하고 싶은 비싼 가방들도 있었는데 일단 혹시나 '테러리스트들이 내 짐에 부비트랩이라도 설치 했던가! 난 단연코 억울하다' 하는 표정으로 익스큐즈미 라고 하자 '니꺼 확인하고 가져가라'

 사실 10시간 이상의 비행은 사람의 감각을 단연코 날카롭게 만들어 준다. 더군다나 가슴설레이는 여행을 목적으로 간게 아닌 이상 일단 도착 하는 순간 한숨이 나오기 시작하고 이제 앞으로 세워야 할 계획들은 한참동안 내 머리에서 떠나질 않게 된다. 개인적이지만 이럴때 나타나는 늦어진 짐에 대해 과대망상에 빠지는건 흔한일이다... (아 제발 그런거라고 해줘라... 남들도 그렇다고... 으흑르그흘긓ㄹ그흙)

눈물좀 닦고 올테니 잠시만.....

 2002년, 유럽여행은 처음이었다. 내 생전 유러피언히스토리 수업이나 들어봤거나 대항해시대나 하다가 유럽에 대한 향기를 느껴본 것들을 제외하고는 혹은 영화 아멜리에를 보고 가슴떨려본거 빼고는 유럽에 대한 환상은 사실 없었다고 해야하고 한국을 떠났던 결정적인 이유는 단지 월드컵이 시끄러워서니깐 말이다.
 프랑스 여자는 겉으로는 처녀 속으로는 창녀 라는 말이 있다. (일반화적인 이론은 아니다 나에게 돌을 던지진 말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를 로맨스의 나라라고 칭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1951년 개봉된 파리의 미국인 이라는 영화가 미쿡살암들에게 큰 구도를 하나 만들어 주었다. 'free country' 라고 잘도 내뱉고 다니는 영국인들과 같은 언어권임에도 불구하고 모국보다 유럽의 한 나라가 더더욱 자유롭다고 느꼈던 미쿡인의 감성은 '그래 역시 자유라면 행정따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이겠다'라고 느낀 덕분일 것이다. 그 외의 국가들도 프랑스를 꽤나 흥미로워한다. 이에 프랑스는 "누구나 두개의 조국이 있다. 하나는 자신이 태어난 나라 그리고 프랑스" 라는 말을 하면서 허세를 부린다. 이런 기세등등함은 다른 곳에서 찾기는 힘든편인데 어쩌면 이런식의 방식 때문에 어쩌면 우리는 프랑스를 그리고 유럽을 마음에 두고 사랑하려고 노력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유럽에 왔닼ㅋㅋ" 하는 맘이 요동쳤다. 방금 막 도착했지만 유럽은 유럽이고 이곳은 파리라는건 팩트였다. 공항 출구에 눈에 찬 카페테리아는 (노천카페문화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스타벅스가 공항 출구 게이트에 있다) 정통 유러피언의 커피를 먹고는 멋지게 팁을 주며 유유히 카페를 나오고 싶은 마음을 만들게 했다. 허세의 절정을 쏟아부어 버리겠다는 마음으로 웨이트리스에게 경유 포함 총 20시간으로 인한 개기름이 잔뜩인 나는 생각지도 않고 '저 여기 근처 살아염' 하는 맘으로 "black coffee plz"라고 주문을 했다.
"@#$@#%^$#^ ?"
"yes black coffee, or americano"
"ahhh Americano @#$@!#%@#%"
"sure sure americano"
"Okay"
글쎄 영어는 국제언어 아니던가. 마치 ISO 인증이라도 받은 그런 언어 말이다. 어찌됫건 내가 지금 필요한건 커피뿐이고 커피 정도는 알아 들었겠지. 커피야 말로 최고의 고유명사 아니던가... 멋지게 인천공항에서 산 면세 담배를 집어 들어 한대 피우고 있자. 듣도 보도 못한 와플 5조각과 미국의 상징인 애플파이 두개가 테이블에 올라왔다.
"mais non non, deux café deux deux deux café!"(아냐 이거 말고 커피 두개, 둘 둘 둘 커피!)
아시아계였던 웨이트리스는 날 빤히 쳐다보더니 삿대질을 하기 시작했고 미국산 죽은 밤비를 달라고 해서 나는 기꺼이 애플파이로 만들어서 갖다 줬는데 이게 뭐냐면서 자기한테 화내기 시작한다 면서 주변 종업원들을 동요 시키고 있었다.
 정말이지 새빨간 애플파이는 죽은 밤비같은 모습이었고 정말이지 처음 간 유럽에서 제일 먼저 먹은 음식이 미국산 EL PASO라는 브랜드의 냉동 애플파이라니....(엘 파쏘 라니 멕시코잖아!)

[에펠탑 사진의 좋은 예]
나쁜예는 영국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