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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과 수증기가 밤새 어울려 차에 잔뜩 낙서를 해놨다.
찬찬히 보니 솜씨가 대단하다.
잭슨 폴락도 감탄했겠다 싶은 생각이 들 때, 그 때가 떠 올랐다.
중국에 여행 가서 자연이 만든, 혹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질감이며 색을 찾아 다녔다.
당장 눈에 띄는 다양한 벽들이 중국을 대신해 줄 것 같았다.
그렇게 하면 또 나만의 기억이 담긴 그럴 듯한 여행 기록이 될 것도 같았다.
막상 다양한 벽들을 대하니 이걸 다 찍을 수도 없고 뭐하러 찍나 싶기도 했다.
그래도 시작은 즐거웠다.
게다가 여행이라고 딱히 정해둔 일정도 없던 차에 걸으며 볼 것들이 생겼다.
관심이 조금씩 넓어졌다.
벽에 붙은 넝쿨을 보고 풀 보자고 땅을 내려다 봤다.
많은 이파리들도 모여 색깔을 바꾸고 질감도 만들어 냈다.
자글거리는 이파리를 손으로 스치면 도도독 소리가 날 것만 같았다.
파릇파릇 솓아난 잎새가 붉은 바닥에서 빛났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같지만 잎 하나하나 분명하게 뻗었다.
뒤둑박죽 엉킨 줄기가 참 푹신해 보였다.
바람에 이리저리 휩쓸리다 모인 씨앗들이 뽀송뽀송. 큰 바람 한번 불어 줘야 할텐데...
매말라 갈라진 땅에 자리 잡고 사는 풀. 색도 질감도 참 달랐다.
싹 틔운 풀 덕에 삭막한 블록이 화분이 됐다.
땅 보고 풀 보다 나무를 봤다. 고도 난징에 어울리는 고목들이 많았다.
비에 젖은 나무의 색은 진하고 맑았다.
신기했다. 한 나무인데도 군데군데 색이 달랐다.
수염난 듯 야자수. 헝클어진건 마찬가진데 어째 이건 만지면 찔릴 것 같았다.
점점 욕심이 커져 담타고 올라고 지붕도 노려봤다.
물가에서 물도 담아보고
차 덮은 천막의 매끄러운 인공미도 느껴봤다.
고양이, 서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지금 보니 중국이 아니라 중국에 대한 내 편견을 담았다.
그리고 어제 아침, 저번과는 다른 그림을 그려놨다.
입 벌려 "이번엔 멋진 꽃을 수 놓았구나" 했다.
오늘, 돌변한 날씨. 눈 싹 녹인 비에 기온은 섭씨 17도. 좋다. 대신 내일은 그림 못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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