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소설 뺨치는 고대 중국의 한 자객의 일화12

춘추시대 최강국 진(晉)나라의 패권을 잡기 위해 여섯 가문이 싸웠다.

가장 큰 세력이었던 지씨의 수장인 지백은 결국 패배하여 두개골이 금칠되어 조씨의 수장인 조양자(趙襄子)의 술잔으로 만들어졌다.

지씨 가문은 망했지만 이를 애통하게 여긴 지백의 식객 예양은 죄인으로 가장해 변소의 벽을 칠하는 일을 하며 조양자를 암살할 기회를 노렸으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조양자가 예양을 수색하자 곧 붙잡히고 말았다. 조양자는 그 충성심에 감탄하여 주위 가신이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예양을 풀어줬다.

그러나 풀려난 예양은 포기하지 않고 숯을 먹어 목소리를 바꿨으며, 얼굴엔 옻칠을 하고 얼굴을 망가뜨렸다. 이러한 차림으로 거지가 된 그를 아내조차 알아보지 못했다. 우연히 그를 알아보게 된 친우가 그렇게까지 행동하는 이유를 묻자 "참된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고, 여자는 자신을 기쁘게 해주는 남자를 위해 화장을 한다(士爲知己者死 女爲悅己者容)"고 답했다.

'당신의 재주면 능히 조양자의 총애를 받으며 심복이 될 수 있으니 조양자의 심복이 되어 가까이 모시다가 조양자를 죽이는 것이 더 쉬운 길인데 왜 어려운 방법을 고집하느냐' 는 친구의 물음에 " 이미 그의 신하가 되었으면서 또 그를 죽이고자 하면 이는 두 마음을 품는 것이다. 어려운 방법이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장차 천하의 후세가 두 마음을 품은 자를 부끄럽게 하기 위함이다"이라고 하였다.

당시 조씨 가문의 수도 한단에 새롭게 지어지는 다리를 조양자가 첫번째로 지나가게 되어 있었는데 이를 안 예양은 거지 시체로 분장하고 다리 밑에 숨어 조양자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조양자가 탄 말이 살기를 느끼자 다리를 지나가지 않고 멈추어 섰다. 이에 의아함을 느낀 조양자가 새로 지어진 다리 밑에 시체가 있는 것을 보고는 이상한 낌새를 느껴 병사들을 보내 다리 밑을 수색하였고, 결국 예양의 두번째 암살시도는 실패한다.

붙잡힌 예양에게 살려줬는데 이러는 이유를 묻자 그는 " 지백은 나를 선비로 여겼으니, 그가 죽었어도 나도 마땅히 선비로서 그에게 보답하려는 것이다(國士遇之國士報之)"라고 답하였다.

이 말을 들은 조양자는 예양의 충의에 감탄하며 눈물을 흘리며 "예선생이여! 그대가 지백을 위해 충절을 다한 명예는 이미 이루어졌다. 하지만 내가 그대를 용서함도 충분하였으니 이젠 응당 각오해야 할 것이다. 나는 너를 놓아주지 않으리라 "며 병사들로 하여금 그를 포위했다. 그러자 예양은 "당신은 나를 이미 관대히 용서하였으니,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당신의 덕을 칭송할 것이다. 이제 죽어 마땅하나 당신의 옷이라도 벨 수 있게 해주길 청한다"고 하였다. 이에 조양자가 자신의 겉옷을 벗어 바닥에 놓아 그의 옷을 벨 기회를 주자 그는 세 번 뛰어 그 옷을 베었으며 "내가 비로소 지하에 계신 지백께 보답할 수 있게 되었노라!"란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칼에 엎어져 목숨을 끊었다. 

낭만의 시대...진짜 멋있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