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최악의 결정이 될 뻔한 군사작전(영국판 진주만 공습)1

영국과 프랑스판 진주만 기습..파이크 작전

- 1939년 8월 23일, 영국과 프랑스, 미국 같은 서방 열강 국가들은 물론, 전 세계의 예상을 와장창 깨고 어쩌면 황당하기까지 한 두 국가의 우호 조약이 발표되었다.

- 이 조약의 이름은 바로 독소 불가침 조약으로 히틀러와 스탈린의 결합, 즉, 악마들의 결혼이라 불리었고 독일은 이 사실을 최측근 동맹국이었던 이탈리아와 일본에게도 알리지 않아 협정 체결 다음날, 히틀러는 무솔리니에게 편지를 보내 조약 체결에 대해 독일의 의도를 오해하지 말도록 알리기까지 하였다(글타고 니네를 배신하는 게 아니야~~ 뭐 그런..)

하지만 아시아 반대편에 있던, 독일 입장에선 동맹국인지 애물단지인지 모를 동맹국 일본은 엄청난 충격을 받아 혼이 가출할 상황이었는데 이것들은 당시 소련과 할힌골에서 피 튀기는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1939년 5월 11일 ~ 9월 15일)이었기 때문이었다.

- 이들은 얼마나 충격을 먹었으면 독소불가침 조약 체결 이틀 뒤인 8월 25일, 히라누마 당시 내각은 일독 동맹 협상의 중단을 결정했고 8월 28일에는 히라누마 키이치로(平沼騏一郎) 총리가 "유럽의 정세는 복잡괴기하다."는 헛소리를 남기고 사퇴하기도 하였다.

- 하지만 이런 일본의 한심한 쇼킹 사건과는 다르게 이 협정을 놓고 영국과 프랑스의 우려는 그 한계에 봉착했다.

- 다시 말해 이미 오스트리아 합병, 체코 합병 등을 통해 히틀러의 의도는 거의 만천하에 드러났고 거기에 더해 소련과의 우호적인 협정은 바로 히틀러와 독일의 침략 의지를 소련이 막대한 자원으로 뒷받침한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 특히 영국과 프랑스는 스탈린이 히틀러의 독일에게 더 많은 석유를 공급하는 것을 깊이 우려했는데 이 협정 직후, 독일과 소련은 폴란드를 침공, 사이좋게 갈라 드시면서 마침내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만다

소련이 폴란드를 독일과 나눠먹고 그 직후 핀란드를 상대로 겨울 전쟁마저 시작하자 영국군 수뇌부는 소련도 독일과 마찬가지인 적국으로 간주하기 시작했고, 만약 핀란드가 붕괴되고 소련의 육군과 해군이 북부 노르웨이와 스웨덴까지 그 세력을 미쳐 북극해에서 영국 해군과 직접적으로 대치할 경우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작전이 마침내 구상되기 시작했다.

- 영국 공군성의 존 슬레서 준장 주도로 입안된 이 작전은 소련의 석유 산업을 붕괴시키는 것을 주목적으로 계획되었고 소련 경제의 붕괴는 곧 나치 독일에 대한 소련의 원조를 중단시키는 것을 의미한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파이크 작전이라 명명된 이 작전은 영국의 영향력 하에 있던 이란과 터키의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폭격기로 코카서스 지역에 위치한 소련의 바쿠, 바툼, 그로즈니등의 석유 생산 기지를 야간 폭격한다는 계획이었다.

- 한편, 영국과 마찬가지로 독소동맹의 강력한 압박을 받고 있던 프랑스도 비슷한 계획을 준비했는데, 당시 프랑스 정부는 모리스 가믈랭원수에게(아..또 등장하는 맹돌이..) 소련의 석유기지를 파괴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작전을 준비하라고 명령했다.

- 이런 프랑스의 낌새를 알아챈 파리 주재 미 대사 윌리엄 불리트는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이런 정보를 보내며 프랑스 공군의 이런 소련 유전 파괴 작전은 아마도 소련을 약화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일 것이라 전하기도 했다.

중동과 북 아프리카에서 폭격기를 띄워 코카서스 유전을 폭격하는 것이 작전의 요체였다..

