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날을 준비하기 위한 꼼장어와 장메추탕 한 그릇 - 풍천장어마을20

지역을 두고 먼저보자면, '청량리'라는 곳은 이상하게도 오래된 식당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맛집들을 찾기 어려운 곳 중에 한 곳이다. 본인도 어렸을 적, 근방에서 잠시 산 적이 있는데도 알려진 식당들은 많지 않다. 칼국수집 두어군데와 냉면집들이 유명하긴 하지만 지역에서 맛있을 뿐이지 외부에서 찾아와서까지 먹을만큼 뛰어난 맛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근처에서는 간단히 맥주나 한 잔 하거나 일반 '소주방' 스타일의 주점으로 들어가 불량식품들과 함께 술을 비우곤 한다. 그러나 내가 찾지 못하는 내공깊은 집들이 남아있는 법. 그 중 하나가 바로 풍천장어마을이다. 화학 조미료를 하용하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것은 재료가 좋아야 가능하다. 재료 또한 일반적으로 억지로 적는듯한 '국내산'이라는 표기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재배한 배추, 고추를 사용하는 곳이 몇군데나 될까.  특히 이 곳에만 있는 장메추탕은 장어, 메기, 추어를 모두 넣어 만든 탕이라고 하는데 초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쨍쨍한 햇빛에 지친 이들에게 안성맞춤이겠다. 또한 특별히 예약주문을 하면 메뉴에 없는 음식이라도 만들어주는 특전사 출신의 호탕한 사장님의 음식솜씨 또한 보통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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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보다시피 1층은 '장어마을'이고, 2층은 여관이다.
두어달 전에도 술에 취한 분을 윗층으로 모셔드린 적도 있었다. 맛있는 식사와 좋은 안주가 있으니 술을 쉴 틈이 있을까.
술을 탓할 지어다.

반찬 하나하나가 허투루 나오지 않는다. 위 반찬 외에도 고추절임, 장어뼈튀김, 고사리 무침 등이 올라가면서
 '한 상 제대로 차렸군'이라는 생각이 든다.

파묻은 김치를 반포기 집어서 상 위에 올렸다.
직접 키운 배추에 독에 묻은 김치가 맛이 없을 수가 있을까.

이런 김치라면 다른 반찬도 필요없다.

방 안쪽으로 들어가면 지하철이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도시의 운치있는 풍경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1차 초벌로 구워나왔음에도 통통한 살집이 식욕을 자극한다.

매콤한 양념구이 또한 놓칠 수 없다.

바싹 익혀먹기보다 살짝 물렁했을 때 먹는 것을 좋아해서 쪼그라들었을 때보다 위 사진 때 바로 집어먹는데,
살짝 쫄깃한 껍질이 씹히고 부드러운 살이 녹아들며 입안에 퍼지는 그런 식감은 장어만이 느끼게 해주는 행복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양념보다 소금!

여기에서 소주가 빠지면 큰 일.

알밥 또한 꽤 유명하다고 하는데, 타지에서도 먹으려고 찾아오는 음식 중 하나라고 한다.

맵기만한 알밥이 아니다. 채소와 날치알이 뜨거운 뚝배기 안에서 잘 섞이면서 괜찮은 맛을 보여주는데,
일반적인 알밥을 상상한다면 좀 싱거울수도 있겠다.

큼지막한 메기 세마리가 들어간 메기 매운탕.
한소끔 끓인 뒤, 채소와 함께 나오는데,

이게 또 별미 아닌가.

매운탕을 어느정도 먹었다 싶으면, 바로 칼국수를 풀어서 먹는데 요즘은 라면사리로 바뀌었다고 한다.

드디어 기대하고 기대하던 장메추탕 등장.
메기, 미꾸라지, 장어가 한 그릇에 들어간 보신음식이다.
시래기가 들어간 시원한 국물은 맛으로도 합격점.

한여름에 매일같이 찾는 보신탕 류의 음식을 찾기보다 색다른 보양음식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겠다.

단골이 오면 누룽지를 서비스로 주시는데, 서비스 목록이 그때그때 다르니 주는대로 먹자.

모든 음식을 해치우고나자 사장님의 한마디,

'술안주가 없군'

사장님이 직접 만든 과메기 등장.

마지막으로 장어 쓸개주로 마무리.
이렇게 마셔대니 2층으로 올라가는 사람이 등장할 수 밖에.

한여름, 보신음식으로 괜찮은 장메추탕와 장어구이부터
딱히 먹을만한 것이 없는 청량리에서 술안주로 먹을만한 메기 매운탕까지
두루 섭렵할 수 있는 이런 곳이 몇군데나 될까 싶다.
특히, 시원시원한 특전사출신 사장님의 입담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이 곳만의 장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