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어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의 이야기, 적어도 벌써 30년 이상 지났지만..

도호쿠의 A 현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자란 우리에겐 당연히 해안 근처는 최적의 놀이터였다.

해안 생물을 찾아 무의미하게 만져보고 낚시꾼에게 먹이를 강제로 팔아서 용돈을 받거나..

하지만 숨바꼭질만은 바다 근처에서 하지 말라는 주위 어른들.
바다는 위험한 장소가 많으니까 이상한 곳에 숨었다가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사고를 걱정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어쩐지 어린아이면서도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해했다고 해도 어차피 아이, 주위에 아무도 없으면 뭔가 해버린다.


나와 이웃집 녀석 A, 친구 B랑 C. 넷이서 숨바꼭질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우리 중에서 체격도 좋고 몸도 뚱뚱한 골목대장 C가 숨바꼭질을 하고 싶다고 말하므로
어쩐지 남자이면서 겁쟁이 취급받는 게 싫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마지못해 시작했지만, 바다 근처에는 이상한 것도 많아서 엄청나게 즐거웠던 것을 지금도 기억한다.

위험한 장소라는 건 기본적으로 재미있는 법이다.

1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A가 술래였지만, C를 찾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숨바꼭질을 중단하고 셋이서 C를 찾기로 했지만
좀처럼 찾을 수 없어서 셋이서 나눠 찾기로 했다.

그래도 못 찾아서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돌아가려고 생각하는데
아까까지 찾아도 발견하지 못했던 바위의 움푹한 곳에서 C를 찾아냈다.

하지만 C 혼자만이 아니라, 뭔가 쓸데없이 훌륭한 일본 전통 옷을 입은 할아버지와 같이 있었다.


처음에는 가족이 마중 나와서 마음대로 숨바꼭질을
중단했다고 생각했지만, 상황이 재밌어 보였다.

평상시에는 어른을 상대로도 쉴 새없이 소란을 피우던 C가
지금은 몹시 얌전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뭔가 이야기하고 있는데
반응도 없이 한 곳만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았다.

이건 위험하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다행히도 우리는 눈치채지 않도록 조심했기 때문에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자세히 보니 할아버지는 이렇게 파도가 치고 축축한 곳인데도 전혀 젖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다가 할아버지는 C의 몸을 이리저리 어루만지더니 주머니에서 철로 된 꼬치 같은 것을 꺼내더니 조용히 C의 옆구리를 찔렀다.

나는 할아버지의 행동에 위축되어 굳어버렸다.

솔직히 바지에 오줌도 싸고 말았다.

게다가 할아버지는 그 꼬치를 하나가 아니라 차례차례로 C의 몸에 꽂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피 같은 건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C의 몸을 꿰뚫고 나온 꼬치의 끝 부분에서 노랗고 하얀 질척거리는 액체가 흘러나왔다.

그것을 할아버지는 끝부분에 흰 봉투 같은 것을 매달아서 받기 시작했다.

확실히 그 걸쭉한 수액 같은 것을 자루에 모으고 있었다.

아마 2 ~ 3분 정도라고 생각하지만, 큰 가방에 꽉 찰 정도로 봉투를 모아갔다.

그러자 그렇게 통통하게 살찐 C였는데 어느새 빼빼 마른 홀쭉이가 되어버렸다.

이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데, 할아버지가 갑자기 내 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뭔가 말하려고 했는지 입을 크게 [아~~~]처럼 벌리고 있었다.

그러자 뒤에서 어른 목소리로 [어이!!! 이 애새끼들이!! 어디고!!! 여서 숨바꼭질하지 말라꼬 안 카더나!]라고
부르짖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니 거기에는 A의 아버지가 있었다.

아무래도 C를 찾지 못하고 조급해하던 두 사람이 어른들에게 말하러 간 것 같다.

나는 C가 건어물처럼 돼버린 것을 전하려고 그 자리에서 도망치려는데 A의 아버지가 이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대갈통에 꿀밤을 처먹고 호통을 들었다.

내가 C가 있는 곳에 앞장서서 갔는데 거기에는 건어물이 아니라 살찐 상태의 C가 쓰러져 있었다.

그 할아버지도 꼬챙이에 찔린 흔적도 전혀 없었다.

결국, C가 숨바꼭질을 하다가 넘어져서 바위에 머리를 박고 기절한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그래서 바로 병원으로.. 그리고 그날 저녁에 눈을 뜬 것 같다.

한편 우리 3명은 죽을 정도로 잔소리를 들었지만
아까의 그 광경이 눈에 익어서 잔소리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 C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우리 위에 군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부터 점점 말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모습을 감췄다.

분명히 뭔가 질병에 걸린 것 같아서 나는 어머니에게 붙들린 채로 A와 B와 함께 병문안을 갔다.

거기에 있던 C는 예전처럼 뚱뚱한 C가 아니라 마르고 여윈 모습이었다.

게다가 말라있는 것도 아니라 아예 피부에 물기도 없고 아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주름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그때 건어물처럼 되기 2 ~ 3보 직전이라고 느꼈다.

나는 이제 이 녀석이 죽는구나 싶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니에게 그 할아버지와 꼬치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어머니는 내 이야기를 듣고 알겠다고만 말하고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전화가 끝나자, 내일 그때의 일을 들을 사람이 오기 때문에 솔직하게 말해라고 내게 말했다.

다음날 학교 수업 도중에 교장에게 불려 교장실에 갔는데
처음 보는 아저씨와 할아버지가 있었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 C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더니 아저씨가 오래된 그림을 하나 보여주더니, 그 할아버지가 이런 모습이었냐고 물었다.

그 그림에는 초라한 모습을 하고 머리가 부자연스럽게 삼각형으로 된 남자와 내가 봤던 할아버지처럼 멋진 일본 옷을 입은 남자가 그려져 있었다.

나는 여기 일본 옷을 입은 남자의 모습이 내가 봤던 할아버지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저씨는 한숨을 내쉬며 교장에게 분명히 아카 님이니까 더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교장도 뭔가 안심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후, 나를 무시하고 올해는 풍어가 된다든가
어협에서 C의 집에 위문금을 낸다든가 그런 이야기를 했지만 내가 아직 있는 것을 알고 쫓아냈다.

(풍어: 쉽게 말해서 농사로 말하자면, 풍년하고 비슷한 개념.)

그 후 C는 비교적 빨리 죽어버렸다.

C의 장례식에서 슬픈 사람은 가족뿐, 다른 어른들은 모두 싱글벙글 즐거운 느낌이었다.

솔직히 나도 C를 싫어했기 때문에 마음속으로는 기뻤는데
지금까지 경험한 장례식의 분위기와는 다른 느낌 때문에 조금 기분 나쁘게 생각했다.

나의 아버지도 C의 부모에게 하나님이 데려간 것 같으니까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렇게 이상할 정도로 안정된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해 가을은 그때 언뜻 들었던 아저씨와 교장의 이야기대로
지난 수십 년 중에서 가장 풍어를 맞이했다.

하지만 내가 살던 도시 이외의 항구에서는 이만큼 어획량이 많지 않아서 우리 마을은 대박을 터트렸던 걸로 기억한다.

나도 A도 B도 영양 상태가 좋아진 탓인지 모두 뒤룩뒤룩 살찐..

지금은 C가 얼빠진 채로 체액을 빨리던 모습보다 풍어가 어쨌느니 하며 웃어대던 교장의 모습과 장례식장의 한껏 들떠있던 어른들의 모습이 더 기억에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