- 1940년 2월 22일, 가믈랭이 달라디에 총리에게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련 유전 지대에 대한 폭격은 소련군뿐만 아니라 기계화된 집단 농장 체제도 붕괴시켜 소련에 심각한 기근을 불러올 것이라며 의기양양해 했다(뭐..똥고집이 주특기니까..)

- 그는 이 보고서에서 “코카서스 석유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소련 경제의 가장 근본적인 약점이다. 군대는 물론 기계화된 농업이 전적으로 이에 의존하고 있으며, 원유 산출의 90% 이상, 정유 시설 80%가 이 지역(주로 바쿠)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의 석유 공급 중단은 소련 전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심지어 모든 군사, 산업 및 농업 시스템의 붕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 이런 가믈랭의 주장을 바탕으로 프랑스 공군도 식민지 시리아에서 폭격기를 발진시켜 코카서스의 소련 석유 단지를 폭격하는 계획을 세웠으며 이후 이 프랑스의 자체적인 작전은 영국과 협력, 파이크 작전으로 통합하는 것으로 계획은 변경된다.

한편, 거의 6개월간 가짜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1940년 3월, 겨울 전쟁이 종전되자 이제 소련과 독일이 상호 협력 하에 프랑스를 침공할 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슬슬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영국이 독일의 침공 전에 그 원동력을 끊어놓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이 계획의 실행은 심각하게 고려되기 시작한다.

- 실제 영국은 교전국인 아닌 국가에 대한 명백한 스파이 행위를 이 작전 실행 직전에 감행하기도 하였다.

- 이들은 폭격 목표물의 명확한 식별을 위하여 소련의 코카서스 유전 지대에 대한 사진 항공 촬영 작전을 실시했고, 이 작전에는 고고도에서 높은 해상도를 자랑하는 촬영 장비를 장착하고 국적 표시가 되어있지 않은 록히드 모델 14 슈퍼 일렉트라 여객기가 투입되었다.

이 기체는 1940년 3월 30일, 바그다드 서쪽 89km 지점에 위치한 영국 공군 하바니야 기지를 이륙, 이란 영공을 지나 카스피 해를 거쳐 소련 영공을 통과해 바쿠 상공에서 사진을 촬영한 후 다시 하바니야 기지로 돌아왔다.

- 이 작전은 4월 5일 한차례 더 실시되었는데 이때는 소련군 대공포의 사격과 소련 전투기의 차단 시도가 있었지만 역시 무사히 귀환하였고, 이로써 영국 공군은 코카서스 유전지대를 폭격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대부분 완성할 수 있었다.

이후 영국 공군 사진 분석반의 분석 결과, 바쿠와 바툼의 석유 시설들은 양쪽 모두 바다에서 접근할 수 있기에, 항공 공격에 극히 취약한 것으로 밝혀졌고, 따라서 상대적으로 폭격하기가 어려워 소련군의 생각으론 후순위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그로즈니가 기습 효과를 노려 첫 번째 폭격 대상으로 정해졌다.

- 또한 영국 공군은 경유 저장 탱크가 고폭탄으로 유폭되며 폭발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울위치에 위치한 왕립 병기창에서 소이탄에 의한 경유탱크 폭파시험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경유탱크 폭파시험까지 치러진 울위치 왕립 병기창

- 마침내 1940년 4월 1일, 영국 공군은 48기의 야간작전용 브리스톨 블렌하임폭격기 4개 중대가 기존 웰슬리(Wellesley) 폭격기들을 보충하기 위해 중동 사령부로 이전하였고, 프랑스 공군은 이 작전을 위해 시리아에 새로운 공군 기지를 건설할 만큼 적극적이었는데 이들은 65기의 미국제 글렌 마틴(Glenn Martin) 167 A-3 폭격기와 이들을 보조하기 위한 24기의 자국산 파르망(Farman) F.222 폭격기를 동원하기로 하였다.

- 이 작전은 약 3개월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이를 위해 500파운드(230kg) 철갑탄 404발과 500파운드(230kg) 554발, 250파운드(110kg) 5,188발의 범용 폭탄, 그리고 4파운드(1.8kg) 소이탄 69,192발이 준비되었으며 5월 15일, 모든 실행 준비가 끝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 작전에 동원된 영국의 블렌하임(위)과 프랑스의 미국제 글렌 마틴 폭격기..

