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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소년이 온다' 후기.jpg4

  • kf80
  • 등록일 2024-10-31 02:31
  • 조회수 2459

시리즈게시글 아이콘[후기] 시리즈 시리즈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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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린 새

읽기시작하고 바로, 시점때문에 당황했어요.

한 소년을 '너'라고 지칭하는 서술에, 그럼 그 안에서 '나'는 누구지?하는 생각에 좀 혼란스러웠는데, 

읽어갈수록 소설속 그 아이-동호가 현실의 내가 '너'라고 부를만큼 연이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고, 

작가가 하는말(쓰인 글)은 내 의지로 내 입에서 나오고있는 말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가 글로 부린 요술에 걸린것 같았달까.

그렇게 작가-혹은 내가 짚어가는 동호의 며칠에 대한 얘기.


2 검은 숨

정대의 혼 이야기.


3 일곱개의 뺨

남은 삶이 모조리 장례가 되고 사원이된

생존자 은숙의 5년후 이야기.


4 쇠와 피

영혼이 깨지고 부서져

죽음이 끝내줄때까지 스스로를 망가뜨릴수밖에 없는

고문당한 시민군 생존자들의 얘기


5 밤의 눈동자

읽는사람은 작가에의해 20여년 후의 선주가 되어

지독한 악몽보다 더 끔찍한 생시를 살아왔다고 반추하게되고.


6 꽃 핀 쪽으로

학살 삼십년이 지나도록 막내의 그림자를 느끼며 산 엄마가 떠올리는 여서 일곱살의 동호는,

'밝은데로, 꽃핀 쪽으로 가자'며 엄마의 손을 잡고 끌었던 애틋했던 아이.


7 눈덮인 램프

작가에게 온 동호, 광주.

"이제 당신이 나를 이끌고 가길 바랍니다.

당신이 나를 밝은쪽으로, 빛이 비치는쪽으로,

꽃이 핀 쪽으로 끌고가기를 바랍니다"


-------

1

저한테 이 소설은

처연한 살풀이라든가, 절절하게 눈물을 뽑아낸다든가, 가슴속 뭔가에 불을 댕긴다든가 하는 얘기가 아닌,

끝도없이 무섭게 얼어붙는 이야기였어요.


80년 광주에서 일방적인 학살을 초래한,

두개의 인간 본성-야만과 양심의 충돌, 살아남은자에게 죽음이 올때까지 이어지는 죄의식과 트라우마, 그리고 본질적으로 그때와 다르지않은 참상들이 반복되는 현실을 읽으면서,

그냥 모든것에 진저리쳐지고

답이 안보이는 절망과, 눈물도 안나오는 슬픔에 절여지는 느낌이었음.


이런 현실에 동호는, 희생자에 머물러선 안되는 그들은,

학살에서 살아남아 고통속에 죽음을 기다리는 이들은,

언젠가는 꽃피어있는 양지로 이끌릴수 있을까요.



2

이 소설의 문장은 담백하고 건조한걸로 유명한 김훈의 문장만큼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면서도, 동시에 가슴에 꾹꾹 눌려 박히는, 풍부한 정서까지 품은 문장이었어요.

앞서, 글로 요술을 부린것같다고 했는데, 각 장마다 시점이나 문체를 바꿔가며 서술하는것들도 그렇고,

글맛으로만 봐도 최상의 소설이었음.

올초, 초등학생때 읽은 어린이소설을 어렵게 다시구해 읽었던적이 있는데

체감상 그책만큼 쉽게 읽히면서도, 동시에 요 몇년 읽은 책들중 마음에 가장 큰 자국(혹은 상처)를 남긴 소설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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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의견 0 추천 1 우주야옹이

후기 감사합니다.

지금은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읽지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 꼭 읽어봐야겠어요. 

2024-10-31 점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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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의견 0 추천 0 kf80

감정적으로 힘들단 평들에 부담스러워서 저도 미루다가 숙제하는 기분으로 봤는데, 역시나 무슨 벼락맞은것처험 멍하긴하지만 읽기 잘한거같아요.

2024-10-31 점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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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의견 0 추천 1 [* 비회원 *]

깔끔한 정리 감사합니다

저도 노벨상덕에 백년만에 책 사보고 

1쪽보면 눈이감겨 졸다읽다 꾸역꾸역 읽었는데

잠결에봐도 보통 글솜씨가 아니더군요

나중에 독서력좀 생기면 제대로 다시 읽어야겠다 싶었습니다

이제껏 제대로 읽은 책이 인간실격 한권인데

이건 또 좋아해서 여러번 읽었거든요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글을 쓸수있을까 감탄하고

문장을 만지며 읽으면 손끝으로 감동이 느껴질정도였는데

이건 그걸 뛰어넘는 문장에 숭고한 아름다움까지 깃들어

과연 노벨상이 괜히 준게 아니구나

정치적, 인종 배려 이런게 아닌 

그냥 줄수밖에 없었구나 싶더군요

2024-10-31 점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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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의견 0 추천 0 kf80
어렵지도 관념적이지도 않은 '보통의 일상어'들로 담담하게 툭툭 써있는데, 그 말들이 어떨땐 무시무시하게 소름끼치기도 하고 때론 그저 너무불쌍해 가슴쓰리기도하고 그랬어요.
2024-10-31 점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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