- 하지만 이 작전이 실행되기 직전인 1940년 5월 10일(준비 완료 5일 전..), 히틀러가 전격적으로 프랑스 침공을 단행하였고 이 작전은 프랑스의 급작스런 붕괴로 일시 정지되었다가 프랑스가 6주만에 홀랑 자빠지자 완전히 폐기되고 만다.

- 이렇게 취소된 이 작전은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에 와서 어쩌면 연합국, 특히 영국에겐 엄청난 행운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평가를 받는다(엥? 취소했는디?)

- 만약 히틀러가 프랑스 침공 작전을 며칠만 연기하고 이 작전이 예정대로 진행되었다면 이는 바로 소련과의 전면전을 불러올만한 대 뻘짓으로 확대되었을 것이고, 이는 곧 소련의 대 프랑스-영국 전선에 대한 적극적인 참전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행 직전 벌어진 독일의 전격전과 프랑스의 KO로 작전은 중지된다..

- 또한 독일과 소련의 갈등을 연기시켜(이는 곧 독소 전쟁의 연기를 의미한다..) 결국 영국은 프랑스 몰락 이후 홀로 독일-소련 동맹과의 싸움에 직면했을 것이고, 더 크게 확대해보면, 이는 독일-이탈리아-일본의 삼국 동맹이 아니라 소련까지 가세한 4국 동맹을 탄생시켰을 지도 모른다는 뜻이 된다.

- 당시 미국은 여전히 고립주의의 벽 뒤에 있었고 핼리팩스 같은 일부 영국 정치가들은 히틀러와의 평화 협정을 선호하는 가운데 영국도 독일-소련과의 전쟁이었다면, 아마 윈스턴 처칠의 눈에 조차 희망 없는 전쟁으로 보였을 것에 틀림없다.

- 게다가 1940년, 영국과 프랑스가 계획한 코카서스 유전지대에 대한 야간 폭격은 당시의 기술력이나 폭격 정밀도로 보아 얼마다 기대한 만큼의 타격을 주었을 지 전혀 알 수 없으며, 이 시기 독일에 대한 영국 공군의 야간 폭격 명중률에 대비해보면 완벽한 헛짓거리가 되었을 확률도 상당히 높다.

- 이때 약 100기가 동원된 블렌하임 폭격기나 글렌 마틴 폭격기의 적은 폭장량(1944년 랭커스터 폭격기는 7t의 폭장량을 자랑했지만 이 시기 블렌하임은 달랑 0.5톤..-_-;;;;)이나 낮은 명중 정확성으로는 기대한 만큼의 피해를 입혔을 확률이 상당히 낮으며, 이는 당시 독일 본토를 폭격하던 영국 공군에게 영국 국민들이 그 낮은 성공률을 비아냥거리며 부르던 별명, “폭탄으로 독일 밭이나 갈아 엎어주는 공중 트랙터 서비스”에서도 잘 드러난다.

따라서 코카서스 유전 지대가 낮은 피해로 인해 금방 복구되고 영프와 전면전에 돌입하면 당연히 소련을 포함한 추축국 동맹은 군사적인 면을 포함한 모든 면에서 훨씬 굳건해 질 것이며, 아시아의 일본은 미국이 아무리 석유 금수조치를 내려도 소련의 석유로 전쟁을 계속 수행할 수 있으니 문제는 더욱 악화된다.

- 만약 그렇게 되었더라면 전쟁 역사상 대표적인 뻘짓의 하나로 지목되는 진주만 기습은 없었을 지도 모르고, 거꾸로 영국과 프랑스의 코카서스 폭격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신의 뜻인지 어찌 된 것인지 몰라도 이 작전이 실행에 옮겨지기 직전, 독일의 기갑 부대가 프랑스를 탈탈 털며 달랑 6주 만에 박살내고 이 작전이 취소되며(프랑스 전이 장기화 되었으면 또 모른다..) 결국 프랑스의 불행은 세상을 구한 셈이 되었다(잘못했으면 셔먼이 아니라 티거로 무장한 소련군을 보았을 지도..-_-;;)

마지막으로 정말 어이없는 한 가지.

- 당시 영국과 프랑스의 정보기관들은 독일에 대한 석유 공급 대부분을 소련이 하고 있다고 판단하였고 이들의 분석을 기반으로 이 작전이 수립되었는데, 문제는 당시 독일은 석유 대부분을 루마니아로부터 수입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이런 머저리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